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식 중에는 변하지 않는 음식을 선호하다보니 병이 많이 생기는 것 같어. 변하는 음식을 변하기 전에 먹어야 하는데, 사람들은 변하지 않는 음식을 먹어. 설탕, 조미료, 소주 이런 것들을 먹으니까...... 생각해보니 우리 주위에는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음식들이 참 많다. 오랫동안 두어도 변하지 않는 음식들이 꼭 나쁘다고 단정 지을 수만은 없지만, 그것들에는 생명이 없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죽은 음식을 먹으며 살고 있다. -P35.전남 장흥 장동면 장동주조장 김영환 사장님과의 대화 글 중에서- ”
먹지 않고서는 살수 없기에 누구에게나 음식에 관한 추억 한가지씩은 떠오르기 마련이다. 요즘에는 화려하고 예쁜 먹거리들이 즐비하지만 내가 어릴 적에는 그다지 먹거리가 지금처럼 화려하다거나 풍요롭진 않은 것 같다. 군것질이라고 해봐야 학교 앞 떡볶이, 달고나, 불량식품이 다였으니 말이다. 지금처럼 주문하면 바로 배달되는 편리한 시절은 아니었기에 비가 오면 어머니께서 해주시던 김치전, 파전이 떠오르며 여름이면 찐 옥수수, 겨울이면 고구마가 떠오른다. 몇 개월 전 TV에서 어머니하면 떠오르는 음식이 뭐냐는 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보며 난 어머니하면 김치전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먹거리가 풍요롭지 않은 시절이라 지금의 피자나 케익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어머니의 김치전은 정성이 가득 들어간 음식이자 우리 형제들에겐 요즘과 같은 피자이고 최고의 음식이었다.
인터넷 검색만하면 유명한 맛 집과 이색적인 맛 집에 대한 정보를 금방 알 수 있지만 어릴 적 어머니의 김치전처럼 전통적인 맛을 오래도록 유지하는 맛 집의 정보는 잘 찾아볼 수 없는 듯 하여 화려하진 않지만 정갈하고 소박하며 각 음식의 전통성을 이어가듯 부담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찾을 수 있는 맛 집을 소개한 ‘맛객의 맛있는 인생’ 이란 책을 보았다.
맛있는 인생의 저자이신 맛객 김용철 선생님은 45권이 넘는 어린이 만화책을 펴내셨고 그 중 단편 배낭 속 우산은 초등학교 국어교과서에 실렸을 정도로 평소 감수성이 예민하시며 사색을 즐기시는 만화가이시다. 2004년 Daum에 ‘맛있는 인생’ 이란 블로그를 개설하며 수차례 우수 블로거로 선정되신 만큼 800만 네티즌의 환호를 받고 있으시며 오래전부터 음식에 대한 글쓰기나 요리 일기 등을 계획했던 만큼 현재 미식 및 맛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고 계셨다.
맛객이 들려주는 맛있는 인생은 요즘 많이 볼 수 있는 레스토랑이나 카페 푸드와 같은 맛 집을 소개하는 게 아니지만 소박하지만 추억이 떠오르듯 전통성이 있는 어머니의 손맛과 같은 맛 집 그리고 그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인심과 같은 사람 사는 맛, 전통적인 우리 맛, 처음에는 기대되지 않던 맛 속에서 갈수록 생각나게 만드는 그리움이 느껴지는 맛, 일탈을 꿈꾸는 별미, 진미, 향으로 먹는다는 버섯과 어선위에서 갓 잡아먹는 대게의 맛과 같은 자연의 맛, 티베트의 4대음식과 순수법으로 맥주를 만들며 일체 인공적인 맛이 없다는 독일맥주, 일본의 우동과 라멘 등과 같은 세계 속 전통적인 맛과 우리네 삶의 한부분인 음식들의 맛과 유래 그리고 맛깔스런 저자의 맛있는 표현들과 맛있게 먹는 방법 등을 소개하며 전통적인 맛과 추억을 더욱 떠오르게 표현하고 있다.
