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타와 마리아 막달레나
카라바조
카라바조(Caravaggio, 1571-1610)는 세 번에 걸쳐 마리아 막달레나를 그렸다.
1594년경에 그린 <참회하는 마리아 막달레나>와
1598년경에 그린 <마르타와 마리아 막달레나>와
1606년에 그린 <마리아 막달레나의 환시>가 그것이다.
그는 1594년경에 그린 <참회하는 마리아 막달레나>에서와 달리,
4년 뒤에 그린 <마르타와 마리아 막달레나>에서는 주인공을 다른 사람으로 그렸다.
그녀는 <알렉산드리아의 성녀 카타리나>와 <유딧과 홀로페르네스>에서도 등장한다.
그녀는 로마 화류계의 고급 매춘부 필리데 멜란드로니(Fillide Melandroni)이다.
로마에서 창녀로 활동했던 여인을
성경에 나오는 창녀로 매우 사실적으로 표현했다는 점이 카라바조다운 선택이다.
그러나 만일 마리아 막달레나를 세속적인 창녀의 모습으로만 그렸다면
카라바조라고 말할 수 없다.
그림 속 창녀 필리데의 모습은 세속적이면서도 세속적이지 않고,
성과 속이 교묘하게 교차되어 있으며, 추함과 아름다움이 공존해 있다.
당시 카라바조는 <참회하는 마리아 막달레나>, <성 프란치스코의 환시>
<이집트로 피난 중의 휴식>, <마르타와 마리아 막달레나> 등을 발표하면서
로마에서 새로운 종교화가로 자리매김하고 있었고,
메디치 가문과 연줄이 있었던 델 몬테 추기경의 후원을 받아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그러나 시골 무명의 화가를 출세시킨 것이 그의 방탕함을 부채질했다.
그는 델 몬테 추기경의 가솔들과 어울리며 방종한 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카라바조는 화실에서는 천재화가였지만 로마의 뒷골목에서는 불한당이었다.
그는 로마 시내를 배회할 때도 언제나 칼을 허리에 차고 다녔고,
사소한 일로 다투기가 일쑤였다.
1590년대 후반 세기말을 앞두고 로마거리는 무법천지였고,
카라바조는 건달들과 어울려 다니면서 술집과 사창가를 전전했으며,
이 시기에 자연스럽게 로마의 고급 매춘부 필리데도 알게 되었다.
그녀는 당시 카라바조의 친구와 연인 관계였고,
이러한 친분으로 카라바조는 그녀의 초상화도 그려주었으며,
자기 종교화의 모델로도 삼을 수 있었다.
작품 중앙에 금실로 수놓은 화려한 옷을 입은 필리데의 얼굴을 한 마리아 막달레나가
하얀 블라우스 사이로 살며시 속살을 드러내고 거울 앞에 앉아 있다.
그녀의 머리카락은 단아하게 정돈되어 있고
그녀의 얼굴과 속살은 창백할 정도로 하얗다.
또 그녀는 순결을 상징하는 작고 하얀 꽃을 들고 있다.
그녀의 주변을 유난히도 밝고 하얗게 표현한 것은 죄의 용서와 연관된다.
성경에 따르면 마리아 막달레나는 자신의 몸에 들어온 일곱 마귀에 시달리다
예수님의 도움으로 그 마귀를 내쫓을 수 있었고,(루카 8,2),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혔을 때,
그 아래에서 성모 마리아와 함께 있었으며,(마태 27,56)
안식일 다음 날 이른 새벽에 예수님의 시신에다 향료를 바르기 위해
예수님의 무덤으로 찾아갔다가 예수님의 부활을 처음으로 목격한 여인이다.
또한 마리아 막달레나는 7세기 이후에는
성경의 인물 중 베타니아에 사는 마르타의 동생 마리아와 동일시되고,
바리사이 시몬의 집에서 예수님 발에 입을 맞추고 향유를 붓고 머리카락으로 닦으며
죄를 회개한 여자와 동일한 인물로 보기도 했다.
그래서 마리아 막달레나는 회개하는 사람의 본보기가 되었다.
탁자위에 있는 거울과 머리빗과 분칠을 하는 화장도구는
세속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했던 허영으로 가득 찬 그녀의 과거 삶을 암시한다.
동시에 거울은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성찰의 도구요,
거룩한 계시의 빛을 비추는 도구이기도하다.
그래서 카라바조는 그녀의 왼손아래 있는 거울 속에 강렬한 빛을 그렸다.
강한 빛과 거울의 짙은 어둠의 극명한 대비는
마리아 막달레나를 진실한 참회의 순간으로 이끌고 있다.
거울을 통해 돌이켜 본 자기 자신의 과거의 삶은 암흑이었지만,
주님을 통해 용서를 받은 현재의 삶은 구원의 빛이라는 표현이다.
마리아 막달레나의 오른쪽에서 손가락으로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세속적인 생활을 청산하고 영적인 생활을 하라고 설명하는 여인이
바로 마리아의 언니 마르타이다.
마르타는 소박한 옷을 입고 낮은 자세로 동생 마리아를 간절히 바라보며
세속적인 아름다움을 버리고 영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라며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다.
마리아 막달레나는 시선으로 언니의 설명을 경청하고 있다.
그녀는 인간 욕망의 덧없음과 세속적 삶의 덧없음을 깊이 응시하고 있는 것이다.
마리아 막달레나는 깊은 성찰로 세상의 빛이신 예수님과 일치를 이루었다.
그래서 그녀의 살갗이 다른 어떤 것보다 하얗게 빛나고 있는 것이다.
거울의 빛과 마리아의 살갗과 마르타의 손이 유난히도 빛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