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뉴스레터입니다2000년 이래 남북 이산가족문제는 상봉·교류 규모 확대, 상봉 방식의 다양화, 금강산 면회소 건설 등의 성과를 보임으로써 괄목할 만한 진전을 이루었으며 납북자·국군포로문제에서도 미흡하나마 진전이 있었다. 그러나 재회를 염원하는 이산가족의 입장에서 볼 때 이와 같은 성과는 만족스럽지 못하며 특히 고령의 이산가족들에게 있어 더욱 그러하다. 현행 상봉·교류 방식 및 인원 규모로는 살아 있는 동안에 북한에 있는 가족과의 상봉·교류 가능성이 아주 낮기 때문이다. 또한 인도주의 사안인 이산가족문제를 정치 사안으로 다루려는 북한당국의 기본 입장 및 태도로 인해 그동안의 사업성과는 이전에 비해 괄목할만한 것이기는 하나 기대에는 못 미치는 정도인 것도 사실이다.
이산가족문제는 정치·이념 및 제도를 뛰어 넘는 인권 및 인도주의 구현의 문제이다.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이 다시 만나 본래의 하나가 된다는 것은 자연의 이치에 합당한 당위적인 것이다. 혈육은 결코 헤어질 수 없으며 헤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 우리 민족의 정서이고 전통적인 가치지향이며 이데올로기를 초월하는 것이다. 또한 가족의 구성원들이 남과 북으로 흩어지게 된 것은 그 근원이 외부로부터의 인위적 작용에 의한 것이었기 때문에 이산가족들은 자유의사에 따라 상봉·재결합할 권리가 있다. 또한 이산가족문제 해결은 인도주의 구현을 통한 남북한 관계 개선의 주요 징표라고 할 때, 남북 관계 개선의 필수 과정으로서 다루어져야 할 중요 사안이기도 하다. 특히 이산가족문제는 무엇보다도 이산가족의 고령화로 인한 문제해결의 절박성 및 시급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여 문제해결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이산1세대가 겪고 있는 이산의 고통과 한을 공감할 수 없는 후세대들에게는 이산가족 상봉·교류가 절박한 문제일 수 없으므로 결과적으로 남북이산가족 문제의 본질 및 중요성이 희석될 수도 있다.
2000년 광복절에 맞추어 제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8.15∼18)이 진행되는 동안 이산가족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이 함께 울고 함께 웃었다. 남과 북으로 헤어져 말로 다 할 수 없는 그리움으로 반세기를 지낸 이산가족들의 만남은 말 그대로 감동 그 자체였으며 우리 모두를 눈물짓고 웃음짓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이산가족 상봉·교류사업이 시작되고 10여 년이 지난 오늘, 이제 울고 웃는 것은 이산가족들뿐이며 이산가족이 아닌 국민들의 대부분은 이산가족문제에 대해 대체적으로 무관심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산가족문제는 개인적·국가적 차원에서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중대한 인권·인도주의 사안일 뿐만 아니라 남북한의 사회·문화통합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통일의 선결과제이다. 따라서 이산가족문제 해결은 범국민적 관심과 지지를 기반으로 추진되어야 하며 대책 수립 및 실행에 있어서는 남북한 사회·문화 통합을 궁극적인 지향점으로 하여 일관성 및 지속성을 유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