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제목 : 플리즈
관람일시 : 2008년 4월 13일 (일) 6시 날씨 맑음
공연장소 : 두레홀 4관
어떤공연 : 연극(코미디)
후기내용
오늘 본 연극은 풋풋한 젊음의 향연을 느낄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기획의도에서 표방하듯 '로맨틱 코메디와 시츄에이션 코메디'가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코메디였습니다.
영화에서 쓰는 기법을 현장감을 중시하는 연극에 도입하여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었습니다.
어떤 장면을 강조하기 위해 정지화면과 함께 자막이나 나레이션이 쓰인다거나
특정인물을 제외한 나머지 인물은 순간정지되는 기법을 연극에 도입하여 친절한 연극(^^;;)이 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과도한 나레이션의 사용은 때론 친절함이 될수도 있지만
극의 몰입이나 상상력의 제한을 가져와서 전체극의 흐름을 방해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자연스럽게 관객 스스로 극에 다가가도록 허락하는 것은 어땠을까 라는 반문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연극을 보는 내내 80~90년대 TV속에서 한창 주가를 올리던 '젊음의 행진'이나 '영일레븐'의
풋풋함을 떠올리고 입가에 웃음을 띌수 있었습니다.
공무원 시험 삼수생과 재벌2세의 상속녀와의 사랑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지금 2000년대의 인스턴트식 감각적, 말초적 사랑에 현혹당하는 지금 세대에게
아련한 향수같은 연민을 불러일으킵니다.
수첩 속의 그녀의 신상명세에 따라 그룹 Queen의 음악을 좋아하다고 거짓말을 하고,
피자혹의 더블치즈 고구마 크러스터 피자를 좋아하다는 장면에서
예전에 빵집에서 미팅하고, 롤러스케이트장에서 데이트를 하던 장면이 매치되는 것은
그 시절의 낭만 혹은 촌빨(^^;;)에 대한 치기어린 순수함의 동경이랄까...
비록 몇몇 사람들이 스토리의 진부성과 짜임새의 조악함을 지적하지만
'참을수 없는 웃음의 가벼움'을 추구하는 연극에서 지나친 진지함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또다른 잣대로 형식을 재단하는 결과를 도출해내는 억지라 생각됩니다.
웃음의 코드는 여러가지가 있을수 있습니다.
오늘 연극에서도 1인 다역에서 오는 황당함이 웃음의 소재가 되었습니다.
그것 자체가 소극장과 저예산 연극의 묘미이자 웃음의 코드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오늘 이순원씨는 정말 다재다능한 역할로 관객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습니다.
연극이 시작하기전에는 분위기메이커로서 바람잡이 역할을 하셨고,
본 연극에서는 여성성이 강한 속옷 디자이너 김성기 역할로 Coming out을 선언한 홍X천씨 목소리로 연기했고,
극 간간히 상속녀의 약혼남, 피자배달부, 형사 역할로 순간이동하듯이 변신에 변신을 거듭했습니다.
특히, 밀실에 들어가서 2인이 들어간것처럼 간드러진 목소리와 굵은 목소리만으로 각기 다른 역할을 할때
관람석에서 정말 큰 웃음이 쏟아졌습니다.
나중에는 새로운 등장인물이 나타날때마다 '또 저사람(^^;;)'이라는 황당함과 역할소화력에 찬사가 쏟아졌습니다.
공무원 시험 삼수생 조형욱 역의 채동현씨는 순진한 역할을 너무 잘 소화해 내서인 것 같기도 하고,
무대경험이 많지 않은듯한 느낌이 노련함보다는 풋풋함이 가장 어울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벌2세의 상속녀 오수정 역의 육소영씨는 발성이나 대사력, 몸짓 등에서 완숙함이 느껴졌습니다.
특히, 와인을 마시고 취해서 술주정 하는 장면이 2번 나오는데 자연스런 연기가 돋보였습니다.
보디가드, 반장아줌마, 재벌2세의 부인 역의 김은희씨는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동분서주하며 김성기씨처럼 변신모드를 보여주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반장아줌마 역할은 정말 딱이었던 것 같습니다.
예전에 코미디 코너 '쓰리랑부부'의 집주인 아줌마 '지영옥'을 떠올리는 듯한
뽀글머리와 사투리가 재미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두레홀4관은 처음 가보았는데
새로 리모델링 되어서 그런지 조명, 음향, 무대, 화장실 등등 시설이 매우 좋았습니다.
또한, 좌석 앞뒤로 높이가 있어서 뒤에 앉아도 관람시야 확보에도 괜찮았습니다.
긴 의자식이 아니라 개인방석식이다보니 옆좌석간의 간격이 조금 좁은 것을 제외하고는
여느 소극장보다 시설면에서 좋았습니다.
5월 5일까지 공연하는 내내 만석과 함께 좋은 일 가득한 연극이 되기를 기원하겠습니다.^0^
첫댓글 잘 관람하셨군요^^ 역시 따스하면서도 예리한 후기를 보니 저도 보고 싶네요~ 수고 많으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