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가수되다.-시리즈 22편.
*내모든 것(上)
그렇게도 힘들었던 수많은 사연들을 이제 사랑으로
그대앞에 나의 모습 보이리라
나의 진실을 말해주고파
하지만 네 흐르는 눈물을 차마 볼 수 없어
내 모든걸 당신께 말해주고 싶어
작은 마음 드리리라
나는 항상 그대의 마음 곁에 있어
소중한건 너이기에
*
스튜어디스가 랜딩을 알렸을때, 상혁도 일어났다.
그리고 종혁도.
“...그게 뭐냐?”
종혁이 들고 있는 캠코더가 서울에서부터 있었던건가?
상혁이 물끄러미 그걸 바라보면서 물었을때.
아아-하면서 종혁이 REC버튼을 누른다.
“여기는 괌입니다. 저는 종혁이구요. 여긴 자다 일어난 김상혁군”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상혁의 얼굴에 캠을 들이댄다.
일행들이 렌트카를 가지러가서- 공항 밖으로 나와있는 상황.
고국과는 달리..이곳은 더운 여름이였다.
미처 여름옷을 챙겨입지 못한 종혁이 더운지, 겹쳐입은 하얀색 셔츠를
벗으려고 낑낑댔다.(-_-;;)
저러다가 캠코더 떨어뜨리지.
“팔을 먼저 빼야지. 이구..가만히좀 있어봐”
도대체가 열이면 열 전부다 손이 가는 인간이라니까.
옷을 벗으려고 종혁이 움직일때마다 캠의 동영상도 흔들렸다.
옆에서 상혁이 도와주는대도, 뭐가 그렇게 어려운지.
한참만에 셔츠를 떨궈내고는 헤헤-웃는다.
떨궈낸 그 하얀셔츠를, 훈장처럼 자기 어깨에
걸친 상혁도 피식-웃으면서 종혁을 바라본다.
“우와..여긴 나무도 야자수밖에 없네. 하늘 봐봐.......너무 이쁘다..”
그러면서 하늘을 향해 고정된 캠코더는.
본연의 임무인 촬영뒷이야기엔 관심 없어 보였다.
그저..종혁의 손에 의해, 하늘로만..하늘로만.
그 모습이 너무 이뻐서, 상혁도 하늘을 바라본다.
햇살은 따가운데..바람은 시원하다.
온천지가 바다라서...그런걸거다..
빵빵-
렌트카를 가지러 갔던 촬영팀이였다.
9인승 벤이 2대였는데, 자리는 널널한 편이였다.
“일단 호텔로 갈게요”
“네...”
현장코디를 맡은 아저씨가 백미러를 보면서, 그리 말했다.
그런데 시선이 상혁으로 향해있는 것이.
누가 주도권을 갖고 있는지 금방 알아챈 모양이다.
글쎄, 형이라면 형인데.
마냥 어리버리한 종혁보다는 그나마 상혁이 나을거라고
판단하는건 이상한 일이 아닌가부다.
그런걸 아는지 모르는지. 종혁은 너무나 이국적인 풍경에
넋을 놓고 창가에 매달려 있다.
역시나..단순한건 이래저래 편하다.
**
바다가 바로 보이는 방이였다.
스위트룸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꽤 크고 좋은 방.
모델에 대한 배려일 수도 있겠지만.
“우와~~ 상혁아아! 이거봐~~ 바다가 다 보여!!”
커다란 발코니 창문을 열어보이며 좋아하는 종혁과 달리.
상혁은 한숨부터 나왔다.
방을 같이 쓰라는 말은 없었는데 (따로 쓴다는게 더 이상하지.-_-;;)
그리고...더 심한 문제는.
“.......침대가 하나잖아...”
커다란 더블침대 하나가 고작이였다.
영락없이...쇼파에서 자야 할거 같다...
이런 상혁과는 전혀 상관없이(^^;;)
시원한 바닷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던 종혁이
뒤돌아보며 소리쳤다.
