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들판을 시속 97㎞로 달려… 물 안 먹고도 몇 주일 버텨
가지뿔영양(프롱혼)
▲ 북아메리카 들판에 살고 있는 가지뿔영양. 사슴처럼 뿔이 갈라져 있어요. /브리태니커
미국 와이오밍주 들판에 사는 가지뿔영양 무리가 최근 들어 숫자가 크게 줄어들었대요. 야생동물 당국이 원인을 조사하고 있는데 이례적인 강추위와, 최근 유제류(발굽이 있는 동물) 사이에 퍼지고 있는 호흡기 감염병이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대요.
미국 중부와 서부의 평원 지대, 캐나다 남부와 멕시코 북부 일대에 사는 가지뿔영양은 끝이 갈라진 뿔을 갖고있다고 해 이런 이름이 붙었어요. 영어 이름인 프롱혼(pronghorn)도 갈라진 뿔이라는 뜻이죠. 미국 인근에 살아서 '미국 영양'이라고도 불려요.
영양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실제 영양과는 분류학적으로 거리가 멀답니다. 영양과 사슴의 특성을 골고루 갖고 있어요. 드넓은 평원을 내달리며 풀을 뜯으며 살아가는 모습은 아프리카에 사는 영양들과 흡사한데요. 뿔이 한 방향으로만 자라지 않고 끝이 갈라져 있으며, 1년에 한 번씩 뿔이 후드득 떨어지면서 뿔갈이를 하는 모습은 사슴과 비슷하죠.
가지뿔영양은 동물 세계에서 이름난 육상 선수랍니다. 최고 속도가 시속 97㎞예요. 이는 시속 113㎞까지 낼 수 있는 치타에 이어 둘째로 빠른 거랍니다. 아프리카에 사는 치타는 초식동물을 뒤쫓아 사냥하는 육식동물이고, 가지뿔영양은 포식자들을 피해 달아나는 초식동물이에요. 야생에서는 전혀 만날 일이 없는 두 동물이 달리기 시합을 하면 누가 이길까요?
과학자들은 "가지뿔영양이 이길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이야기해요. 치타가 최고 속도를 낼 수 있는 거리는 수백m에 불과하지만, 가지뿔영양은 폐활량이 뛰어나 빠른 속도를 유지하면서도 수㎞를 달릴 수 있거든요. 가지뿔영양의 달리기 솜씨는 생존 전략이랍니다. 탁 트인 들판 곳곳에 늑대·코요테·독수리 등 천적들이 도사리고 있어 빨리 달아나야 하거든요.
가지뿔영양의 발굽은 앞쪽 방향으로 끝이 연필심처럼 뾰족하게 돼있어요. 발굽 주변은 푹신푹신하고요. 이런 발굽의 구조는 빠르게 달리고, 발끝으로 전해지는 충격을 흡수하는 데 도움을 준대요. 가지뿔영양은 왕방울만 한 눈도 특징이에요. 훨씬 덩치가 큰 말과 눈의 크기가 같을 정도예요. 이렇게 큰 눈 덕에 5㎞ 앞까지 내다볼 수 있죠.
많은 동물들이 냄새를 풍겨서 자신의 영역을 알리거나 동료들과 소통을 하는데요. 가지뿔영양은 냄새 의존도가 더 높은 편이랍니다. 수컷에게는 냄새를 풍기는 냄새샘이 9곳, 암컷에게는 6곳이 있는데요. 이 중 특히 엉덩이에 있는 냄새샘의 역할이 중요해요. 무리 중 한 녀석이 포식자 등 위협을 발견하면 엉덩이를 덮고 있는 흰 털을 바짝 세우고 냄새를 풍겨요. 시각적·후각적 수단을 동시에 활용해서 도망쳐야 한다고 동료들에게 알리는 거죠.
가지뿔영양이 살아가는 북아메리카의 들판은 거칠고 황량한 지역이 많아요. 이런 곳에서 살기 위해 다른 초식동물이 거들떠보지도 않는 거친 들풀이나 선인장까지 먹죠. 물을 마시지 않고 몇 주 동안 버틸 수도 있답니다. 유럽인들이 정착하기 전부터 여기서 살아온 원주민들에게 가지뿔영양은 단백질을 공급해 주는 중요한 식량 자원이었어요. 가지뿔영양을 이르는 원주민 부족어 이름이 자그마치 300개가 넘는대요.
정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