내가 대학로에서 조금전 이 연극을 보게 된 것은 내 의지와 전혀 상관없이
순전히 친구의 간곡한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서였다. 일종의 자리 채워주기 자선봉사 활동이었다
청주에 사는 친구가 서울에 사는 날 불쌍히 여기며 대학로로 급히 나오라는 전화엿다
그런데 막상 연극이 시작되고 보니 어느새 내가 그 연극 속에 푹 빠져있음을 발견하곤 깜짝 놀랐다
1947년생 미국 극작가 마샤노먼의 작품인 '잘자요, 엄마'(Night, Mom)는 연극의 기본법칙을 철저히 준수한
작품이었다.
이를테면 이런 거다.
처음에 나온 등장인물 두 사람은 연극이 끝날 때 까지 1시간 40분동안
한 번도 장면 변환 없이 시간과 공간의 단절 없이 하나의 씬으로 이어진다.
엄마와 딸의 대화만으로 이 세상 사람들의 삶과 괴로움 희망 그리고 희노애갉 생노병사를
관객에게 충분히 이야기 해준다. 대사만으로 스토리가 재밌게 그리고 스릴 넘치게 이어진다.
비디오 카메라로 촬영을 한다면 단 한 컷으로 1시간 40분짜리 연극이 노컷 노편집으로 자연스레 녹화되는 것이리라
딸 제씨 역을 맡은 오윤홍은 영화 더 웹툰, 예고된 살인, 나는 아빠다, 황해, 페스티벌, 평범한 날들 등 수많은 작품에 출연한 유명 배우다
엄마 역을 맡은 탤런트 이미영은 드라마 연애를 기대해, 장옥정 사랑에 살다, 청담동 살아요 등에 출연한 중견 배우다.
평소 간질병 치료를 받고 있는 딸이 갑자기 자살을 하겠다고 말하자 엄마는 온갖 설득과 호통과 애걸복걸 사정을 동원하여
딸의 자살을 만류한다.
딸은 앞으로 혼자 살게 될 엄마를 위해 부억 살림살이 빨래 가재도구 등 사용 방법을 자세히 적어 엄마가 쉽게 볼수 있도록 하고
자살사건 이후 경찰이 왔을때 대처방법, 오빠에게 전화를 걸어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라고 엄마를 교육한다..
두 사람 대화의 방향은 시종일관 정 반대방향이다. 하나는 죽음으로 가는 모든 이야기를 하고
다른 한 사람은 생명을 살리기 위한 이야기를 온몸으로 쏟아낸다.
그러나 딸은 죽는다. 먼저 돌아기신 아버지가 살아생전 애지중지 보관해온 권총으로 딸이 자살을 한다.
시종일관 긴장하며 봤다.
그 많은 대사를 외운 두 배우에게 경의의 박수를 보낸다
(오늘 첫 공연이었음, 2월 9일까지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공연, 월요일 제외 매일 저녁 7시30분, 토요일은 2회 공연.
일요일은 오후 3시 1회공연, 설연휴 30일 31일은 공연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