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시 각 지역에서는 나름대로 신입교육 커리를 짜서 공부를 해 오고 있었는데 그러다 보니 창작동화만 1년동안 하고 있는 곳도 있고 2년이 지나도 그림책만 보고 있는 지역도 있었다. 그래서 전국 협의회 단위 회의에서 신입교육을 체계화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고, 우리 창작공부를 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것은 이 땅의 어린이들에게 우리 창작을 읽게 하여 겨레의 정신을 살려주어야 한다는 어린이도서연구회의 창립목적을 이루기 위해 필수적인 것이었고 기간은 6개월로 정하되 회지 공부를 하거나 행사 등이 있어 꽉찬 6개월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으므로 24주로 확정을 했다.
그 뒤 서울협의회에서 대표자들이 모여 이 일을 어느 단위에서 할 것인가를 놓고 논의하여 협의회 교육부가 새로 결성이 되었으므로 교육부가 신입교육에 대한 부분을 담당해야 한다는 것으로 결정을 내렸다.
이에 서울협의회 교육부에서는 회의를 통하여 교육부장 및 교육담당자에게 메일을 보내 신입교육현황을 조사하였고 그 자료를 토대로 신입교육 기간, 일정, 내용 등을 정리해 나갔다. 그런 가운데 신입교육커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신중하게 교육커리에 대한 논의를 했다. 당시 교육부장들은 신입교육에 대한 논의도 처음이었을 뿐 아니라 커리를 정한다는 것도 아무런 경험이 없이 시작된 일이라 상당한 부담을 가지고 의견들을 모아나갔다. 교육커리에 대한 각 지역의 의견들을 수렴하여 협의회 교육부회의에서 다시 논의하였다. 몇 차례에 걸쳐 의견들을 조율하면서 우리회에서 제작된 ‘신입교육도움자료집’을 근거로 삼고 각 지역에서 신입들이 모여 토의했던 내용들을 참고로 하여 24주 신입교육커리를 만들어 나갔다. 기본적으로 꼭 읽어야 할 책들을 정리해 가다보니 조금 많다싶게 책들을 선정했다. 그래서 일단 기본 교육커리는 그렇게 정해두고 각 지역의 역량에 따라 조정해서 활용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그렇게해서 지금의 24주 신입교육커리가 만들어진 것이다.
*왜 10인 작가 작품을 꼭 읽어야 하나?
- 그 이야기를 하자면 어린이도서연구회가 만들어진 목적으로 거슬러올라가야 하는데, 25년 전 어린이문학은 외국문학을 번역하여 세계명작동화가 전집으로 발간되고 어린이문학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갖지 않은 부모들은 전집에 의존하여 아이들에게 책을 읽히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회에서는 우리 어린이들에게 겨레의 얼을 심어주고 나아가 주변 강대국에 대한 무조건적인 선호사상 즉 열등의식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데에 문제의식을 갖게 되었다. 우리 민족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열등의식을 극복하고 나아가 당당한 자세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데 우리회의 결성목적을 두게 된다. 그래서 우리 창작동화를 하나하나 읽어나가면서 그런 목적에 부합하는 작품들을 선별해 나갔고 그런 과정을 통해 우리 겨레의 얼을 담아내려는 작가정신이 투철한 작가들을 엄선하여 만들어진 것이 ‘10인 작가’이다. 그러므로 당연히 신입교육을 할 때 이 10인 작가의 작품을 읽고 토론하면서 우리회의 방향과 정체성을 찾아가야 하는 것이다.
*신입교육커리 활용에 대하여
- 24주 신입교육커리를 가지고 교육을 할 때 가장 어려워 하는 부분이 겨레아동문학선집이라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 겨레아동문학선집을 공부할 때는 작가 중심으로 읽어 가면 된다. 1권은 방정환을 공부할 때 여기에 실린 방정환 작품만 보면 된다. 그리고 마해송 작품은 마해송 공부를 할 때 그 부분을 같이 보면 될 것이다. 나머지 작품들은 당시의 분위기나 작품경향을 알기 위해 참고삼아 읽도록 권유하면 된다. 그렇게 작가 중심으로 공부를 하면 덜 부담스럽게 공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금천동화읽는어른모임에서는 겨레아동문학선집을 다양한 방법으로 공부해 보았다, ①겨레아동문학선집을 1권에서 8권까지 공부를 한 뒤 다시 방정환부터 겨레 아동문학선집에 실린 작품을 제외한 책들을 읽어나가는 방식 ②10대 작가작품을 먼저 공부를 한 뒤에 다시 정리하는 느낌으로 겨레아동문학선집을 마지막에 읽는 방식③겨레아동문학선집을 작가중심으로 읽으면서 다른 작품을 더 추가하여 읽는 방식. 이렇게 공부해 본 결과 ③의 방식이 가장 진행이 자연스럽고 정리가 잘 되었다.
