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의 고속도로 휴게소, 흑산도 철새박물관
흑산도 상라봉에서 제비가 하늘을 나는 모습을 무척이나 반가웠다.
내게 박 타는 복이 오려나? 그러나 내가 본 것은 제비가 아니라 칼새. 무리를 지으며 땅에 닿지 않고 빠른 속도로 방향을 바꾸며 난다. 무려 200여 일 동안 비행하는데 잠자는 것도 먹는 것도 날면서 한다고 하니 신기함을 더한다.
이렇게 흥미진진한 새 이야기를 한 곳에서 들을 수 있는 곳이 흑산도의 신안 철새박물관.
흑산도, 홍도는 목포에서 120km, 중국 양쯔강 하구에서도 450km 등 인간의 발길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그래서 시베리아, 대만, 동남아시아를 잇는 철새들의 고속도로 중간 기착지 즉 오아시스나 휴게소 역할을 한다. 국내에 기록된 600여 종 중에 420여 종의 새를 흑산도 권역에서 관찰된다고 하니 놀랄만하다. 이문세의 히트곡 '파랑새'와 깃털이 화려한 '팔색조' 등 다양하고도 희귀한 철새의 박제로 만날 수 있다.
아무래도 흑산도를 상징하는 새는 흰꼬리수리. 날개를 펴면 2미터, 벼랑에 간신히 뿌리 내린 소나무에 둥지를 튼다고 한다. 이렇게 외딴 무인도나 절벽은 포식자의 접근이 어렵기 때문이다. 흰꼬리수리 박제는 볼 수 없지만 실물 크기의 벽화를 볼 수 있으니 놓치지 마라. 포토존으로 손색이 없다.
육지의 새는 한 해 5~10개의 알을 낳지만 바다새는 1~2개 정도, 그래서 외부 침입자가 알을 가져가면 한해 자식 농사를 망친다고 한다. 그리고 대부분 일부일처제로 오랫동안 부부가 같이 산다고 하니 기특하다.
그림이나 사진이 아닌 희귀 철새의 박제를 볼 수 있는 것이 철새박물관의 매력. 예산군이 기증한 황새와 홍도에서 발견된 뜸부기도 볼 수 있다. 한여름 에어컨을 팍팍 트는 이유도 박재된 철새를 보호하기 위함이란다. 아이들이 박제 새를 만지면 엄마한테 귓속말로 박제 가격을 알려준다고 한다. 그럼 엄마는 아이들에게 달려가 말린다고 한다. 새 박제 한 마리는 소나타 가격 ^^
새 집을 만들어주려면 입구가 작아야 한다. 크게 하면 양아치인 까치가 들어오거나 고양이의 침입. 그래서 간신히 몸만 간신히 빠져나가는 입
구멍.
이렇게 김수영 철새박물관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면 새의 고향 흑산도가 참으로 사랑스럽고 신안의 철새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된다. 입장료 5천 원이 전혀 아깝지 않다.
안타까운 사연도 들려준다.
1965년 북한의 한 농부가 밭을 갈다가 발목에 금속가락지를 한 채 죽은 새를 발견하게 된다. 농부는 예사롭지 않는 새인 것 같아 북한조류연구소에 새를 전달한다.
북한의 조류학자는 이 새가 북방찌르레기임을 알게 되었는데 그 가락지에 새긴 글자 C76555는 일본이 발신지인 것이다. 이 작은 새가 어찌 동해를 건너 북한까지 왔단 말인가? 그래서 북한의 노학자는 일본에 수소문해 일본 어느 지역에서 가락지를 달았는지 문의한다.
답변인 즉 당시 한국은 가락지를 만드는 기술이 없어 일본 가락지를 수입했고 그 일련번호는 서울이라고 알려줬다.
그리고 그 가락지를 단 사람은 경희대의 원병호 박사.
일본에 문의한 북한의 노학자는 원홍구. 즉 원병호 박사의 아버지다. 한국전쟁으로 아들은 월남했고 15년 만에 아들이 자신과 같이 새를 연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새를 통해 혈육의 끈이 연결된 것이다.
안타깝게도 부자는 서로 만나지 못했다. 이보다 더 남북분단의 비극이 어디 있단 말인가?
가끔 전방에 가면 남북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새를 보고 무척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부자는 새를 보면서 애간장이 녹았을 것이다.
원병호 박사의 제자 중 한 분이 그 유명한 새 박사인 윤무부.
첫댓글 그런 사연이 있군요.
마음이 아프네요.
자유롭게 왕래라도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흑산도에 이런 장관이 기다리고 있군요
남북간 분단의 아픔을 6월에 다시한번 생각키우는 글
감사합니다^^
예전 흑산도 갔을때 날씨가 안좋아 멀미한 기억만 납니다.
기회 만들어 다시가 여러군데 돌아보고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