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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작가와 문학 공간테마 영국, 프랑스, 독일 탐방-[중후한 낭만과 정열의 예술 그리고 냉철한 이성]
여행과 나의 문학
-영국, 프랑스, 독일
역사와 전통을 사랑하는 중후한 낭만-영국 정열과 예술적인 가슴의 활기-프랑스 철학과 문학이 키운 냉철한 이성의 문화-독일
역사와 전통을 사랑하는 중후한 낭만, 영국
도버해협을 넘어간 런던의 밤 풍경은 광활하고 찬란했다. 해가 지지 않는다는 대제국 영국, 지금은 식민지를 반환하고 고요한 섬나라지만 그러나 도심은 아직도 휘황찬란하여 대영제국을 느끼게 한다. 다음날 아침 맨 처음 본 영국의 집들은 중후하고 단단해 보인다. 주택 구조나 색상이 육중하고 무게감을 느끼게 한다. 넓고 우람하게 자리한 건물에서, 고상한 갈색 톤에서 정통 영국의 문화를 드러내고 있다. 오랜 역사의 향기가 배어 있다. 여유 있는 사람들은 주택에 사는데, 몇 백년짜리 굴뚝을 아직도 소유하고 있다. 굴뚝 수는 방의 개수이며 1개∼6개까지 있다. 오랜 연륜으로 망가진 곳도 있지만 이곳 사람들은 역사와 전통을 유지하며 허물지 않고 고쳐서 산다. 도심의 귀족 저택이 그대로 이용되기도 한다. 런던 시가지에 이러한 중세건물들이 즐비하다. 영국의 심볼인 빨간색 2층 버스가 런던 시가지를 밝힌다. 곳곳에서 만나는 이 버스는 대중교통 수단이기도 하지만 색상이 꽃처럼 곱다. 1층은 서 있을 수 있지만 2층은 손님의 안전을 위해서 절대로 서서 탈수 없다. 또한 1층은 유모차나 장애인의 휠체어까지 탈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그만큼 안전수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 영국의 도로는 말이 달리던 길이어서 좁고, 중앙은 원형이다. 전란이 스치지 않은 연유로 옛날의 구도로가 대부분이다. 더러는 차가 진입을 하지 못하여 걸으며 여행을 하기도 했다. 불편함도 있지만 역사와 전통이 배인 영국의 거리를 걷는 것도 이색체험이다. 유럽의 끝 대륙 섬나라, 영어의 본토인 영국은 북부의 스코틀랜드와 남동부의 잉글랜드, 남서의 웨일스로 나뉘어져 수도도 각각이나 중심인 잉글랜드의 수도 런던이 영국을 대표하는 중심지다. 화폐 단위가 파운드, 영국 고유의 돈을 쓴다. 조폐국까지도 따로 있는 완전 자치국이다. 그만큼 유럽의 많은 국가 중에서도 독자적인 자존심을 유지하는 나라다. 영국의 버버리 상표가 100년 이상 유지되며 아직도 영국 정통 상징 의류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버버리 상표의 신용에 높은 점수를 주기 때문이다. 극장에서도 한 가지 예술작품을 10년 정도 상영하기도 한다. 주로 오페라 공연이 그렇다. 그렇게 피와 땀을 쏟아 작품성을 인정받아 브로드웨이로 진출한다는 것이다. 끈질기게 한 가지 일에 깊은 뚝심으로 우물을 파는 영국인의 생활 관습에 찬사를 보낸다. 이곳 사회는 너무도 평온하고 안정적이다. 영국은 역사와 전통을 사랑하는 중후한 낭만으로 다져진 올바른 문화의 나라다. * 영국 하이드 파크 런던 도심의 하이드 파크는 여의도 넓이의 8배나 되는 거대한 공원이다. 다이애나가 마지막으로 살던 집이 아직도 공원에 소슬하게 버티어 서 있다. 대로변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금박을 입힌 앨버트 동상이다. 황금빛 찬란한 금상은 빅토리아 여왕의 남편으로 생명이 흐르는 듯하다. 과학과 예술을 사랑했던 앨버트였기에, 그가 존경했던 170여명의 예술가들 석상이 에워싸고 있다. 세상, 남편, 자신, 천사, 하늘의 순서로 켜켜이 올라앉은 탑이 크기도 하늘 높이 치솟아 거대하고, 아름다움과 웅장함이 서려있다. 가까이 다가가 한 바퀴 돌며 볼 때는 그 위용이 더욱 대단했다. 호주 도심에도 동일한 이름의 하이드 파크가 있다. 영국의 하이드 파크를 본떠 만든 공원이다. 영국 군인들이 고향을 그리워하며 조국을 기억하기 위해 지은 호주의 공원에는 영국 병사의 향수를 달래주는 큰 나무가 줄지어 있다. 그와 유사한 나무들이 큰 몸집으로 줄지어 서 있다. 역시 동일한 향기다. 이곳은 런던 시민들이 점심식사를 손수 마련해와 먹기도 하는 드넓은 시민공원이다. 겨울에도 눈이 없는 나라다. 멕시코 난류의 영향으로 여름에도 그리 덥지 않고, 겨울에도 그리 춥지 않다. 위도가 높아 겨울에는 오후 3시에 해가 지고, 여름에는 오후 10시에 해가 진다. 지금은 이른 봄, 사월인데 공원의 잔디가 파랗다. 아름다운 정경이다. * 버킹검 궁전 영국 여왕이 사는 궁전이다. 최초로 산 사람은 빅토리아 여왕과 그의 남편 앨버트다. 이곳은 영국 여왕이 거처하는 세 채의 집 중 하나로 집무실이다. 조지 3세가 사서 19세기에 증축한 건물이다. 여왕이 있을 때는 여왕의 문장이 새겨진 로얄 스탠다드기를 게양하고 없을 때는 국기를 게양한다. 영국 국기가 걸려 있는 것으로 보아 지금 여왕은 출타 중이다. 문도 닫혀 있고 철창 사이로 근위병만 꼿꼿이 군데군데 서 있다. 영국 여왕이 사는 집으로써는 상당히 검소하다. 화려한 건물도 아니고 꾸밈도 없다. 영국의 세 가지 빨간색으로 유명한 것은 길, 버스, 전화다. 공중전화도 빨갛고, 버스도 빨갛고, 도심의 길도 빨간 곳이 많다. 궁전 내부에도 붉은 카펫을 깔았지만 궁전 주위도 온통 빨간 길이다. 모두 앨버트 거리로 여왕과 그 남편에 대한 존경을 상징하는 것 같다. 궁전 앞에는 천사 동상과 웰링턴 장군의 기마병 동상이 있다. 웰링턴 장군은 존경받는 자로서 궁전 정문 앞, 조금 높은 곳에 세워져 있다. 세계에서, 자국에서 몰려온 사람들로 상당히 붐빈다. 경호원이 그리 많은 것도 아니고, 또한 여왕이 있을 때는 나와서 악수도 나눈다 하니 민주주의의 꽃을 보고 있다. 여왕을 보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눈과 가슴에 궁전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담아간다.
런던 도심에서 /민주주의의 꽃을 봅니다. /화려한 치장도 없이 /아름다운 정원도 없이 /자동차가 질주하는 대로변에 /검소하게 핀 /자유의 꽃을 봅니다. /국가가 익고, 사회가 익으면 /궁전의 마당은 활짝 열리고 /울타리는 낮아지고 /경호벽은 얇아지는가 봅니다. /지켜주는 것이라고는 /웰링턴 장군 기마상과 천사동상뿐인데 /두려움 없이 당당하게 핀 꽃 /회색 건물 한덩이가 /영국 여왕의 집입니다.-김윤자 시 [버킹검 궁전] 전문
* 웨스트민스터 사원 영국 왕과 여왕 40여명이 대관식을 치른 곳이다. 또한 그들이 죽으면 장례식이 거행되는 곳이다. 지하에 묻히는데 뉴턴, 다윈, 리빙스턴 등 유명인도 묻혀 있다. 지금은 묘지 장소가 없다. 원래는 에드워드 왕이 카톨릭 시대에 고해성사를 위해 로마의 베드로 성당을 방문하려 했는데 당시 정세 때문에 못하자 스스로 죄라고 생각하고, 그 죄를 탕감받기 위해 교회를 지은 것이다. 런던 도심 대로변에 있는데 두 개의 동일한 높이의 탑이 하늘 높이 솟아있다. 옆에는 고등학교 건물이, 앞에는 감리교 총본부 건물이 사원 못지않은 중후한 풍채로 세워져 있어 중세 문화의 꽃을 피우고 있다. 마차를 사용하던 도로라서 길이 보편적으로 좁다. 사방이 차도로 사원을 에워싸고 있다. 균형과 평정의 의미로, 좌로나 우로 치우치지 않으려는 신앙의 깊은 의미로, 쌍둥이처럼 나란히 솟아오른 두 개의 첨탑이 참으로 성스럽다.
