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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도)
문수지맥 6구간
2008.09.20 (토)
산길 : 비접고개~나부산~회룡포
거리 : 20.6km
사람 : 조진대님부부, 무심이님, 조은산
[927]~2.3~갈포~5.6~동막(소화리)~2.8~만촌~3.6~나부산~2.2~마산고개~4.1~내성천.....20.6km
Cartographic Length = 22.6 km / 총소요시간: 10:10
고문님과 무심이님 진행하는 편에 두어번 ‘따라붙기’ 하다보니 벌써 졸업이다. 세분은 토요일 산행하고 올라가시는데, 일요일 땜빵하는 나를 위해 무심이님이 매번, 일요일 새벽에 들머리까지 날라주고 가시는 덕에 그야말로 거저먹는 셈이 되었다.
전체 114km 남짓한 거리라 우리식으로 하면 여섯 번이면 충분한데, 첫 구간을 주실령에서 ‘그만’하는 바람에 나는 일곱 번으로 마무리 짓는다. 물론 남은 셋째구간 27km를 내일 한방에 끝낼 수도 있겠지만 내일은 내일대로 새로운 일정이 생긴지라, ‘한번 더’ 와야겠다. 문수 마치고 이어 운달로 들 계획이고 또, 팔공도 남아있어 오매가매 언제든 마무리 지을 수가 있겠다.
지난 구간 원도양마을에서 이미 안동시계와는 이별을 했고, 이제 예천군의 지보면과 용궁면이 남았다. 온 종일 지보에서 놀고 마지막 원산성 능선에 오르면 용궁면계와 접하게 된다. 마지막 지점인 회룡대와 회룡포 마을의 면계가 묘하게 그어져있다. 회룡대는 지보면, 회룡포마을은 용궁면이다.
문수지맥의 끝점은 삼강나루 맞은편 삼강앞봉이 물에 빠지는 자락이나, 그거는 이론상 끝점일 뿐이고, 모든 관심은 회룡포로 쏠린다. 내성천 물길이 거의 350도 회전하며 만들어낸 물돌이 마을 ‘회룡포’. 안내문에도 적혀있는 문구로 ‘한 삽만 떠내면 섬이 될까’ 싶은 이 마을 동쪽 끝 육지로 이어진 50m 정도(도상거리)의 가느다란 둑 같은 땅줄기는 단단한 암질로 이루어져있어, 스쳐지나가는 물길의 힘으로는 그야말로 불가에서 말하는 반석겁의 세월이 필요할지 모르겠다.
반석겁(盤石劫) : 사방이 사십리 되는 큰 반석(盤石)을 100년마다 한 번씩 흰 천으로 닦아, 비로소 그 돌이 다 닳는 세월. 수치로 환산하면 4억3천2백만년쯤 된단다. 이와 비슷한 ‘겨자겁’도 있다.
의성개, 의성포(義城浦)
내성천이 굽어도는 용궁면의 최남단에 섬처럼 형성된 마을로 물이 굽이굽이 돌아간다는 회룡(回龍)과 인접한 곳으로 기묘하게 이루어진 지형이 의로운 자연환경을 이루었다하여 義 字와 내성천(乃城川)의 城 字를 따서 의성(義城)이라하고 삼면이 강변이니 개(浦)가 끼어 있다하여 포자(浦字)를 합하여 의성포(義城浦)라 명했다는 유래가 있는데, 최근 의성군에 있는 것으로 오인되는 경우가 많아 예천군은 몇 년 전부터 회룡포로 부르고 있다.
한편 예천군은,
단술「예(醴)」자(字), 샘「천(泉)」字로 삼국시대 수주(水酒)에서 유래되었는데, 이는 물맛이 좋고 단술과 같다 하여「예천(醴泉)」이 되었단다. 산줄기 타면서 만난 예천사람들의 마음씨는 글자 그대로 ‘예천’이었다
(사진: Dalane)
9/19(금)
요령은 전과동일하게 퇴근 후 바로 내뺀다. 비접고개 남쪽으로 몇발 내려오면 도로를 직선화하면서 폐도로가 된 부분이 있어 차를 대고 하룻밤 유한다. 한적한 시골길이라 지나는 차도 없이 조용하기만 하다. 뭔가 움직이는 소리가 있어 내다보니, 너구리 가족이 평소 없던 물건을 봤는지 이리저리 기웃거리고 있다.
