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중앙대학교 건축학과에 입학한지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내가 학교와 늘 함께했던 것은 아니지만, 지난학기에 복학을 한 후 숨 돌릴 새도 없이 2학기 중간고사기간도 떠나보내고 보니, 내가 건축이라는 분야에 발을 들이고 시간이 꽤 흘렀다는 사실에 생각이 많아진다. 물론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이번학기에 들어서야 공간이 의미하는 바와 내 생각을 그 공간에 투영하는 법을 조금이나마 깨닫기 시작했고, 건축 재료와 시공 수업을 통해 해당 방면에서 디자이너가 가져야 할 지식에서 갓 걸음마를 떼고 있는 수준이다.
정작 현재의 나는 이러함에도, 주변 사람들이 나에게 기대하는 바는 그렇지 않다. 건축학과 2학년 학생이라면 주변 사람들이 건물을 지을 때 조언을 구할 정도의 기대를 품을 수 있다는 교수님의 말씀에 최근 친구와의 일이 떠올랐다. 지난주 막 중간마감을 마치고 기뻐하는 나에게 타대학교에서 디자인을 전공하는 친구가 질문을 해온 일이 있었다. 이번에 환경과 관련해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다는 친구는 자신이 한 건축물 스케치를 보여주며 어떤 건축 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냐는 물음을 던져왔다. 설계 프로젝트에 오토캐드와 스케치업 툴을 사용한지 채 보름도 되지 않은 나에게 그보다 더 전문적인 툴의 사용과 노련함이 보이는 스케치를 들고 와 조언을 구하는 상황이 일어난 것이다. 아직 건축 재료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지 못했던 나는 결국 친구가 원하는 답변을 해줄 수 없었고 모델을 제작할 때 사용할 만한 재료들을 알려주는 것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
건축 재료와 시공 9주차 강의의 주인공으로 드디어 콘크리트가 등장했다. 콘크리트는 현재 건축분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동시에 가장 기초가 되는 재료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내가 속한 손승완조가 담당했던 6주차의 시멘트, 다음 10주차에 맡을 골재까지도 콘크리트의 주재료에 포함되어있으며 지난 시간에 배운 시공의 내용 중에도 콘크리트와 관련된 것들이 포함되어 있는 만큼, 콘크리트의 중요도가 재료와 시공 수업에서 많은 비중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콘크리트를 올바르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콘크리트의 물성에 대한 총체적인 이해가 요구된다. 이는 결국 사용하고자하는 목적에 맞는 워커빌리티, 균질함, 적합한 강도, 수밀성 등을 지닌 콘크리트가 만들어지기 위한 조건들에 무엇들이 있는지를 알아야 하는 것이다.
콘크리트의 물성에 대한 것들을 언급하기에 앞서 짚고 넘어가자면, 콘크리트는 시멘트 모르타르에 굵은 골재가 섞여 만들어지는 것이며 이 과정에서 필요에 따라 혼화제가 사용될 수도 있다. 시멘트 모르타르란 시멘트에 물을 섞은 시멘트 페이스트에 잔골재인 모래를 섞은 것으로, 콘크리트는 결국 시멘트, 물, 골재의 혼합으로 이루어진 재료이다. 이전에 나는 콘크리트를 이루는 부재료들의 구성에서 시멘트가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클 것이라 생각해왔지만, 이번에 장광민조의 교재본을 통해서 골재가 70%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고, 시멘트 페이스트는 오직 30%의 비율을 차지하며 골재 사이의 공극을 메우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위에서 설명한 재료들과 상황에 따라 요구되어질 수 있는 추가적인 혼화제, 슬래그분말, 플라이애쉬 등을 어떻게 배합하고 개량할지는 현장이 원하는 조건에 맞춰 결정된다.
