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결혼은 투자다”
웨딩 트렌드… ‘커플 재테크族’ 늘어
2534 남녀, “이젠 婚테크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결혼하는 커플이 대폭 늘어 결혼식장은 이미 꽉 차 있다. 요즘 결혼하는 커플들은 연애 시작과 동시에 예금통장을 먼저 만들어 결혼 전부터 재테크를 시작하는 ‘커플 재테크族’'이 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소위 ‘결혼을 잘 활용함으로써 최대한의 이익을 낸다’는 婚테크(결혼+technology)가 어느새 결혼적령기 2534 남녀 사이의 가슴 깊숙이 파고들고 있는 실정이다. 새로운 웨딩 트렌드인 ‘커플 재테크族’에 대해 알아본다.
◈혼수 대신 청약통장
11월에 결혼하는 김모(30)씨는 예비 신부와 함께 고전적인 혼수품 대신 주택청약통장을 만들고 있다고 한다. 김씨는 “결혼 후 빨리 집을 장만하는 게 목표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주택을 빨리 장만하기 위해 혼수품 대신 청약통장을 만들기로 예비신부와 이미 합의가 된 것. 현재 두 사람의 월급통장을 합쳐 적금과 생활비를 나눠 쓰고 있다고.
제일기획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결혼을 앞둔 남녀 10명 가운데 8명은 ‘모으는 혼수’를 고려하고 있다는 것. 특히 이들은 결혼을 투자로 보고 조건이 좋은 배우자를 만나 이벤트 형식의 결혼식을 치르는 것을 선호했다.
◈달라진 결혼 트렌드
제일기획은 지난 17일 ‘디지털시대의 웨딩 트렌드’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 5∼7월 25∼34세(2534세대) 미혼남녀 4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와 심층 인터뷰를 한 결과다.
이 보고서는 결혼적령기를 맞은 미혼남녀 2534세대들의 달라진 결혼 트렌드와 婚테크의 특징, 이에 따른 유망 혼수 상품의 키워드 및 기업들의 마케팅 전략 등을 소개하고 있다.
▲결혼관= Passion에서 Plan으로
‘나의 결혼엔 분명한 목표가 있다’'는 대답이 전체의 78%를 차지, 2534세대들은 결혼을 통한 새로운 삶의 계획에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반면 ‘결혼은 인생의 무덤’이라고 생각하는 대답이 10.8%에 그쳐 ‘결혼은 새 인생의 요람’이 되는 출발점.
‘결혼도 일종의 투자’라고 생각하는 비율이 전체의 62.1%를 차지했으며, ‘결혼은 노후준비의 시작’이라고 생각하는 답변이 84.4%를 차지했다.
▲만남=‘사람에서 조건으로’- 성격ㆍ외모만큼 조건도 중요
IMF와 실업, 지속적인 불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결혼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소개를 받으면 나도 모르게 조건을 살피게 된다’'(70.6%), ‘능력만 있으면 나이는 문제되지 않는다’(55.8%), ‘조건 좋은 만남을 위해 소개나 미팅보다는 결혼 정보회사 이용에 더 마음이 간다’'는 응답이 15.2%, ‘조건 좋은 사람이 모이는 장소나 모임을 자주 찾는 편’이라는 대답도 46.6%를 나타냈다.
이렇듯 마음에 드는 상대를 만나기 위해 예전보다 개방적이고 직접적인 만남도 추구한다. 가족간의 버팀목 역할을 하던 사랑, 헌신, 신뢰의 기능이 약해지는 대신 경제적인 부분이 가족을 지탱해 주는 보다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결혼 준비= 발 품 보다 손품이 먼저- 온라인 최대한 활용
2534세대들은 결혼 준비에 대한 생각도 현실적이고 자기중심적. 부모나 친지들의 의견보다는 자신들의 안목과 취향에 따라 혼수도 직접 고르고 싶어한다.
디지털 세대답게 결혼준비는 ‘온라인을 최대한 활용하겠다’가 67.2%를 차지, ‘결혼을 위해서 웨딩 플래너를 이용하고 싶다’가 68.0%를 차지해 아웃소싱을 통한 편리함과 편안함, 실속까지 챙긴다.
▲결혼식= 엄숙한 의식에서 재미있는 이벤트로- 튀는 이벤트, 재미있는 결혼식 선호
‘결혼식을 독특한 추억으로 만들 수 있다면 새로운 시도도 마다하지 않겠다’(78.4%), ‘어른과 상관없이 독특한 청첩장을 만들겠다’(72%)를 차지해 청첩장 하나, 사진 하나에도 남다른 개성을 담고 싶어 한다.
▲혼수= 쓰는 혼수에서 모으는 혼수로- 이젠 현금, 주식도 훌륭한 혼수
▲결혼 후 생활= 핑크 빛 꿈꾸기에서 확실한 청사진 그리기로- 생활 안정될 때까지 출산보류.
‘어느 정도 자리 잡을 때까지 아이를 낳지 않겠다’(65.5%), ‘결혼 후에도 각자의 생활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40%), ‘결혼생활에도 경영마인드가 필요하다’(90.6%)를 차지해 재테크가 결혼생활에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임을 시사했다.
◈혼테크의 4가지 특성(그들의 인생은 플레이가 다르다)
?계획은 구체적으로, 결단과 실행은 빠르게
?형식 벗어난 자유로운 삶
?단순한 저축보다 쓰면서 벌기
?의미 있는 삶보다 재미있는 삶
제일기획 김익태 마케팅전략본부장은 “2534세대들은 혼테크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삶의 질적 향상을 추구한다”며 “婚테크는 자신의 수준에 맞춰 스스로 즐겁게 사는 ‘안분자족’의 삶을 이루기 위한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겉보기에 생각 없이 시대의 변화를 맹목적으로 쫓는 추종자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이들은 당당한 자기 삶의 주인공으로 살고 있다.
고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