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렬 북한 군축평화연구소 대리소장이 4일 영국 런던의 싱크탱크인 채텀하우스 연설에서 “한반도 비핵화는 오직 미군철수 등을 통한 미국의 적대적 조처 중지와 북·미의 핵폐기를 위한 동시적 조처 이행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했다. 한 소장은 불과 몇 달 전까지도 駐주유엔대표부 차석대사로 미국에서 북한의 ‘입’ 역할을 했던 사람이다.
그런 그가 주한미군이 철수해야 핵을 포기하겠다고 말한 것은 북한이 앞으로 이 문제를 핵 협상에서 본격 거론하겠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 이 발언이 북한의 본심이라면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이나 마찬가지다. 6자회담, 9·19 공동성명, 2·13합의, 미·북 관계정상화 협의가 다 무용지물이고 북의 최종 목표는 ‘시간을 끌다 핵 보유국이 되는 것’이란 우려가 확인되는 것이다.
북한이 협상용 카드로 미군 철수를 꺼내 든 것일 수도 있다. 김정일은 남측 인사들에게 주한미군의 존재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한 적도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한 소장의 말은 앞으로 북핵 협상이 얼마나 험난할 것인지를 보여주는 예고편과도 같은 것이다.
북한은 앞으로 핵무기 폐기는 고사하고 핵시설 불능화까지 가는 길에도 수많은 관문을 만들어 하나하나 통과할 때마다 감당하기 어려운 대가를 요구할 것이다. 서해상의 군사분계선을 남쪽으로 밀어내 백령도, 연평도 등을 고립시키려는 북방한계선(NLL) 재획정 요구, 모든 한·미 연합훈련의 완전 중단, 국가보안법 폐지, 경수로 제공, 천문학적인 경제 지원 등의 요구가 계속 따라붙을 게 뻔하다. 요즘 북한 해군사령부가 하루가 멀다 하고 NLL 문제를 경고하고 있는 것은 이런 복선을 깔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새로운 요구가 나올 때마다 남한에선 국론이 갈라지고 갈등은 거리에서 불거질 수밖에 없다. 당장 주한미군 철수를 본격적으로 요구하고 나서는 세력이 등장할 것도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지금 대한민국엔 우리가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을 지키면서 이 가시밭길을 걸어갈 것인지에 대한 논의조차 없다. 명색이 안보 정당이라는 한나라당조차 대통령 선거에만 온 정신이 팔려 눈앞의 북핵 사태마저 못 본 체하려는 것이 현실이다.
첫댓글 미군을 담보로 핵포기를 안하겠다는 말은 핵을 절대로 포기못하겠다는 말이다..
미군 철수한다고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는 않읍니다. 어림없는 소리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