배합되어진 콘크리트가 시공현장에 적합한 성질들을 가지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슬럼프테스트를 진행한다. 슬럼프테스트는 물시멘트비와 공기량에 의해 실험결과가 좌우되며, 이를 명확히 해야 콘크리트의 재료분리, 강도저하 등의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
배합뿐만 아니라 운반, 타설, 그리고 양생의 단계 또한 양호한 콘크리트가 만들어지는 것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굳지 않은 콘크리트는 운반에 드는 시간이 1시간 반을 초과하면 시간에 따라 굳는 콘크리트의 성질 때문에 건설현장에서 쓰일 수 없다. 타설과 그것을 굳을 때까지 잘 보존시키는 양생은 적절한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콘크리트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양생의 방식 중 습윤 양생은 타설된 콘크리트의 내부와 외부의 온도를 같게 하기 위해 위에 물을 뿌려주는 것으로, 이는 지속적인 수화반응을 일으켜주기 위함이며 가장 합리적인 양생방법으로 기억해두어야 한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콘크리트는 큰 압축강도를 지니고, 자유로운 형상의 제작이 가능하며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가격이 저렴한 등의 여러 강점들을 지닌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인장강도가 작아 철근과 함께 사용되어야 하며 중량이 크고, 건조수축, 균열, 백화현상 등과 같은 단점들 또한 동반하기 때문에 제작 및 시공 시 충분히 고려되어야 할 사항들이 많다는 특징이 있다.
충분한 사전지식과 준비가 없이 콘크리트의 시공을 진행하게 되면 여러 문제점들이 속속들이 나타날 수 있으며 재료분리, 블리딩, 콜드 조인트, 크리이프, 중성화, 동결융해 등이 그 예들이다.
재료분리는 콘크리트의 다짐이 잘 이루어지지 못하였을 때 발생하는 것으로,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진동다짐 등의 방법들을 통하여 시멘트 모르타르와 골재가 적절히 섞이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기존에는 시멘트를 섞어 주는 방법에 수작업으로 직접 하거나 운반 중 차량에서 계속해서 돌아가며 섞이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했었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다짐에도 보다 많은 방법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블리딩이란 타설 후 콘크리트가 굳어지는 과정에서 물이 콘크리트의 내부에서부터 올라오는 현상으로, 교수님께서는 이를 물줄기의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이라 하셨다. 물이 올라오는 과정 중에 콘크리트 내부의 철근이나 골재에 막혀 미처 외부까지 도달하지 못하고 도중에 멈추게 되는 물방울들도 존재하는데, 콘크리트가 굳은 후에 물이 모두 증발하게 되면 이 위치에 구멍만이 남게 되어 문제점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또한 블리딩과 함께 골재에 붙어있던 불순물이 함께 올라와 위에 얇은 피막을 형성할 수 있으며, 이는 콘크리트 위에 타일 등을 설치할 때도 접착에 문제를 유발할 수 있으며, 여러 하자의 원인이 된다.
콜드 조인트란 타설 중 이어치기를 잘못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으로 교수님께서는 중앙대학교 후문에 있는 오르막길의 담벼락에서 잘 관찰할 수 있을 것이라 하셨다. 콜드 조인트로 생겨난 검은 무늬와 그렇지 않은 부분과의 사이의 틈으로는 물이 침투할 수 있으며, 누수, 강도저하, 철근의 부식들이 유발된다.
크리이프란 양생 중 무거운 것을 올려놓으면 콘크리트가 시간이 지날수록 약해지는 현상으로 균열이 나타날 수 있다. 어릴 적 학교에서 벌을 받을 때 의자를 들고 있는 것과 비슷한 경우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힘이 드는 이유는 의자가 점점 무거워지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들고 있는 내 팔이 점점 힘을 잃고 약해지기 때문이다.
