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적폐청산은 바로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시대가 이룩한 업적에 대한 청산입니다. 사실은 이 시대가 우리 과거 역사에 없었던 세계사에 우뚝 선 현재의 대한민국을 창조한 것입니다. 우리 육사 출신이 우리 대한민국 국민에게 축복을 선사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우리 육사의 찬란한 업적을 적폐로 규정하고 역사에서 지우려고 합니다. 그리고 우리 후배들이 이런 선배들을 이어가지
못할지언정, 지켜내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선배들을 욕하고
있습니다. 정말 바보 같은 짓입니다. 물론 공과도 있지만 중국의 등소평이
모택동에 대해서 공이 7, 과가 3이라고 하면서 역사를 계승했습니다.
세상 모두가 자기네 밥그릇을 챙기며 끼리끼리 먹고 살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데, 우리 육사 출신은 선배들의 유산도 못 지키고 서로 싸우고 있습니다.
가끔 저는 놀라는 일이 있습니다. 우리 육사 출신은 그래도 4년간 동문수학하고 같은 이념으로, 구국의 일념으로 입교를 하고, 졸업을 하고 군 생활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보면 같은 구석이라고는 찾아 볼 수가 없습니다. 군 생활 속에서는 진급이라는 굴레가 있어서 한 목소리를 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전역을 하고나니 진급의 굴레를 벗어서 그런지
너무나 다른 인간이 되어 버렸습니다.
우리가 초년에 품었던 조국도 없고, 애국도 없고, 정의도 없고, 오직 자신의
안위만이 있는 것 같습니다. 작금의 국가가 처한 현실에 대하여 동기생 전체
단톡방이나, 끼리끼리 모인 단톡방에 글이라도 올리면 벌떼같이 달려들어
비난합니다. 여기는 친목방이니 쓸데없는 정치와 관계되는 소리 하지 말고
그냥 웃는 이야기, 살아가는 이야기나 올리라고 합니다.
육사를 들어와서 군 생활을 30년 이상 할 때에 소시민으로 살아가려고 온 것
아닙니다. 국가의 간성으로 국가의 초석이 되려고 온 것입니다. 그래서 특별히
육사 출신은 군과 국민이 특별 대우해 준 것입니다. 우리 육사 출신이 더럽고
치사하게 군대생활 했습니까? 그래도 육사를 졸업했기에 대우받으며 자신감
있게 떳떳하게 생활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대부분 350만 원 이상 연금을 받는 것입니다. 350만 원 이상을 먹고 놀라고 주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현역으로 군에 있을 때는 군법에 적용도 받고, 진급도 해야 되니 눈치를 보았지만 지금은 얼마나 자유롭습니까? 국가 반역죄를 짓기 전에는 연금은 나옵니다.
걱정 마시고 국가를 위해서 연금 값은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제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아래 내용입니다.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고 모택동이 이야기했습니다. 대한민국의 총구는
실제적으로 육사출신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즉 육사 출신이 단합하고 뭉치면
대한민국을 끌고 나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단합해야 합니다. 그리고
앞에서 언급했듯이 선배들이 쌓아놓은 업적을 뭉개지 말고 계승해야 합니다.
그동안 노태우 정권 이후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의 25년을
보았지만 그래도 그들 민간인보다는 우리 군 선배가 잘했습니다. 왜냐면 우리
군인은 국가관이 있고, 애국심이 있으며, 대부대를 지휘하면서 리더십을 키우고, 인사·정보·작전·군수·동원 등 각개 분야를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우리 육사 출신이 뭉쳐서 나와야 할 때라 생각합니다. 국가가 절벽에 서 있습니다. 그동안 25년을 두고 보았으면 충분히 관찰했습니다.
더 그냥 두면 우리의 후손의 미래는 없을 것입니다.
제가 노태우 정권 말기에 청와대 경호실에서 근무했을 때 겪었던 일입니다.
저는 소령 시절에 청와대 경호실 27특공부대에서 근무하면서 노태우 대통령의
퇴임과 김영삼 대통령의 취임을 지켜보았습니다. 그 당시 청와대 경호실에는
현역 장교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대부분은 경호실 예하 조직이 아니지만
경호실에 파견된 부대(55경비대, 33헌병단, 27특공부대, 88군수지원대 등)
소속으로 근무했습니다. 이들 장교들은 대부분 육사 출신 장교들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노태우 대통령 퇴임 1일 전으로 기억합니다. 노 대통령은 퇴임인사도 하고,
재임기간중의 경호실 소속의 장교들의 노고를 치하하기 위해 경호실 영내를
순시하면서 장교들을 집합시켜 일장 훈시를 하였습니다. 저는 지금도
똑똑히 기억하며 대강의 요지는 아래와 같습니다.