9/20(토)
(시간표)
06:12 927번 도로
07:15 갈포마을
07:56 199.4
08:55 232.9m
09:35 28번 국도
11:17 만촌마을
11:45 △236.0
13:15 나부산
14:20 마산마을
15:11 사림봉
15:38 회룡포 제2전망대
15:56 회룡대
16:10 장안사
06:12 비접고개(927번 도로)
[예천14km]이정표가 있는 곳이다. 하늘엔 얇은 새털구름이 깔려있는 가을기운이 묻어나오는 날씨다. 예보에는 밤에 비가 좀 온다고 했으니 산행에는 지장이 없겠다만... 믿을 수 있나 (회룡포 시작지점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해 한 시간 반가량 흠뻑 젖었다)
서쪽으로 이어지는 수로 아래로 나있는 길을 따르면 과수원으로 가는 길이다. 이른 아침시각이지만 과수원엔 이미 사람들 움직임이 분주하다. 왼쪽으로 밭 건너편 능선이 지맥이다.
산길로 들면 길이 있는 듯 없는 듯 이어지고, 앞을 막는 가시넝쿨을 전지가위로 잘라내며 길을 연다. 이리저리 긁히며 진행하다 문득 우측에 보이는 농로로 내려서니 수로를 건넌다. 대체적으로 갈포마을까지는 수로를 따르면 되는데, 겨울철엔 몰라도 지금은 수로에 물이 흐르고 있어, 그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다.
갈포마을 직전에 왼쪽 비탈 감나무밭에 아주머니가 감을 따고 있다. 고문님은 항상 먼저 인사를 하며 말을 붙이신다. 서울서 왔다고 하니 “여기는 경북 이라예...” 아주머니가 잠깐 기다리라며 감을 네 개 따 주신다.
07:15 갈포마을
이제 호명면이 끝나고 지보면으로 들어왔다. “지보면 갈포동에서 출생한...” 이 마을 어느집 큰딸이 박사학위를 취득한 모양이다. 대형 플랭카드가 길에 걸려있다. 산행 마치고 이 마을로 돌아와 낮에 물 얻어 마신 집에서 배를 사갔는데 나중에 주소를 검색해보니 갈포동이 아니라 암천리였다. 정확한 행정명칭은 ‘지보면 암천리 갈포부락’이 맞겠다.
지보면(知保面)
鶴駕山脈 太乙峰 靑龍嶝 산 밑에 있는 高麗時代의 知保庵. 이 지보암으로 인하여 1914년 面이 통합될 때 지보면으로 命名되었다.
건너편 시멘트방벽 우측을 기웃거리니 근처 있던 아저씨가 왼쪽 마을 뒤로 올라가는 길이 있단다. 마을길을 따라 오르다가 고문님은 마지막집에 물을 얻으러 들렀는데 쌓아놓은 배 상자를 보고 ‘마치고 배사러 오겠다’ 했고, 우리는 약속대로 마치고 다시 돌아 왔는데, 아줌니는 그냥 지나가는 소리로 들었는데 정말로 오셨네요 하며 적잖이 놀래신다.
07:56 199.4 (△예천466)
과수원 옆으로 이어지는 산길이다. 농로를 따르다가 시멘트 포장길을 따르기도 하는데 땅이 유난히 붉다. 봉우리 같지도 않은 평탄한 길에 삼각점이 있다. 묘터에 한 남자가 앉아 있다가 “그리가면 임도가 나와요” 한다. 약초꾼인가 보다.
두 번째 만나는 동래정공 묘를 지나니 산길에 무쏘 승용차가 있다. 아까 그 약초꾼의 차인지 모르겠다만 고문님은 본넷의 열을 점검하신다. 이어 임도다.
08:38 임도
지맥을 가로지르는 비포장 임도인데 좌우로 살피고 지도와 맞춰봐도 따라갈만한 임도는 아니다. 그대로 건너편 산길로 오른다. 길은 거저 순하기만 하다.
08:55 232.9m (△예천464)
삼각점이 잡목과 풀에 뒤덮혀 고문님이 전지가위로 벌초작업을 해놓으니 주변이 훤하다. ‘2003 재설’로 지리원 지형도에는 표기안된 삼각점이다. 내려가는 길에 올무를 하나 걷어냈다.
고욤나무에 열린 열매를 따먹으니 아직은 떫다. 고추밭에 빨간고추, 하얀고추가 바짝 마른채 달려있는데 아줌니 한분이 뭔가 따고 계시고, 고문님은 한동안 아줌니와 담화를 나누신다. 동막마을 이동통신 철탑이 보이는 비탈길에는 밤송이가 입을 벌린 채 땅바닥에 떨어져 있다.
