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국제연극제<20024-07-30(화)>
1. 홍길동전, MZ허균의 율도국 탈출기(창작집단 양산박)
작품은 제법 무거운 주제를 다룬다. 영화를 만드는 젊은이들은 허균의 비운한 삶을 추적하며 그가 말하고 싶었고 성취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지 접근하려 한다. 그 과정은 같은 주 제의 두 개의 병행되는 사건과 함께 이루어진다. 허균의 말과 행동을 추적하는 젊은이들에게도 중요한 문제는 그들이 하고 싶은 말과 행동의 실체였기 때문이다.
다양한 장면과 사건이 이러한 주제를 표현하기 위해 동원되고 서로의 사건은 중첩되거나 패러디된다. 상당히 활기차고 요란스러운 퍼포먼스가 연속되기도 한다. 하지만 주제가 무엇인지는 알겠지만, 그 주제를 표현하려는 방식은 상당히 혼란스럽다. 제목에 붙은 'MZ'라는 단어처럼 그들이 표현하는 감성과 방식에 대한 동조가 부족하기 때문일까? 배우들이 내뱉는 단어들은 뜅겨나가고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모든 대사와 동작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가정되다면 많은 부분은 연결의 꺽쇠가 상당히 무단 느낌이다.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일까? 배우들의 대사구사력이 좀 더 명료하고 능숙하지 못한 결과일까? 아니면 불통의 시대를 살았던 허균의 아픔을 현대적 상황에 다시 도입하여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불통의 고통과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아픔을 그려내려 했기 때문인가?
연극은 상당히 길다. 110분의 시간 마지막 부분에서 조금은 정돈된 대사를 통해 작품의 의도를 설명하고 있지만, 그 설명을 통해서도 앞부분은 여전히 해석되지 않는다. 모호하고 열정적인 부분들이 분출된 채 그저 흩어져 있다. 판단은 보류한다. 작품의 구성과 표현에 대한 무지가 있다고 전제해본다. 어떤 계기가 작품의 내면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해본다. 그럼에도 몇 몇 주역 배우들의 설익은 발성은 조금 불편하다. 내용과 관계없이 대사의 기본적 표현 형태는 동일하기 때문이다.
2. 광화문, 그 사내(대유커뮤니케이션즈)
이순신이 치열하게 살았던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의 이야기는 이제 전 국민에게는 너무도 익숙한 내용이 되었다. 그러한 익숙함을 새로운 표현양식을 통해 매력적으로 표현한 작품을 발견했다. 마지막 노량해전을 앞둔 이순신의 고뇌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는 플래시백 형식으로 과거의 이야기를 끄집어내며 이순신의 익숙하지만 여전히 감동스러운 이야기 속으로 안내한다. 그런데 그 방식은 생생한 빛과 음악 그리고 춤과 동작의 현란한 동작 속에서 펼쳐진다. 시작부터 관객들의 시선을 압도하는 빛으로 무장한 장군의 신비스런 춤은 연이어 등장하는 아크로바이트적인 동작으로 계속 이어진다. 내용보다는 표현에 초점을 맞춘 총체적인 퍼포먼스였다.
내용은 중요하지 않다. 다만 내용을 보여주기 위한 고난도의 동작과 춤과 음악이 통합된 공연은 뜨거운 여름밤의 열기를 더욱 가열하게 만들었다. 거창 수승대의 밤을 함성과 열정으로 가득차게 만든 것이다. 기존의 정돈된 형태의 연극만을 보다 조금은 새로운 방식의 공연과 접하게 되니 과거에 머물고 있는 퇴행적 인식에 대한 반성이 느껴진다. 이제는 내용적 의미보다는 형식적 화려함과 세련됨이 더욱 사람들의 관심과 호응을 얻는 시대이다. <광화문, 그 사내>에서는 새로운 변화를 확인하였고 그러한 변화를 현재적으로 호흡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열정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과거의 장점도 미래에 대한 비전도 상실한 채 그저 형식적인 도전에만 안주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빛을 활용한 새로운 형식의 공연은 변화를 위해서는 우리의 편견과 장벽을 깨야한다는 암시를 주었다. 어떤 내용도 그것을 보여주는 방식에서 매력을 느낄 수 없다면 그것은 죽어있는 것에 불과하다. 화려한 공연을 통해 개인적인 우울과 매력적인 순간 모두를 경험한다.
첫댓글 화려한 시대의 흐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