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신부
제 1장,
봄이라고는 하지만 아직도 춘설이 남아 있는 이월의 하순이다.
삼월의 새 학기를 앞두고 각 대학에서는 졸업식이 있는 달이기도 했다.
s여대의 졸업식이 있는 날이다.
졸업생들 모두 사각모에 가운을 입고 강당에 모여 있었다.
각 학부형들과 졸업을 축하해 주기 위해 모인 축하객들로 강당은 발을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분비고 있는 것이다.
졸업생들 역시 이제 마지막 학교를 떠난다 생각하면서 숙연한 분위를 얼굴에 그리고 있는 학생들이 있는가하면 무엇이 그리도 좋은지 연신 재잘거리는 학생들도 적지 않았다.
“은지야!
네 결혼식에 꽃다발은 꼭 나에게 주어야 한다.“
명서의 말에 은지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너 아니면 줄 사람이 어디 있니?“
그녀들은 졸업을 하고 얼마 안 있어 결혼을 하게 되는 것이 기쁜 모양이었다.
서은지는 오월이면 결혼을 하기로 이미 날짜도 잡혀 있고 모든 준비가 거의 끝나가고 있는 것이다.
차명서 역시 가을이면 결혼을 하기로 약속이 되어 있는 아가씨다.
“근데, 정욱씨는 왜 아직 안 오니?”
“올거야!”
명서는 은지의 약혼자가 아직 보이지 않자 궁금증을 나타낸다.
그러나 은지는 정욱이 올 것을 믿고 있다.
그러면서도 눈은 여전히 수많은 축하객들 사이를 헤집고 다니고 있었다.
저 멀리서 정욱이 은지에게 손을 흔들어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은지의 얼굴은 금새 환하게 밝아져온다.
“명서야!
저기....정욱씨 보이니?“
“어디?”
명서 또한 사람들 사이에 있는 정욱을 발견한다.
명서는 정욱을 향해 손을 들어 아는 척을 한다.
곧 이어서 졸업식이 거행된다.
졸업식은 애국가를 시작으로 거행되고 있었다.
많은 순서들이 지나가고 상장과 상패가 주어지고 나서야 끝이난다.
가족들은 제 각기 딸들을 찾아 꽃다발을 건네주고 함께 사진을 찍느라고 학교 운동장까지 온통 사람들의 물결과 꽃다발 홍수를 이룬다.
“은지!”
정욱은 커다랗고 아름다운 꽃다발을 은지에게 건넨다.
은지의 가족인 동생들과 부모님도 정욱과 함께 있었다.
“우리 딸 축하한다.”
은지의 엄마와 아빠는 꽃다발을 안겨주면서 축하를 해 준다.
이제 결혼을 앞두고 있는 맏딸이었다.
부모의 눈에는 기특하고 대견스러운 자식이다.
지금까지 아무런 말썽도 없고 크게 아픈 적도 없이 곱게 잘 자라주어 제 짝을 만나 자신의 갈 길을 순탄 없이 가고 있는 딸자식이 그저 기특하고 대견스럽기만 한 것이다.
남동생인 은호와 여동생 은원이가 각각 축하를 해 준다.
은호는 이제 다음 달이면 대학 이학년에 올라가고 은원이가 고삼으로 올라간다.
은지의 부모는 그렇게 삼남매를 두고 있는 다복한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부부사이가 그렇게 다정하지 못한 것이 조금은 흠이라면 흠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렇다고 특별하게 부부사이가 나쁜 것도 아니고 그저 무덤덤하다고나 할까 하는 그런 별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사이었다.
그것은 아마 은지 엄마인 신경미의 성격 탓일 수도 있는 것이다.
신경미는 여자로서는 애교도 아양도 부릴 줄 모르는 그저 무덤덤한 성격이다.
남편에게 강짜도 부리 줄 모르고 어떻게 보면 마치 소가 닭을 쳐다보듯 그렇게 별 신경도 관심도 없는 듯 하는 태도로 지금까지 살아온 것이다.
은지는 그런 엄마를 보면서 자신은 절대로 그렇게는 살지 않으리라는 생각을 무수히 해 오면서 성장을 했다.
“엄마!
엄마는 대체 아버지를 사랑하고 있기나 한 거야?“
은지는 가끔 그런 엄마에게 묻곤 한다.
“사랑?
그것이 밥 먹여 주냐?
그저 법으로 묶였으니 사나보다 하는 거지 사랑은 무슨 말라비틀어진 것인지 난 모른다.“
그런 엄마를 보면서 은지는 답답함을 느끼곤 했다.
반면 아빠의 성품은 매우 자상하고 사근사근한 성품이신 것이다.
엄마가 조금만 아빠의 그런 성격을 받아드린다면 더 없이 금슬이 좋은 부부로 살아갈 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하면서 엄마의 성격을 이해 할 수가 없는 은지였다.
엄마는 남편에게 뿐만이 아니라 자식들에게도 그다지 자상하고 살뜰한 마음을 보여주지 않고 무덤덤하게 키웠다는 생각을 하는 은지였다.
은지가 철이 들고 나서 엄마와 다정한 대화를 나눈 기억이 없다.