고해성사를 위해 /로마로 가던 길이 막혔다 하여 /어찌 그것이 에드워드 왕의 죄였겠는가 /스스로 죄 때문이라 여기고 /죄를 탕감 받기 위해 세웠다는 교회 /균형과 평정에서 벗어나지 않겠노라고 /좌로나 우로 치우치지 않겠노라고 /정직한 잣대로 세운 두 개의 첨탑이 /비원의 양 날개로 솟아오른다. /거룩한 믿음의 사원 /사십 여명 왕의 대관식이 /이곳에서 거행되고 /장례식과 지하 무덤까지 /산 자와 죽은 자의 영혼을 보듬고 있는 /완벽한 성전이다. /저 거리에, 말발굽 소리만 드리우면 /지하에 잠든 뉴턴과 다윈이 /이 사원을 탄생시킨 에드워드 왕이 /그날의 호흡으로 일어설 것 같은 -김윤자 시 [웨스트민스터 사원] 전문
* 영국 국회의사당 템즈강변에 700년이 넘는 시간을 지키고 있는 영국 의회정치의 전당이다. 민주주의 꽃을 피운 곳으로, 외형 또한 대단히 아름답다. 템즈강은 한강의 1/2 폭으로 흐르고 33개의 다리가 있다. 국회의사당 양쪽에도 템즈강 다리가 건물을 빛내고 있다. 물 색깔은 뿌옇지만 오염되지 않은 물이 흐르고 있다. 조수간만차가 7m나 되는, 세계에서 몇 개 안되는 유명한 강이다. 템즈강 맞은편에서 국회의사당을 보면 강을 사이에 두고 고딕 스타일로 솟아오른 건물은 위대한 예술작품이다. 정면의 길이가 300m가 넘고 1천개 이상의 방을 갖추고 있다. 전쟁을 치르지 않아 고스란히 보존된 중세의 건물이다. 상원과 하원 건물이 나란히 이어져 있는데 은근히 서로가 다른 색깔로 경계선을 드러내고 있다. 왼쪽 상원은 빨간 첨탑으로, 오른쪽 하원은 빅벤 시계로 각을 세운다. 템즈강 다리도 상원 곁은 빨간색이고, 하원 곁은 푸른색이다. 뜨락의 휴식처도 빨간색과 푸른색 포장으로 구분되어 있다. 상원과 하원은 서로 견제하며, 그러나 어떤 형태로든 비슷한 어깨 높이로 마주하여 영국의 민주주의를 이끌어 간다. 국회의사당 앞에는 영국 수상의 집이 있고, 뒤편으로는 여러 동상들이 뜨락에 가득하다. 템즈강 다리를 건너며 본 국회의사당 잔디 정원에는 유명 인사의 생시 모습을 간직한 동상들이 많다. 그 주변은 모두 정치 골목이다. 처칠, 넬슨 제독 동상이 도버해협을 바라보며 산 자처럼 그 날의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영국을 지킨 위대한 인물들의 동상을 바라보며 오늘의 영국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어느 나라든 한 국가의 존립과 생존을 위해서는 위정자의 힘이 크며, 그 꽃을 피우는 곳이 바로 국회의사당이기에, 상원과 하원이 쌍벽을 이루며 민주주의 꽃을 지키고 있는 템즈강변의 영국 국회의사당은 남다른 의미로 빛을 선사한다.
내 마음이나, 펜 끝으로 /상원 또는 하원 그 어느 한쪽을 /낮거나 높게 그렸다면 /그건 아닙니다. /다시 투명한 생각과 정직한 눈으로 /바르게 그리겠습니다. /왼쪽 상원은 빨간 첨탑으로 /오른쪽 하원은 빅벤 시계로 /템즈강 다리도 상원 곁은 빨간색이고 /하원 곁은 푸른색이고 /뜨락의 휴식처도 빨간색과 푸른색으로 /분명 경계선은 그어져 있지만 /그런데 아닙니다. /차가운 두뇌의 저울로 달아보면 /결코 어느 한쪽 기울지 않는 아름다운 견제 /템즈강변에 깊게 뿌리내린 두 전당 /완전히 뭉친 하나로 /칠백 년이 넘는 시간을 지키며 /진정한 민주주의의 빛을 분무합니다.-김윤자 시 [영국 국회의사당] 전문
* 런던 타워 브리지 다리라 하기보다 중세의 아름다운 2층 건물로 보인다. 템즈강에 놓여진 빅토리아식 건축물은 100년이 넘도록 그 자리를 그대로 지키고 있다. 크고 작은 고딕풍의 첨탑이 요정이 사는 작은 궁전 같다. 지하철이 저 다리를 건널 때 핸드폰이 터지지 않는 불편이 있어도 시민들은 그냥 책을 보며 건넌다. 한국은 6.25 동란 이후 건설되어 새 것이지만 영국은 대부분 건축물과 주택 등이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한 가득 출렁이는 물살이 런던 도심을 가로지르고, 그 위에 건설된 타워 브리지는 영국 런던의 상징물이다. 한때는 상, 하층 구조물 중 하층 상판이 수시로 열려 유럽의 무역선이 들고 나던 다리다. 오늘날은 교통 발달로 지금처럼 닫혀 있어 주1회 정도 열리면 목화 같은 물건을 실은 선박이 이동할 뿐 아래는 차량이, 위는 사람이 왕래한다. 다리 곁에는 비스듬히 지은 시청사 건물과 비스듬히 세워진 검은 달걀 모양의 대리석 건축물이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돌아서 지지 않아서 /비가 얼굴을 스치는 줄도 모르고 /비가 옷깃을 적시는 줄도 모르고 /템즈강 난간에 기대어 /나는 한동안 우람한 아이와 마주했다. /전쟁이 스쳐가지 않은 평온한 강 위에서 /무너질 이유가 없었으니 /백 살이 넘는 빅토리아식 사내는 /크고 작은 고딕풍의 첨탑으로 /연륜을 드러내며 늠름한 거야 /차가 지나가도, 사람이 지나가도 /상판을 열고 배가 지나가도 /눈 하나 깜박하지 않는 공중의 생명체 /지하철이 지나갈 때 /핸드폰이 터지지 않는 불편을 겪어도 /시민들의 손에는 책이 들려있을 뿐 /영국 런던의 상징물 타워 브리지, 너에게는 /한마디 불평이 없다.-김윤자 시 [런던 브리지] 전문
* 런던 시청사 왜 저렇게 비스듬히 지었을까. 템즈강변에 하늘을 나는 새처럼 푸른빛으로 높고 웅장하게 자리하고 있다. 그 앞 광장에는 검은 계란 모양의 커다란 대리석 건축물이 역시 비스듬히 놓여 있다. 사람들은 광장에 비스듬히 떨어져 있는 그 계란 모양의 건축물을 똑바로 세우려고 두 손으로 떠밀어 보지만 까닥하지 않는 탄탄한 결정체다. 영국 감시 카메라 20%가 런던에 설치되어 있으니 그만큼 어두운 그늘도 짙음이 아닌가. 시청사 건물이 비스러진 것은 도심의 그늘을 지우느라 휘어진 허리일까. 눈 한번 질끈 감으면 우두둑 일어설 것 같은데, 비스러진 바람이 몰아칠 때 사회를 올곧게 세워야 하는 저 아픈 갈증, 푸른빛 광채가 시리도록 눈부시다.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라 했던가. 이곳의 비스듬한 것들은 역설적인 공식에 넣어야 한다. 아침에 햇살이 보이던 푸른 하늘이 갑자기 검은 구름으로 덮이고 템즈강변을 적신다. 비가 많이 온다는 영국의 전형적인 날씨를 시청사 앞에서 만난 것이다.
* 런던 탑 템즈강 타워 브리지를 건너자마자 올망졸망 탑들로 이어 지은 성이 있다. 이름은 런던 타워인데, 이름에 걸맞지 않게 높지도 않고 그저 무시무시한 기운이 감도는 곳이다. 유령이 나오는 감옥이다. 21개의 성으로 지어진 이 건물은 프랑스계 바이킹이라 불리던 윌리엄 1세가 1066년 프랑스에서 영국으로 건너올 당시 반감을 가지고 있던 영국인들을 위협하기 위해 만든 탑이다. 타워를 중심으로 점차 증축하여 현재의 모습을 갖추었다. 화폐 제조창, 병기 제조창, 왕실 동물원으로도 이용했고, 감옥과 도끼로 집행했던 사형장으로도 이용했으며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큰 530K 다이아몬드와 왕관 등의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사람들은 관람하고자 장사진이다. 한 바퀴 외곽으로 건물 주위만 돌아보는 것도 어마어마하다. 건물이 아름다워서가 아니고, 그 속에 담긴 이야기가 섬뜩하기도 하고 칙칙한 분위기의 건물이 넓게 포진하여 위압감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 런던 타워도 오늘에 와서는 관광명소로 외객의 시선을 이끈다.