중성화에 대한 설명이 있을 때는 바짝 집중해야 했었다. 골재 교재본을 만들면서 콘크리트의 중성화에 관한 사진을 찾아야하는 일이 있었는데 꽤나 애를 먹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바로 콘크리트에서 중성화가 발생하게 되면 그것을 눈으로 쉽게 구분할 수 있는 사진을 구하는 것이었다. 중성화의 결과와 문제점들은 충분히 알게 되었음에도 마땅한 사진자료를 구할 수 없었는데, 이번 수업을 통해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콘크리트의 중성화는 알칼리성의 콘크리트가 pH7, 즉 중성에 가까워지는 현상이다. 육안으로는 중성화의 진행여부를 쉽게 관찰할 수 없으며, 그렇기 때문에 페놀프탈레인 수용액 시험을 진행하게 된다. 페놀프탈레인 수용액은 무색의 액체이지만 염기성을 띄는 물질과 반응하면 붉은 색으로 변하는 성질을 가진다. 따라서 콘크리트에 페놀프탈레인 수용액을 바르게 되면 정상적인 부분은 붉은색으로, 중성화가 진행되어진 부분은 무색으로 뚜렷하게 구분을 해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콘크리트의 동결융해란 콘크리트의 크랙으로 침투한 물이 추운 날씨에 얼어 늘어나는 것으로, 더 많은 크랙을 유발한다. 이는 결국 크랙이 존재할 경우에 일어나는 현상으로 앞에서 말한 콘크리트의 조건들을 잘 충족시킨다면 적절하게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한눈에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콘크리트의 물성에서부터 나올 수 있는 문제점들은 너무나도 다양하며 그것들에 대한 이해를 충분히 하기 위해서는 방대한 시간의 필요성이 보여진다. 9주차 강의의 수업을 마치고나서야 콘크리트라는 하나의 재료를 다룸에 있어서도 방대한 지식이 필요함을 실감했다. 그 동안 학기 중에 설계 프로젝트를 진행함에 있어서 재료는 무엇으로 할 것이냐는 질문에 아무런 지식 없이 건축 재료들을 내 맘대로 선정한 것이 말도 안되는 행동들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추가적으로 장광민조와 노경철조의 발표를 들으시고 교수님께서는 다시금 학생들에게 선배들이 해낸 자료들의 중요성을 일깨워주셨다. 건축 재료와 시공은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진행되어온 수업이기 때문에 그 시간을 거쳐간 여러 선배들의 노력이 계속해서 축적된 결과물이 전년도 선배들의 작품이라는 말씀을 하시며, 이를 잘 참고하여서 본인들이 담당하게 된 주제에서 어떠한 내용이 중요한지를 깨달아야 한다 말씀하셨다. 또한 교재본에 대한 교수님의 크리틱을 잘 보면 주로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것들이 어떤 것들인지를 알 수 있을 것이라는 말씀에 지난번 내가 속한 손승완조가 시멘트의 제조과정에 빠져버려 성질과 종류에서 미흡한 모습을 보인 것이 떠올라 고개를 연신 끄덕이게 되었다.
지금의 내가 가진 건축지식은 턱없이 부족하다. 건축가는 디자인뿐만 아니라 건축 비용, 공기, 관련법규 등 모두를 잘 이해하고 그것들을 적용시켜 녹여낸 올바른 디자인을 뽑아 낼 수 있어야한다. 주변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도 있어야 하겠지만, 나 스스로를 위해서도 앞으로 나아가야할 단계가 한참 남아있다. 나는 언제까지고 지금과 같은 2학년 학생이 아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직접 현장에 나가있을 몇 년 후의 나를 위해서라도 더 많은 건축지식과 노하우의 필요성을 체감한다.
첫댓글 인트로가 없어서 더욱 속상하군요...ㅠㅠ
다음번...?을 기대해 주세요!
어떤 인트로? 규완군이 잘 끌어 내었는데?
@대장 규완오빠만의 소설같은 인트로가 항상 매력있었는데 오늘은 다른 방식이라서요 ㅋㅋㅋㅋㅋㅋ
good^^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