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토요일에 한문시험을 보러 갔습니다. 시험시간은 오후 3시. 초행길이라 좀 일찍 출발했지요. 차안에서 앞에 계신 스님께 어디서 내리는지 잘 알려달라고 몇번이나 부탁을 드렸더니 스님께서 뭐라뭐라 하시는데 그 말을 잘 알아 듣기가 어려웠습니다. 워낙 서울 말만 사용해온^^ 저라 그래도 충청도 말은 그런데로 알겠는데 정말 스님 말씀은 잘 이해하기가 어렵더군요. 그래서 학생들이 뒤에 있길레 내가 옥천에 가야하는데 내리는곳을 알려 달랬더니 스님께서 야단을 치시면서 아마도 가만히 있으면 당신이 다 알아서 알려주실건데 안달을 하신다는 뭐 대충 그런 말씀을 하신것 같애요. 작은 터미널에 도착을 하자 스님께서는 내리라고 하시는데 일어서서 아주 친절하게 일러 주시면서 다시한번 다 알려줄건데 그냥 자신을 못 믿는다는 투에 말씀을 하셨는데 좀 민망한 생각도 들고 감사한 마음도 들더군요. 인사를 몇번이나 하고 차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시험 장소에 가니 썰렁하니 아무도 없어요. 허긴 많이 이른 시간에 도착을 했지요. 뒤에는 산이요 앞에는 아파트가 진을 치고 있어서 아주 더웠습니다.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한병 사서 마시고 시험장소에 가보니 관계자들이 나와서 친절하게 시험장소까지 안내를 해 주었습니다. 제 자리가 16번이라고 알려 주어 찾아서 앉으니 가장 앞 자리여요. 시간이 감에 수험생들이 속속 도착을 하는데 대부분 학생들이고 성인들도 몇 명 있었지만 역시 나이가 가장 많은 사람은 저 였지요. 그런데 가만히 보니 학생들이 손에 무슨 종이 쪽지를 들고 다니는게 뭔가 하고 생각을 해보니 수험표여요. 아차! 그 순간 제가 수험표를 며칠전에 핸드백에 넣어둔 생각이 났지요. 오늘은 배낭을 메고 왔는데 수험표를 안가지고 왔다는걸 깨달은것은 시험시간 9분전! 아 정말 아찔 하더군요. 교실을 나와서 저를 지도해준 선생님께 전화를 했지만 받지를 않으셔서 다음 기회에 봐야 하나보다 하고 있는데 시험관이 와서 들어오라고 해요. 4분전이더군요. " 저 어떡하죠. 수험표를 안 가지고 왔어요" 다음에........
마음 속으로는 어떻게 안 될까요? 를 외치면서 간절하게 시험관 얼굴을 바라보니 일단 들어오라고해요.
" 일단 시험을 보시고 나중에 확인을 해 드리겠습니다" 쫄아 붙은 마음에 희망이 생기고 답안지를 먼저 나눠주는데 한장만 가지고 나머지는 뒤로 잘 넘겼지요. 그리고 문제지를 주었는데 그냥 멍청하니 가지고 있었더니 시험관이 가까이 오더니 제것만 남기고 뒤로 보냈습니다. 답안지 작성요령을 미리 연습을 했지만 시험관에게 다시한번 확인을 하고 시험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또 왠일입니까. 손이 덜덜 떨리는데 글씨가 써지지를 않는거여요. 새발 네발 몇 자를 적다가 도저히 안되겠기에 음료수를 꺼내서 한 모금 마시고 마음을 좀 진정을 하자 하고 자신에게 주문을 걸어 보았습니다. 그러자 지우개(요즘은 화이트를 안쓰고 테프.그냥 지금 이름이 생각이 안나네요^^)가 바닥에 떨어졌습니다. 시험관이 빠르게 다가오더니 주워 책상에 올려 주더군요. 시험시간은 1시간이나 되어서 시간이 모자라지는 않을것 같애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쓰기 시작했지요. 조금 나아져서 시험지에 답을 적고 번호를 맞춰보면서 답안지에 적어갔죠. 