* 대영 박물관 대영 박물관은 파리 루브르 박물관, 이탈리아 바티칸 박물관과 함께 세계 3대 박물관이다. 박물관의 소장품 중 20%만 진품이며 나머지는 모조품이지만 이집트, 그리스 문화부터 시작하여 인간과 문화의 소중한 유산이 저장된 고귀한 박물관이다. 관람하는 동안 300회 정도의 감식 카메라가 찍히는 곳이다. 1753년부터 한스 슬로안 경 외과의사가 수집한 뼈 등 8만여 점을 헌납하여 공개하면서 전 세계인이 입장료 없이 관람한다. 박물관에 소장한 물품도 유명하지만 세계에서 유일하게 입장료 없이 이토록 거대한 명소를 운영하는 것도 유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물관 전경은 그리스 아테네 파르테논 신전을 보는 것 같다. 지붕의 양끝이 양의 뿔처럼 생긴 이오니아식 양식이다. 내부에서는 앗시리아관, 이집트관, 미이라관, 한국관을 중심으로 관람했다. 임금이 인간이 무서워하는 사자를 죽이는 상, 남성 성기를 자른 잔인한 동상, 아래는 말 위는 사람인 석고상, 행사장으로 이동하는 말상 등 조각상을 보았다. 그 중에서도 유명한 것은 람세스 2세상이다. 이집트 왕으로 남성 힘의 상징물이다. 가슴에 구멍이 뚫려 있고 목 아래와 목 위 색깔이 다른데 그것은 이동 중 망가진 탓이다. 한국관에는 한국의 사랑방을 만들어 놓았고 탱화와 담징 그림 작품집도 있다. 미륵상과 여러 유물도 있다. 영국에서 한국을 빛내는 자랑스런 한국관을 보며 흐뭇했다. 인공이 아닌 자연사 박물관으로 생생한 역사를 재현하는 보물창고다.
그리스 아테네 신전을 닮은 /그 환상의 문에 들어서는 순간 /세계인이 하나 되는 거룩한 영역이다. /모두들 이어폰을 귀에 끼고 /자국어로 해설하는 안내원의 설명을 들으며 /역사의 물결을 따라 흘러 들어간다. /앗시리아관을 지나 이집트관을 거치면서 /가장 사랑 받는 유물은 /이집트의 왕 람세스 이세, 가슴팍이 뚫렸어도 /그는 영원한 남성 힘의 상징물이다. /위대한 것은 유물만은 아니다. /뼈의 수집품 전시를 시작으로 /박물관을 탄생시킨 외과의사 한스 슬로안 경과 /흩어져있던 유물을 한곳에 모아놓은 손길 /그리고 무료입장이라는 사실은 모두 숨은 보물이다. /마지막으로 한국관에서 /내 조국의 숨결을 발하는 미륵상과 담징을 만났고 /관람하는 동안 /삼백 회의 감식 카메라에 찍힌다는 /개인적인 역사를 쌓고 왔다.-김윤자 시 [대영 박물관] 전문 정열과 예술적인 가슴의 활기, 프랑스
영국 여행을 마치고 런던 히드로 공항에서 파리행 비행기를 탔다. 1시간 30분 정도 비행거리다. 다시 도버해협을 넘어간다. 영국에서 파리에 오는 방법은 비행기, 배, 터널 기차가 있다. 프랑스는 한국의 5배 크기인 땅이고 위도상으로 북쪽에 위치한 나라다. 지중해까지는 1천 킬로미터이며 산악지대가 없다. 스위스 쪽에나 가야 3∼4천 미터의 산을 만난다. 땅의 질이 좋아 농업국가다. 실제로 파리 노드역에서 벨기에로 가며 탈리스 고속열차에서 본 프랑스 들녘은 초지가 끝없이 전개되고 있었다. 풀을 재배하여 수출하기도 하고 유채를 길러 기름을 짜서 수출하기도 한다. 이곳에는 제조업이 없다. 저소득 근로자를 고용해야 하는데 인건비가 비싸게 책정되어 있어 운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관광산업이 성행이다. 프랑스는 정통적인 사회주의 국가다. 잘 사는 자가 못 사는 자를 도와주며 산다. 의료비, 교육비가 없다. 자본주의와는 다른 면모다. 그래서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한다. 경쟁이 없다고도 한다. 어느 제도의 국가이든 양지와 음지는 공존하므로 그런 모순 정도는 감수해야 하지 않겠는가. 아무튼 잘 정착된 사회주의 국가로서 안정적인 평화가 흐르는 나라다. 그 배경에는 조세정책이 크게 기여하고 있다. 근로자의 월급 상당액을 세금으로 내는 것이다. 12억 인구가 불어를 사용하고 있다. 프랑스의 정서와 문화가 그만큼 세계에서 높은 비중으로 공유한다는 사실이다. 정열적인 나라, 일할 때 열심히 일하고 놀 때는 화끈하게 노는 나라, 내면도 중요하지만 외면의 멋도 중시하는 나라, 먹는 것보다 먹는 분위기를 즐기는 나라, 예술을 사랑하는 나라다. 그래서 파리의 인상은 활기차고 밝았다. 로맨틱한 분위기에 매료되는 도시 파리는 예술의 향기로 가슴을 훈훈하게 물들인다. 그래서 프랑스 파리는 세계인의 도시라고 이곳 시민들은 정의를 내린다.
* 에펠탑 에펠탑은 인류역사 중 가장 높은 건물로 인간의 승리다. 120여년 나이임에도 튼튼하다. 1년에 650만 명이 오른다. 온전한 철제 건축물로 거대한 덩이가 어떻게 높다랗게 지탱하고 있는지 불가사의다. 160층 건물로 324m, 유럽에서 가장 높다. 시속 350Km의 풍력을 견디는 철조물이다. 7년에 1회 수리하는데 페인트만 65만톤 들어간다. 녹슬지 않도록 다 베껴내고 칠한다. 부분마다 나누어서 1년간의 시간 동안 새 단장을 마친다. 위로, 아래로, 대각선으로, 삼각으로, 사각으로, 이어진 쇠 조각들이 쇠못 하나에 생명을 걸고 눈물 고운 모습으로 버티어 서서 파리를 밝히고 있다. 이곳을 찾는 세계인의 오감과 전신을 철의 향기로 물들이고 있다. 에펠탑 전망대 2층을 지나 3층까지 올라 관람했다. 에펠탑 정상에서 바라본 파리는 잔잔한 건물의 물결이다. 도로는 원형 로터리가 많다. 나폴레옹 시대부터 내려온 그대로다. 저 멀리 몽마르트 언덕이 높게 솟아 있고, 세느강이 바로 아래에서 비경으로 흐르고, 강 건너 개선문과 베르사유 궁전이 오롯하다. 넓은 자락으로 앉은 육군사관학교와 유네스코, 무역건물이 차례로 파리의 명소로 뜬다. 에펠탑이 가장 잘 보이는 조망 명소인 시민광장도 있다. 에펠탑은 파리 시가지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다. 눈앞에서 건물이 가리지만 않으면 하늘 높이 솟은 탑은 아름답게 보인다. 특히 세느강변에서는 다리를 넘나들 때마다 오롯하게 보인다. 에펠탑에 올라가서 보는 경관도 장관이지만 에펠탑의 외경이 가장 잘 보이는 곳이 시민광장이다. 조금 높은 곳에 위치한 광장의 끝점 언덕 위에서 파리 도심을 바라보면 에펠탑과 그 주변 풍경이 정면으로 잘 보인다. 에펠탑, 육사, 영웅 묘지 등 기가 막힌 풍경이다. 칼로 잘라 만든 것처럼 질서정연한 건물과 잔디광장 등이 제 위치에 앉아 감탄을 자아낸다. 인간이 만든 것이 저리도 아름다울까. 해는 지려고 하는데, 돌아서지지 않는다. 에펠탑은 내 기억 속의 소중한 보물이다.
생애 최대의 걸작품을 만났는데 /내 짧은 필설로 /다 읊지 못함이 애석할 만큼 /너는 나의 오감과 전신을 /철의 향기로 물들이고 있다. /위로, 아래로, 대각선으로 /삼각으로, 사각으로 이어진 쇳조각들이 /쇠못 하나에 생명을 걸고 /눈물 고운 모습으로 버티어 서서 /파리를 밝히고 있지만 /어찌 프랑스 파리만을 위한 존재일까 /인류의 위대한 소산 /우주를 빛내는 명품 /너로 인하여 세계인의 가슴이 뜨거워지고 있으니 /너는 시대의 기린아 /프랑스 파리는 세계인의 도시라는 말 /에펠탑 앞에 서면 /어느 누구 하나 그 말에 거부할 자 없다. /가장 가고 싶은 나라가 프랑스라는 것도 /에펠탑이 쥔 열쇠다.-김윤자 시 [에펠탑] 전문
* 개선문 개선문은 나폴레옹이 1806년, 전쟁 승리 기념물로 건축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나폴레옹 3세가 세워서 완공했을 때는 나폴레옹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1840년, 그의 유해만이 이 문을 통과했을 뿐이다. 나폴레옹은 프랑스인에게는 세계적인 영웅의 차원을 넘어선 개념의 인물로 평가되고 있고, 그런 연유로 개선문은 세계적인 명소 이전에 위대한 건축물이다. 도로의 중앙에 있어서 개선문에 가기 위해서는 지하도를 이용해서 간다. 청청한 하늘과 따사로운 햇살 속에서 나폴레옹을 만났다. 벽면 곳곳에 전사자 병사 이름이 새겨져 있고 조각상이 많다. 바닥에는 향불과 함께 헌화가 한 가득이다. 로마의 의식을 본떠 장군이 승전했을 때는 이 개선문을 통해 고국에서 환대받으며 돌아오는 의식을 거행코자 세운 건물이다. 그날의 역사를 말해주듯 중앙문으로 들어오는 도로가 샹젤리제 거리와 이어진다. 파리의 번화가이며 대표적 거리인 샹젤리제 거리를 바라보니 비록 나폴레옹의 말발굽 소리는 아닐지라도 우렁찬 승전 나팔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1차 대전 승전기념 행진과 2차 대전 후 드골이 파리 입성을 하여 이 문을 통과하는 의식을 거행했다. 직사각형의 반듯한 대리석 건물과 중앙에 아치형으로 뚫어놓은 건물 형상이 조금도 흐트러짐 없이 개선장군의 위용을 머금고 있다.
