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이런 얘기를 시작하면서 지금 이 순간에도 치과에 오는 환자들의 사랑니 발치에 수고를 아끼지 않으시는 동료치과의사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교정전문의사랍시고 일반적인 진료를 전혀 하지 않는 까닭에, 저 역시 어쩔 수 없이 많은 동료분들께 신세를 지고 있네요.
사랑니발치...
그게 제대로 잘 난 치아라면 별 문제는 없겠지만, 그게 '매복치'라면 사정은 많이 다르죠.
하악의 매복사랑니는 다루기 매우 어렵습니다.
사실 어려움이야 극복하면 되는 거지만, 그 위험성은 개원의사들에게 어쩌면 '공포'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보험의 문제...
사실 의료보험심사를 담당하는 평가원의 의견대로라면, 교정치료를 위해서 하는 치아 발치는 비보험이고 그렇지 않고 병적인 상태에서 발치하게 되는 것은 보험이라고 합니다.
이를 바꾸어 해석하자면, 웬만한 사랑니는 보험이 된다라는 것일텐데, 과연 현실은 그러합니까?
최근 저는 제 동료들 중에서 사랑니 발치를 다른 평균적인 치과들보다 많이 한다는 이유로 과잉치료 및 과다청구로 보험실사를 당한 사람의 얘기도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보험공단은 왜 의사들이 정당하게 보험청구한 것을 '과잉청구'라는 명목으로 삭감합니까?
하지 않은 치료를 한 것처럼 하고, 안해도 될 걸 보험진료했다고 하면서 그들에게 지불해야할 진료비용의 지급을 거부하고, 마치 해당 의사들이 범죄자인 것처럼 매도하는 것이 작금의 현실인데, 이런 상황에서 모든 사랑니 발치에 대해 보험청구를 할 배짱좋은 치과가 있을런지 의문입니다.
그나마 수가의 적정성문제는 차지하고서라도 말입니다.
이런 문제는 일반 환자들이야 관심도 없을테니, 각설하고...
자, 그럼 매복사랑니발치를 실제로 수행하는 각 개인의원의 입장에서 본다면, 과연 수익이 나지않고 하면 할 수록 적자보는 상황의 진료를 하려들까요?
혹시라도 하다가 조금이라도 실수해서 하악신경의 마비현상이라도 온다면 해당 치과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 책임은 정부나 보험관리공단에서 져 줄건가요?
그러니까 사고 안치게 잘 하면 될 거 아니냐...
과연 이 세상에 사고 안칠 자신있는 의사 있습니까...?
의료행위란 그렇게 만만한 게 절대 아닙니다.
얘기를 하나 돌려서 하지요.
여러분들이 생각하시기에 왜 최근 산부인과의원에서는 자연분만을 하지 않을까요?
겉으로 보기에는 위험천만해보이는 개복수술을 하는 제왕절개분만은 얼마든지 받으면서 말입니다.
그건 말이죠...
실제 사람의 자연분만은 강아지 분만보다도 못한 수가를 받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위험은 실로 엄청나죠.
자연분만은 비보험인 제왕절개분만보다 엄청나게 위험합니다.
의료사고도 다 여기서 일어나죠.
그러니 일반의원에서 그런 행위를 할 턱이 없습니다.
그 결과로 우리나라 산모들은 자연분만을 위해서는 반드시 대학병원을 찾아가야하는 무슨 코미디가 연출되고 있답니다.
결국 문제는 돈(수가)입니다.
현재로선 어려운 매복사랑니 발치를 하시는 분들의 얘기로는 대략 10여만원 정도는 되어주면 하겠다는 반응이시던데...
이런 문제에 대해 의사들과 환자들의 태도에는 당연히 차이가 날 것이니 그것이 문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