09:35 28번 국도
4차선 국도는 지하통로로 건너간다. 신설도로에 이은 구도로 아스팔트에 올라서고, 결과적이지만 지맥은 우측으로 보이는 민가 뒤쪽이 맞는데, 발길은 저절로 왼쪽의 거대한 당산나무쪽으로 향한다. 400년이 넘었다는 팽나무 아래 앉아 있는 마을사람들과 잠깐 대화를 나누고 뒤로 올라선다. 몇 년전 까지만 해도 이 당산나무에 해마다 제를 올렸단다.
동막고개(東幕)
30여 가구의 南陽洪氏 집성촌이다. 옛날 주막거리에서 술을 팔던 具老婆가 양지 바른 이곳에 술청을 차리니 술맛이 하도 좋아서 동쪽 주막이 있는 고개란 뜻으로 동막고개가 되었다고 하며, 이 고개마루에서 빗방울이 南으로 떨어지면 洛東江으로, 북쪽에 떨어지면 乃城川으로 흘러서 三江에 가서야 상봉한다.
당산나무를 뒤로하고 올라서는 길은 일단은 좋아 보이고, 깨끗이 벌초된 묘터 뒤로 없는길 뚫으며 가위질 해대며 나가니 길이 나온다. 동막마을을 돌아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당산나무쪽이 아닌 북쪽 한칸 건너편 큰 묘터가 보이는 능선이 지맥이다.
안동권씨 묘 비석 앞에 하얀고무신 한 켤레가 가지런히 놓여있다. 아마도 자식되는 분이 돌아가신 어머님 신으시라고 갖다놓은 모양이다. 남쪽으로 조망이 트이면서 비봉산의 윤곽이 나타난다.
수레길을 만나 내려가니 [민물고기보호구역] 간판이 있고 우측 아래로 못이 보인다. 25000 지형도에는 만촌지로 나온다만 간판에는 ‘만화지’로 되어있다.
11:17 만촌 마을
볼록거울이 있는 삼거리. 시멘트포장길이 넘어간다. 우측 멀지않게 태극기와 새마을기 휘날리는 건물은 마을회관쯤 되는 모양이다. 우측 건너편 수레길로 들어가면 묘가 나오고 넘어내려가면 논이 가로막는다. 벼가 누렇게 익어가며 고개를 숙인다.
기계소리 나는 작업장
아저씨 한분 일하고 계신다. 소리는 호두건조기 돌아가는 소리였다. 물을 얻으려 여쭈니 나오는 물은 없고 집에서 가져온 물이라며 냉장고에서 꺼내 주신다. 이런 황송한 일이 있나 싶은데 그것도 모자라 산길 가면서 까먹으라며 호두를 한봉지 주신다.
붓글씨로 서예 연습중이신데, 中山不莫, 靑木水뭐라 쓰여있는데, ‘산에는 없는게 없다...’ 뜻풀이는 둘째치고, 바쁜 중에도 지나가는 길손에 소홀히 대하지 않으시는 넉넉한 마음씨가 고향의 아버지 같으신 분이시다.
11:45 △236.0
작업장 뒤 고구마밭을 지나며 마루금은 원을 그리며 남쪽으로 향한다. 올라가면 글씨는 다 문드러지고 형채만 남은 삼각점이 있다. 236봉이다. 내려서면 앞쪽으로 나부산이 보인다
12:10 임도를 만나고, 마루금 우측으로 따라가는 임도를 걷는다. 236봉 내려서면서 잠깐 보이던 산불감시 초소가 있는 ×321봉은 임도로 돌다보니 생략이 된다. 시멘포장과 비포장이 반복되는 임도길을 25분 따르다가, 왼쪽으로 크게 휘도는 곡각지점에 앉아 점심을 먹는다. (12:25~12:55 점심)
계속 임도를 따르다가는 나부산마져 지나치겠다 싶어 여기서 산길로 오르기로 한다. 뚜렷한 길이 보인다. 앉아서 밥 먹는동안 빗방울이 한 두방울씩 떨어진다. 능선에 올라서니 비봉산이 훤하고 나부산도 바로 앞이다.
13:15 나부산 (羅浮山 ×330m)
지형도에 표기된 -공식적으로- 문수지맥 마지막 산이름이다. 문패없는 묘가 정상부를 독차지하고 있다. 비봉산이 건너편에 있고 발 아래 낙동강물이 흐르니 명당임에 분명하다. 회룡포 일부가 보이는 골짜기 왼쪽능선으로 휘돌아 가는 그림인데, 회룡대는 아직도 8km나 남은 먼 거리다. 나부산 일대는 한때 산불이 났던지 큰 나무가 없어 먼데서도 금방 알아볼 수 있다.