청청한 하늘과 따사로운 햇살 속에서 /나폴레옹을 만났다. /그날의 말발굽 소리는 아니어도 /샹젤리제 거리에서 울리는 우렁찬 함성을 들으며 /산 자와 죽은 자의 장엄한 상면이다. /찬란한 화살은 날아갔어도 /아직도 잠들지 못하는 향불이 /아직도 시들지 않는 헌화가 /영웅을 향한 애가로 꽃불을 이루고 /그날의 병사들이 /벽면 가득 목숨을 걸어두고 /장군을 위한 충절로 푸른 눈 총총 뜨니 /결코 외롭지 않은 영웅이다. /전쟁 승리기념으로 초석을 세웠지만 /나폴레옹 삼세에 의해 완공되었을 때는 /이미 나폴레옹은 떠나고 /그의 유해만이 이 문을 통과하였다 하니 /공으로 들어와, 공으로 밟고 선 성역에서 /코끝이 시려온다.-김윤자 시 [개선문] 전문
* 달팽이 요리 프랑스 정통요리라는 말에 기대가 컸다. 프랑스는 소스문화다. 달팽이 요리도 속에 '에스카르고' 라는 소스를 넣어 익힌 요리다. 달팽이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작은 것이 아니고 한국의 우렁이만 했다. 구운 달팽이를 쟁반에 담아 온 것을 손으로 들고 속살을 빼어 먹는다. 생각보다 크고 알맹이도 충실하다. 주 메뉴가 나오기 전에 바게뜨 빵이 바구니에 담겨 나온다. 이곳 파리 사람들은 음식보다도 분위기를 좋아한다. 우아한 식당에서 하루 종일 이야기하며 즐기는 문화다. 비가 오는 날이면 카페에 가서 진종일 책을 읽는 문화, 빵을 뜯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문화다. '파리 바게뜨' 라는 딱딱하고 맛없는 빵에 대하여 그 용도를 정확히 알았다. 그건 먹는 것이라기보다는 그 빵을 뜯으며 아름다운 이야기로 향기로운 시간을 갖기 위한 하나의 필수 식품이다. 독일에 갔을 때 하이델베르크 성 산길에서 달팽이를 보았다. 파리에서 먹은 달팽이와 똑같았다. 단단한 각질 속에 키운 속살을 사람에게 제공하는 귀한 존재다.
너는 행복하다. /땅을 핥으며 기어 다니던 존재에서 /집을 이고 다니는 괴이한 속성에서 /벗어난 중후한 환생 /음식 문화의 역사 속에 /족보를 묻고 /한 나라의 전통 요리로 사랑 받는 /너는 행복하다. /튼튼한 각질 속에서 /에스카르고 소스에 싸여 /향기롭게 구워진 네 속살 /근사한 쟁반에 귀한 신분으로 나온 너를 /입으로 먹지 않고, 맛으로 먹지 않고 /가슴으로, 뇌로 먹으련다. /세계인의 손에 들려 사랑 받는 /너는 행복하다.-김윤자 시 [달팽이 요리]
* 루브르 박물관 원래 파리의 왕궁이었던 루브르 궁전은 1793년 프랑스 공화정에 의해 루브르 박물관으로 되었다. 이곳은 총 40만점이 넘는 소장품으로 유럽 최대 최고의 박물관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유명한 작품으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밀로의 비너스,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다비드의 나폴레옹 대관식 등이다. 조각상은 사진을 찍어도 가능하나 그림은 일체 사진 금지다. 모나리자의 미소, 그 원본 앞에는 관리요원이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도록 지키며 감시하고 있다. 작품이 크지도 않고 화려하지도 않은데 홀로이 벽면에 걸어둔 모나리자는 정말 살아서 웃는 살빛 미소다. 2층에 전시된 명화 프랑스 대혁명 은 큰 대형 화폭에 프랑스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혁명의 순간이 눈앞에 전개될 만큼 생생하게 재현된 작품이다. 그 외 '나폴레옹 대관식' 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보석관도 대단하다. 진품을 전시해 두었는데 다이아몬드와 기이한 보석이 많이 진열되어 있다. 이집트 유적으로부터 19세기말까지의 모든 서구 미술품이 모여 있어 유럽 문화의 역사적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관람 후 밖으로 나왔을 때 정문 앞에는 대형 유리건물이 피라미드 형상으로 앉아 있다. 드넓은 광장에 세운 동상과 박물관 건물, 그리고 석양이 물들이는 고아한 풍경이 내부의 훌륭함만큼 빛나는 광경이다.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은 /하얀 날개의 비상으로 공간을 빛내고 /나와 보시어요, 하면 /줄줄이 달려 나올 것 같은 /역사의 실존 인물들이 /유년의 아이로, 혁명용사로 화포 안에 살고 있다. /모나리자가 거기 있다. /실제의 모나리자가 거기 있다. /살아서 웃는 살빛 미소가 군중을 흡입한다. /격이 높은 여인은 따로이 구분되어 /하늘과 땅이 보이는 곳에 /어찌 보면 고독한 문밖 외벽에 /홀로이 살고 있다. /그녀는 여전히 웃고 있는데 /그녀 곁에서 경호원으로 선 감시원 아저씨는 /불독의 눈으로 경계선을 지키고 있다. /대영 박물관이 조각의 바다라면 /루브르 박물관은 명화의 바다 /대형 피라미드 유리문을 통해 나왔을 때 /석양이 물들이는 고아한 풍경은 또 하나의 명화였다.-김윤자 시 [루브르 박물관] 전문
* 콩코르드 광장 개선문 앞의 샹젤리제 거리와 연결된 파리에서 가장 넓은 광장이다. 이 광장에는 원래 루이 15세의 기마상이 설치되어 있었기 때문에 루이 15세 광장으로 불리었다. 이후 프랑스 혁명의 발발로 기마상은 철거되고, 이름도 혁명 광장으로 고쳐졌다. 1793년 프랑스 혁명 중에는 루이 16세가 이곳에서 단두대의 이슬로 처형되었고, 왕비가 참수된 형장이기도 하다. 1795년부터 현재의 콩코드 광장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고, 공식 이름이 된 것은 1830년이다. 콩코드 광장은 프랑스의 역사가 집약된 곳이며 프랑스인의 상징적인 광장이기도 하다. 광장의 중심에는 이집트 룩소르 신전에서 가져온 룩소르 오벨리스크가 놓여 있다. 분수와 여러 인물들의 조각상이 질서정연하게 세워져 있다. 곁에는 에펠탑이 있어 분위기를 한결 격상시켜 준다. 역사는 잠들고 인물은 떠나갔어도 그대로 재현하듯 세워둔 조각상들이 자국인과 외국인에게 큰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 영웅 묘지 나폴레옹 무덤이 있어 그렇게 부른다. 나폴레옹 유해와 장군묘가 안치된 곳이다. 영웅의 집, 군인 묘지로 부르기도 한다. 유럽 풍속은 사후 무덤을 건물 아래에 만들었다. 이곳 역시 군인들 시신이 묻힌 곳이다. 지금은 포화상태여서 더 이상 묻지 않는다. 콩코르드 광장을 지나 샹젤리제 거리를 지나 영웅 묘지를 갈 때 공원에는 '너도 밤나무' 인 ‘마로니에 나무’가 푸르게 영웅의 영혼을 지키고 있다. ' 영웅 묘지 정원은 푸른 잔디를 깔아 눈부신 푸르름이고, 금빛 오롯한 건물이 웅장하다. 세느강 다리 중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알렉산더 3세 다리를 넘어서 찾아간 영웅 묘지는 프랑스 사람들에게 있어서 나폴레옹에 대한 존경심이 얼마나 큰지 알려주는 외형적 표출이라고 생각했다.
