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로 항상 붐비는 방콕 시암스퀘어. 이곳 인터넷카페를 찾는 태국 신세대들은 요즘 온라인게임 `열혈강호`에 푹 빠져 있다. `도무사` `검무사` 등의 캐릭터들이 펼치는 코믹액션에 푹 빠져 한번 앉으면 서너 시간씩 게임에 몰두하기 일쑤다. 태국에서도 친숙한 무협이라는 소재에 화려한 그래픽을 가미해 폭발적 인기를 얻고 있는 이 게임은 한국업체 엠게임이 개발했다. 하지만 한국보다 아시아 회원 수가 더 많다. 태국과 대만에서는 각각 회원 수 300만명을 돌파했고, 중국에서는 무려 5000만명에 달한다.
온라인게임은 아시아에서 요즘 최고 한류상품이다.
아시아적 가치가 반영된 스토리와 첨단 인터넷 기술이 결합된 한국 온라인 게임은 영화와 드라마를 능가하는 한류 콘텐츠로 부상했다.
동남아에서 2년 전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넥슨의 `메이플스토리`는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싱가포르에서는 `국민 게임`이라 할 수 있을 정도다. 현재 누적 회원 수 150만명으로, 싱가포르 국민 세 명 중 한 명이 이 게임을 즐기는 셈이다.
넥슨의 또 다른 게임 `카트라이더`도 쉬운 조작법과 친근한 캐릭터로 아시아인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특히 대만에서 인기가 대단하다.
올해 초 서비스를 시작한 지 반년 만에 회원 수가 350만명으로 늘었다.한국영화 수출액보다 게임 수출 규모가 10배에 달한다는 통계가 말해주듯이 수익성도 엄청나다. 하반기 최고 기대작 중 하나로 꼽히는 `헬게이트:런던`은 중국과 대만, 싱가포르 등 3개국에 수출하며 계약금으로만 5400만달러(약 500억원)를 벌어들였다.
영화나 드라마의 수명이 1, 2년에 불과한 반면 온라인 게임은 그보다 훨씬 긴 시간 동안 한국을 알릴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엔씨소프트가 만든 `리니지`는 아시아 각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지 5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변치 않는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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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최대 쇼핑몰에 LG전자의 LCD TV 제품이 걸려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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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e in Korea`가 프리미엄 제품의 상징이 된 경우도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산 가전제품은 `품질에 비해 가격이 싼 제품`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지만 최근에는 프리미엄 이미지로 바뀌었다. 양문형 냉장고와 드럼세탁기 LCD TV 등 프리미엄 제품군에서 한국산이 시장을 석권한 결과다. 한국산 가전제품은 아시아에서 중산층을 분류하는 기준이 되다시피 했다. 카자흐스탄에선 세탁기 두 대 중 한 대가 한국산이다.
LG전자와
삼성전자가 만드는 전동세탁기는 알마티를 비롯한 대도시에선 집집마다 한 대씩 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명승
LG전자 알마티 지사장은 "세탁기 주문량이 밀려 있기 때문에 재고가 쌓일 틈도 없이 팔려 나간다"면서 "생활가전 매출이 매년 50% 가까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카자흐스탄에선 냉장고도 한국산 제품이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인도에서는 한국산 컬러 TV가 안방을 점령했다. 올해 5월까지
LG전자와
삼성전자는 인도에서 169만대의 컬러 TV를 팔아 한국 업체들이 시장점유율 40%를 차지했다. 가파른 경제성장으로 특히 평판 TV 수요가 매년 두 배씩 늘고 있는데, LCD TV의 경우 한국 업체들이 시장의 70%를 쥐고 있다. 특히
LG전자는 세탁기와 에어컨 냉장고 전자레인지 등의 품목에서도 인도시장에서 1위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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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한국어학당에서 아시아권 외국학생들이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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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 가전제품이 중산층 가정에서 `우아하게` 한류 붐을 일으키고 있다면 매연으로 뒤덮인 도심을 숨가쁘게 달리는 한류도 있다. 한국산 중고버스다.
몽골 베트남 캄보디아 등지로 수출되는 중고버스는 해마다 수천 대에 달하는데, 재미있는 점은 한글 광고판을 그대로 달고 다닌다는 사실. 한류 드라마 인기로 한국 배우가 등장한 광고가 붙어 있으면 더 비싼 대접을 받기 때문이다. 특히 무더운 동남아에서는 에어컨 `빵빵한` 한국 버스가 최고 인기다.
[기획취재팀 = 박만원(팀장) 기자 / 조시영 기자 / 방정환 기자 / 이소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