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들볶음, 병 아닌가요?
질문:32세 직장 남성입니다. 두 살 차이 나는 아내와 결혼한 지 3년 되었습니다. 문제는 부부 사이입니다. 아내는 나를 가만 놓아두지 않습니다. 조금만 늦어도 계속 전화하고 늦은 이유를 대라고 닦달합니다. 그렇다고 일찍 들어가도 잘해주지 않습니다. 매일 한 얘기를 또 하고 남자가 집에서 쉴 틈을 주지 않습니다. 들어보았자 뻔한 얘기인데도 성의 있게 듣지 않는다며 시비를 겁니다. 지난 설에는 시댁에 가는 문제로 다투다가 양쪽 어른들에게 모두 인사를 못했습니다. 아내는 혹 병이 아닌가요? 결혼 전에는 이런 여자가 아니었습니다.
답변:의뢰하신 분의 사례처럼 전업 주부들은 남편에게 밀착하려는 성향이 강합니다. 그들은 대개 결혼 생활 내내 남편이 일찍 귀가하기를 원합니다. 특히 20~30대 초반 여성은 대개 더 간절히 원합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여성 호르몬이 왕성하게 분비되는 시기인 것과 연관성이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 여성 호르몬이 적게 분비되면서 그런 갈망도 줄어듭니다. 집에 일찍 들어오라는 아내의 요구를 남편들은 ‘바가지’나 꾸지람으로 듣지만, 그 요구 속에는 사랑에 대한 갈망이 담겨 있습니다. 집에서 하는 얘기가 뻔하다고 했는데, 바로 이 점이 남성들의 한계입니다. ‘뻔한 대화’의 가치를 남성들은 잘 모르고 있습니다. 아내가 대화하자고 하면 남성들은 긴장합니다. 남성의 대화와 여성의 대화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남성들은 아내의 말을 잘 듣고 그 내용에 따라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옆집이 큰 평수의 아파트로 이사를 갔다고 말하면 남성은 긴장합니다. ‘아직도 빚이 있는데 이사 가자는 얘긴가?’. 이사하기를 원해서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꼭 그래서 그 얘기를 꺼내는 것이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옆집 이야기는 그저 말을 풀어 나가기 위한 하나의 소도구였을 가능성이 큽니다. 여성들의 언어는 대부분은 정서적 교류를 위한 수단으로 사용됩니다.
대화는 두 가지 기능이 있습니다. 일과 놀이입니다. 여성이 원하는 대화는 그 중 놀이에 해당합니다. 불행하게도 남성은 동성과의 놀이를 위한 언어에는 능통하지만 여성과의 교류를 위한 언어를 구사하는 데는 미숙합니다. 다른 말로 하면 사회적 언어는 잘 사용하나 가정적 언어는 제대로 사용하지 못합니다.
부인은 병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병은 정신과적인 병이 아니라 적정한 사랑의 교류가 모자라 오는 결핍의 병입니다. 모자라서 통증을 호소하는 아내에게 자신을 괴롭힌다고 도리어 공격하는지도 모릅니다. 부인의 공격이 지나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시급한 것은 남편이 빠른 시간에 가정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김병후 원장의 건강 클리닉은 이번 호로 마치고, 다음 호부터는 정혜신 원장(신경정신과 마음과마음)의 ‘정신 탐험’이 연재됩니다.
출처.시사저널.김병후(김병후정신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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