* 세느강 유람선 세느강 주변에는 중요 관광물, 건물 등이 밀집해 있다. 강변 좌측은 종교 구역으로 노틀담 성당이 있고 우측은 정치구역으로 시청사와 구왕궁이 있다. 새로운 양식으로 세운 퐁레프 다리, 콩코드 다리, 알렉산더 3세 다리 등 아름다운 다리들이 파리를 예찬한다. 파리의 도심을 돌다보면 세느강 다리를 이곳저곳 여러 개를 건너게 된다. 영국 왕비 다이애나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도로도 바로 저 세느강변 에펠탑 앞 지하도다. 세느강은 생각보다 폭이 좁았다. 한 줄기로 흐르는 곳에서는 조금 넓은데 노틀담 성당이 있는 섬을 끼고 갈라지는 곳에서는 더욱 좁았다. 세느강변은 이름만큼이나 파리 도심을 끈질기게 붙들고 있다. 세느강변의 파리는 원래 어촌이었다. 작은 어촌 마을이던 파리를 위대한 도시로 탄생시킨 어머니의 젖줄이다. 파리와 세느강은 숙명의 도시, 숙명의 강이다. 에펠탑이 보이는 세느강 선착장에서 유람선을 승선했다. 강변에 고풍스런 집과 나무들이 진풍경이다. 특히 에펠탑 전경이 시선에 담길 때 거룩한 빛이 휘돈다. 세느강과 조화를 이루도록 에펠탑을 건축한 것 같다. 세느강 다리는 많기도 하고 그 아름다움이 빼어나다. 독특한 양식으로 세워놓은 다리 밑을 유람선이 지날 때면 황홀하다. 그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가 바로 알렉산더 3세 다리다. 동상이 세워져 있고 웅장하다. 명소가 대부분 세느강변에 위치해 있어서 에펠탑을 중심으로 비경이다. 물살이 갈라지며 이룬 작은 섬에 노틀담 성당이 있다. 중세의 건축양식으로 오롯이 솟아오른 첨탑과 함께 그 웅장함이 빛을 발하고 있다. 강변에는 연인들이 앉아 기타를 치며 낭만의 저녁을 맞기도 하고 파리의 시민들이 산책을 하기도 한다. 파리의 국민성과 문화가 그대로 서리어 있다.
세느강 유람선에서 /시선에 담기는 모든 것들은 /사랑이다. 축복이다. /지나가는 저녁 햇살 한줌에도 /거룩한 빛을 발하며 /파리의 아버지로 우뚝 선 /에펠탑이 그렇고 /물살이 갈라지는 여울목 /섬으로 둥지 튼 예쁜 땅에 /중세의 꽃으로 피어오른 /노틀담 성당이 그렇고 /세느강을 사모하던 물의 신이 /한 구비, 두 구비, 너울너울 흐르다가 /바람을 불러 일어서서 /곳곳에 세운 다리들이 그렇다. /세느강은, 정녕 세느강이다. /파리 사람들의 눈에서, 언어에서 /표정에서, 옷자락에서 /예술에 대한 짙은 그리움이 보이는 것도 /세느강이 키운 붉은 유산이다.-김윤자 시 [세느강 유람선] 전문
철학과 문학이 키운 냉철한 이성의 문화, 독일
독일은 룩셈부르크에서 넘어갔다. 톨게이트 고가도로 하나가 국경선이란다. 트럭이 주차해 있고, 잠시 서행하다가 신고도 없이 지나간다. 국경선을 넘기가 저리 쉽거늘, 내 가슴 속에 철벽으로 가로지른 동족의 국경선은 언제쯤 저리 쉽게 넘어갈 수 있을까. 참으로 부러운 국경선이다. 독일은 또한 1989년 동독이 무너지고 통일된 국가다. 운무 서린 독일 땅은 참으로 육중하다. 주로 평야만 보이던 유럽 대륙에서 새로운 지형을 만나고 있다. 독일은 남고북저 지형이다. 이곳은 독일 남부다. 우람한 산이 병풍처럼 드리워져 있고 산을 깎아서 포도나무를 심은 풍경이 보인다. 하지만 독일 역시 70%가 평야다. 한국이 70%가 산인 것에 비하면 평야가 훨씬 더 많은데 강 주변에만 산이 모여 있다. 독일의 농작물 중 감자는 유명하다. 감자 3톤을 먹으면 학위를 받을 정도로 감자는 독일 게르만족을 뜻하는 소중한 작물이다. 기후 탓으로 땅 속 식물을 주로 재배하는데 감자가 그 대표적 식물이고, 아스파라거스도 재배하여 땅 속 것만 먹는다. 아우토반 고속도로를 타고 하이델베르크로 이동할 때 들녘 밭에는 감자와 아스파라거스 재배 농가가 많았다. 독일인과 맥주는 하나다. 독일인은 맥주를 주기적으로 먹어 주어야 하는 신체적인 이유가 있다. 위도가 50도선으로 고지대라서 사람의 혈압은 저기압이다. 고혈압인 사람은 괜찮지만 혈압이 낮은 사람은 알코올로 높여 주어야 한다. 맥주를 물보다 더 많이 먹는 나라다. 술과 인체의 신비를 알려주는 대목이다. 한국인의 위상은 상당히 높다. 독일 사람들은 한국의 성실했던 간호사들을 기억한다. 또한 백남준의 유골 일부가 독일에 보존되고 있다. 독일에서 교수로 재직하여서 제자들이 많고 모두 50대 장년이 되었다. 백남준의 나라,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그 유명한 분의 나라에서 왔느냐고 한다. 윤이상 음악가도 대단한 존경을 받는다. 윤이상을 연구하면 박사 학위를 받을 정도다. 프랑크푸르트 사람들은 축구선수 차범근과 차두리도 유명한 인물로 기억한다. 타국에서 위대한 한국의 힘을 보는 순간이다. 오늘의 우리는 그분들 덕분에 성실한 민족으로 기억되고 있다. 한국인의 큰 자긍심을 세워주는 대목이다. 독일인은 얼굴 표정이 없는 사람이 많다. 해가 안 떠서 그렇다. 독일의 날씨는 연중 100일만 해를 보는 나라다. 4월 날씨가 가장 최악이다. 변덕스런 사계절을 보는 달이다. 그래서 독일 속담에 '이, 4월 같은 놈아!' 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독일에서 해가 뜨면 '아휴, 천사들이 나왔구나' 라고 기뻐한다. 그만큼 날씨가 안 좋은 나라다. 자기가 원하는 것만 얻고, 남에게 피해만 안주면 된다는 식이다. 이런 냉철한 이성은 모두 날씨 탓이다. 흐린 날씨가 많아 거의 집에 갇혀 살며 철학과 문학 서적을 많이 본다. 이것이 독일에 철학자가 많은 이유다. 신경성 환자도 많다. 노인들이 비오는 창가만 바라보며 살아서 그렇다. 독일의 법대는 누구나 다 받아준다. 그러나 심리학과는 가장 세다. 의대는 조금 규제하는 수준이다. 그만큼 기후조건이 좋지 않아 인간 내면의 질병을 정신적으로 다스려야 함을 시사하고 있다. 그로 인해 세계적인 철학자와 문학가가 생산되는 양면성의 나라다.
