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대통령 관저 선정에 '무속 공방'… "왜 숨겼나" vs "이재명 부부도 만나"
우태경 기자 taek0ng@hankookilbo.com별 스토리 • 어제 오후 2:24
대통령 관저 선정에 '무속 공방'… "왜 숨겼나" vs "이재명 부부도 만나"© 제공: 한국일보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대통령 관저 전경. 사진은 지난해 8월 31일 윤석열 대통령의 관저 입주를 앞두고 막바지 공사 작업이 진행되는 모습. 서재훈 기자
대통령 관저 선정 과정에서 풍수 전문가 백재권 사이버한국외국어대학교 겸임교수가 후보지를 답사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여야가 '무속 공방'을 벌였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부부와 김정숙 여사도 백 교수를 만났다"며 민주당의 '무속 정치 프레임'을 문제 삼은 반면, 민주당은 "떳떳했다면 천공 개입 의혹이 터졌을 때 왜 숨겼나"라고 반박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22일 "백 교수는 풍수지리학계 최고 권위자로, 청와대 용산 이전 태스크포스(TF)가 백 교수의 풍수지리학적 견해를 참고자 들은 바 있다"면서도 "최종 관저 선정은 경호, 안보,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됐고 심지어 백 교수의 의견과는 다른 결정이 내려졌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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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경찰은 야권에서 제기한 역술인 천공의 대통령 관저 선정 개입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닌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역술인 천공이 방문한 것으로 알려진 육군참모총장 공관 폐쇄회로(CC)TV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3월 청와대 용산 이전 TF 소속 전문가인 백 교수가 다녀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백 교수를 천공으로 오인했을 가능성을 열어둔 채로 수사를 하는 중으로, 조만간 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강 대변인은 "백 교수는 19대 대선 당시 김정숙 여사를 만나 조언을 한 적도 있으며, 2017년에는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부부까지 만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민주당은 이 대표 부부도, 김정숙 여사도, 조언을 받은 바 있는 풍수지리학 전문가를 '무속 정치' 프레임에 억지로 결부시키려 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사실에 대한 정확한 확인도 없이, 가짜뉴스라도 일단 팔아먹고 보려는 민주당의 저급한 시도에 강한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반면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중대한 국정 사안을 풍수지리가의 조언을 들어 결정한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라며 "떳떳했다면 천공 개입 의혹이 터졌을 때 왜 숨겼나"라고 쏘아붙였다. 박 대변인은 "국민의힘이 '야당이 풍수지리가에게 무속인의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고 강변하니 기가 막힌다"며 "그러면 국가 인사에 관상가를 부르고 국가 행사의 택일에 사주명리가를 부르는 것은 괜찮다는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박 대변인은 "뭐라고 변명하고 물타기해도 대통령 관저 선정에 풍수지리가가 개입했다는 사실은 정당화될 수 없다"며 "풍수지리가의 국정 개입을 정쟁으로 몰아가려는 것이 아니라면 국민의힘은 억지 주장을 당장 멈추고 대통령실은 공식 해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