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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으로 태어나 죽을 때까지 가장 많이 먹는 국물 요리는 아마 김치찌개일 것이다. 그 중 최고의 김치찌개를 찾아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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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인에게 파스타, 일본인에게 초밥이 있다면 우리에게는 김치가 있다. 맛과 영양, 저장성 등에서 한국 음식을 대표하는 걸작 중의 걸작이 바로 김치인 것이다. 김치의 우수성은 뭐니뭐니해도 가공할 만한 응용력에 있다. 부침개, 볶음, 국, 찌개, 전골…. 어떤 식재료와도 잘 어울리기 때문에 김치만 있으면 못할 음식이 없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맛있고 매일 먹어도 부담없는 응용 요리는 바로 김치찌개일 듯. 시큼한 묵은 김치를 숭숭 썰어 참치나 돼지고기, 꽁치, 갈치 등 단백질 재료를 함께 넣어 끓이는 김치찌개는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돈다. 상투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어머니의 사랑이 듬뿍 담긴 김치찌개가 제일 맛있겠지만, 잘 찾아보면 솔직히 그보다 훌륭한 맛을 자랑하는 김치찌갯집들이 전국 곳곳에 많다. 맛보지 않으면 억울할 김치찌갯집 중에서 서울에 있는 곳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필자가 꼽는 최고의 김치찌개는 세종문화회관 후문 주차장 왼편 골목에 있는 광화문집(02-739-7737)의 찌개이다. 비좁은 골목 안,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건물에 위치한 광화문집은 30년은 족히 더 되었을 오래된 간판이 인상적이다. 다섯 테이블밖에 없어서 점심 시간이면 길게 줄을 늘어서기 때문에 두세 시 경의 늦은 점심을 먹어보길 권한다. 푹 익은 김치는 젓갈을 넣지 않고 속 양념을 잘게 썰어 만들기 때문에 보기에 지저분하지도 않고 맛도 산뜻하다. 미리 익힌 두툼한 돼지 목살은 찌개에 진한 풍미를 더해주고 손수 만드는 생두부가 찌개의 질을 높인다. 여타 찌갯집과 다른 점은 다진 양념이 들어간다는 것. 평범한 김치와 돼지 목살, 두부에 비장의 다진 양념이 풀리면서 보글보글 끓어오르면 군침 도는 진한 김치찌개가 되는 것이다. 옛날 생각 나는 푸짐한 ‘계란마리(이곳 간판에는 ‘계란말이’가 아닌 계란마리라고 쓰여 있다)’를 간장에 찍어 먹는 것도 별미이다.
광화문집의 김치찌개가 너무 양념 맛이 진하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에게는 서소문 고가 밑, 중앙일보사 맞은편에 위치한 장호곱창(전화번호도 없을 정도로 허름하다)의 김치찌개를 강력 추천하고 싶다. 점심 시간이 되면 길게 늘어선 줄 때문에 ‘서태지 콘서트’가 열리는 것으로 착각할 만큼 붐빈다. 점심에는 11시 반부터 1시 15분까지 주문을 받기 때문에 서둘러야 기막힌 장호곱창의 찌개 맛을 볼 수 있다. 커다란 양은 냄비에서 끓여내는 이 찌개는 너무 시어서 그냥은 못 먹을 것 같은 김치로 만든다. 독특한 점은 구수한 고기 국물 대신 신 김치 국물로 끓여낸다는 것. 투박하게 썰어낸 돼지 목살과 소량의 젓갈이 들어간 배추김치, 큼직하게 자른 두부 그리고 신 김치 국물이 만들어내는 조화는 가히 환상적이다. 옛날 ‘스뎅(?)’ 밥그릇에 담겨 나오는 검은 콩밥과 이가 시린 차가운 보리차는 매운 찌개 맛으로 얼얼해진 입 안을 다스려준다.
시원한 찌개 국물이 일품인 곳은 잠실에도 있다. 잠실병원 맞은편 코너에 위치한 똑따리 김치찌개(02-420-3962)가 바로 그곳. 원래 기사 식당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러 이곳에 들르는 택시 기사들로 24시간 붐빈다. 오로지 김치찌개만을 파는 똑따리는 입구에서 들어가 자리에 앉으면 1초도 지체하지 않고 사람 수대로 찌개가 담긴 쟁반이 바로 따라나온다. 뚝배기에 담긴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김치찌개는 찌개가 아니라 국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간결한 맛이 나고, 밥과 고춧가루 양념이 많이 들어간 콩나물 무침, 어묵 반찬은 세월이 흘러도 한결같다. 3천원에 이렇게 맛있는 김치찌개와 밥을 먹는다는 것이 미안할 정도로 만족스럽다
세월의 손때가 묻어야 제대로 맛이 배어 나오는 김치찌개의 특성상 강남에는 만족할 만한 김치찌갯집을 찾아보기 힘들지만 그래도 제법 괜찮은 집이 있긴 있다. 학동 사거리 무등산 옆에 있는 현대정육식당(02-540-7205)의 뚝배기 김치찌개와 신사역 남서울웨딩홀 뒤 강남상가에 위치한 전주식당(02-543-3321, 근방에 있는 청국장으로 유명한 전주식당과는 다른 곳)이 추천할 만하다. 예전 유 시어터 앞의 다섯 평 남짓 되는 곳에서 김치찌개와 두부김치, 제육볶음을 팔아 유명해진 현대정육식당. 뚝배기에 담겨 나오는 김치찌개는 고기가 들어가지 않아 산뜻하다. 진한 맛을 즐기는 사람들에겐 다소 심심할 수도 있으나 맛이 기가 막힌 손두부와 정육점에서 최고로 좋은 삼겹살로 만드는 제육볶음과 곁들인다면 최고의 한끼 식사가 될 것이다. 전주식당은 음식점이 즐비한 신사역에서 가장 유명한 밥집이다. 세지도 심심하지도 않게 간을 맞추어내 깔끔하고 세련된 김치찌개 맛을 즐기려는 사람들에게 인기 있다. 이곳도 다른 유명한 김치찌갯집과 마찬가지로 젓갈의 양을 줄이고 무, 파, 마늘 등 양념을 잘게 썰어 만든 찌개 전용 김치를 이용해 찌개 맛을 높였다.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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