“이리와봐~!! 진짜 멋있어”
그러면서 손짓을 하는게....옛날 순진한 어부들을 유혹했다던
전설속의 인어공주와 흡사하다..(물론 상혁의 눈엔 그리 보였다는 말.)
“...얘들처럼 왜 그래? 놀러온것두 아니잖아”
종혁의 옆으로 다가가면서, 상혁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지만.
맑게 웃는 얼굴이 보기 좋았다.
서울에서의 나빴던 일들.
그런건...다 꿈처럼 느껴진다.
“일도 하고~ 놀기도 하고~ 좋잖아!! 넌 너무 냉정해, 김상혁!”
상혁의 팔에 팔짱을 끼면서,
종혁이 살갑게도 웃어보였다. 그 얼굴이..너무 예뻤다.
언제까지라도 이랬으면 좋겠는데.
....일이 아니라..그냥 너랑 둘이 여행이라도 온거라면.
결혼이라도 해서...신혼여행이라도.
....말도 안되는 상상..
그러나..상혁은 알고있다.
종혁이 일부러..더 잘해주고 있다는걸.
아마..이게 기회라고 생각하겠지.
그동안 어색했던 감정..다 풀어버릴 좋은 기회라고.
그렇지만....그렇지만.
니 뜻대로 되진 않을거야...
“.....니가 침대에서 자. 난 쇼파에서 잘테니깐.”
종혁이 낀 팔짱을 빼내면서, 조금은 차갑게..말했다.
아직 대낮이건만.
이따가 해도 될 얘길 지금 하는걸 보면.
마치....‘나한테 이러지마’ 라고 경고하는 것만 같다.
휙-
돌아서 발코니를 나가는 상혁의 뒷모습.
날씨가 이렇게나 좋은데.
말을 그따위로 밖에 못하지, 넌.
종혁도 종혁 나름대로...뾰루퉁해져서는...
“나랑 같이 자면 뭐 내가 널 죽이기라도 할까봐??!!! 그래~!! 맘대로 하셔!! 쳇!!!”
그런게 아니란걸 알면서도..
종혁은 섭섭한 마음에 냅다 소리치고는.
쿵쿵쿵-
상혁을 앞질러 방으로 들어갔다.
덜썩.
종혁은 침대가 있는 방에
상혁은 거실 쇼파에
한곳에 있으면서도 같이 있지 못하는건 숙소에서나 여기서나..
똑같은 모양이였다.
***
촬영시작.
중고가의 브랜드인 만큼, 캐주얼한 옷이 많은 화보였다.
주로 10대 후반과 20대초반을 타깃으로 하는 옷이기에..
활동성과 발랄함을 강조한 것들이 많았다.
“왜 내껀 색깔이 이래요?”
“아아- 종혁씨꺼는 사이즈가 좀 작아서 그래요. 유니섹스라고 해도....
사이즈가 작은건 색이 좀 화려하죠.“
“...-_-;; 나더러 여자옷을 입으라구요?”
“여자옷이 아니라니깐!!”
“상혁이거랑 너무 다르잖아......”
“...그냥 주는대로 입어요 -_-;;”
“넵! ^_^;;”
대답을 그렇게해도.
종혁의 표정이 여엉~ 못마땅한것이.
아무래도 노랑색의 옷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였다.
주위에선 이쁘다고 그러는데.
(이쁘다는 말을 제일 싫어하는 종혁을 모르는 모양)
...왠지...상혁의 것에 비하면 너무 어린애같다.
“우와....상혁씨 스타일 죽이네”
“그러게요. 모델해도 되겠어!! 체격이 딱이야”
다갈색의 브라운 계통의 옷들이 주를 이루는 상혁은.
말 그대로...뽀대가 났다. (으하!)
검정색이나, 흰색....갈색. 또는 딥블루.
색도 그렇고, 디자인 자체도 너무 심플하고 멋지다.