무슨 얘기든 엄마는 그저 단답 형식으로만 짧게 말을 하고 대답을 할 뿐이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그저 시들하고 귀찮다는 태도로 세상을 살아오신 엄마의 태도를 은지는 이해하기 힘이 든다.
은지는 정욱을 만나 사랑을 나누면서 더욱 엄마를 이해하기 힘이 들어지는 것이다.
남자란 여자들이 하기 나름이라는 생각을 하는 은지로서는 엄마의 성품이 너무 이해하기 힘이 드는 것이다.
학교는 한동안 술렁거린다.
사진을 찍느라 온갖 포즈들을 잡고 야단들이었다.
은지도 가족들과 여러 장의 사진을 찍고 정욱과도 벌써 다른 포즈로 다정한 사진들을 찍어댄다.
사진은 남동생인 은호가 연신 셔터를 눌러댄다.
“누나!
너무 그렇게 다정하게 굴지 않아도 매형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아니까 조금만 입 좀 다물어!
입안에 먼지 들어가겠다.“
은호는 연신 누나인 은지를 놀려대며 사진을 찍어준다.
“이제 그만 하고 나가자!”
신경미는 어서 이 복잡한 곳을 벗어나고 싶다.
천성이 복잡하고 사람 들끓는 곳을 싫어하는 성격인 신경미로서는 이곳을 벗어나고 싶은 생각뿐이다.
“네!
이제 그만 나가시죠!“
정욱은 예비 장모님의 기분을 파악하면서 대답을 한다.
“은지야!
청첩장 꼭 보내야 한다.“
“알았어!
걱정하지 말고 내 결혼식에 꼭 와야 한다.“
친구들이 하나씩 교정을 벗어나면서 은지에게 한 마디씩 던지고 간다.
정욱은 예비처가식구들을 데리고 교정을 벗어나 이미 예약을 해 두었던 식당으로 가기 위해 자신의 승용차가 있는 곳으로 간다.
“매형!
저는 택시타고 갈게요.“
“처남!
미안해서 어쩌지?
장소를 찾아 올 수 있지?“
정욱은 가족들이 모두 탈 수 없는 자신의 승용차를 보면서 은호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진다.
“미안하긴요?
그곳을 쉽게 찾아갈 수 있으니 아무런 염려마시고 어서 떠나세요.“
“알았어!
그럼 우리 먼저 갈게!“
정욱은 차의 시동을 건다.
그리고 서서히 교정을 빠져 나간다.
오늘 만큼은 학교 교정까지 차가 들어오도록 교정을 개방한 것이다.
“정욱씨!
오늘 너무 과용하지 말아요.“
“어유!
언니!
벌써부터 짠순이 행세를 하려고 그러는 거야?“
은원이가 언니 은지의 말에 반박을 하고 나선다.
“형부!
오늘만큼은 주머니의 지갑을 열어야 하신다는 것을 알지요?“
“하하하.........
처제, 걱정하지 말아요.
오늘은 언니를 축하하는 날이니까 아끼지 않고 팍팍 쓸 테니까!“
“역시 우리 형부 멋져!”
음식점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어 얼마 가지 않아서 도착이 된다.
고급 음식점으로 이태리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집이다.
“와!
우리 형부 정말 멋져!
어쩜 이런 곳에다 예약을 하다니........“
은원이는 음식점 입구서부터 입이 벌어진다.
돈이 있는 사람들만이 드나들 수 있는 아주 고급스러운 분위기에 압도당한 듯 하면서도 주변을 세밀하게 살피는 은원이었다.
“은원아!
그만 좀 두리번거리렴!“
은지는 은원이의 옆구리를 찌른다.
“언니!
나 이런 곳에 처음 들어와 보는 건데 언니는 형부하고 자주 와?“
“자주 오기는?
정욱씨가 월급쟁이라는 걸 몰라서 그래?
월급쟁이가 이런 곳에 자주 오면 파산나지 않겠어?“
“와!
정말 멋지고 근사한 곳이야!“
그들은 안내원의 안내를 받으며 지정된 테이블로 간다.
얼마 되지 않아 은호가 도착을 한다.
음식 또한 정욱이 미리 주문을 해 놓았다.
“제가 음식을 미리 주문을 해 놓았습니다.
아버님과 어머님의 입맛에 맞았으면 좋겠습니다.“
음식이 나오자 정욱은 예비 장인과 장모에게 말을 한다.
“아무려면 어떤가?
맛있게 먹으면 되지 않겠나?“
아버지인 서윤수는 정욱의 말에 편안하게 대답을 한다.
서윤수는 음식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어느 음식이건 솥에 둘렀다 나오면 걸레와 행주를 빼고는 거의 못 먹는 음식이 없다 할 정도로 식성이 좋은 사람이다.
그들은 맛있게 음식을 먹는다.
정욱은 그런 예비처가집 식구들을 보면서 흐뭇한 마음을 가진다.
아내가 될 은지를 사랑하고 있었기에 그들 모두 한 가족처럼 친근하고 언제 보아도 정겨운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오랜 시간에 걸쳐 그들을 식사를 한다.
