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 손이 하는 일을 오른 손이 모르게 하라 했는데 인터뷰는 하고 싶지 않아요.”
30년 가까이 교육자의 길을 걸어온 유길초 선생(52)은 최근 '구연우 사랑회'를 만들었다. 구연우(신안초 5학년) 선수는 현재 5~6학년 선수들이 뛰는 12세 부에서 랭킹 5위. 미래가 창창한 꿈나무다. 한참 성장할 시기에 거름을 줄 수 있는 꿈나무 후원회. 말만 들어도 아름답다. 유 선생과 구연우 선수를 잘 알고 있는 인근 동호인 40명은 매 달 만 원의 후원금을 내기로 했다. 인심을 잃지 않고 살아온 유 선생의 힘이 크다. 뒤 늦게 테니스를 배운 유 선생의 테니스 구력은 10년. 이제야 게임을 하면 뭔가 보이고 들린단다. 유 선생은 취미도 다양하다. 솔잎혹파리 같은 테니스를 배우면서부터 악기연주나 붓글씨는 다 내려놓았다. 허나 배낭여행만큼은 매 년 한 달씩 떠난다. 20년 넘게 50여 개국을 돌았다. 여행기도 출판했다. ‘자유가 그립거든 배낭 메고 떠나라’라는 책을 낸 것은 14년 전이다. 여행을 즐기고 테니스를 즐기는 유길초 선생의 삶을 노크해 본다.
'구연우 사랑회'를 조직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
테니스를 좋아하다보니 같은 동네에서 자라고 있는 구연우 선수를 돕는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처음에는 혼자서 매 달 정기적으로 후원을 해 보려고 계획했다. 하지만 주변에 같은 뜻을 가진 분들이 의외로 많았다. 앞으로 구연우 선수가 성장할 때까지 후원회가 계속 되기를 소망하고 꼭 그렇게 되리라고 믿는다.
구연우 선수와의 인연은 언제부터 인가?
9년 전이다. 그 당시 구연우 선수의 아버지 구본헌 코치에게 레슨을 받을 때였다. 한 쪽 코트에서 세 살 된 연우가 양손으로 라켓을 들고 공을 넘기는 것이 신기했다. 부모로부터 테니스 유전자를 받고 태어난 것 같았다. 세 살부터 축구를 했다는 세계적인 선수,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와 닮은 구석이 많다.
20년 넘게 배낭여행만 다니고 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내 자신이 주인이 되는 여행을 하고 싶어서다. 여행을 스스로 기획하고 연출하지 않으면 바람에 나부끼는 깃발 같은 여행이 되고 만다. 그래서 어디를 어떻게 갈 것인지 미리 계획을 세우고 떠난다. 하지만 여행이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안내자가 없으니 고생을 하고 올 때도 많다. 그래도 비우고 채울 수 있어서 좋다. 낯선 곳에서 '다른 나'를 체험할 수 있어 더욱 좋다.
구연우 선수 장학금 전달식장의 모습
배낭여행의 추억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세계적인 테니스 선수들을 많이 만났던 2009년 호주 여행이다. 브리즈번 대회와 시드니 메디뱅크, 호주 오픈을 모두 다 보면서 시야가 넓어졌다. 발랄한 송가를 시드니에서 만났다. 그리고 호주오픈 4강에서 네 시간 반 동안 나달과 혈투를 하고 지고 돌아가는 베르다스코 선수를 공항에서 만났다. 슬픈 눈동자를 한 베르다스코가 해 주었던 싸인은 뇌에 각인이 되었다. 또 윌리엄스 자매가 복식경기를 할 때 뛰어든 어떤 남성의 스트립쇼, 결승에서 페더러가 나달에게 지고 시상식장에서 울 때, 수천 명의 갤러리들이 격려하던 박수 소리등 잊을 수 없다. 프랑스 오픈이 열리는 아름다운 롤랑가로스와 윔블던이 열리는 천연 잔디의 메인코트의 비둘기들도 인상적이었다.
앞으로의 여행 계획은 어떤가?
지금은 여행을 30일 단위로 떠나지만 은퇴 후에는 3개월 단위로 곳곳을 경험하고 싶다. 그동안 50여 나라를 여행했다. 세계 4대 그랜드 슬램 중 못가 본 US 오픈도 가보고 싶다. 국내 여행은 경치가 아름다운 지역에 1년씩 머물면서 여행 할 계획이다.
테니스에 대한 느낌은 어떤가?
테니스는 소나무에 생긴 솔잎혹파리다. 병들지 않고 사시사철 靑靑(청청)한 소나무에 솔잎혹파리가 붙으면 일시에 푸른 숲 전체를 누렇게 만들듯 나에게 있어 테니스 또한 마찬가지다. 그동안 일 년에 한 권씩 여행기를 쓰겠다는 계획도, 10년 넘게 써 왔던 붓글씨도, 기타연주와 팬플룻도 모두 다 시들하게 만들었다. 오로지 밤이나 낮이나 테니스만 집요하게 생각하게 만들었다. 지독한 중독이다.
테니스 쪽으로 꿈은?
명예퇴직을 하면 전국대회에 출전하고 싶다. 주위에서 성격상 국화부 되기는 틀렸다고 한다. 모질지 못하고 우기지 못하고 마음이 헤퍼서란다. 하지만 전국의 다양한 선수들과 어울려 마음껏 라켓을 휘둘러보고 싶다. 결과는 그 다음이다.
구연우 선수가 어떤 선수로 크기를 바라는가?
