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여행이다2_남미
삶은 여행이다. 사진도 여행에서 비롯된다.
9월과 10월에 걸쳐 갤러리 브레송에서는 일본, 남미, 인도, 파푸아뉴기니로 이어지는 사진여행을 시작한다.
아르고스의 눈_남영주 개인전
일시: 2019.9.20~9.28
유년 시절 나는 괴상한 이야기들과 그림에 끌렸다. 연금술사나 마법사들, 실존하지 않는 동물과 식물들에 관한 이야기, 만화경 속의 세계에 황홀했다. 마그리트(René Magritte)나 에셔(M.C.Esche)를 좋아하게 된 것은 이러한 흥미로움의 연장선이었는지도 모른다. 순환적 시간관, 다층적 공간관을 표현한 이들의 작품은 내 의식 깊이 자리 잡았다.
2018년부터 거울을 이용하여 다양한 세상 보기를 시도했고 이것은 진지한 실험이자 즐거운 유희였다. 거울을 사용해 이미지를 끌어들이거나 변형시키기도 했고, 여러 장의 거울을 이용해 내러티브를 만들기도 했다.
2019년 4월과 5월 63일간 남미대륙을 여행하면서 거의 편집증적으로 거울 작업에 천착했다. 거울을 통한 바라봄으로써 외눈박이 키클롭스에서 100개의 눈을 가진 아르고스로 바뀌어 한눈에 볼 수 있는 일상의 시각 범위 너머에 있는 공간을 사진에 끌어들였다. 공간을 접거나 휘고, 반사해서 이미지를 확장하거나 엉뚱한 곳에 감금시키거나 증식시켰다. 착시효과에 의한 시간의 흔적을 보여줌으로써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어 3차원 공간과 단선적 시간 개념을 비틀어보았다. 객관적 성질에 해당하는 사물의 형태, 수, 크기, 위치를 거울 작업이란 마술로 가변적 성질로 바꿈으로써 공간과 시간을 주관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다.
이러한 작업은 마르케스(Gabriel Garcia Marquez)를 비롯한 라틴아메리카 작가들의 문학적 기법인 마술적 사실주의(Magic Realism)의 사진에의 적용이라 할 수 있다. 마르케스는 소설 《백년의 고독》에서 현실 세계의 인과법칙에 맞지 않는 문학적 서사를 통하여 가상의 도시 마콘도(Macondo)를 창조했다. 나의 거울 이미지에는 실상과 허상이 초현실적으로 교묘하게 결합 되어 있다. 허구와 현실이 맞물려 있는 지점에서 거울로써 실상과 허상을 격리하고 있는 벽을 제거하여 제3의 현실을 보여주고자 했다. 사진을 바라보는 동안 자신도 모르게 현실의 영역에서 가상의 영역으로 들어와 있음을 알게 된다. 이러한 현실 공간과 가상공간으로의 자유로운 유영의 경험은 대상 간의 융합에 대한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주리라 기대한다.
새로움을 추구하는 현대예술에서 거울을 통한 형식과 내용의 파격으로 우리의 삶과 현실을 다시 바라보고자 노력했고 이 즐거운 유희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