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찰리 모시기는 서론이 너무 길어져서 나 자신도 감당하기 힘들었기 때문에 떼려 치웠고
그냥 본론부터 바로 떼리자. 지금 당장 필요한 내용들로 ^^
일단 서현덕이 가지고 있는 장비들을 한번 살펴보자. 기타에 아이바네즈 PGM30, 펜더 62빈티지 리이슈모델. 이정도면 매우 풍족하다. 아니 분에 넘칠 정도다. 새터 공연때 설마 펜더를 쓸 생각은 아니겠지? 그 기타는 당장은 어디에도 도움이 안된다. 펜더의 사운드를 살리면서 공연을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모를까...이펙터 빨도 잘 안먹고 노이즈 관리하기도 힘든 그 처치곤란한 물건은 그냥 당분간 집에 고이 모셔 놓아라. 생톤 위주의 사운드로 공연할꺼도 아니잖아. 니가 지금까지 해온 경험과 실력에 맞는 기타는 PGM30이다. 안정적인 출력을 지녔고 좋게 말하면 날카로운 나쁘게 말하면 좀 날아가는 사운드를 내주는 그 물건을 당분간은 너의 메인으로 써야할 것이야.
Sansamp GT-2, Boss 코러스 앙상블, Boss 딜레이+리버브. 드라이브 계열은 더없이 좋은데 시공간계 쪽은 쪼매 엄하다.
앰프는...뭐가 올지 모르지만 일단 마샬 JCM900, 레이니 GH1000L이라고 가정하고 이야기를 진행하자.
기타 사운드는 손꾸락의 줄 퉁김이 픽업을 거쳐 전자신호로 전환되어 이펙터를 통과해 효과를 먹어 엠프로 출력됨으로써 나오게 된다. 매우 간단하다. 그러면 엠프 갖다놓고 기타에 이펙터에 연결해서 대강대강 노브를 돌리고 맞추고 해서 소리를 내면 될 것 같다. 그게 지금의 너나 작년의 나의 수준이었다. 내가 작년 새터에 사용한 장비는 지금 내 기타, Zoom GFX-8에 TS-9 빈티지 부스터를 보조 디스트 채널로 연결했고, 마샬의 모델명이 낡아서 떨어진 물건을 사용했다. 가기 전에는 멀티 이펙터 설절하면서 이것저것 챙기고 하지만 무대에서 새팅할 때는 시간도 부족하고 엔지니어 쪽에서 대강 끝내자고 자꾸만 요구하고 긴장되고 사운드에 자신이 없고 그래서 머리속이 백지화된다. 내 쪽에서 내 소리를 들으며 그쪽에 무언가를 요구하고 내 의지를 관철 시킬 수 있게된건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자고로 크고 좋은 앰프를 공연장에서 많이 다루어 봐야한다.
좋은 기타사운드는 무엇일까? 절대적으로 가장 좋은 사운드란 것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지만 어느 정도 표준이라는 틀은 존재한다. 일단은 사람들이 듣기에 좋아야 하고 사용된 장비의 특성이 잘 살아있으며 음악의 스타일에 맞는, 드라이브 계열이나 공간계열의 이펙터들이 적당량 적절히 사용된 그런 사운드. November Rain에서의 슬래쉬의 솔로톤을 생각해보자. 매우 간단한 사운드다. 오버드라이브 계열의 부스터가 약간 들어갔고 딜레이가 아주 약하게 걸려있으며 깁슨 래스폴 스탠다드의 굵직하고 부드러운 서스태인이 잘 살아있다. 이걸 치려고 하는데 매탈존으로 드라이브 이빠이 걸고 딜레이 팍팍 걸었다고 생각해 보자. 이런걸 보고 택도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세팅은 단순하면서 연주하는 사람과 악기의 스타일이 살아있는 사운드. 한편으로는 각종 랙 이팩터들을 산떠미처럼 쌓아놓고 연주하는 사람들도 있다. 드림씨어터의 존 패트루치, 스티브 바이, 김세황의 사운드를 생각하면 딱 맞다. 예전에 문진이 찬주 석조와 함께갔던 민가공연에서 기타를 치던 사람은 디스토션은 랙을 쓰면서 공간계는 Boss ME-8 멀티 이펙터로 커버하는거 같더라. 역시나 솔로톤이 범상치가 않더군. 레이지본의 솔로치는 기타리스트는 Boss GT-3, 노래 부르는 그 안경낀 아저씬 디스토션 랙을 들고 다니던데...랙은 크고 엄첨나게 비싸다. 디스토션 하나가 300만원 하는것도 흔하다. 그럼 랙이 무조건 좋은 것인가...랙을 만져보지도 못한 나로서는 이거에 대해 옳은 대답을 할 자격이 없지만...끝내주면서도 한편으로는 재미없다는게 내 생각이다. 너무 매끈하게 잘 빠지고 깔끔하다. 화려한거 좋아하는 사람들이 쓰더라. 오지오스본 2대 기타리스트 제이크E리는 아날로그 패달을 좋아하는데 오지가 강요를 해서 랙을 썼다. 그 결과가 Ultimate sin 앨범을 초호화 난리부르스 사운드다. 한편으로는 이펙터를 전혀...거의 안쓰는 무리들. 제프벡, 임펠리테리, 게리무어, 제임스햇필드 등등등...앨범들으면 "이거 공간계가 들어갔는데 뭘" 이라 할 수 있겠지만 녹음과정의 이펙트랑 기타 연주과정의 이펙트는 또 다른 문제!! 아무리 이펙터를 안써도 그 소리를 그냥 앨범에 싣지는 않는다.