현대 작가 작품을 읽을 때에는 작품 중심으로 책을 읽어가는 것이 좋다. 아직 그 작가들을 평가하기에는 시간을 두고 앞으로 나오는 작품을 꾸준히 보면서 평가되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우선 대표작품들을 보면서 그 작품에 비중을 두고 평가해 가야 할 것이다. 그래서 현대작가 작품을 볼 때는 커리에 나와있는 작품 외에도 신간들 중 문제작이 있다면 그것을 추가하여 공부해도 좋을 것이다.
*시대에 뒤떨어진 작품이라고 느껴져서 재미가 없다.
- 아마 이런 말은 겨레아동문학선집을 두고 많이 나오는 말일 것이다. 겨레 아동문학선집은 우리나라 근대아동문학작품을 찾고 찾아서 모아놓은 책이다. 열악한 우리 아동문학계의 자료를 한 곳에 모아놓은 것만으로도 공부를 하는 우리에게 너무나 고마운 일일 뿐 아니라 우리 아이들에게도 꼭 읽혀야할 주옥같은 작품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간혹 신입교육을 하는 분들이 신입들이 너무 따분하고 읽어내기 힘들어한다고 하면서 꼭 해야 하냐고 반문을 한다. 그런데 그 부분을 곰곰이 생각해 보면 교육 도우미로 들어가는 선배들이 사실 이 작품을 제대로 읽고 토론해 보지 않아서 그 가치를 제대로 느끼지 못한 경우가 많다. 우리가 신입교육커리를 만들고 6개월에 걸쳐 우리 창작을 읽기로 한 것이 2년전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쉽게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럴 경우 도우미로 들어갔을 때 신입들이 자기가 지금까지 본 동화와는 좀 다른 느낌이어서 낯설어하며 얼른 다가서지 못하는 것에 대해 동조할 수밖에 없고 신입들에게 그 가치를 일러줄 힘을 잃게 된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왜 겨레아동문학선집을 읽어야 하나를 먼저 짚어보아야 할 것이다.
현재는 과거의 결과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욕의 역사라 하더라도 우리는 그것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런 역사를 비껴갈 수 없었던 우리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쓰지 않고 그것과는 무관한 명랑동화같은 작품만 있어야 하고 그것을 우리 아이들에게 읽혀야 한다면 우리는 어디에서 지금 현실을 이해하는 단초를 찾을 수 있겠는가. 아직도 우리가 열강들의 압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사대주의와 열등의식을 밑바닥에 깔고 있는 모습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극복해 갈 수 있을 까? 그런 고민 앞에서 우리의 역사를 제대로 알고 올곧게 이해해 갈 때 지금 이땅의 현실을 이해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올바르게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시대가 달라서 배경이나 인물 말들이 낯설게 느껴질 수는 있지만 그 밑바닥에 흐르는 의식, 가치관은 지금에도 다름이 없다고 생각한다. <청어뼉다귀>의 순덕이처럼 <돼지콧구멍>의 종수처럼 부와 권력 앞에서 당당하게 맞서 나갈 수 있는 아이는 지금도 그러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년샤쓰>의 창남이처럼 가난을 부끄러워 하지 않고 당당하게 맨몸을 보일수 있는 아이로 자라야 하는 것은 비단 그 시대만의 요구가 아니다. 오히려 지금 우리의 주체성을 읽고 국적없는 문화현상에 휩싸여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더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 가난한 당시를 알려주는 것이 도대체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말한다면 과연 우리가 그때의 절대적인 가난을 모두 벗어났냐고, 절대적인 가난을 좀 비켜났다고 하더라도 상대적인 가난으로 인한 억압은 더 한 것이 아니냐고 되묻고 싶다.
첫댓글 양미씨,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