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O <왕좌의 게임>이 데뷔 이래 경쟁 케이블 드라마인 <브레이킹 배드>에 두 차례, <매드맨>과 <홈랜드>에 한 차례씩 무릎을 꿇은 이후 다섯 번째 도전에서 드디어 작품상을 받았다. <왕좌의 게임>은 드라마 부문 작품상 외에도, 각본, 감독, 분장, 특수효과 등 총 12개 부문에서 수상을 했는데, 이는 2000년 NBC의 걸작 정치 드라마 <웨스트 윙>이 기록한, 한 해 에미상 최다 수상 기록인 9개 부문을 훌쩍 뛰어넘는 대기록이다. <왕좌의 게임>의 이번 수상으로 2006년 FOX의 <24시> 이후 9년 연속으로 케이블 드라마가 공중파 드라마를 제치고 작품상을 독식하면서 강세를 이어갔다.
67회 에미상 코미디 부문 작품상 관전 포인트는 ABC의 <모던 패밀리>가 이번에도 수상을 이어갈 것인가였다. 만약 올해에도 수상하게 된다면 NBC의 <프레이저>를 뛰어넘어 6년 연속 수상하게 되는 대기록을 달성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모던 패밀리>는 HBO <빕스>의 네 번째 시즌에 덜미를 잡혀 대기록 작성에 실패했다. 제67회 에미상 최대 이변이라 할 수 있겠다.
에미상 최초의 흑인 수상자는 1966년의 빌 코스비였고, 이후에도 알프리 우다드, 데비 알렌 등 흑인 남우주연상 및 흑인 여우조연상 수상은 다수가 있었지만, 흑인 여우주연상은 <하우 투 겟 어웨이 위드 머더>의 비올라 데이비스가 처음이다. 데이비스는 수상소감으로 노예해방 운동가였던 해리엇 터브먼의 말을 인용해 할리우드의 다양성 문제에 대해 발언했고, 경쟁자이자 역시 흑인인 <엠파이어>의 여배우 타라지 P. 헨슨은 비올라 데이비스의 수상 소감 내내 홀로 기립박수를 보내는 감동적인 장면을 보여주었다.
AMC를 대표하는 두 걸작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와 <매드맨>의 주연 배우 브라이언 크랜스톤과 존 햄은 각기 여섯 차례, 여덟 차례 에미상 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에 후보로 올랐다. 그러나 브라이언 크랜스톤이 총 네 차례 남우주연상을 받았지만, 존 햄은 일곱 번 연속으로 수상에 실패하는 기록을 갖게 되었다. 말 그대로 7전 8기, 일곱 번 쓰러져도 여덟 번째 일어난 존 햄은 기어이 <매드맨>의 마지막 시즌으로 에미상 트로피를 손에 쥐었다. 에미상 시상식 연단에 그렇게도 오르고 싶었던 존 햄은 계단을 이용하지 않고 연단에 기어 올라가는 퍼퍼먼스로 수상에 대한 간절함을 표현했다.
HBO의 정치 코미디 <빕스>는 <모던 패밀리>가 데뷔 이후 6년 연속 작품상을 받는 것을 저지한 것 이외에도 대단한 저력을 한 가지 더 보여주었다. 바로 주연 여배우인 줄리아 루이스 드레이퍼스가 시리즈 시작 이후 4년 연속으로 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을 받은 것이다. <매드 어바웃 유>의 헬렌 헌트가 4년 연속 수상한 기록을 보유하고 있지만 시리즈 시작부터 4년 연속은 줄리아 루이스 드레이퍼스가 처음이다. 또한 줄리아 루이스 드레이퍼스는 <사인펠트>에서부터 <뉴 어드벤처 오브 올드 크리스틴> 그리고 <빕스>까지 출연한 모든 작품에서 에미상 여우주연상과 조연상을 받았다.
2015년 제67회 에미상은 지난 7월 발표된 노미네이션 단계에서부터 그 어떤 해보다도 깜짝 놀랄 수준의 다양한 반전을 선사했다. 2015년 최고의 드라마이자 최고의 흥행작으로, 케이블에 맞선 공중파의 희망으로까지 불렸던 FOX의 <엠파이어>가 드라마 부문 작품상 후보에도 끼지 못하는 굴욕을 맛봤으며, <굿 와이프>의 줄리아나 마굴리스와 <빅뱅이론>의 짐 파슨스, <걸스>의 레나 던햄과 같은 에미상 경력자들이 남녀주연상 후보에서 모조리 누락 되었다.
또한 메타크리틱 시즌 평점 92점을 기록하며 화려하게 대미를 장식한 <썬즈 오브 아나키>가 이번에도 노미네이션에 끼지 못한 사실, 골든글로브 드라마 부문 작품상을 받았던 쇼타임의 <어페어>가 작품상은 고사하고, 남녀 주연상 그 어떤 부문에서도 후보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면서, 이미 파격을 예상했다.
아울러 드라마 부문 여우조연상에서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의 크레이지 아이 우조 아두바가 <왕좌의 게임>의 레나 헤디, <매드맨>의 크리스티나 헨드릭스 등 강력한 후보들을 이긴 장면, 아마존의 코미디 시리즈 <트랜스페어런츠>의 주연 배우 제프리 탬버가 윌 포테, 루이스 C.K. 매트 르블랑 등을 제치고 코미디 부문 남우주연상을 받은 장면도 전혀 예상치 못한 장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