* 독일 코블렌츠 모젤강과 라인강의 합류점 반듯반듯한 코블렌츠 시가지의 건물 사이로 들어왔다. 인구 10만 명이 사는 이 도시는 로마가 건설한 도시다. 세계 2차 대전 때 80%가 파괴되어 다시 복구한 연유로 모두 현대적인 건물이다. 몇 군데만 재현하여 복원시켰다. 코블렌츠에는 독일의 어머니인 모젤강과 독일의 아버지인 라인강이 만나는 합류점이 있다. 모젤강은 룩셈부르크에서부터 라인강까지 이어지는 강이다. 이곳은 코블렌츠의 창고를 형성하는 아주 소중한 땅이다. 물과 물이 만나는 삼각주 끝점에 서서 기름지게 흐르는 두 강을 본다. 이곳은 교통의 요새다. 무역이 활발하게 발달된 지역이다. 강변을 끼고 앉은 평화로운 땅, 강을 따라 솟아오른 산이 아름답다. 모젤강과 라인강이 만나는 합류점 광장에는 아주 큰 빌헬름 1세 기마 동상이 있다. 독일의 통일을 의미하는 상징물이다. 두 강의 허리를 바라보며 금방이라도 솟구쳐 달려 나갈 기세다. 에렌브라이트슈타인 요새는 빌헬름 1세 동상 곁에 세운 철옹성 요새다. 성벽에서 빼온 돌로 광장을 꾸몄고 1만 6천 kg의 동판이 들어간 유럽에서 가장 강한 요새다. 뒤편 계단을 타고 가파르게 올라가 보니 미로처럼 길이 갈라져 있고 작은 성벽의 문으로 사방을 둘러보도록 지어져 있다. 탄탄한 건축물이다. 모젤강과 라인강이 만나는 삼각점에 크고 우람한 요새가 있어 이 지역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그곳에 서면 다 보입니다. /시간의 흐름도, 공간의 파괴와 생성도 /하나 되는 시공의 합일점도 /새로운 시작의 유럽을 만납니다. /세계 이차 대전이 쓸고 간 도시 코블렌츠는 /다시 일어서 반들거리고 /아직도 과거를 떠나지 못하는 /철옹성 요새들이 /산줄기 곳곳에서 역사를 재현하고 /두 강을 하나로 묶는 합류점에서 /빌헬름 일세 기마 동상은 /조국의 통일을 우렁차게 외치고 /다 보입니다. 그곳에 서면 /독일의 어머니인 모젤강과 /독일의 아버지인 라인강이 만나는 /그곳, 삼각주에 서면 -김윤자 시 [코블렌츠 삼각주] 전문
* 라인강 코블렌츠에서 로렐라이 언덕으로 갈 때 끈질기게 따라오는 라인강은 폭과 길이가 장대했다. 코블렌츠와 라인강 사이에는 다리가 없으며 강의 지점을 숫자로 적었다. 1320km의 긴 강, 14개국을 거쳐 흐르는 장엄한 강은 유유히 흐른다. 그 중에서 698km가 독일 땅을 흐른다. 지금 580km 지점을 지나고 있다. '라인강의 기적' 이라는 문구를 만들 만큼 역할이 크고 위대한 강이다. 라인강을 차지하면 그만큼 부의 축적을 뜻한다. 상인들 유치가 가능하고 통행세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전쟁시 이 강을 막으면 통과할 수 없었다. 그 점을 이용하여 영주들이 산 위에 집을 짓고 살며 부를 축적해 왔다. 라인강에서 가장 독특한 것은 강변에 고성이 많다는 점이다. 강을 따라 우뚝 선 산꼭대기에 간간히 성이 보인다. 그 옛날 영주들이 강변 주위에 살며 강목에서 통행세를 받던 연고로 성 주변에는 나라 1개씩이 있었다고 본다. 또한 라인강변에는 포도밭이 많다. 남쪽 로렐라이 언덕까지 산녘에 포도나무가 심어져 있다. 마인강과 모젤강변에도 많은데 그 이유는 물을 끌어올려 포도나무를 재배하기 쉽고, 강 언덕에는 햇빛이 많이 비치고, 강물에서 반사하는 햇빛까지 얻을 수 있어서다. 1년 내내 비가 와도 한국 강수량의 반 밖에 안 되는 건조한 나라여서, 대륙성 기후의 메마른 땅이기에 강변 사람들은 포도나무를 길러 와인을 생산한다. 라인강변은 독일인에게 그만큼 중요한 땅이다.
기적은 결코 허황된 것에서부터 /발원하지 않음을 배우고 간다. /천연의 운명이 결정지어 준 것이라 해도 /그것을 관리하는 것은 /인간의 손길이다. /일천삼백이십 킬로미터의 긴 강 /십사 개국을 거쳐 흐르는 장엄한 강 /그 중에서 절반의 길이가 /독일을 거쳐 흐른다 해도 /라인강의 기적이 저절로 일어난 것은 아니다. /라인강을 차지하면 부의 축적을 의미하고 /전쟁시 라인강을 막으면 어떤 족속도 통과할 수 없고 /보이지 않는 발가락이 맥을 이으며 /독일을 키웠겠지만 /일어선 것은 국민의 발목이다. /강물에서 반사하는 햇살 한 줌도 /그대로 흘려버리지 않고 /올올이 받아 포도나무를 재배하는 강 언덕에서 /그 작은 해답 하나 얻고 간다.-김윤자 시 [라인강의 기적] 전문
* 마르크스 고성 코블렌츠에서 남쪽 로렐라이 언덕을 향해 라인강변을 달릴 때 가는 방향으로 왼편 산정에 오롯하게 솟아 있는 고성이다. 라인강변에는 이 성 외에도 고양이를 닮은 고양이성, 쥐를 닮은 쥐성 등 많은 성이 있다. 달려도, 달려도 라인강은 끝이 보이지 않고 가도, 가도 산줄기는 막힘이 없고 강과 산의 장엄한 만남 속에서 목숨을 걸고 생존해온 고성들이 나름대로 이름을 받아 빛을 발하고 있다. 성을 중심으로 작은 국가를 성립하여 살던 흔적이다. 그 옛날 하나의 성은 하나의 국가였고 성을 중심으로 영주들의 세력이 행사되던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보인다. 그 중에서도 마르크스 고성은 눈부신 하늘과 마주하여 높은 산정에 크고 우람하게 앉아 있다. 그 옛날 어떻게 물자를 운반하여 세웠을까 신기한 일이다. 산 아래는 세상의 경계선 다툼은 다 잊어버린 듯 현대의 문화가 꽃 핀 기차 선로에 이고 진 나이를 던지고 있다. 고성과 현대 문화의 조화가 참으로 아름답다.
* 로렐라이 언덕 로렐라이 소녀의 슬픈 사랑에 대한 전설을 만나는 언덕이다. 먼저 로렐라이 소녀가 살던 마을 상고하르하우젠을 지났다. 하이네가 쓴 시를 질러가 작곡하여 세계에 퍼진 노래가〈로렐라이 언덕>이다. 미모가 고운 여인이 고기잡이 떠난 남편이 돌아오지 않아 매일 기다렸다. 그 여인에게 짙은 사랑이 배인 동네 남자가 그 여인을 사랑하다가 자살하여 죽었다. 부인과 어머니는 그 여인을 보며 짙은 사랑으로 죽었으니 그 여인을 처형해 달라고 황제에게 고했다. 그러나 황제마저도 아름다운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다. 황제도 짙은 사랑이 배인 그 여인을 죽이지 못하고 이곳을 떠나 로렐라이 언덕에 가서 살라고 명령했다. 그런데 그녀를 바라보며 배가 다 난파된다. 어느 날 여인의 남편이 돌아오다가 언덕에 선 아내의 아리따움에 결국 그녀 남편도 그녀를 바라보며 암초에 부딪히는 것도 모른 채 사망한다. 사랑의 죽음이다. 사랑의 죽음은 또 이어지고, 바람처럼 흐느껴 울어야 될 슬픈 사랑 이야기다. 브렌따노가 쓴 동화〈로렐라이 소녀〉에 나오는 로렐라이 소녀의 슬픈 사랑 이야기인데 결국 로렐라이 소녀도 언덕에서 떨어져 죽음으로 산화되고 끝을 맺는다. 아름다운 것이 죄라면, 사랑한 것이 죄라면, 라인강이여 이제는 눈감고 다 용서하고 새로운 생으로 환생케 하소서. 전설이라 하여도 가슴을 울리는 사랑이다. 로렐라이 언덕은 라인강을 한동안 달려 다다른 언덕이다. 학창시절 배운 노래 〈로렐라이 언덕〉을 부르며 올랐다. 입구에는 로렐라이 소녀 동상이 있다. 소녀의 동상은 라인강변에도 있다. 언덕 입구는 하얀 소녀상이고 라인강변은 까만 소녀상이다. 점점 가파른 언덕으로 이어진다. 언덕이 130m 절벽으로 상당히 위험한 지형이다. 천길 낭떠러지 절벽 아래로 배들이 다니고 있는데 빙그르 돌아보는 절벽마다 암벽이 90도 각도로 놓여있어 바라보는 눈이 아찔하다. 급경사 물목이 상당히 휘어져 있는데 사고가 하도 많이 나서 수없이 다듬어 그래도 저만큼 부드럽게 되었단다. 물목과 언덕이 거의 ㄱ자로 꺾어져 있어 아득한 이 언덕 정상을 바라보다가는 배의 운전대를 조정하지 못하여 암초에 부딪혀 난파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히틀러가〈로렐라이 언덕〉을 금지곡으로 지정했다. 그 이유는 이 노래를 부르며 독일인이 뭉쳐서다. 대단한 로렐라이 소녀이며, 대단한 로렐라이 언덕이다.
