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와 다리가 아픈데 어떻게 하지?
척추질환 수술은 완치가 아닌 통증 원인제거
척추질환은 직립보행하는 인간에게 숙명이기도 합니다. 네발로 걸어 다니는 동물은 척추질환이 없지만 서서 또는 앉아서 생활하는 인간은 나이 들수록 척추에 이상신호가 켜집니다. 단순히 노화 때문만은 아닙니다. 잦은 야외활동과 잘못된 자세, 혈액순환 장애도 척추질환의 원인으로 꼽습니다. 척추질환과 수술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봅니다.
척추관협착증 환자 74%가 60세 이상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4년 약 1,260만 명, 즉 우리나라 국민 4명 중 1명이 척추질환으로 병원을 찾았습니다.
2016년 기준 한 해 동안 척추질환 수술건수는 16만 8,836건으로 백내장, 치핵(치질), 제왕절개수술에 이어 네 번째로 많습니다.
대표적인 척추질환은 등통증, 등뼈·등허리뼈 장애, 척추관협착증, 요통, 좌골신경통, 추간판탈출증(허리디스크) 등입니다. 30~40대에는 허리디스크 질환이 많지만, 50대 이상에는 척추관협착증이 더 많습니다.
척추관협착증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연간 약 148만 명이며 연령별로는 70대가 전체 환자의 32.6%로 가장 많고, 60대(30.1%), 50대(18%), 80세 이상(11.9%) 순으로 많습니다. 척추관협착증 환자의 74%가 60세 이상인 셈입니다.
허리디스크는 척추뼈 사이에 존재하는 물렁뼈 조직인 추간판(디스크)이 튀어나오면서 신경을 건드려 통증을 일으킵니다. 척추관협착증은 척추신경이 지나가는 통로인 척추관이 좁아지면서 그 안의 신경이 눌려 아픔을 유발하는 질환입니다.
허리디스크는 걷기와 상관없이 허리부터 발까지 통증과 저림을 느끼지만 척추관협착증은 걸으면 통증이 더 심해집니다. 허리디스크는 앞으로 숙일 때 통증과 저림이 더 심해지는 반면, 척추관협착증은 허리를 앞으로 숙이면 증상이 완화됩니다.
어느 병원, 어느 진료과로 가야 할까?
요통이 발생하면 어느 병원, 어느 진료과로 가야 할지 몰라 갸웃거립니다. 척추질환을 치료하는 의료기관은 정형외과, 신경외과, 마취통증의학과, 재활의학과, 한방병원(한의원) 등입니다.
일반화시키기는 곤란하지만 정형외과는 뼈를 중심으로, 신경외과는 신경을 중심으로 통증유발 원인을 찾습니다. 정형외과와 신경외과는 통증주사나 물리치료 후에도 낫지 않으면 대부분 수술이나 시술을 권합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척추관절병원이 우후 죽순처럼 생기면서 무리한 수술과 과잉 시술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마취통증의학과는 통증 관점에서 접근해 인대강화주사, 신경성형술 같은 비수술치료를 선호합니다. 일부 척추질환자는 마취통증의학과의 비수술요법(시술)으로 낫지 않으면 다시 정형외과로 옮겨 수술을 받기도 합니다.
재활의학과는 보존적 치료와 함께 환자의 운동능력에 따라 근력강화에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재활의학과는 운동선수나 젊은층이 많이 선호하는 편입니다. 최근들어 척추질환을 예방하려면 코어근육(척추와 관련된 근육)을 키워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고령층 환자도 늘고 있습니다. 한방병원은 침, 뜸, 추나요법과 같은 자세교정·물리치료, 한약으로 요통을 치료하고 있습니다.
수술 진단 땐 다른 병원에서 크로스체크를
척추질환 치료방법은 의사 성향, 대학병원인지 개원병원인지에 따라 다릅니다. 따라서 현재 치료받는 병원에서 수술을 권한다며, 다른 병원에서 크로스체크
(2차 소견)을 한 번 더 받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 정형외과에서 수술진단을 받았다면 마취통증의학과나 재활의학과에서 조언을 받는 게 좋습니다. 미국 병원은 대부분 스파인(척추)센터가 있어서 분야별 전문의가 협진을 통해 수술여부를 진단하지만, 우리나라는 의사 1명이 수술진단을 내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술은 일단 해버리면 원상태로 복구하기 힘들고 수술해도 부작용이 생기거나 재발할 수 있으므로 신중해야 합니다.
