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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 서효숙
닫혀버린 날 어루만졌던 너의 손길은 차갑다 서리처럼 멀어져가는 너의 뒷모습을 나는 보았다 꿈속에서 불러주던 너의 목소리는 따뜻했다
가을햇살처럼
나무 - 이 슬
울지마 슬퍼하지마 내가 옆에 있잖아 외로운 팽나무 기쁜 느티나무 나는 네가 지칠 때 파릇파릇한 잎으로 바람을 막아주고 마음에 먹구름이 찾아오면 잎새를 열어 널 비쳐줄게 내 껍질로 너를 감싸고 내 튼튼한 가지를 내어 네 손을 잡아줄게
태극기 - 이슬기
작은 틀 안에 슬픔이 있다. 피와 전쟁으로 물들어진 지난 슬픔
작은 틀 안에 자랑스러움이 있다. 자신의 희생을 기뻐하던 맑은 영혼들..
둥근 한민족의 피가 흐르고 있다. 수없이 바라는 기쁨으로 너의 행복을 바라는 16세의 심장으로...
감 - 이현종
감이 지는 태양처럼 붉다 까치가 저녁노을에 앉자 붉은 태양을 쪼았다 해가 지고 어둠이 찾아왔다 장독대 속 잠자고 있는 태양 꺼내어 한입 먹었다 아, 이 달고 붉은 맛 일년 내내 난 무슨 맛을 기르며 가을을 맞았는가
서리감 - 이수희
너를 바라보면 감이 생각나
햇살을 맞으며 빨갛게 달아오르는 홍시처럼
낙엽 하나 떨어지고 바람 한 점 머무는 곳 그 곳에 핀 상처 하나 내 짓물러진 그리움
사랑 - 임성규
해와 달이 혹은 바다와 육지가 서로 접근할 수 없는 것같이
서로 접근하지 않는 게 좋을거야
오히려 서로를 인식하고 서로 존경하는 법을 배우는거야
해와 달이 우주라는 공간 속에서 서로 마주보며 존재하듯이
우리도 언젠가는 사랑할 수 있겠지
가을 플라타니아 - 정영주
나는 웃지만 내 마음 아닌 내 미소 아닌 내 눈물에 맺혀 있는 하얗고 차가운 눈물은 아직 녹아내리질 않았다
그래서 나는 걷고 또 걷는다 내 차가운 눈물 씻어줄 햇살 받기 위해
아프지만 참고 가야할 내 상처이기 때문에 견뎌내야만 한다 또다시 찾아올 가을플라타니아를 위해 또 내릴 하얀 눈을 보기 위해
바다의 하루 - 박혜정
새벽에 추위와 싸우고 있는 회색 빗물이 잠에서 깨어나 붉은 옷으로 꽃단장을 한다 갈매기 한 마리 내 눈가에 맴돌고 그대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등대는 나를 감싸 안아주고 방파제는 하루 종일 울었다
백일홍 - 이혜인
오늘도 가만히 웃는다 하늘은 시커먼 장막으로 덮이고 세상을 뒤흔드는 울부짖음이 들린다
나를 안아주던 따뜻한 해님은 심술궂은 노여움에 놀라 도망가고 빗방울이 하나 둘씩 떨어진다
그러나 언젠가는 먹구름이 사라지고 나는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붉은 꽃잎 흩날리며 종일 먼 하늘 바라보며 그댈 기다릴거야
1993. 8. 30 일생 - 성양수
가려진 어느 모퉁이에 그늘진 어느 나무 밑에 작은 집 한 채
아기 울음소리 울려퍼지고 저 너머 산들바람 우리집 울타리 너머 여기저기 헤집고 다닌다
가려진 어느 산 밑에 그늘진 어느 구름 밑에 작은 사철나무 제 몸은 생각도 안 한 채
넘어가는 해를 업고 어둠을 삼킨다
나비의 모습 - 임효선
노랑나비가 날아와 내 위에 앉아 그윽한 향기 맡으며 떠날 것을 알고 내 모습을 보러 다시 돌아 올 것도 안다
내 위에 앉은 나비는 떠나며 내 꽃잎을 안고 멀리 날아간다 그러나 돌아와 나의 소리를 듣고 있겠지 은은하게 퍼져나가고 있으니
마음에 요동이 점점 희미해질 때 나비는 길을 잃고 헤맬까 깊은 잠에 빠져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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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대한의 아들 딸 미래의 시인 입니다
와우~. 정말 훌륭한 시인들이네요. 군남과 대마는 수로 보면 도토리 키재기 만큼인데 어찌 이렇게 다를까요? 우리 아이들의 작품은 이렇게 공개하기 민망할 정도라면 아실런지요.
개봉박두, 곧 군남의 시인들도 등장할 것입니다. 다 비슷비슷하면서 시간이 좀 걸리는 흠이 있죠. 내 "통과" 소리를 들어야 시화에 들어갈 수 있으니 애들 곤욕이 보통은 아닐겁니다.^^
23년전에도 저희들에게 시를 짓게 하셨지요.짭은2시간..그시간을 잊을수 없어 지금도 시를 좋아하는데..대마중 아이들은 대단한 시인들이네요..^^
그 버릇이 지금껏 이어지고 있다니 난 이쯤해서 퇴출되어야 마땅해. 자기 혁신이 없으니 재탕만 하는게지. 애들이 좋아하지도 않는 시나 쓰라고 우격다짐이니 어째야 쓰까이~
어째야 쓰까잉~~~ 네가 퇴출되게 생겼어요. 국어선생이....증말 아이들 대단한 시인들입니다. 이렇게 많은 끼를 우리 국어선생은 왜 몰라주는 것인지요? 참 나 ~~ 훌륭한 시들이예요
생각이 그럴듯해지면 글이 따르고 글이 괜찮으면 마음도 따르는 것. 시는 지친 마음을 쉬게하는 노루잠... 시는 평화를 얻는 밀레의 '이삭줍기'나 '만종'?
해와 달과 별이 우주라는 공간 속에서 서로 마주보며 존재하듯이 우리도 언젠가는 .......요즘 미술수업하실때 때론 음악도 들려주신다는 진수형님! 조르바는 두 아들에게 문학,미술,음악 그리고 건강을 위해 운동하나까지 잘 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은 욕심이 너무 많은 때문일까요?? 바탕색만 깔아주려고 꽤나 거들어주고는 있습니다만...
바탕색이 모노크롬이면 구닥다리 사진첩. 바탕색이 사다리면 지붕 위의 바이올린. 바탕색이 텅 비면 만상의 설레임... 바탕색은 유전자, 원핵세포, 디엔에이, 염기서열 속에 수 만년 깔려 있다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