물론, 그걸 잘 소화해내는 상혁도 상혁이지만.
“흥....”
상혁에 대한 스텝들의 시선과 감탄이..
못내 짜증스러운 종혁이였다.
부러워서 그런게 아니다.
저렇게 잘난 녀석이....뭐가 아쉬워서 나같은 놈한테.
이런 바보같은 생각도 웃기지만서두..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또 멍해갔구.....”
어느새 다가온 상혁이 종혁의 눈앞에 손을 왔다갔다해보였다.
말끔해져 있는 스타일이.
누구나 설레이게하기 충분한 녀석이다.
“......아무것도 아니야”
갈색의 반팔자켓에 새겨진 상표가- 낯설었다.
아니다..좀 야하다 싶은 상혁의 셔츠가 눈에 거슬렸을 수도 있다.
여하튼..
고개를 돌려버린 종혁의 얼굴이 좀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조명 준비하구.......아아- 코디야! 종혁이 바지 좀 걷어 올려줘.”
벌써 3시간이나 계속된 촬영이였다.
땡볕아래서 사진셔터소리와 파도소리.
그것뿐이다..
사람도 하나없는 백사장은 종혁에게나 상혁에게나..낯선 것이였다.
“좋아!! 종혁아!! 웃어야지!! 그냥 자연스럽게 놀아-!! 상혁이가 주도해!!”
20명이 넘는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는데.
어떻게 자연스럽게 놀라는건지.
차라리 개인촬영이 쉬웠다.
둘만 찍는건..정말이지.....더 어렵다..
그래도 하라니깐 해야한다.
스텝들도.. 어색해하는 종혁과 상혁이 의외라는 표정인데.
이젠 정말 억지로라도 다정한척(?) 해줘야하는데.
계속 상혁의 눈치만 보는 종혁이였다.
개인촬영할때는 너무 귀엽고 명랑해서 사진작가도 놀랄지경이였는데
지금 영 딴판이니 말이다.
“뭐해!! 처음만나는 청춘남녀도 아닌데, 왜 그렇게들 얼었어?”
너무 어색한 두 사람을 이해못하겠다는 듯이.
사진작가가 소릴 질러댔다.
“야아...”
거기에 좀 쫄았는지.
종혁이 상혁의 옆으로 와서는 소매를 잡아 끈다.
난처한 표정과 순진한 눈동자.
어떻게좀 해보라는 얼굴이다.-_-;;
“왜에~ 어쩌라구~~”
그 얼굴이 너무 귀여워서.
상혁은 그냥 더 짓궂은 얼굴이 되버리고 말았다.
피식- 웃는 표정이 나몰라라하는거 같이 얄밉다.
그런데.
오히려 종혁은 상혁의 그 얄미운 표정에 안심하고 말았다.
적어도 심각한 김상혁은 아니란 소리니까.
“어쩌라구? 이러라구우~~~~”
기회는 이때다 싶었는지.
종혁이 바닷물을 상혁에게 마구마구 뿌리고 있다.
첨벙첨벙-
“야아!! 너 죽었어!!”
“너? 이 자식이!! 어따가 형을 내버리고!!”
“으하하!! 형 좋아하시네에!! 어디한번 당해봐라!!”
“으아아~~”
서로에게 마구 물을 튀기면서, 장난치는 두 사람.
그제서야 스텝들을 비롯한 사진작가가 그럼그렇지란 표정을 짓는다.
하얀 백사장과 밝은 태양.
너무 맑은 바다를 배경으로-
종혁과 상혁은 마치, 진짜 친구처럼.
아니다...진짜 연인처럼(?) 아니다..
진짜 형제처럼(!!) 그렇게나 예쁜 모습들을 담아내고 있었다.
백수, 가수되다.-시리즈 22편. *내모든 것(上)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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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 가수되다.-시리즈 22편 *내모든 것(上)
viol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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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9.02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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