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냇가의 추억 /무이
6.70년대 시골에서 자랐었다.
언젠가 글에서 도시출신은 인생의 2%는 헛사는 것이라고 헛소릴 한 적도 있지만.
농촌이든 어촌이든 산촌이든 강촌이든.
복받은 인생이라고 경하한다.
내 고향마을 바로 곁으로 장항선이 지나간다.
철로에 얽힌 사연이 많은 건 두말하면 잔소리. 낙후한 농촌 마을에서 철길은 좋은 등교길이기 십상이고 거의 이정표같은 효용도 있는 철도였다.
아주 어릴 땐 철로에 대못을 올려놓고 기차바퀴가 지나가면 거의 프레스처럼 납짝하게 눌려펴져.
당시 잠시 유행했던 호신용의 송곳일지(꾸찌라고 불렀다).
갈아서 칼로 만든 아이도 있었다.
그리고 하천을 건너는 철도다리.여름이면
그위에 일렬로 서있다가 기차가 다가와 기적을 울릴 때까지 버티다가 아래의 하천으로 뛰어내리는.누가 담력이 더 센가 내기도 했었다.
하여간 아무 재미없는 벌판보다는 간간 음료수 깡통등 고물.가방등 유실물도 주울 수 있는 철로길이 놀기가 더 좋았다
하천은 동네에서 뚝길로 10여분 거리에 있었다.
평야 한가운데로 구불구불 흐르는 이삼십 미터 폭의 하천이었는데 간혹 범람하여 피해를 주기도 하지만 대개는 한두 자 깊이의 투명한 물이었다.
가장자리를 맨손으로 훑어도 이내 붕어 열댓 마리를 건질 만큼 물반고기반이었다.
깊은 소나 물고주변을 막고 퍼내면 메기는 물론 장어, 굵은 논긔까지도 잡을 수 있었다. 어쩌다 모래밭을 파서 자라도 잡았었다.
다 좋지만 가장 재미있는 건 반두로 피라미를 잡는 것이다.
피라미는 매우 빨라서 잡는 요령이 있어야 하는데 직진하다가 반전해 도망치는 반응속도가 거의 0.1초인지라 그물로 다가드는 그림자를 보고 적절한 타임에 반두를 낚아채야 한다.
은빛, 혹은 혼인색의 무지개빛 몸을 번득이며 두어 자씩 공중으로 튀어오를 때의 환희라니!
수 킬로미터의 하천이지만 일이백 미터만 여유작작 잡으면 한두 사발은 금방이었다.
틈만 나면 어른아이 할 것 없이 고기를 잡아 어죽을 끓여먹는 게 일이었다.
허니 여름이면 어떻겠는가. 하천주변에 수박 참외원두막도 몇 개 있거니와 과일나무도 심심찮아 밤에 횃불을 밝히고 물고기를 잡아 철렵하면 더위가 다 무엇인가
간혹 부녀자들 목욕하는 것도 홈쳐보려 애쓰고
이따금 형들이나 누나들의 연애사연..심부름..어디 여름뿐인가 봄가을겨울의 그 추억들...
어디 하천만인가 산골, 강변, 해변이라고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아아~
아이들은 그저 저절로 자라고 저절로 모든 것을 배웠었다.
그러나 70년대 초던가 그전이던가, 대규모 경지정리로 인해 반듯한 하천이 되고 주변의 밭은 모두 논이 되어버리고 금모래 은모래도 점차 바닥나고 물 역시 상류에서부터 오염되어 고기도 못 먹게 되고 하천바닥은 반 이상 전에 못 보던 독초로 덮여버렸다. 강산이 서너 번 바뀔 세월이니 사람이라고 온전할 것인가
황량한 하천변에 쪼그리고 앉아 담배한대 피워 문다.
내 어릴 때의 그 낙원을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나 될까 생각해본다.
그 낙원을 재건하려면 돈이 얼마나 들까도 계산해본다.
아아~
그 때 그이들은 모두 어디 가버리고
머리 희어진 나만 여기 남아 이 청승이란 말인가
여름이면 기차에 탄 여행객을 보며 많이 부러워했다.
주로 서해안의 해수욕장으로 놀러가는 것이었을 텐데...
피서나 관광도 못하는 내 신세가 너무 초라해서일 게다.
그리고 추석이나 설 때는 요즘 인도나 중국같이 꽉꽉 들어차 여기저기 위험하게 매달린 여객들...
당시만 해도 기차승객에게 손을 흔들어주는 순수함이 우리 시골아이들에겐 있었다.
간간 마주 흔들어주는 다정한 여객도 심심찮았다.
지금은...
구철길은 없어진지 오래고 신철도가 고가도로같이 설치되어 가까이 접근할 수 조차 없는 것 같다.
물론 아이들마저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가 되었다.
그리고 사람들...
꽃은 해마다 똑같이 피어나건만 사람들은 왜 달라져서 덧없이 훨훨 떠나버리고 마는 것인지...
실은 꽃도 그렇다.
어릴 때 많이 보던 봉선화 채송화 분꽃 나팔꽃 맨드라미가 요즘은 아주 드물어진 것 같다.
모양만 그럴싸한 외래종만 유행하는듯 하다.
아~넋두리가 길어지는가.
https://youtu.be/btxVo4QyM9E
첫댓글
시냇가의 추억 글과 사진
눈에 익숙한 풍경 절로
미소가 지어 지네요.
물장구 치고 놀던 동내
꼬마는 지금은 백발 노인
세월이 무상합니다.
60.70년데 모습들의 그림인데
한국 아이들이 아니고
중국의 아이들이고요.
중국 작가의 그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