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륜에서 올라와 한볕이랑 염주체육관에 갔다.
여전히 값이 비싸 뒤적이기만 한다.
한볕이 츄리닝과 나의 반바지를 사고 나온다.
잘 참던 한강이가 집에 가잔다.
체육관 앞 스포츠 용품 가게들이 줄지어선 곳에 차를 세우고
롯데리아에 가서 햄버거로 저녁을 때운다.
내일 마라톤에 영향 없으려나.
아식스에 가서 신발을 샀다.
이제 막 마라톤 초보자라 했더니 주인 아줌마가
발을 재어 보며 신발을 권한다. 왼발이 더 크다.
육만원짜리다.
나에게는 과분하다. 한볕이는 아빠도 싸구려만 사지 말라고 한다.
나는 가난한 아버지를 두어서 그렇다고 카네기의 말을 흉내낸다.
결국 그 신발을 산다. 한강이 신발도 사고
돌아와 설레이며 신어보니 참 좋다.
비싼 것이 좋은 모양이구나. 20만원 되는 신발도 있던데 참.
이제 10킬로미터를 세번째 뛰면서 뭐 거창하게 준비할 것도 없다고 생각하지만
아침엔 일찍 일어났다.
아침을 혼자 먹고 7시 반에 집을 나선다.
고속도로를 달리니 8시 20분쯤 정읍에 도착한다.
학생 자원봉사자들이 길안내를 열심히 하고 있다.
차를 정읍중 운동장에 두고 서서히 운동장으로 걸어간다.
아직 시간이 멀었다.
배번을 찾고 옷을 갈아 입는다.
동호인들이 대부분이다. 하프를 뛰려는 사람들은 준비운동을 열심히 한다.
나도 햇볕을 피해 운동장 가에 가서 몸을 움직여 본다.
서툴다. 자신있게 체조하거나 운동장을 달리는 사람들에 비해 나는
위축되어 있다. 구경한다. 무엇을 구경하는가?
학생들이 신나는 풍물을 하더니 개회식을 한다.
김원기 국회의장의 지역구라고 그는 안 왔어도 국회마라톤동호회 플래카드도
걸리고 의장 정무수석이라는 이도 축사를 한다.
여성이 사회를 보는데 광주 MBC 아나운서했던 조인숙이란다.
가서 후배라고 인사할까 하다가 괜한 짓이라고 생각한다.
하프가 10시에 출발하고 드디어 달린다.
강변을 따라 올라가는 길이 상쾌하다.
신발이 좋아서 그런가 몸도 가볍다.
내장산 가는 도로를 올라가다 다시 갈대가 가득한 강변으로
달린다. 비포장도 있지만 달릴만하다.
길 가에 벼를 널어 놓은 사람들은 불만이 있을 듯하다.
그들은 달리는 우리들을 신세좋은 놈들이라고 할 것 같다.
물을 두 번 달리면서 마시고 중간에 명치 끝도 살짝 아프더니
괜찮다. 운동복을 통일한 동호인들이 쑥쑥 앞질러 간다.
막판에 힘을 내어 속도를 높여본다.
운동장에 들어오니 52분 15초 쯤이다.
기록이 많이 나아졌다. 계절 탓이리라.
11월에 담양에선 하프에 도전해 볼까?
내장사 두고 추령 위 장승공원과 산림박물관도 지나친다.
복흥 긴 들판은 가을 걷이가 벌써 끝났다.
복흥 소재지에서 용면가는 길을 물으니 젊은이는 모르고
할머니는 친절하게 안내해 준다.
문닫힌 월산동초앞 지나 담양 읍에서 헤매이다가
광주로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