기분 좋은 포만감이 그들의 기분을 한층 고취시킨다.
식사가 끝나고 나서 정욱은 택시를 잡아 그들을 보낸다.
“정욱씨!
오늘 너무 과용하셨어요.“
은지는 미안한 마음도 들고 너무 과용을 한 것이 아깝기도 하다.
“괜찮아!
그런 일이 자주 있는 것도 아니고....
신경 쓰지 말고 어디로 갈까?“
정욱은 은지를 자신의 승용차에 태운다.
“우리 그냥 드라이브를 할까?”
“네!
배도 부르고 하니 드라이브를 하면서 소화도 시키면 좋지요.“
정욱은 차를 외곽으로 몰아간다.
참으로 사랑스런 여인이다.
벌써 삼년 째 두 사람이 만나고 있는 것이었다.
친구의 소개를 받아 만나기 시작하고부터 정욱은 자신이 자꾸 고은지라는 여자에게 빠져 들어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세상에 드러낼 정도로 미인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어디를 내 놓아도 손색이 없는 은지의 미모와 쭉 빠진 몸매도 아름답지만 은지를 만나면서 은지의 마음 씀에 더욱 매료가 되었던 정욱이다.
사치할 줄도 모르고 순수하고 맑은 사람이다.
“은지!
이제 삼 개월 남았지?“
“응!”
은지 또한 그가 무엇을 묻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
그들은 이미 구개월전에 약혼을 한 사이였다.
양가 부모님들께서도 흔쾌히 수락을 하여 약혼을 했다.
결혼식은 은지가 졸업을 한 다음이라는 전제하에 약혼식을 올렸던 것이다.
졸업을 하고 곧 바로 결혼식을 올리고 싶은 정욱이었으나 은지 자신이 오월의 신부가 되고 싶어 했기에 결혼식을 오월로 정한 것이다.
오월의 넷째 주 일요일 날이 그들의 결혼식 날이다.
화창하고 꽃이 만발한 계절의 여왕이라고 하는 오월에 은지는 화사한 웨딩드레스를 입고 싶다는 소망을 말했던 것이다.
정욱과 은지는 손꼽아 자신들의 결혼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그들이 살아갈 집은 작은 아파트였지만 마련이 되어 있었다.
그들은 양가 모두 부잣집이 아니다.
그렇다고 가난한 집도 아닌 그저 지극히 평범한 집안의 아들 딸이었다.
정욱을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취업이 되어 충실하게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직장인이었다.
정욱의 어머닌 아들이 타오는 월급을 고스란히 모아 아들의 명의로 작은 아파트를 준비해 놓으셨던 것이다.
당신들의 물려줄 재산이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아들이 벌어오는 돈을 착실히 모아 아들의 명의로 아파트를 마련해 주는 것이 부모의 할 도리라 생각하면서 그렇게 모아둔 어머니였다.
“이제 마음 놓고 가구들을 보러 다녀야겠어요.
그동안 보아 둔 것이 있기는 하지만 너무 비싼 것을 하지 않을래요.“
“그래!
우리 형편에 맞게 살자.
지금은 비록 조금 모자라고 부족하더라도 살아가면서 하나하나 채우면서 그렇게 살아가자.“
“그래요!
정욱씨가 벌어다 주는 한도 내에서 열심히 살림을 꾸려갈 거예요.“
은지 또한 커다란 욕심이 있는 것도 아니다.
지금의 이 상태가 은지로서는 최상의 만족이었다.
단칸 셋방도 아니고 작지만 아담한 내 집이었다.
그 이상 무엇을 바라고 욕심을 부릴 수 있을 것인가?
정욱을 사랑하는 은지로서는 더 이상의 욕심이 없다.
“은지!
난 지금 너무 행복하다.“
정욱은 한손을 핸들을 잡고 있었고 한손은 은지의 손을 잡는다.
“정욱씨!
나도 가슴이 터질 것만 같은 행복이 이 작은 가슴에 가득 차올라요.
어서 날이 가서 빨리 결혼을 해서 당신과 한 집에서 살고 싶어요.“
“그래!
나도 아침에 눈을 떠서 제일 먼저 만나는 사람이 당신이기를 바라고 있고 잠자리에 들면서 당신을 내 품안에 꼭 안고 잠들고 싶다.“
“정욱씨!
당신의 좋은 아내, 그리고 우리들의 아이들에게 좋은 엄마이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최선을 다해 노력을 할 것이고요.“
“은지는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야!
나도 당신과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최선을 다할 결심이야!
내 목숨이 붙어 있는 한 절대로 다른 여자들을 보지도 않고 오직 당신만의 남자로서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
정욱은 손에 힘을 주며 은지의 손을 꼭 잡는다.
지금까지 은지를 만나오면서 정욱은 단 한 번도 은지를 가지려는 행동을 하지 않고 있었다.
이렇게 손을 꼭 잡는 것이 정욱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은지를 사랑하고 있는 만큼 은지를 아끼고 보살펴주고 싶은 마음인 것이다.
그런 정욱의 마음을 은지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에 항상 정욱을 믿고 바라보는 마음엔 행복이 넘쳐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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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2.18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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