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짓달 따뜻한 팥죽 한 그릇의 의미
2023년 12월 22일은 동지(冬至)입니다.
동지는 일년중에 낮이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긴 날이라고 하지요. 흔히 팥죽을 먹는 날로도 유명한데요.동지가 되면 왜 팥죽을 먹을까요? 또 옛 어르신이 맡죽을 쑤어 문에 조금씩 뿌렸던 건 무슨 의미일까요?
팥은 한의학에서 적소두(赤小豆)라고 부르는데, 적소두란 붉은 색의 작은 콩이란 뜻입니다.한의학에서는 다섯 가지 색과 오장을 연관지어 설명하곤 합니다. 심장 붉은 색, 간장 푸른색, 비장, 노란색,폐장 흰색, 신장 검은색
푸른색을 띤 부추, 미나리 등은 간에 좋고, 검은 깨, 검은 콩은 신장에 좋은 음식이 되는데, 붉은색의 팥은 심장과 연관이 많습니다.
심장이란 불 혹은 태양과 같은 역할을 하므로 만물이 얼어붙는 겨울 동짓 날의 따뜻한 팥죽 한그릇은 추위를 이기고 양기를 도와준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팥빙수에서 차가운 얼음 위에 팥을 얹어 먹는 것도 이와 같은 의미입니다.
우리 몸속 오장육부 중에 신장을 콩팥이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이는 아마도 신장이 콩과 팥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것으로 보입니다. 팥은 신장에도 도움이 되는 효능이 많은데 특히 소변을 잘나가게 하며 부종을 없애고 부은 것을 내린다고 합니다.
또 오랫동안 먹으면 살을 빠지게 하여, 비만이신 분들은 팥죽이나 밭밥을 자주 드시면 좋겠습니다. 임신부종에도 큰 효험이 있는데 팥을 씻어 내장을 버린 붕어와 함께 넣어먹으면 좋다고 하였습니다.
그밖에 팥의 효능 중에 재미난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소맥독(小麥毒)을 풀어준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소맥은 밀가루를 말하는데요.다시말해 말가루 음식을 먹고 탈이 나는 것을 방지한다는 의미입니다., 밀가루 음식의 대표적인 것이 빵인데, 요즘 빵의 종류가 엄청나게 다양하지만 그래도 빵의 원조라고 한다면 팥빵이나 팥이 들어간 찐빵을 꼽을 수가 있지요. 팥은 맛도 좋지만, 밀가루로 만든 빵과 조합이 잘 맞는다는 의미가 숨어 있습니다.
동짓날 팥을 문에 뿌리는 이유는 중국의 전설과 연관이 있습니다.
중국 고대 신화속의 인물인 공공의 아들이 동지시날 죽었는데, 죽고 나서 마마 귀신이 되어 역병을 터뜨리는 역귀가 되었다는 내용입이다. 그런데 공공의 아들은 생전에 핕죽을 가장 싫어했다고 알려져 팥죽을 먹고 문에 뿌려 전염병을 퍼뜨리는 역귀를 막았다고 하는것이 풍속의 시초입니다. 하지만 이 풍속은 도리에 어긋나므로 그만 두라는 임금의 명도 있었다고 합니다. 조선왕조 실록 영조편에 동짓날 팥죽을 먹는 것이 비록 양기를 도와주는 것이라 할지라도 이것을 문에 뿌인다는 것은 도리에 어긋나므로 그만두라 명하였는데, 아직도 팥죽 뿌리는 일이 없어지지 않았으니 다시 한번 잘못되니 풍속을 바로 잡으려는 나의 뜻을 보이도록 하라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팥죽을 뿌려 병을 막는다는 것은 다소 주술적인 의미가 있지만, 한의학에서는 팥을 먹는 것은 전염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음력 정월 토하룻날 팥을 베주머니에 넣어 우물물에 3일간 담가 두었다가 남자는 10알, 여자는 20알씩 온가족이 먹으면 전염병이 예방된다고 합니다. 팥은 겨울절 양기를 도와주는 등 여러가지 좋은 효능 외에도 다양한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어 감기 예방 및 건강 증진에 좋은 역할을 한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단, 팥은 부기를 내리고살을 빠지게 하므로 마르고 피부가 검은 사람은 많이 드시면 안되며 위산과다가 있는 분들은 속쓰림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 두시면 좋겠습니다. <김도경 한의사 말씀을 德田이 옮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