애련한 입술로 부를 노래가 아닙니다. /여린 목청으로 부를 노래는 더욱 아닙니다. /라인강을 달리며 /로렐라이 언덕에서 소녀상을 만나며 /날카로운 산정 언덕에 올라서며 /강한 언어와 탄탄한 선율로 다시 입력됩니다. /강물을 기역자로 꺾어버리는 /강목의 암초 앞에서 /신의 휘파람 소리가 미끄러져 내리는 /다림질한 바위 앞에서 /만선으로 돌아오는 어부의 배를 지켜 달라고 /강물이나 강바람에게 주문하는 것은 /폭풍에게 나뭇잎을 맡기는 일입니다. /좌초당하여 난파되는 배의 운명을 /로렐라이 드높은 언덕에 /소녀에 대한 눈먼 사랑으로 전설을 심어 놓고 /비루한 영혼을 푸른 손길로 다독입니다. /라인강의 긴 호흡으로, 깊은 강심으로 /용감하게 불러야 할 노래입니다.-김윤자 시 [로렐라이 언덕] 전문
* 프랑크푸르트 뢰머 광장 독일의 대표 도시 중 하나인 프랑크푸르트는 중세건물보다는 우뚝 솟은 고층건물이 많다. 2차 대전 때 80%가 폭격당하여 현대식 건물로 수리된 도시다. 독일에서 5번째 큰 도시다. 특히 라인강의 발원강인 마인강변에 많이 모여 있어 강과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도시다. 유럽에서 가장 큰 프랑크푸르트 국제공항과 독일 제1의 은행인 코메르츠 뱅크가 있다. 마인강을 중심으로 강남은 주택지역, 강북은 상업지구로 구분된다. 그만큼 마인강변에는 상업지구가 잘 형성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마인강변에 위치한 드넓은 국제박물관은 한국의 삼성동 코엑스 전시장과 같은 의미의 거대한 전시관이다. 국제박물관을 상징하는 높은 탑이 연필을 세워 놓은 모형으로 하늘을 향해 일어서 있다. 뢰머 광장은 프랑크푸르트의 대표적 명소다. 시청사, 카이저성당, 평정의 저울 동상, 역사박물관으로 둘러싸여 있고 중앙에 넓은 광장이 있다. 지금은 행사장으로 기념식, 귀빈 맞이, 헌법적 결혼식이 거행되는 곳이다. 15세기 초 프랑크푸르트 시의회에서 귀족의 저택 세 채를 사들여 시청사로 개조해서 사용했는데 이 가운데 한 채를 뢰머라 불렀다. 뢰머는 역대 황제들이 연회를 베풀던 곳으로 2층의 넓은 홀은 16세기 프랑크푸르트에서 처음 황제 대관식이 거행된 이래 '황제의 넓은 방'으로 불린다. 광장의 중앙에는 한손에는 칼, 한손에는 천칭을 들고 있는 '정의의 여신' 동상이 있다. 시청사 앞에 세워둔 동상들이 산자의 함성처럼 우람하다. 차범근 선수가 초청받아 올랐다는 뢰머 건물 2층 베란다가 아름답다. 카이저 성당은 일명 황제 성당, 대성당이라 칭하는데 독일제국 52명 황제 중 25명이 이곳에서 대관식을 치른 역사적인 성당이기 때문이다. 뢰머 광장은 수많은 내외국인의 걸음이 모여드는 곳이다.
프랑크푸르트의 심장이다. /세계대전을 치르면서 상실된 도시에 /현대식 건물들이 비상하며 숲을 이뤄도 /여기, 평정의 저울과 칼을 들고 선 정의의 여신에 /더 뜨거운 피가 흐르고 있다. /역사를 싣고 다니는 수레는 /유럽 곳곳에 광장을 낳고, 왕궁을 낳지만 /이곳 뢰머 광장에는 곧은 잣대의 천칭까지 낳았으니 /결코 가볍지 않은 빛이 서리어 있는 공간이다. /시청사와 카이저 성당, 그리고 /역대 황제들의 연회와 /최초로 황제의 대관식이 거행되었다 하여 /황제의 방으로 불리는 /대표 건물 뢰머가 /아무리 우렁찬 함성이어도 /몇 백년 과거의 무게를 지켜온 광장에서 /오늘과 내일의 무게를 가늠하려는 현대인들의 걸음이 /홍수처럼 가득 메워도 /평정의 저울은 여전히 정점의 고요다.-김윤자 시 [뢰머 광장] 전문
* 마인강변 괴테 탄생 바울교회 뢰머 광장에서 역사박물관 뒤편 길로 걸어 나가니 마인강이 보인다. 라인강의 발원강인 마인강은 프랑크푸르트 도심을 흐르고 있다. 폭이 한강보다는 좁지만, 꽤 큰 편이다. 마인강변 건너편에 교회가 하나 있다. 큰 눈과 큰 귀가 아니면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을 작은 교회다. 바로 저 교회가 괴테가 탄생한 곳이었다. 한낮의 정오 종소리가 울릴 때 대문호 괴테가 성스러운 울음으로 시초의 눈을 뜬 곳이다. 강물의 잔잔함과 오롯한 첨탑이 평화롭다. 아직도 그의 영롱한 호흡이 흐르고 있다. 강변의 역사박물관에도 괴테의 물건이 진열되어있다. 그가 가는 곳마다 흔적을 남겨 잘 보존되고 있다. 돌아서 가야 하는데 내 시선은 강보에 싸인 괴테 곁을 맴돌고 있다.
* 괴테 생가 괴테가 탄생하여 26세까지 산 집이다. 프랑크푸르트의 한적한 도로, 괴테의 거리를 따라 조금 언덕진 길을 오르니 상가건물처럼 도로변에 있었다. 괴테의 아버지는 황실 법무관이고 어머니는 시장의 딸이었기에 풍요로운 환경에서 자랐다. 7남매 중 2명만 생존했는데 괴테와 그의 여동생이다. 아버지 영향을 받아 법무관도 하다가 결국은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훌륭한 문인이 되었다. 젊은 시절, 북쪽 도시로 유학 갔다가 이미 약혼자가 있던 로테라는 여인을 만나고, 사랑을 고백했으나 거절당한다. 그 무렵 괴테의 친구 예루살렘은 유부녀를 사랑하다가 자살한다. 이 두 사건을 보며 쓴 글이〈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다. 그 당시는 고전주의 사상이 지배하던 터라 적나라한 개인주의 소설〈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그를 세계적인 작가로 부상시켰다. 괴테와 동일한 개인주의 대표작가로는 실러, 하이네가 있다. 괴테는 소설로, 하이네는 시로 독일의 대표적 개인주의를 노래했다. 괴테는 미술, 음악까지 예술가적인 사람으로서 장수한 문호다. 단지 괴테가 탄생한 집이라는 의미 외에 18세기 프랑크푸르트 상류 계급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심하게 파괴되었다가 시민들의 노력으로 다시 복원시켰다. 생가 위의 건물은 괴테 박물관으로 그의 유품이 보관되고 있다. 석양이 내리는 거리, 긴 그림자 속에 독일이 낳은 대문호 괴테의 문학의 향기, 철학의 향기가 맴돌고 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괴테가 탄생한 교회를 만나고 /괴테 생가를 만났으니 /두 개의 큰 보물을 얻은 것이다. /고전주의 벽을 허물고 /적나라하게 개인주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발표함으로 /세계를 흔들었던 문학의 영웅 /역시, 그가 살던 집은 /여린 땅이 아니라 /상류 계급의 활기찬 거리에 있다. /소설은 슬프지만 /황실 법무관이었던 아버지와 /시장의 딸이었던 어머니는 /그를 결코 가벼이 기르지 않았다. /탄생하여 스물여섯 살까지 살았던 집에서 /반듯한 괴테의 거리에서 /다부진 유년의 괴테를 만난 것은 /문학의 곧은 뿌리 하나 얻은 축복이다.-김윤자 시 [괴테 생가] 전문 * 아우토반 고속도로 명소만이 여행은 아니다. 오히려 차창 밖으로 다가오는 풍경들이 진정한 여행일 때도 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하이델베르크로 가는 길이다. 하이델베르크는 프랑크푸르트에서 남쪽으로 80km 내려간다. 넥카강과 라인강이 합류하는 곳에 위치한 대학도시로 수많은 철학자와 예술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독일 학문과 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한다는 도시 하이델베르크는 그 짙푸른 숲과 붉은 지붕 물결이 아름다워 달력 배경 그림으로도 많이 들어간다. 영화〈황태자의 첫사랑〉촬영지이기도 하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무제한 속력 아우토반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다. 유명세만큼 도로가 넓다거나 잘 가꾸어진 것은 아니다. 편도 3차, 왕복 6차선, 도로다. 예전과는 달라서 제대로 속력을 못 내고 있다. 자가용은 시속 200km까지 달리는데 대형버스는 시속 100km 이상 못 낸다. 그 이유는 파손된 도로를 그대로 두어서다. 속력을 내지 못하도록 파손된 곳을 보수하지 않고 방치해두기 때문이다. 독일인들 중에는 1년 내내 일하는 이유가 여름휴가로 한 달을 여행가기 위해서라니 도로에 대한 개념도 다르다. 출퇴근을 위한 도로가 아니고 레저를 위한 도로인 만큼 무제한 속력을 허용하는 곳이다. 유럽은 자국여행이 아니고 경계선 너머의 나라로 떠난다. 이태리, 스페인 등 바닷가 해 뜨는 곳으로 많이 떠난다. 아우토반 고속도로가 얼마나 많이 이용 되는지 가늠된다. 낡고 허물어지는 것은 /사람에 적용되는 것만은 아니다. /무제한 속력 강철 도로에도 /아픈 생채기는 있다. /한 달 여름휴가를 위해 /일년을 열심히 일하는 독일인의 /레저 문화가 고스란히 깔린 길이다. /자국이 아니라 /경계선 너머 먼 나라로 떠나는 /유럽의 여행길은 /그렇게 무제한의 속력을 허용해 왔다. /세월이 흐르면서 /도로 곳곳은 아픈 흔적을 드러내고 /사람들은 이제 스스로 /자유의 속력에서, 제한의 속력으로 /바꿔 달리고 있다. /아픈 도로를 고치지 않는 것도 /고치지 않는 도로를 말없이 달리는 것도 /아름다운 순응이다.-김윤자 시 [아우토반 고속도로] 전문