장비면에선...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이런 말을 한다. "좋은 사운드를 내려면 좋은 진공관앰프가 필요하다." 지당한 말이다. 기타가 암만 좋아도 엠프가 후지면 헛거다. 우리가 랜탈해 쓰는 엠프들이 다 상태가 최상급은 아니더라도 그래도 기본 사양은 어느 정도 먹어주고 들어간다. 적어도 우리 수준에서 불평할 만한 물건은 어지간해선 없다. 한두번 본적은 있지만...(ㅡ_ㅡa)
앰프 위에 놓이는 물건이 바로 엠프헤드 혹은 프리엠프라 불리는 물건이다. 거기에 여러가지 조절부가 있고 드라이브와 리버브를 걸어줄 수 있는 장치가 있다. 여기서 부터가 일단 중요하다. 우리가 기타 사운드를 만드는데 있어서 중심을 엠프에 맞출 것인가, 이펙터에 의존할 것인가...전자는 해본 적도 없고 익숙치도 않고 다루기도 힘들다. 많은 초보들이 모르느데 엠프 하나만 가지고도 메탈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막말로 말해 제임스햇필드나 존사이크스나 잭와일드나...마샬엠프만 있으면 이 아저씨들은 날아다닌다. 이들의 공통점이 바로 풀업 마샬 사운드. 솔로할때만 부스터가 어느정도 들어가지 디스토션 사운드 자체는 엠프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 Sansamp GT-2는 좋은 진공관 엠프가 없을시에 그런 소리를 내도록 도와주는 엠프사운드 시뮬레이터다. 그래서 GT-2는 마샬 JCM900이나 펜더 트윈리버브 같은 명기가 있으면 쓸모없는 물건이라고들 말하는 것이다. 여하튼 서현덕은 GT-2가 있으니 이펙터쪽에 무게를 두는 쪽이다. 그러면 기타 잭을 꽂을때 앞에 꽂으면 안된다. 그곳에 꽂으면 음 신호가 프리엠프를 거치면서 불필요하게 소모되거나 변한다. 하울링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럼 어디에 꽂나...뒤로 돌아가면 리턴이라고 써있는 단자가 있다. 거기에 꽂으면 신호가 바로 스피커로 간다. 이펙터의 소리 자체를 가감없이 낼 수 있다는 말이다. 이렇기는 한데...GT-2가 엠프의 명기들인 마샬과 메사부기와 펜더를 시뮬레이트한 물건인 이상은 시뮬레이트가 절대 원조의 사운드를 따라잡지는 못한다는건 너무 자명한 사실 아닌가?
디스토션에 대한 이야기를 더 해보자. 디스토션은 엄밀히 말하면 이펙터가 아닌데 이펙터화된 물건이다. 말이 이상한가? 소리를 일그러뜨리는 효과, 그를 통해 강력한 힘(Gain), 드라이브감(일그러지는 정도), 서스테인(음이 유지되는 길이)를 얻는 것이 이 이펙터의 목적이다. 오버드라이브, 퍼즈, 디스토션, 메탈존...이름은 다양하고 소리도 개성이 넘치치는 만큼 용도도 잘 구분해 써야 한다. 보스를 대표하는 DS-1, MT-8(메탈존). DS-1은 지금 존재하는 모든 디스토션 이펙터의 표준격인 명기다. MT-8은 너나 없이 많이쓰는 고딩사운드(조금 나쁘게 말하면...)의 필수품이고...내가 쓰는 아이바네즈 튜브스트리머 TS-9도 명기 대접을 받는 진공관 시뮬레이트 부스터의 대표주자 중 하나다. 이 물건의 용도는 스티비레이본을 생각하면 일단 편하다. 스티비가 써서 더 유명해진 물건이기도 한데 끈끈하고 힘있는 블루스록 사운드에 적절한 부드러운 드라이브감과 힘과 서스테인을 제공해준다. 어지간한 락사운드는 이거랑 엠프랑만 있어도 끝장을 볼 수 있다. 음악을 잘 들어볼 필요가 있다. 이 기타음은 어떤 타입의 디스토션이 얼마나 사용되었는지...우리가 디스토션을 과도하게 걸고 칠때는 이유가 솔찍히 딱 두가지다. 내공이 부족하기 때문이고 서스테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내공은 연습만이 해결해준다. 서스테인은...공간계와 기타사운드 전반에 대한 이해가 불가피하게 필요하게 된다. 어쨌든 매탈존 하나로 뽕을 뽑으려는 사고에서는 벗어나야 진정한 기타사운드의 깊은 세계로 갈 수 있다. GT-2로 뽕을 뽑으려 한다면...흠냐.