그러나 배변·배뇨 장애를 비롯해 감각마비, 운동마비가 동반된 경우라면 수술을 고려해야 합니다. 이제는 100세시대이기 때문에 수술을 무작정 기피하지 말고 삶의 질을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물론 수술 후에도 후유증과 부작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척추수술은 완치가 아니라 통증 원인을 제거한 것에 불과합니다. 오래된 집은 대들보가 무너지듯 척추역시 나이가 들면 수술 부위 외에 또다시 통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척추수술의 진화로 비절개수술이 대세
일반적으로 허리디스크는 대부분 수술하지 않고 완치되지만, 척추관협착증은 보존적 치료와 함께 수술 또는 시술(비수술)로 치료했습니다. 그동안 치료가 꼭 필요한 추간판탈출증은 주로 내시경술로 이뤄졌고, 척추관협착증은 전신마취를 통한 절개수술 또는 나사고정수술을 했습니다. 기존 수술법은 수술 부위의 인접 마디 변성이 잘 일어나서 또 다른 통증을 유발한다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척추관협착증 수술은 디스크질환에 적용돼 오던 내시경치료가 응용되면서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절개수술과 전신마취를 하지 않고 치료가 가능해진 것입니다. 척추관이 좁아져 신경이 눌린 상태를 내시경을 넣어 병변을 보면서 치료한다는 측면에서 기존 절개수술보다 진일보한 것입니다.
내시경을 접목한 내시경시술은 신경성형술, 내시경 레이저, 경막외강내시경술(꼬리뼈 내시경치료술), 고주파 수핵성형술, 미세현미경 수술 같은 치료방법과 사용하는 수술 도구에 따라 수술 명칭이 다양해 졌습니다.
신경성형술은 지름 1.2mm, 길이 40~50cm의 가는 관(카테터)을 디스크가 튀어 나오거나 척추가 달라붙어 통증을 일으키는 부위에 넣은후, 유착방지제 등을 뿌리는 것입니다. 내시경레이저는 칼 대신 레이저로 튀어나온 디스크를 태워 없애는 방법입니다. 경막외 내시경, 경막외신경강압술 등은 카테터를 이용한 시술이고, 고주파 수핵성형술은 바늘을 이용합니다. 미세현미경수술은 현미경으로 수술 부위를 크게 확대해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피부를 2cm내외만 잘라도 안전하게 수술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척추 좌우에 구멍을 하나 또는 두 개를 뚫어 척추관협착증을 치료하는 단일통로 협착증 내시경 시술(PESS), 두 구멍 척추내시경(BESS)등이 개발됐습니다.
예방의 지름길은 근력운동
척추관협착증을 예방하려면 반듯한 자세를 갖는 습관과 척추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게 좋습니다. 또한 허리 코어근육은 척추의 퇴행을 막는 효과가 있으므로 등이나 허리 주변, 배근육을 강화시키는 근력운동이나 스트레칭을 꾸준히 해야합니다.
일반적으로 척추질환은 겨울철이나 환절기에 많이 생기는데, 그 원인은 근력저하 또는 근감소증입니다. 고령 환자는 반드시 주치의와 상담해 근력운동 방법과 강도를 조절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근육량은 30세쯤 정점에 달하고 40세 이후 해마다 1%씩 감소해 80세가 되면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따라서 나이들수록 근력운동으로 근육을 탄탄하게 키워야 합니다. 근력운동은 어깨와 허리, 가슴, 배, 다리 같은 주요 근육을 골고루 발달시키는 아령·덤벨 들어 올리기, 요가 등이 좋습니다. 유산소운동으로는 걷기, 자전거 타기, 조깅, 러닝머신을 권합니다.
엉덩이 근력운동은 일상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이 많습니다. 팔굽혀펴기, 고관절 스쿼트, 계단 오르내리기, 무릎 굽혀 균형 잡기, 한쪽다리 뒤로 뻗기 등이 집 안에서 할 수 있는 손쉬운 엉덩이 근육 단련법입니다.
허리를 꼿꼿이 펴면 척추관이 더 좁아져 통증과 다리저림 증상이 심해지므로 숙면을 위해서는 척추관이 넓어지도록 옆으로 누운 자세에서 양 무릎 사이에 베개나 쿠션을 끼거나 허리를 약간 구부리는 자세가 도움이 됩니다.
● 척추관협착증일까? 허리디스크일까?
엉덩이나 허벅지가 땅기며 저리다. 종아리 부위가 아프고, 쪼그려 앉는 게 편하다. ▶ 척추관협착증
한쪽 다리와 발이 저리고 잘 일어나지 못한다. 쪼그리고 앉아 있으면 허리 통증이 심해진다. ▶ 허리디스크
글/이병문 leemoon@mk.co.kr 매일경제신문의료전문기자입니다.연금지 독자가 궁금해하는 건강정보를 전하는 건강지킴이입니다.
위 내용은 공무원연금공단이 발행하는 월간'공무원연금'지 2018년8월호에 실린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