부담을 주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제발 국내 실업팀에 안주하지 말고 그랜드 슬램 본선에라도 뛸 수 있는 선수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2009년 호주를 한 달 동안 배낭여행 할 때였다. 멜버른에 머물면서 호주 오픈 예선부터 결승까지 모두 관전했다. 그때 우리나라 선수들을 많이 만났다. 이형택, 이예라, 전웅선등 경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열심히 응원했다. 그런데 모두 예선 탈락 했다. 정말 가슴 아팠다. T.V 중계로 보는 것과는 달랐다.
“우리는 위대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위대한 사랑으로 작은 일을 하는 것. 작지만 끝까지 꾸준히 밀어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내가 아는 가장 위대한 삶의 길이다”고 시인 박노해 씨가 말했다. 유 선생은 박노해 시인의 글을 행동으로 옮기며 살겠다고 한다. 작지만 아름다운 몸짓이다.
후기
유길초 선생을 만난 것은 10년 전. 나는 유 선생을 통해 세상을 입체적으로 사는 방법을 배우게 되었다. 그동안 시어른을 모시고 자식들 뒷바라지를 하면서 배낭여행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다. 여행 경험이 많은 유 선생을 따라 7년 동안, 매 년 한 달씩 배낭여행을 가게 되었다. 그 여행을 통해 스펙터클한 세상의 속살을 맛보았다. 최근 유 선생이 ‘구연우 후원회’를 조직한다는 소식을 듣고 ‘유 선생답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유 선생은 구연우를 후원하기 전부터 다양한 곳에 많은 후원을 해 왔다. 제대로 인생을 참, 잘 살고 있는 사람이다.
글 사진 송선순
나달과 네시간 반동안 혈투끝에 지고 돌아서는 베르다스코를 멜버른 공항에서 만났다.
프랑스 오픈이 열리는 롤랑가로스. 롤랑 가로스는 1913년에 처음으로 지중해를 횡단했던 비행사로 프랑스 영웅 대접을 받고 있는 사람의 이름을 땄다.
영국,윔블던 테니스 박물관
2009 호주오픈 예선에서부터 결승까지 모두 관전했던 시절
프랑스 오픈이 열리는 롤랑가로스 박물관, 역시 영국뮤지엄과는 달리 무척이나 예술적으로 전시해 놓았다 뒤에 있는 달력같은 그림은 2011년 프랑스 오픈 공식 포스터다. 1980년부터 갤러리 를롱이 매 년 전세계 현대 미술가의 작품을 공모해 선정한다.
영국.윔블던 입구에는 마지막으로 윔블던을 재패한 영국선수 '프레드 페리' 의 동상이 먼저 반겼다.
여행을 떠나기전의 준비물
대영박물관, 자녀들이 어렸을때 꼭 가봐야 하는 곳, 해가 지지 않았던 영국의 모습, 세계의 진귀한 보물들이 많이 전시되어 압도.
프랑스 파리, 누구나 가보고 싶은 1순위 에펠탑 앞
인도,겐지스상의 새벽
호주 시드니의 오페라 하우스 앞
앙코르왓의 전통복장을 입은 사람들
인도의 타지마할, 아내에 대한사랑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깨닫게 한 궁전
체코 프라하 예술인의 거리
오스트리아 미라벨 정원, 사운드오브 뮤직을 찍은 장소
독일 뮌헨 시청앞 거리
베트남 하롱베이에서 카약을 탔던 순간
아프리카 탄자니아 마사이 족들의 춤
베트남 달랏의 유명한 크레이지 하우스. 최근 조선일보에 소개되어 더욱 관심 집중
메콩델타투어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앞. 영국과는 상당히 다른 분위기로 예술적 감성이 흐르던 곳
뉴질랜드 데카포의 밀키블루빛 호수
뉴질랜드 넬슨의 아벨타스만 트래킹을 완주하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트래킹 코스.
동전 세 번 던지면 다시 로마로 온다는 이탈리라 트레비 분수
흑인도 웃으면 아름답다는 것을 아는 순간
호주의 멜버른, 그레이트 오션로드, 꼭 가봐야 할 곳이다
호주의 원주민, 에버리진들과 함께 원시적으로 불을 켜는 순간
독일 뮌헨의 세계적으로 유명한 호프브로이 하우스에서 러시아 여행자들과 맥주를 마시다.
뉴질랜드,화산으로만 된 해발 2천고지의 네셔널 파크의,통가리노의 에머럴드 호수
로마의 콜롯세움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서 니케의 승리의 여신상을 향해 가는 많은 사람들.
스페인 가우디의 작품 구엘파크에 있는 건물의 모습
영원히 잊을 수 없는 타우포의 번지점프를 하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가우디의 사그리다 파밀리아 성당
뉴질랜드 90마일 비치의 샌드 슬라이딩을 마치고
바티칸공화국, 작지만 전 세계를 열광시키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계시는 곳
베니스의 뱃놀이, 타는 것 보다 보는 것이 더 일품인 광경
밀라노 두오모 성당
인도네시아 프람바난 사원
스위스의 루체른
새벽부터 오른 사막의 정상에 잠시 누워 아침 햇살을 몸으로 받아보던 순간. 아프리카 나미비아 사막
족자카르타, 보루두부르 사원
뉴질랜드 아서스 패스를 가로지르는 트랜츠 알파인이라는 기차를 타면 정말 아름다운 경치들을 볼 수 있다.
탄자니아의 세링게티의 풍경
잔지바르의 아픈 과거를 보다
아프리카의 보츠와나의 오카방고 델타에서 모코루라는 카누를 타면 늪을 가득 채운 수련이 멋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