맛있는 인생을 보며 찜하듯 찾고 싶었던 맛 집은 네티즌의 심금을 울리기도 했으며 SBS 프로그램에 김형민 PD가 최초로 소개했고 절망적이었던 한 사람의 삶을 변화시켰다는 옛집이란 국수집이다. 40대 남성이 사기를 당해 전 재산을 잃고 아내까지 그의 곁을 떠나 용산역 앞을 배회하는 노숙자가 되었는데 하루는 배가 너무 고파 용산역쪽 식당들 앞에서 밥 한술 구걸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어느 곳에서도 발을 들여놓지 못하던 중 옛집이란 국수집의 할머니는 이런 그를 따뜻하고 환하게 맞아주셨다고 한다. 그는 국수 두 그릇을 허겁지겁 먹고 도망쳤지만 도망가는 이 남성의 뒷모습을 보면서 “그냥가! 뛰지말어! 다쳐요!” 라고 외쳤다는 할머니의 이야기를 이 40대 남성이 김형민 PD가 소개하는 맛 집의 프로그램을 보다가 전화로 알려 주었다는 이야기를 통해 배는 물론 허기진 마음까지 채우며 어머니의 온정을 느낄 수 있는 집이란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는 요즘처럼 채소 값이 금값인 시기에 형편대로 내고 먹는 유기농식당인 마포의 문턱 없는 밥집이 참 이색적이었는데 밥값은 1000원 이상부터 형편껏 내도록 되어 있으며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통용되지 않는 친환경 농법으로 지배한 유기농 채소들의 생산이력까지 공개하고 있다고 한다. 반찬이나 밥은 직접 가져다 먹지만 음식은 절대로 남겨선 안 되며 자신의 음식 그릇은 물로 깨끗이 헹궈 마시는 발우공양을 한다고 해도 괜찮을 만큼 식기의 주방세제 또한 인체에 무해한 순식물성 무린세제를 사용한다고 하니 요즘처럼 채소 먹기 힘든 시기에 부담 없이 건강한 밥상을 한 끼 먹을 수 있을듯해 꼭 방문해 보고 싶다.
세 번째는 어릴 적 외식하면 떠오르는 자장면의 발상지인 인천의 차이나타운에 자리한 중국음식으로 유명하다는 공화춘의 소개에서 자장면의 나이가 대략 100살이 넘는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귀찜의 역사가 40년, 부대찌개의 역사가 50년 밖에 안 되는데 자장면의 역사가 이정도면 거의 우리 전통음식 수준이며 실제 중국에는 자장면이라는 음식이 없다는 사실을 들은 적이 있는데 길고 긴 세월을 먹어온 만큼 가히 우리음식이라고 해도 될듯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외에도 소박하며 이색적인 감동 맛 집이 많이 소개되어 있지만 저자가 맛 집을 찾아다니며 아쉬워했던 마음처럼 나 또한 같은 마음으로 공감되던 부분이 있었는데 일본이나 해외의 전통 있는 기업이나 식당들은 그 가업을 100년 이상 유지해 오는 곳이 많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식당들이 많이 없는 듯하다. 길어야 50-60년 정도인 듯 한데 이런 전통 있는 식당에서 내놓는 그릇이 멜라닌 식기라면 아쉬운 마음이 더욱 클듯한데 만약 외국인이 한국의 전통음식집이라고 찾아왔는데 이런 모습을 보면 참으로 부끄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려하며 달콤한 유혹을 하는 먹거리가 많은 요즘 맛있는 인생을 통해 진정한 맛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었고 천재꼬마 요리사는 나올 수 있어도 천재꼬마 미식가는 나올 수 없다는 저자의 이야기처럼 평소 맛있는 음식에 맛보기만 좋아했지 그 맛에 대해 논하거나 하는 표현력은 부족한지라 비록 소질은 없지만 앞으로의 경험을 통해 내 미각을 발전시켜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