* 하이델베르크 고성 독일 남부 알프스 산맥이 시작되는 지점을 달리고 있다. 운무가 서리고 깊은 산 고을의 정경이 나의 조국 한 폭을 연상케 했다. 아우토반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하이델베르크 시내로 접어들었다. '하이델' 은 '성스러운' 의 뜻이고, '베르크' 는 '산' 이란 뜻으로, 번역하면 하이델베르크는 '성스러운 산' 이다. 300년 전 세운 도시이며 고성은 산 높은 곳에 세워져 있다. 이곳에서 문인이 많이 탄생되었다. 진입하면서부터 예쁜 건물과 울창한 숲이 마음을 편하게 해 준다. 하이델베르크 대학 심리학과대 건물을 끼고 돌며 고성에 올랐다. 하이델베르크 고성은 참으로 웅장하고 거대하다. 무너진 성벽도 대단한 위용을 드러낸다. 페르시아 왕과 공주가 거닐던 정원에 들어갔다. 엘리자베스 성문을 지나 들어간 정원은 잘 조성되어 있다. 한쪽은 커다란 성곽이, 맞은편은 하이델베르크 시가지가 보인다. 프랑스에서 요리로 먹은 커다란 달팽이도 만났다. 더욱 짙은 고성에 들어섰다. 중세의 향기를 머금은 건물들이 고풍스럽다. 하이델베르크 고성의 맥주통은 대단했다. 지하에 진열해 둔 세계 최대 맥주통은 높이 8m에 22만 리터들이의 거대한 나무통이다. 맥주 통 위에는 정자가 있어 밤새 먹고 놀던 곳이다. 맥주통에 빠져죽은 남자 동상도 있다. 그만큼 맥주 생산량이 많음을 의미한다. 고딕, 바로크, 르네상스 등의 다양한 양식이 합성되어 고성의 교과서적 산실이다. 하이델베르크 고성에서 아래에 커다란 강줄기가 뻗어있다. 멀리 하이델베르크 시가지로 흘러간다. 아름다운 넥카강이다. 강폭이 넓어 놓여진 다리도 길고 배가 떠다니는 풍경도 장관이다. 강변으로는 자동차도로가 있어 현대와 고전이 만나는 진풍경이다. 넥카강에는 가장 오래된 칼테오도르 다리가 있다. 원래 목재였으나 1788년 사암으로 개축하여 더욱 아름다운 다리가 되었다. 수많은 문인들이 밟고 오른 다리, 철학자의 길로 오르는 다리, 그 역사만큼 아름다움과 낭만이 서린 옛 다리다. 넥카강 다리를 건너면 산언덕 '철학자의 길' 로 이어진다. 산언덕 마을은 예전에는 문학가와 철학가가 거주했는데 지금은 공작 후손이 사는 부자마을이다. 괴테, 하이네 등 문인이 거주했던 집도 있다. 철학자의 길가에 괴테가 살던 집이 오롯하다. 하이델베르크 대학도 있다. 고성 위에서 심리학과대가 보인다. 원래 하이델베르크 대학이 넓게 자리한 땅인데 지금은 사이사이로 시가지가 조성되어 각 단과 대학을 갈 때는 버스를 타고 다닐 정도로 대학 건물이 분산되어 버렸다. 인구 13만명의 작은 도시, 하이델베르크 중세 고전 마을에 독일 내에서는 유명한 1위 대학이 소재하고 있다. 1386년에 세워진 가장 오래된 대학이다. 16세기∼17세기 초반 독일 문화, 종교 혁명의 중심지였으며 이곳에서 지금까지 7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하이델베르크 고성을 다 돌아보고 평지로 내려오니 하이델베르크 시청사 앞에 이르렀다. 길고 고전적인 건물이 평화로운 정경이다. 시청 앞 광장의 꽃, 야채, 과일 시장이 화사하다. '살기 싫은 생각이 들거든 하이델베르크에 가 보아라' 는 말이 있다. 그 정도로 아름다운 도시다. 하이델베르크 고성을 돌아보며 왜 그런 말이 탄생했는지 절감했다. 우울한 독일의 날씨 속에서 삶이 힘들 때, 고전의 낭만이 서린 하이델베르크는 인간 내면의 향수로 큰 위안을 주는 도시다.
붉은 기와지붕 꽃물결 속에 /페르시아 왕과 공주가 거닐던 정원에 들어서며 /나는 오늘 하루 공주가 되고 /넥카강을 넘어가는 낭만의 옛 다리 /칼테오도르 다리를 바라보며 /역사의 시간을 유영하는 /날개 큰 새가 되어 훨훨 날다가 /문인과 철학자의 열정을 보듬은 산언덕 /고운 마을, 철학자의 길에서 /괴테를 만나고, 하이네를 만나고 /고딕, 바로크, 르네상스의 성스러운 조화를 /공으로 한눈에 담으며 /일곱 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탄생시킨 /하이델베르크 대학 교정에서 /고전의 향기를 마시며 /탄탄한 내가 되어 나올 때 /살기 싫은 생각이 들거든 하이델베르크에 가보아라 /독일의 우울한 날씨 속에 떠다니는 그 말을 /나는 온몸으로 체감했다.-김윤자 시 [하이델베르크 고성] 전문
* 티티제 뻐꾹시계 마을 하이델베르크 고성을 떠나 알프스 산맥에 들어서서 스위스 가까운 곳으로 이동하고 있다. 프랑스 남부 리스에서 시작하여 스위스, 오스트리아, 도나우 강까지 이어지는 알프스 산맥을 만나고 있다. 사방은 짙푸른 침엽수림과 하얀 눈으로 둘러싸여 고도가 높음을 알려준다. 차 안에서 느끼는 체감 온도도 싸늘하다. 몸도 마음도 모두 알프스 산맥 고지에 들어서고 있다. 티티제는 독일 남부 지방, 스위스 국경 가까운 곳의 지명이며 티티제 시계는 유명하다. 전나무 솔방울로 만든 뻐꾸기시계의 유래는 4월에 알을 남의 둥지에 잘 시기를 맞춰 낳고 간다하여, 또 '뻐꾹, 뻐꾹' 시계 울림이 난다하여 지어진 이름이다. 아담하고 작은 숲 속 마을로 눈이 곳곳에 있고, 도로에 팬지꽃 화분이 아름답게 조성되어 있다. 해발 800미터 고산지대 티티제, 눈과 호수와 침엽수림이 사위를 휘감아 로키산맥 어느 마디에 선듯하다. 40m 깊이의 티티제 빙하 호수도 장관이다. 사람들은 두터운 겨울 옷차림이고 더러는 조랑말을 교통수단으로 끌고 다닌다. 크고 작은 개는 많은 사람들이 데리고 다닌다. 고독한 도시, 하얀 도시, 비마저도 아름다운 애련의 도시다. 동화 속 같은 풍경 속에서 이색적인 개를 만났다. 밖에서부터 목에 줄을 매고 주인 내외를 따라다니던 커다란 개가 식당까지 들어온 것이다. 주인 곁에 납작 엎드려 있다. 개라기보다 사자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우람한 개다. 나는 다가가 개 주인과 영어로 대화를 나누었다. 개 이름은 미스터 타이즌, 이탈리아산, 나이는 8세라고 했다. 미스터 타이슨 홈페이지까지 있다고 적어 주었다. 답례로 나의 시카페 홈페이지를 적어주었다. 국제 인터내셔널 개라서 그토록 독특한 털과 용감한 용모를 지닌 것이다. 나의 홈은 한글, 타이슨의 홈은 영어라서 서로가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Korean poet으로 소개하니 개의 주인은 호감어린 눈으로, 나는 신비로운 눈으로 마주하며 따스한 감정을 교류했다.
아직 스위스가 아닌, 독일 남부지방인데 /알프스 산맥은 이미 /고고한 기류로 마을을 감싸 안으며 /숨 쉬는 모든 것들에게 /찬란한 고독으로 물들이고 있다. /해발 팔백 미터 고지의 땅 /침엽수림이 쏟아내는 푸른 바람소리를 마시며 /빙하 호수가 품어내는 옥빛 무상에 젖어 /눈과 얼음이 쌓이는 무대에서 /하얀 애상의 조각 인형처럼 생을 전시하는 사람들 /조랑말을 타고 마을을 지나가기도 하고 /사자 같기고 하고, 늑대 같기도 한 /덩치 큰 개를 끌고 /식당에 들어오기도 하고, 뜨거운 정경에 놀라다가 /내가 도시의 옷을 벗고 /원시의 눈과, 원시의 귀를 열었을 때 /창가의 마른 꽃에서도 호흡이 흐르고 /차가운 비마저도 온기로 흐르고 /애련한 도시의 고독은 화사한 사랑이었다.-김윤자 시 [티티제 마을] 전문
중후한 낭만과 정열의 예술 그리고 냉철한 이성-작가와 문학 2012년 공간테마 영국, 프랑스, 독일 탐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