13:38 지형도상 마산고개는 토깽이나 넘어 다닐 고개이고, △228.5봉에서 북으로 꺾어 내려가면 번듯한 밀성박씨 납골묘를 지나고, 서쪽으로 꺾어 내려가면 예배당 종탑이 맨먼저 눈에 들어오는 마산마을이다.
14:20 마산마을
식수 조달차 우측 민가로 간다. 아주머니 너댓명이 앉아 계시다가 이것저것 물어본다. 뭐하러 볼 것도 없는 이런데 다니느냐고. 부산 옆에 마산이 있다하니 ‘거게는 경남 마산이고 여게는 경북 마산’이란다. 물을 얻어 마신 농가 뒤쪽으로는 길이 보이지 않아 다시 고개로 돌아와 왼쪽 길로 든다. 탱자나무 울타리 위로 호박이 매달려 있다.
15:00 ×237봉
×205봉을 오르니 하늘이 씨커매지며 조짐이 수상터니 ×257봉 바로 우측의 237봉에 올라서고 회룡포 그림이 우측으로 보이자 말자 드디어 쏟아지기 시작한다. 황급히 배낭커버 씌우고, 한시간이면 충분히 마칠 거리라 옷은 그대로 비를 맞기로 한다. 비옷 덮어봐야 갑갑하기는 마찬가지다.
15:11 사림봉 (×257m)
하얀 팻말이 나무에 걸려있다. 사림봉 적석봉 의자봉과 삼강앞봉은 회룡포 안내도에 나오는 이름들로 지도에는 없지만 현지에서 그렇게 부르는 모양이다. [적석봉→] 팻말을 따라 오르려다가 포기했다. 적석봉은 되돌아 내려와야 하는 봉이고 지맥은 북쪽 내림길이다. 내리는 비가 만만찮아 삼강 합수부 역시 되돌아 올라와야 하는 곳이라, 다음으로 미루기로 의견을 모았다.
15:38 회룡포 제2전망대
벤치에 올라서면 회룡포 마을이 그런대로 보이다만 왼쪽에서 흘러내린 능선에 가려 전체는 보이지 않고, 비 땜에 카메라 꺼내기도 조심스럽다. 2전망대 바로 위쪽봉이 삼강앞봉으로 가는 갈림길이다. 여기서 삼강앞봉을 지나 낙동강 합수부로 내려섰다가 원산성으로 거쳐 올라오면 ‘볼거 다보는 코스’가 되는데 이 빗속에서 그런 고생을 자처할 군번은 없다. 점잖게 길따라 간다. 이정표에는 [삼강앞봉 1.2km]라 되어 있고, 여기부터 용궁면과 지보면의 경계로 이어진다.
15:53 비룡산 봉수대
원산성 갈림길 팻말을 지나고 10분 후 비룡산 봉수대를 만난다. 말끔히 석축으로 정비된 모습이다.
원산성 (山城)
삼한시대(三韓時代)부터 격전지로 유명한 원산성(圓山城). 이 성은 당시 얼마나 격전지였든지 성아래 마을인 성저(城底)마을에 비가 많이 오면 아비규환(阿鼻叫喚)과 원귀(寃鬼)의 소리가 지금도 들려온다고 한다. <삼국사기(三國史記)>에 의하면 마한(馬韓)의 마지막 남은 산성으로 백제(百濟)의 온조(溫祚) 7년에 패망하였다고 전해진다. 또한 성(城) 주변에는 많은 고분(古墳)이 있으며, 봉수대(烽燧臺)와 군창지(軍倉址)도 있다.
15:56 회룡대 (回龍臺)
회룡포 마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정자다. 유명세를 타는 만큼 이렇게 비가 오는데도 일반 관광객이 있다. 정자 안쪽 천장으로 돌아가며 회룡포 사계절 사진이 걸려있다. 비가 많이 내리다 보니 실물보다 사진을 카메라에 담는게 낫겠다.
16:10 장안사
씨커먼 침목계단길 따라 내려가면 장안사 석불이 있고 바로 아래가 장안사다. 빗줄기는 가늘어질 기색이 없으니 여유롭게 둘러보지도 못하고 내려가기 바쁘다. 아래쪽 주차장에 설치된 대형 안내도에 비룡산 일대 등산로가 상세히 그려져 있다.
