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등대
여의도여자고등학교 3학년5반 신하윤
어둠이 바다처럼 끓어오른다
철썩, 골목마다 가로등이 켜질 때
학교 앞 24시 편의점 하나
내부를 활짝 열어 보인 채
등대처럼 공중에 둥둥 떠 있다
아이들이 재잘거리며 들어 설 때마다
빵과 우유, 라면, 삼각 김밥
진땀 흘리며 빼곡하게
열 병식하는 기호식품들
아이들을 태운 배는 무사히 순항 중
편의점 지키는 등대지기 할아버지
파아란 조끼를 군복처럼 껴입고
손에 들린 바코드 리더기로 연신
상품을 찍는다, 삐 삐 삐 울리는
신호소리, 서치라이트처럼
아이들을 훑고 갈 때
자정 넘어 집으로 돌아가는 가장들과
늘 목이 타는 대리운전 기사들
그리고 청소를 위해 골목으로 나선
형광 띠를 두른 아저씨 하나
천천히 파도를 헤치고 들어와
어깨에 매단 하루를 내려놓는다
새벽기도를 나가는 여인의 발짝 소리
또각또각 허공에 무늬를 새기는 시간
파도가 밀려나간 이랑을 타고
햇볕이 소의걸음으로 뚜벅 비춰오면
종일 바다를 스캔하던 노인
조끼를 벗어 교대 자에게 넘겨주고
졸린 눈으로 등대를 나선다
노란 아침 해가 노인을 스캔 한다
초등 저학년부 장원
달
황남초등학교 3학년 4반 최은성
우리 집에는 달이 참 많아요
아빠달, 엄마달, 동생달
내가 웃으면
엄마 얼굴에 초승달이 생겨요
동생이 밥을 잘 먹으면
아바 얼굴에 초승달이 떠요
내가 동생이랑 팽이 시합을 해 주면
동생 얼굴에 초승달이 생겨요
내가 왕이 되고 동생이 신하가 되면
내 얼굴에 초승달이 떠요
우리 집에는 달이 참 많아요
그런데, 이상해요
내가 숙제를 미뤄두면
우리 집에 달이 안 떠요
나는 환하게 웃는 달이 좋아요
우리 집에 뜨는 달이
너무 좋아요.
초등 고학년부 장원
구름
경주초등학교 4학년3반 이수민
구름은 요리사 인가 봐!
달콤한 솜사탕도 뚝딱
맛있는 도너츠도 뚝딱
시원한 아이스크림도 뚝딱
구름은 요술쟁이 인가봐!
무서운 사자도 뚝딱
귀여운 토끼도 뚝딱
어여쁜 새도 뚝딱
구름은 화가인가 봐!
하늘 도화지에 산도 뚝딱
하늘 도화지에 바다도 뚝딱
하늘 도화지에 나무도 뚝딱
구름아 어디 가니?
할머니가 계신 하늘나라 가면
수민이 잘 있다고 전해줘
구름아 어디 가니?
오래전 헤어진 친구한테 가면
수민이가 보고 싶다고 전해줘.
중등부 장원
은하수
경주중학교 2학년4반 전진서
누구보다도 정의로웠던
누구보다도 죽음을 두려워않던
그 누구보다도 당당히 만세를 외쳤던
태극기에 자신의 인생을 걸었던
영웅으로 죽어간 그들
그들의 넋이 꽃이 되고
그들의 숨이 길을 만들어
검은 캔버스에
작은 꽃길을 그려 넣었다.
고등부 장원
등대
광주광역시 동아여자고등학교 3학년6반 오은서
무너지듯 던져버린 앵커를
팽팽하게 걷어 올리는 불빛
물결치는 유화 붓 끝에 아버지
끝내 캔버스 위로 떠오르는 색색의 꿈들을
수면 위로 걷어 올립니다
끔벅-끔벅-
환하게 빛나는 바다의 눈동자
그 안에는 당신의 목소리가 들어있고
이야기를 해독하기에는 너무 어렸던 아이
받은 편지함에는 수심이 가득 들어 차 있습니다
마음이 시릴 때면 당신의 손짓을 좇아
파도의 발자국을 뒤따르기도 했습니다
나는 당신을 닮아
구름의 빛깔을 지녔으므로
딱딱하게 굳어 있던 바다가 풀어지는 날이면
그리운 체온을 찾아
어느새 수평선까지 번지고는 했습니다
무채색이었던 선체가 파도에 물들기 시작하는 시간
오늘은 당신을 만날 수 있을까
우 우우우
모터가 침묵을 뒤집는 소리
장마가 시작된다는 소식에
부서진 흔적들을 찾고 있습니다
물방울이 훑고 지나가면
당신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부둣가에 앉아 하늘만 봅니다
일반부 장원
그리움
경주시 태종로 정희자
하늘 맑게 갠 모처럼 한가한 날
차 한 잔 들고 햇살 아래 앉아
바랜 기억의 조각들을 끄집어낸다
새 잎 만큼 풋풋했던 젊음도
벚꽃보다 환했던 동무들의 미소도
수박처럼 시원하고 달콤했던 이야기들도
혹은 오가피처럼 쓰지만 몸에 좋은 충고들도
단풍 든 숲길을 함께 거닐었던 벗님들도
아플 때 곁을 지켜주던 가족들과 지인들도
고무장갑 끼고 아이와 만든 눈사람의 추억도
따가운 볕 아래 모자이크마냥 펼쳐 놓고
햇볕 단내 나도록 바싹 말려
다시 차곡차곡 챙겨 담는다
허전한 어느 날에 문득
슬며시 꺼내 한 조각 우려내면
여전히 변치 않고 그 시간, 그 벗님들
찻잔 가득 그리움 짙은 향 되살아나고
한 모금에 시린 가슴 녹아내리고
또 한 모금, 지친 삶에 온기를 충전한다
카페 게시글
경주문협 백일장
2019년 제52회 목월백일장 장원수상작품
경주문협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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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012
19.04.16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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