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8년 10월 30일 일요일 저녁, 미국 뉴저지 주의 CBS 라디오 방송은 드라마 〈우주 전쟁〉을 내보내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아나운서가 “뉴스 속보입니다! 화성인이 침공해 왔습니다!” 하고 외쳤다. 이어서 폭탄이 터지는 소리가 연이어 들려왔다.
청취자 중 일부 성미 급한 주민들이 보따리를 챙겨 피난길에 오르면서 엄청난 혼란이 빚어졌다. 이웃집끼리 “화성인이 쳐들어 왔다는데 그들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우리 마을은 괜찮은 건지, 아는 소식이 없소?” 하고 안부를 주고받는 등 민심이 아주 어수선해졌다.
하지만 소동은 잠시 후 가라앉았다. 드라마 〈우주 전쟁〉에서 흘러나온 “뉴스 속보입니다! 화성인이 침공해 왔습니다!”라는 안내 방송과 폭탄음은 그 자체가 드라마의 일부였다. 드라마 연출자의 절묘한 구성에 현혹된 일부 청취자들이 방송과 현실을 착각하면서 과민 반응을 보였던 것이다.
이 일로 드라마 〈우주 전쟁〉의 젊은 연출가 오손 웰스는 이름을 떨치게 되었다. 평소 우주에 생명체가 있어서 언젠가는 지구를 공격해 올 것이라고 생각해 온 사람들의 심리를 절묘하게 뒤흔들어 드라마 〈우주 전쟁〉의 대성공을 이루어내었던 그는 그 이후 영화계로 옮겨 거장이 되었다.
그로부터 30년가량 뒤인 1997년 3월 26일, 헤일-봅 혜성이 지구에 근접했을 때 기이한 일이 일어났다. 드라마 〈우주 전쟁〉 청취자들이 착각 끝에 보인 반응과는 차원이 다른 사고였다. 스스로 “외계인의 친구”를 자칭해온 ‘천국의 문’ 집단 39명이 “외계인을 맞이한다!”면서 집단 자살했다. 이는 외계인 숭배주의자들인 ‘UFO 컬트cult(유사 종교 집단)’의 극단적 행동을 보여준 놀라운 사례였다.
UFO 신앙은 어디 혹은 무엇에서 발원하였을까? 현대인들은 핵 전쟁 또는 전지구적 환경파괴로 인한 대재앙을 예견하고 있다. 과학의 급속한 발달에 따라 기존 종교는 자연스레 낡고 구태의연한 이미지를 띠게 되면서 무력화되었다. 삶의 불안정성에 뿌리를 둔 세기말적 종말론이 유포되고 있다.
사람은 심리적 불안 상태에 빠져들면 지금껏 없었던 어떤 새로운 그 무엇에 의지하려는 속성을 드러낸다. 특이한 종교나 정치 지도자가 출현하여 대중을 휘어잡은 역사의 사건들도 그러한 인간 심리에서 비롯된 일들이다. UFO 혹은 외계인을 메시아의 출현으로 받아들이는 일부 UFO 컬트들의 신앙도 그 사례의 한 가지이다. UFO 컬트들은 지구를 외계인이 가꾼 정원으로 인식하며, UFO가 나타나면 “인간의 주인이 오셨으므로 영접해야 한다!”며 자살 등 비이성적 행동을 실천하는 것이다.
과학 또는 초과학적인 어떤 것에 희망을 가지는 현상, 대략 말해서 종교는 인간만이 가지고 있다. UFO 혹은 외계인을 메시아의 출현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일종의 종교 행위인 샘이다. 하지만 고도의 외계 문명이 실제로 존재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UFO 컬트들의 생각처럼 인간의 자살을 통해 지구가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라면 현대 과학사회에 어울리는 사고방식으로 인정될 수 없다. 그런 사고방식은 살아있는 소수의 인간을 제물로 바쳐서 마을 전체의 안전을 구원하려 들었던 고대 사회의 원시적 제사 의식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UFO 컬트들의 자살은 맹목적 광신의 원시종교 수준에 지나지 않는 어리석은 행각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계인을 만났다는 사람, UFO를 보았다는 사람, 외계인과 교신하고 있다는 사람은 점점 증가하고 있다. 미국에는 직접 체험을 주장하는 사람이 3백만 명을 넘는다는 조사도 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외계인을 보았거나 직접 상대하고 있지는 않지만 외계인 혹은 UFO의 존재를 믿는 사람도 나날이 늘어가고 있다.
외계 문명은 실제로 존재하는가?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외계 문명이 ‘있다’ 혹은 ‘없다’ 식의 이분법으로 생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지구 역사 이전에 초고대 문명이 존재했을 수도 있고, 지구를 둘러싼 우주에는 인간이 아는 현재의 과학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초과학적 존재가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UFO에 대한 과학적 관심과 신비주의를 구분하는 경계선이 없는 점이 UFO 현상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문제라고 말한다. 그 탓에 UFO 체험이 종교화된다는 것이다. 즉 UFO 현상의 종교 심리학적 측면에 주목하는 전문가들은 UFO를 우상시하거나 종교화하는 경향은 중세적 메시아니즘이나 마녀사냥과 동일한 동기에서 출발한다고 본다. 특히 종말론과 결부되면서 UFO를 구원의 대상으로 격상시키는 행위는 세기말적 현상의 반복이라고 분석한다. 중세 이후 20세기 초까지 서구 사회에 빈발했던 성모 마리아를 보았다는 주장과, 현재의 UFO를 보았다는 주장은 ‘종말-구원’이라는 유형에서 서로 일치한다는 견해이다.
그렇다면 UFO는 단순한 착시 현상이거나 심리적 집단 무의식의 작용에 불과한 현대판 미신인가? 전문가들도 이 질문에 대해서는 쉽사리 답변하지 않고 있다. 너무나 많은 UFO 실존의 증거들이 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 항공 우주국의 화성 생명체 확인 발표 등 현대 우주 과학의 발달은 지구 밖 생명체의 존재에 대한 실제적 암시를 주고 있다.
이 글은 현진건을 현창하기 위해 매달 펴내는 <빼앗긴 고향> 원고로 집필되었습니다. 여러분도 투고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