“그동안 본인은 국민들이 다소 불법적이고 지나친 행동도 민주화를 정착시키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물태우라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참고 또 참았습니다. 대통령에 취임하면서부터 「30년의 군부정권을 민간정권으로 원만하게 넘기는 것」이
본인의 소명이므로 조심스럽게 정국을 관리했습니다. 혹시나 정국이 소란하여
군이 정치에 개입하는 일이 없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건국과 6·25전쟁 후 우리
군은 대한민국 보위와 발전을 위해 부득이 정치 전면에 나섰지만 이제는 그
역할을 다하고 군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우리 군이
역사의 죄인이 되지 않고 역사의 발전자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여기 있는 육사 출신들이 역사의 죄인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원만히 민간에게 정권을 넘기고 군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임기 내내 이 점을 명심하고 행동했습니다. 지금 퇴임을 앞두고
저는 정권 이양을 이루어 내어서 무한한 자부심을 느낍니다.”
그 후 김영삼 대통령이 취임하였습니다. 그 후 바로 육군참모총장, 보안사령관, 수방사령관을 경질하면서 군내의 사조직인 하나회를 숙청하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속해있는 경호실 부대도 예외일 수는 없었습니다. 특히 우리 부대는
특전사에 적을 둔 부대로 과거 전두환 대통령의 경호를 위해 하나회 소속
장교들이 대를 이어 지휘관을 맡은 부대로 인식되어 혹시 반란이라도 일으킬
것을 걱정해서 부대를 해체해 버렸습니다. 이와 유사하게 정권과 관련 있는
부대와 지휘관은 힘을 약화시켰으며 하나회 장교들은 지휘관에서 해임했습니다. 마치 조선시대 당쟁에서 패배하여 귀양 가는 것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 당시 하나회를 숙청한다는 것은 그 동안의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에 이르는 군부 엘리트를 숙청하는 것을 의미하였습니다. 이것은 역사의 단절을 의미하는 것이지 역사를 계승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나는 이런 상황을 보면서 노태우
대통령을 원망했습니다. 환한 미소를 지으며 역사적 소명을 일구어 냈다고
자부하던 대통령의 얼굴을 떠올리면서 노 대통령은 권력의 속성을 모르고,
정치를 모르는 너무 순진한 분이었구나 생각했습니다. 더구나 본인과 전두환
대통령이 구속되는 것을 보면서 노태우 대통령이 정치를 발전시킨 것이 아니라 퇴보시켰다고 느꼈습니다. 특히 대통령을 구속한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최고
권위를 실추시키는 것으로 언젠가는 이로 인해
우리나라는 혼란을 겪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이것으로 노태우 정권이 김영삼에게 정권을 물려주고 군인은 정치에서
물러났습니다. 저는 그 당시 노태우 대통령의 훈시를 들으면서 역사가 우리 군과 육사를 칭송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세계 역사에서 군사정권이 순순히 민간에게 권력을 이양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선배들은
국가를 어마어마하게 발전시켜 이양하였습니다.
하지만 작금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우리 육사 출신은 역사의 죄인이
되었습니다. 대한민국을 가난한 나라, 미개한 나라, 권위주의적인 나라에서
잘사는 나라, 자유스런 나라로 만들어 주고 떠난 군사정권을 적폐로 규정하고
그동안의 흘린 땀과 피를 헛되이 만들고 있습니다. 이를 어떻게 참아야 됩니까? 이렇게 훌륭한 대한민국을 건설한 선배님들은 지금 고인이 되거나 이빨 빠진
노인이 되어 말도 못하고 한탄만 하고 계십니다. 어찌 우리 후배가 이를 보고
조용히 있단 말입니까? 능력도 있으면서 단지 용기가 없어서 못하는 것입니다. 이는 배은망덕입니다. 선배에 대한 예의 이전에 인간에 대한 도리입니다. 그리고 선배들이 계승한 육사 정신에 대한 배반입니다. 사관생도 신조, 도덕률을
기억합시다. 빛나는 육사인의 애국심과 충성심, 정의감을 계승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