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 외 1편
선혜심이 깨달음대학을 가자고 해서 동행했다
그녀는 다라니를 사경하고 나는 층층을 구경했다
그녀는 사경을 하느라
시간하고 자비다리와 꽃구름다리를 건너고
나는 삼보전 오백 나환 구경하느라 서성이는데
어느 보살님이 유언 한 장 쓰라며
슬쩍 내민 종이 앞에서
업경대 옆에 누워 있는 빈 나무 관을 보며
보살님이 그곳에 5분만 누워보라며 뚜껑을 닫는다
잠시 누었다 일어났는데 그믐밤 같은 좁은 길을 돌아가고 있다
또 다른 비밀의 문을 선택하니 금강경 몇 권을 사경해야 들어간다는 만복(萬福) 가득한 곳, 금강경 사경 한 책들이 탑 속에 가득한 그곳에서 108배를 했다. 또 다른 문을 열고 들어가니 부처님을 그만 할 때까지 닦으란다 다시 돌아 갈 수 없는 길을 빙빙 돌고 돌다가 문고리 잡으니,
‘극락에 도착 했습니다’
호기심의 미로를 헤매다 나왔다
유언이 아지랑이처럼 가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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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고백
어머니 돌아가시고 친척집에서 설것이며 청소를 했단다 아버지 보고 싶어 찾아 나섰다가 길을 잃어 버렸다는 미아는 식당에서 술집으로 설움을 빗물처럼 받아 마시면서 살았단다 곁방살이 할 때 집 주인이 수상한 여자라면 신고해서 파출소 간 적도 있단다 비록 사내들에게 술을 팔았지만 큰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강물처럼 흘러흘러 예까지 왔다고 했다 어느 날 계곡 흐르는 물에 발 담근 채 고백하는 그녀는 앞산에서 칼바람 불 때는 단종의 외로움을 알 것 같다며 지은 죄는 복숭아 하나 훔친 죄밖에 없다고 했다
지금 고독빌라에서
새들의 아침 인사를 듣다가
떨어진 능소화 밟으며 산책을 하다가
뒷집 개 짓는 소리 들으며 풀을 뽑다가
청소를 하다가 꿈꾸다 어디론가.
김다솜 프로필
2015년 리토피아등단
한국문인협회 상주지부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