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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을, 겨울, 봄 세 철을 이어 즐기던 바다는 여름을 맞이하여 관광객들에게 내어주고 부산 사람들은 여름이면 오히려 쉴 곳이 적다. 계곡에서 텐트 치는 것도 어린 아이들 있는 집에서나 몇 번 해볼 일이고 나같은 열없는 나이대의 다 큰 아들딸이 있는 집에서는 여름 휴가 얘기도 슬그머니 들어가버리니까 부모님은 부모님대로, 아들딸들은 아들딸들대로 알아서 '식히고 오는'게 불문율이 됐다.
한가하기로 치면 정말 이 동네 전체를 통틀어 둘째 가라면 서러울 나는 이럴 때 여행이라도 좀 다녀오라는 주변 사람들의 말을 하루에도 서른여섯 번(농담)은 듣지만 의외로 뭔가 보러 다니는 것을 안 좋아하는 게으른 취향 때문에 여름 휴가는 주로 펜션에서, 먹을 거 대강 해먹고 책이나 좀 읽다가 오는 그런 식으로 보낸다.
펜션도 그야말로 그 수준과 테마가 천양지차라 부산 시내의 숙박업소에 묵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게 정말 잠만 자라고 만들어놓은 곳도 있고 서비스는 좀 어설프지만, 그래서 펜션보다는 민박에 가깝지 않나 싶지만 주인 내외분의 성품이 참 어질어서, 다음에 뭐 안 좋은 일 있으면 울러 오고 싶은 그런 곳도 있다.
2. 오늘 소개할 펜션 <소무>는 안면도 정당리에 자리잡은 '유럽식 부티크 펜션'이다. 은발 섞인 머리를 길게 길러 꼭 승무원들처럼 돌돌 말아 묶은 바깥주인 '마리오'님은 천상 인사동 같은 데 가면 있는 그림쟁이나 사진쟁이 같은 외모를 가졌지만 사실은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가르치는 교수님. 그리고 무거워 보이는 단발머리가 매력인 안주인 '마리안'님은 칼럼니스트이자 와인애호가. 마리오와 마리안 사이의 큰 따님은 쉐프를 꿈꾸고, 작은 따님은 화가 지망생인 그야말로 "나이 먹으면 이렇게 저렇게 살아야지!"하고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그런 이상 가족이다.
펜션 <소무>는 객실 이름도 참 귀엽고 귀엽게 잘 지어 놓았다. 객실 수는 총 7개로, 디켐, 론, 마뇽, 앙주, 딸보, 따벨, 보졸레.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객실 이름만을 가지고 충분히 컨셉을 짐작할 수 있으리라.
펜션에 객실이 있는 것이야 당연한 것이고, 무엇보다 <소무>에는 <Terroir테루아>라는 멋진 이름의 퀴진이 있어서 이곳에서 소무가 와인 시음회를 주최하기도 하고, 손님들이 와인을 마시기도 한다.
물론 와이너리를 컨셉으로 한 펜션답게 객실에서도 와인을 즐길 수 있도록 쇼트 즈위젤 네 개씩이 전 객실에 비치되어 있고, 와인을 개인적으로 가져와 서비스를 부탁해도 콜키지가 없다.
펜션의 저녁 메뉴 디폴트값은 역시 바비큐. 주인장이 직접 서비스를 해주시는데 "고기의 두께를 반드시 2cm 이상으로 썰어 올 것"이 마리오님 바비큐의 원칙이란다. 프레쉬 허브를 따 넣고, 안면도에서 삼 년을 묵힌 소금을 하얗게 되도록 뿌리는데 먹어 본 사람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은, "맛있는 소금은 칠갑을 해도 안 짜다."는 거.
전날 바비큐로 과식하고 와인으로 과음했어도, 아침에 빵 굽는 냄새를 맡으며 도저히 견디지 못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것, 어디 캔티 지방의 와이너리 순례 여행기에서만 읽을 수 있는 환상은 아닌가보다. <떼루아>에서는 매일 아침 크라상과 베이글을 굽고, 안주인이 갓 내려주는 커피도 마실 수 있다. 그리고, 감동적이게도 조식 서비스는 무료. (말해놓고보니 어째 커피가 꼭 맥심모카골드 빛깔인데...)
3. 여름 휴가를 보낼 펜션이라고 해서 뭐 특별날 것이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궁합이 잘 맞는' 곳을 한 군데 알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1년 중의 힘든 때에 위안이 되니 좋은 장소를 만들어놓고 사람들을 기다려 모신다는 직업이 참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숙박비도 보통 시세에서 크게 싸지도 비싸지도 않다. 너무 더운 여름보다는, 지쳐 나가떨어지기 직전인 쨍하고도 선선한 초가을에 밀실 살인사건같은 고리타분한 추리소설을 싸들고, 와인도 두어 병 사들고 반드시 고기는 2cm 이상의 두께로 썰어서(하하) 방문해 보면 좋겠다. |
--------------------------------------- 소무와의 인연에 감사드립니다. -----------------------------------
에이스 님~
안녕하세여^^
소무보다 소무를 더 깊이 사랑해주시는 그 마음이
여기까지 전해져오는듯 합니다.
세세하게 소개해주신 정성에 깊은 감사드리며,
늘 관심 가져주셔서 고맙습니다.
여기 소무는 지금 태양이 작렬하는 한여름 날씨네요~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인 듯 한데~
건강 조심하시고~
늘 행복하시길 기원드립니다.
평안하세요^^*
- somu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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