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바탕 술판을 벌인 유지현(30ㆍLG)의 집. 거실에 놓인 상 위엔 먹다 남은
안주거리가 널려있고 바닥에는 얼굴 붉어진 유지현이 잠들어 있다. 유지현
의 아내 이미선씨(28)가 하나씩 치워나갈 차례다.
▲집은 음주 코스의 종착역
"집에 들어와서 술자리를 마무리짓더라고요. 처음엔 좋았는데 그게 갈수
록…."
맥주 정도는 부담없이 즐기는 이미선씨도 결혼 뒤 집을 최고의 술집으로 여
기는 유지현의 음주습관이 마음에 쏙 들었다. ''''실험극''''에서나 볼 법한 유
지현의 별난 술버릇이 드러나기 전까지는 적어도 그랬다.
유지현의 주요 술친구는 LG 최동수 차명석 조인성. 이들을 앉혀놓고 유지현
은 ''''시베리아산''''농담을 늘어놓는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고개를 떨구면
취했다는 신호.
술손님들을 보낸 뒤 이씨가 할 일은 유지현을 제 ''''포지션''''에 눕히는 일.
유지현의 특이한 술버릇은 이때부터 시작된다. 몇시간 뒤 눈을 뜬 유지현
이 찾는 곳은 화장실. 유지현은 집 안에 있는 문들을 발로 툭툭 차며 ''''화
장실 찾아 삼만리''''를 떠난다. 안타를 치고 나가 베이스를 몇 차례 발로 차
는 버릇이 원인인 된 것 같다고.
▲''''Lonenly Night''''신혼여행 둘쨋날 밤
유지현은 올해 1월 결혼식을 올렸다. 그러나 1월에 예정된 팀훈련에 빠질
수 없어 신혼여행부터 가기로 했다. 지난해 12월12일, 행선지는 괌. 하필
LG 투수들의 마무리훈련장인 괌이었던 것이 문제였다.
그곳엔 유지현의 술친구 차명석이 버티고 있었다. 여행 목적이 머리 속에
뚜렷히 남아있던 첫날은 무사히 넘어갔으나 결국 둘째날에 일이 터졌다. 유
지현과 이미선씨는 초저녁 차명석을 비롯한 몇몇 LG 선수들을 만나 술과 식
사를 했다. 뭔가 아쉬었던 유지현은 "곧 들어갈게. 먼저 방에 가 있어"라
는 말로 예비신부를 먼저 보냈다.
유지현이 집중력을 보일 때는 타석에 설 때와 술 마실 때. 유지현은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술자리를 지켰다. 유유상종이랬던가.
차명석도 그 순간만은 유지현이 왜 괌에 왔는지를 까맣게 잊었다. 뜬 눈으
로 밤을 지새운 신혼여행 둘쨋날밤을 아내는 잊을 수 있을까.
▲초구에 치고 달린 유지현
99년 11월 서울 세곡동 예비군훈련장. 그 자리엔 이씨의 직장 선배가 있었
다. LG의 열성팬이었던 이씨의 선배는 먼저 유지현에게 말을 건넸고 이런저
런 얘기를 나눈 뒤 미팅 얘기가 나왔다. 일단 3대3으로 만나기로 했다.
같은 해 12월4일 압구정동의 한 노바다야끼에서 있었던 야구 선수와 미모
의 아가씨들의 단체미팅. LG 총각대표로는 차명석 최동수 그리고 유지현이
나섰다. 여성팀 3명 가운데는 이미선씨가 있었다.
첫 만남에 ''''필''''이 가슴에 꽂힌 유지현에게 다른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었
다. 그런데 2차 장소였던 가라오케에서 이씨가 먼저 자리를 뜨려는 것 아닌
가. 스퀴즈번트 사인이 나왔을 때처럼 망설일 여유가 없었다. 바로 이씨 뒤
를 따라가 뜨거운 관심을 밝혔다. 그리고 덧붙인 말. "나 장난 아니예요."
이씨도 "그래요. 저도 장난 아니예요"라고 말했다.
▲유지현은 ''''가정용 개그맨''''
유지현은 요즘 새로운 아이템 개발에 한창이다. 그동안 해왔던 방송인 이다
도시, 탤런트 김정은, 개그맨 고명환 성대모사의 후속탄을 만들려고 한다.
야구선수의 아내가 되기 위해 헤드헌터로서 자기일을 반이상 포기한 아내
를 즐겁게 해주기 위해서다. 경기를 마친 뒤 집으로 돌아온 유지현은 아내
앞에서 별 흉내를 다 낸다.
전혀 비슷하지 않다는 것이 유지현의 ''''공연''''을 본 몇몇 동료들의 평가.
그러나 이씨는 마냥 즐겁다. 그래서 ''''닭살 커플''''이라고. 밝은 이미선씨
의 얼굴을 보며 유지현은 경기장에서 쌓인 피로를 씻어낸다.
유능한 사람 고르는 것이 직업인 헤드헌터 이미선씨. 둘 사이의 ''''헤드헌
터''''는 유지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