코러스, 딜레이, 리버브, 플랜져...등등등. 공간계다 시간계다 이런저런 분류와 용도가 많지만 다 하나로 모아서 한마디로 딜레이의 변종품이다. 좋은 딜레이가 있으면 그거 하나로 코러스와 플랜져 효과 정도는 만들어 낼 수 있다 한다.(난 해본적 없음) 딜레이+리버브...내가 아까 위에서 엄하다고한 이유는 이 두가지를 굳이 하나의 꾹꾹이에 모아서 사용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딜레이는 그렇다 쳐도 리버브는 거의 마약과 같은 이펙트다. 공간감을 만드는게 주 목적이지만 그 효과는 기름진 사운드에 있다. 기름이 지다지다 느끼해져서 멍멍해져 버리는게 과도한 리버브의 폐해다. 더군다나 공연장의 음향 상태에 따라 자연적 리버브라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에 리버브는 정말 잘 사용해야 한다. 대가들 가운데는 리버브를 많이 사용해도 워낙 힘과 내공이 강해서 그게 정말로 멋있게 들리는 사람들도 다수 존재한다. 블루머더나 화이트 스네이크에서의 존사이크스의 기타사운드. 특히 개명곡 Crying in the rain(함 들어봐라 솔로 죽인다)에서의 리버브는 웅장함과 비장미의 극치로 승화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스티브 바이는 리버브 효과를 위해 비행기 정비건물같은 울림이 큰 건물에서 레코딩을 하기도 한다. 리버브가 거의 없는 사운드는 누노의 건조한 사운드를 생각하면 딱이다. 밴헤일런 1집에서의 라이브 사운드에 가까운 자연스러운 리버브는 그 후대 기타리스트들에겐 거의 성역에 가까운 경지라 한다. 다 떠나서 적당한게 최고고 맘대로 하고 싶으면 내공을 키우자...그 말이다.
노래패에서 공연하면서 가장 아쉬운 물건 중 하나가 바로 볼륨패달이다. 볼륨을 조절하는 페달인데 겉모양은 와우랑 다를게 없다. 그런데 10곡 이상의 다른 곡들을 각기 다른 비중으로 연주하고 반주시와 솔로시의 볼륨의 크기를 적절히 조절하려면 좋은 볼륨패달이 필요하다. 이재환의 GT-3에 달린 패달의 볼륨기능은 형편 없어서 작년 6월 공연 "우리는 본다"에서 피를 봤었다.
와우패달은 밟을때마다 음의 피치를 변조해서 묘한 뉘앙스를 만들어내는 패달로...다양한 물건들이 존재하고...디지텍 와미같은 2옥타브의 피치조정까지 가능한 변종은 스티브 바이나 다임벡 데럴같은 명인들에 의해 이미 명기의 반열에 올라버렸다.
남의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해버렸다. 내 사운드 이야기를 해보자. 내가 사용하는 사운드는 아이바네즈 스매쉬박스 SM-7에 TS-9을 조합함으로 해서 스매쉬박스의 디지털스러운 사운드를 TS-9으로 적절히 커버하는 드리이브 톤에 시간계로는 코러스만을 사용하는 편이다. 트래블 3~4, 미들 7~9, 로우 5~6을 유지하는 이유는 내가 중음이 강한 사운드를 좋아하는 데다가 PGM사운드가 좀 날아가는 사운드기 때문이다. 그걸 죽이면서 다소 멍멍하더라도 부드러운 사운드. 그게 내 방식이다. GT-2는 사운드 자체가 무난하게 좋아서 자주 빌려쓴거고...
서현덕에게는 서현덕 나름의 방법론이 필요하다. 하지만 방법론은 경험과 지식에서 나오는거지 "깁슨은 메탈, 펜더는 재즈" 라고 하는 말도 안되는 헛소리에서 나오는건 아니다.
난 요즘 잭와일드의 팬타토닉 프레이즈를 많이 연습한다. 하면 할수록 느끼는건...아무리 쳐도 잭와일드의 느낌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운드는 결국...손가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