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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그너머 <903> 경주 함월산 왕의 길
2014-12-10 20:33:28
- 수북이 쌓인 낙엽만 보고 걷다간 낭패
'근교산&그너머'팀 담당 기자로 발령받은 후 처음으로 나선 산행은 만만찮았다. 첫 산행이 때마침 몰아친 강추위를 만나면서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지난 7일 오전 근교산팀은 차를 몰아 경북 경주시내 보문단지를 지나 황용동 추령터널 입구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취재팀을 맞이한 것은 영하의 강추위였다. 바람까지 세차게 불어 체감온도는 훨씬 더 내려갔다. 겨울 산행 경험이 거의 없는 '초보 산꾼'으로선 여간 당황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금세 손끝이 얼어 취재수첩에 제대로 글도 쓸수 없을 정도였다. "이렇게 추운데 갈수 있겠습니까"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이에 이창우 산행대장은 예의 단호한 어조로 "겨울 산행에서 이 정도 추위는 추위도 아니다"며 무안하게 만들었다. 추령터널 입구에서 '황룡석불암' '백련찻집' '황용약수터백숙'이라는 나무 팻말이 가리키는 오른쪽 오르막길로 향했다. 아스팔트로 된 임도를 200m쯤 오르자 왼쪽으로 난 샛길이 나타났다. 조금 전에 봤던 '황용약수터백숙' '왕의길(신문왕 호국행차길)' 팻말이 나란히 붙어 있었다. 시멘트로 포장된 샛길로 들어서자 전형적인 산골 마을의 전경이 눈에 들어왔다. 마을 이름은 추원마을이다. 분위기도 완전히 달랐다. 양쪽으로 높은 산이 감싸면서 바람도 완연히 잦아들었다. 지금까지 걸어온 온기까지 더해져 제법 포근한 기운마저 느껴졌다.
■강추위속 겨울 산행
전형적인 숲속 오솔길인 왕의길(일명 신문왕 호국행차길)이 시작되는 모차골쪽 모습. 왕의길임을 표시 하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산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이번 산행은 왕의길, 다시 말해 신문왕 호국행차길을 따라가는 코스다. 왕의길은 동해의 용이 되어 죽어서도 신라를 지키고자 한 문무왕의 장례길이며, 그의 아들 신문왕이 부왕을 추모하기 위해 대왕암으로 행차하던 길이기도 하다. 추원마을에서 왕의길이 시작되는 모차골까지는 2㎞ 남짓하다. 모차골에서 용연폭포까지 이어지는 왕의길은 약 4㎞ 정도다. 용연폭포를 조금 지나 기림사에서 산행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번 코스는 경주 함월산 국립공원 내에 자리하고 있어 경주국립공원사무소가 깔끔하게 정비해놨다. 때문에 처음 찾는 등산객도 별 어려움없이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추원마을로 들어서서 작은 다리 하나를 건너자 번듯한 건물 하나가 유독 눈에 띄었다. 가까이가서 보니 '추원모차골회관경로당'이라고 씌여 있었다.
왕의길 정상부에 해당하는 수렛재.
얼마 안가 추원사로 가는 갈림길을 만났다. 산행로는 오른쪽의 추원사 가는 길이 아닌 곧바로 직진하는 방향이었다. 걷는 동안 이 대장의 설명이 곁들여졌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길게 늘어선 능선이 경주의 명산인 토함산에서 이어져 나온 것이라고 한다.
왕의 길이 끝나는 지점에 위치한 용연폭포에서 물줄기가 힘차게 쏟아지고 있다. 10여분을 더 지났을까. 이번엔 왕의길 방문객을 위한 주차장이 나타났다. 꽤 많은 주차면적이었지만 실제 주자된 차량은 한 대뿐이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곳에서 왕의길 입구까지는 좀 더 가야한다. 이날 몇몇 방문객들은 주차장을 지나 입구까지 차를 몰고 왔다. 하지만 왕의길 입구에는 별도 주차장은 없다.