모르는 문제가 나오면 답안지에 공란을 남겨 두어야 하기 때문에 서로 번호가 엇나가지 않게 몇번이나 확인을 하면서 100문제를 다 풀고 도저히 아니다 싶은 글씨는 지우고 다시 몇자를 새로 적어 넣었습니다. 생각 같아서는 답안지를 다시 작성하고 싶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모자랄까봐 점검을 하고 있는데 " 다 적으신 분은 답안지를 내시고 가셔도 됩니다" 해요. 시간이 거의 되어 가나보다 싶어 수험번호에 대해서 어떨까를 물으니 그 사이에 준비를 해 두었는지 수험표를 알려 주면서 체크를 하라고 했습니다. 답안지를 내면서 모기만한 소리로 " 감사 합니다" 하고 부리나케 교실을 나오니 지도 선생님께서 기다리고 계시더군요. 자세한것은 나중에 말씀 드리겠다고 하고 급히 그곳을 내려와서 사무실 앞을 지나니 안내 해 주었던 직원이 어떻게 잘 보셨느냐고 묻는데 대충 인사를 하고 그 자리를 빠져 나와 택시를 타고 터미널로 가니 바로 버스가 있어 탔는데 얼마나 잠을 잤는지 깨어보니 집앞 냇가가 보이는것이다.
입이 말라 입천장에 혀가 붙어버린것 같았다. 주저 않고 싶은 마음을 참으면서 川邊을 걸어 집으로 오는데 정말 힘이 들었다.
새삼 나이를 실감하면서...
어제 지도 선생님이 오셔서 채점을 해 보시더니 2-3개 정도 틀린것 같다고 하신다.
과연 채점자들이 내 글씨를 알아보기만 한다면 합격은 하는건데....
하지만 나는 용감하게 2급을 다시 준비하고 있다.
이번에 공부를 하면서 奮發이란 단어와 跳躍이란 단어를 배웠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서 도약하고 싶은것이 솔직한 나의 심정이다.
비록 갈길은 멀지만 한문공부에 재미와 의미를 부여하는 좋은 계기가 된것 같다.
선생님께서 쓰신책에 있는 한문을 자유자재로 읽을 때까지 공부 할려면 아직도 아득하지만 이제 손에 글씨가 좀 붙는것 같다.
첫댓글 수고하셨습니다^^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고들 하지만, 어려움이 한두가지가 아니죠.
그런 어려움을 이겨내고 배움에 열중하시는 모습에 경탄스럴 뿐입니다.
배우는 재미, 논어의 첫 구절을 인용치 않더라도 참 마르지 않는 샘물과 같습니다. 성취하세요^^
그 어려운 걸 하시다니 감탄스럽습니다.
멋져 보이기도 하구요.
그런데 여기 쓴글은 쪼매이 비잡습니다 .
글 사이로 바람이 지나가도록 길을 열어주고 싶습니다. 길게 내려 쓰면 읽기가 편하겟다는 느낌,
죄송합니다. 까다로워서 ...^^
감사합니다. 위로해 주셔서. 오늘 합격자 날짜를 보니 9월 20일 이네요. 과연 제가 합격을 했을까요? 지도 선생님께서 답안지 작성만 잘 하셨으면 하고... 말꼬리를 흐리시는것이 제 나이를 염두에 두고 하신 말씀 같습니다. 남편이 들을 聽 자에 대해서 설명을 해 주더군요. 글씨 한자에 여러가지 의미가 있는것이 값어치가 있는것 같애요.
오늘 발표일 입니다. 새벽 4시 좀 넘어 잠에서 깨어 ARS를 이용해서 확인을 하려고 하니 시끄러워 홈페이지에서 확인을 했습니다. 함격.97점 솔직히 많이 감격했습니다. 오후에 담임께서 자격증을 가져 오셨더군요. 바로 복지관에 봉사를 신청해 두었습니다. 선생님! 저 잘했죠^^ (근데 선생님! 가능하면 한문으로 문장을 만들어 볼려고 하면 거의 되지를 않습니다. 아마도 디딤돌 한장을 깔아준것 같네요. 열심히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