어긋난 예보로 막판에 그야말로 ‘비 쫄딱’ 맞으며 문수지맥을 졸업한다. 물론 나는 내일 땜빵구간이 남아 있긴 하지만, 세분 졸업에 끼어 꼽싸리 낀 졸업이다.
17:15 갈포마을
낮에 지나며 다시 가기로 했던 갈포마을로 갔다. 배 사러 왔다하니, 아줌마 적잖이 놀랜다. 그냥 지나가는 소리로 들었대나. 좀 씻을 물이 없냐하니 집안 목욕탕에서 씻으란다. 염치 불구하고 옷 보따리 싸들고 씻고 나오니 라면까지 끓여 주신다. 마트에 가면 2만원도 더할 배 한상자를 만원씩에 가져가란다. 절반 값에 배를 사고, 목욕하고 밥까지 공짜로 얻어먹었다. 예천의 푸짐하고 따뜻한 인심도 ‘조고문님 따라가기’가 아니었으면 구경도 못했을끼라.
집 주인 아저씨가 둘러볼만하다며 추천한 곳이 있다.
용궁면 금남리 (금천) : 이 곳 마을 금원에는 수령 500년이 넘은 팽나무 「황목근(黃木根),천연기념물 제400호)이 있는데 마을에서 공동재산(共同財産)인 토지를 이 나무에 등기(登記)하면서 5월에 황색 꽃을 피운다는 뜻에서 “황(黃)”이란 성과 “목근(木根)”이라는 이름을 붙였으며, 예천군 감천면 천향리에 있는 석송령(石松靈)과 같이 토지를 소유하고 세금을 내는 부자나무로 유명하다.
다시 옹천(북후면) 정육점에 들러 삼겹살 구입해 옛고개로 올라갔다. 비는 거의 멎은 상태라 옛고개 휴게소 계단아래 테이블에 둘러앉아, 쉼없는 “운달지맥을 위하여~!” 일잔씩 돌리는데, 고문님이 특별히 준비하신 앉은뱅이 술이다. 멋모르고 계속 마시다가는 일어서질 못한다고 앉은뱅이 술이란다.
다음날 나는 빠진 3구간을 하고, 남는 시간에 삼강주막에 들렀다. 문수지맥의 끝점인 합수점에 내려서지 못했으므로, 건너편 삼강나루에서나마 둘러본 것이다. 삼강주막은 대대적인 관광지로 조성중이다. 초가집 주막 앞마당에 여러동의 건물을 짓고 있다.
삼강교 다리위로 올라서면 59번 국도인데, 차를 한쪽 입구에 대놓고 다리 가운데쯤 걸어 들어가면 문수지맥의 끝점은 물론, 금천과 내성천의 합수점까지 잘 보인다. 다리 서쪽 건너편은 운달지맥이다. 뒤로 돌면 비봉산에서 흘러내린 끝자락에는 ‘청주정씨’ 집성촌인 한옥마을이다. 위천의 하구인 우물리로 내려간 보현지맥은 그렇더라도 비봉산에서 이곳으로 잇는 산줄기를 마저 탄다면, 문수-운달-보현의 3지맥과 금천-내성천-낙동강의 3강이 오롯이 한곳에서 만나는 삼강합수의 의미를 더 진하게 느낄 수 있을 터이다.
삼강은 내성천(乃城川)과 금천(錦川), 낙동강(洛東江)이 합류하는 곳이라서 붙은 이름으로 주변경관이 아름답고 맑은 물과 넓은 백사장이 어우러져 있다. 예로부터 이곳은 한양으로 가는 길목으로 장사하던 배들이 낙동강을 오르내렸고, 문경새재를 가기 전에는 이곳 삼강 나루터를 꼭 거쳐 갔으며 많은 사람들이 왕래하여 주막등 상거래가 번성하였다. 그 당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주막이 지금도 그대로 남아 있으며 그 옆에는 500년이 넘은 회화나무가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게 하고 있다.
※ 문수지맥 트랙(전구간)은 8km남은 땜빵후에 올리겠습니다
첫댓글 참공부 많이 하시고 산행하시네요..부럽슴당...
구구절절 흐르는 물이아니고 글은 발걸음따라 시원스리 흐르네요 즐감했습니다
회룡포 모래사장이 압권이지요^^ 산에는 못 가 보도 회룡포는 다녀온 기억이 납니다. 산을 한바퀴 돌아온 느낌 그대로 입니다. 잘 보았습니다.
잘 읽었읍니다. 한편의 서사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