드디어 왕의길 입구. 국립공원에서 설치한 표지판은 모차골에서 용연폭포까지를 왕의길이라고 한다고 설명하고 있었다. 모차골은 원래 마차가 다닌다고 해서 마차골이었으나 이후에 모차골에 바뀌었다는 것이다. 용연폭포는 신문왕이 받은 옥대의 용 장식 하나를 시냇물에 담그니 진짜 용이 되어 승천하고 깊은 연못과 폭포가 생겨났다는 것이 유래다.
■아늑하고 아름다운 길
보물 제833호인 기림사 대적광전 모습.
차량으로 온 등산객은 출발지점으로 되돌아가는 코스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이날 실제 그런 등산객도 만났다. 제법 경사가 있는 고개 정상에 오르자 수렛재라는 팻말이 들어온다. 해발 400여m로 왕의길에서 가장 높은 지점이다. 수레가 다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수렛재를 지나자 숯가마터와 불령봉표를 차례로 만났다. 불령봉표는 조선 순조의 아들인 효명세자의 묘에 사용할 제수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이곳의 나무를 베지 못하도록 한 임금으리 명령을 새긴 것이다. 조선 후기 어려운 정세 속에 부정부패를 개혁하고자 했던 효명세자의 슬픈 운명을 생각케 한다는 설명도 곁들여졌다. 불령봉표를 좀 더 지나자 삼거리가 나타났다. 두 길은 서로 만나지만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된다. 그렇지만 조금만 신경써서 보면 오른쪽 길에 안내 표지판이 있어 이곳이 왕의길이라는 것을 알수 있다.
불령 근처 바위에 임금의 명령이 새겨진 불령봉표. 삼거리를 지나자마자 어디선가 세찬 물소리가 들리는듯 했다. 물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가까이 가보자 10여m 높이의 바위 언덕에서 물보라를 일으키며 쏟아지는 물줄기가 보였다. 용연폭포였다. 맑은 물이 겨울이지만 손을 담가보고 싶은 충동을 줬다. 폭포 양쪽에는 거대한 절벽 바위가 감싸고 있었다.
용연폭포를 지나 평탄한 길을 걸어가자 산행을 마무리짓는 기림사다. 기림사 닿기 직전 다듬지 않은 나무를 기둥으로 세운 정자가 잠시 걸음을 멈추게 하기도 했다. 처음 산행을 시작할 때의 불안감이 안도감으로 바뀌는 순간이기도 했다. 근교산팀의 산행 시간은 모두 4시간쯤 걸렸다. 일반 등산객이라면 3시간 남짓이면 될듯했다.
- 왕의길 산행 종착지서 만난 기림사
근교산팀이 기림사를 찾았을 때도 규모 면에서나 건물의 자태 모두 고찰의 위엄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쌀쌀한 날씨에도 경내를 둘러보는 시민들도 꽤 눈에 띄었다.
기림사 근처의 골굴사를 둘러보는 것도 권하고 싶다. 국내 유일의 석굴사원으로 중국의 소림사에 비유되곤 한다. 불국사보다 200여년 먼저 창건될 정도로 역사도 오래됐다. 마애여래좌상과 인공석굴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는 절이기도 하지만 외국인들 사이에선 템플스테이를 통해 불교 전통무예인 선무도를 배울수 있어 인기가 높다. 경주시티투어의 주요 코스 중 하나이기도 하다.
- 경부고속도로서 경주TG 나와 감포행
감포 방향에서 경주버스터미널로 향하는 버스를 타야 한다. 100번과 150번 버스 등이 있다. 100번 버스는 20분 간격으로 150번 버스는 1시간 간격으로 운행한다. 노선버스가 운행되는 안동삼거리까지는 기림사에서 조금 나와야 하는데, 버스가 많지 않아 택시(054-744-2025)를 부르는 편이 낫다.
이처럼 대중교통으로 승용차가 있는 쪽으로 돌아오는 것이 번거롭다면 왕의길을 왕복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걷는 시간이 부담이 된다면 중간쯤인 불령 정도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는 것이다.
부산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가면 노포동터미널에서 경주행 시외버스로 이동하면 된다. 경주터미널에서 감포, 어일 방면으로 가는 100번, 150번 버스를 타고 가다 중간에 추령터널 입구에서 내리면 된다.
문의=스포츠레저부 (051)500-5147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
[경주 왕의 길(신문왕 호국 행차길) 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