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게시판에서 한섬 때문에 논란이 좀 있었군요. 말이 나온 김에
한섬을 오랫동안 지켜보고 보유해온 사람으로서 '한섬'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볼까 합니다.
1. 장기보유주식으로서의 '한섬'
장기보유주식으로서 어떤 회사가 좋은가? 나쁜가? 는 수익율로
평가를 해야겠지요. 그런 면에서 한섬의 주가수익율은 괜찮은
수준이고 현재도 그렇습니다. PER 5 이하에서 맴돌았으니 연 기대
수익율이 20%는 되는 셈이고, 게다가 은행금리마저 많이 떨어졌습니다.
PER은 그렇다치고 ROE는 어떤가를 살펴보면 이 역시 20% 이상을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대수익율 20%에 ROE가 20%이상일 때
배당율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장기성장율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sustainable growth rate "g"= 유보율 * ROE
배당율이 낮다고해서 안좋은 회사일까요?
그 답은 "ROE만 계속 높은 수준으로 유지해준다면 몇십년동안 배당
전혀 안해도 상관없다"가 되겠습니다.
이것은 제 생각이기도 하려니와 워렌 버펫의 생각이기도 합니다.
(마키노 요, "나는 사람에게 투자한다"를 꼭 읽어보시길)
기본적으로 ROE를 높게 유지할 자신이 없는 기업은 배당율을
높이는게 정석입니다. 주주가 배당을 받아 다른 곳에 투자해서
더 높은 수익율을 낼 수 있도록 해줘야합니다. 주주들이 다른 곳에
투자한 것 이상으로 돈을 벌 자신이 있다면 배당을 하지 않고
재투자해서 계속 이익을 늘려나가는게 옳은 일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섬은 여전히 '장기투자할만한 기업'에 속하고 있습니다.
첨언하자면 한섬은 거의 모든 지표에서 상장사 통틀어
탑 5안에 드는 초우량 기업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섬을 한번이라도 깊이있게 분석해보았던 투자자라면
"POST 한섬"을 심각하게 고민할 정도로 뛰어난 기업입니다.
대체 이 좋은 회사를 팔고 무엇을 사야하는가? 하는 고민이지요.
한섬 보다 더 좋은 지표를 가진 회사는, 적어도 제가 알기로는
한국 내에서는 없습니다. 다만 한섬과 유사한 수준의 회사들이
몇개가 있습니다.그들은 대부분 익히 알려진 업계 1위의
마켓리더들입니다.
2. 주주의 입장에서 본 한섬
주주된 입장에서 볼 때, 불만 사항들이 좀 많습니다.
한섬이 잘해나가고 있지만 시정해야할 부분들이 있다는 것이죠.
지켜보면 볼수록 답답하고 고쳤으면 하는 바램들이 늘어나는 것은
비단 저 뿐만이 아닐겁니다. 한섬은 빼어난 미인주이지만, 퍼펙트한
회사는 아닙니다. 고쳐야할 고질적인 나쁜 성격과 버릇이 있습니다.
우선 첫째로 고객 서비스 개선입니다. 판매 직원들의 고객에 대한
마인드를 새롭게 교육시켜야할 것입니다. 한섬의 홈페이지에 마련된
고객게시판에 가보면 컴플레인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지요. 서비스 부분
에서는 아직까지 낮은 수준에서 향상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무척 아쉬운
부분입니다.
둘째, 제품의 원단 문제입니다.
한섬의 옷들은 대체로 디자인이 이쁘고, 트렌드를 잘 따라가면서도
고유의 컨셉을 유지하는 것이 특성입니다. 일개 디자이너에 의존하거나
시류에 편승하여 런칭되었다가 2~3년 후 사라지거나 합병되어버리는
브랜드와는 달리, 한섬의 브랜드들은 태생적으로 명확하게 시장을
세그멘트하고 타게팅하여 만들어졌습니다. 따라서 디자이너 풀만 잘
유지하고 관리한다면 롱런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디자인면에서의 강점도 원단의 선택과 철저한 테스팅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하락시키는 요인이 됩니다.
한섬에는 원단 부분만 수십 년간 담당해온 베테랑이 있었습니다만,
아마도 최근 그분이 다른 회사로 스카웃되어갔거나 그만두신 것 같군요.
작년과 올해 들어 부쩍 원단 쪽에서 질이 떨어졌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리고 있는 점이 염려되는 부분입니다.
셋째, SJSJ입니다.
한섬의 브랜드중에서 유일하게 시장에서 자리를 못잡은 브랜드입니다.
레니본과 같은 뚜렷한 캐릭터를 확립하지 못한 상태이죠.
유사한 브랜드들이 쏟아져나오면서 차별성이 떨어지며 고전하고
있습니다. 가격대도 상당히 높은 수준입니다.
넷째, 내수에 머물고 있다는 점입니다.
글로벌 마켓에서 한섬의 브랜드가 통할지는 미지수이나, 시도는 해봐야
한다고 봅니다. 홍콩 쪽과 계약을 통해 매년 조금씩 수출을 하고는
있지만 아직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 하네요.
사실 한섬의 경쟁력은 국내에서는 통할지 몰라도 국제 시장에서는 아직
많이 미흡한 실력이긴 합니다. 그러나, 좀 더 적극적인 패기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아쉽습니다.
ps.
최근 타임과 합병되어 한섬의 시가총액이 부쩍 커졌습니다. 외인들이
매입할 수 있는 한도도 늘어났고, 자사주의 소각 문제가 첨예한 관심사
로 부상되고 있습니다. 이 자사주를 전량 소각할 경우 현재 가격대는
장기보유하기에 상당히 메리트가 있는 가격대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올해 의류 경기는 상당히 어렵습니다만, 경기가 내년쯤 회복되기 시작
하면 패션업종의 주가도 살아나기 시작하리라 봅니다. 작년부터 경기가
꺾이면서 벌써부터 폐기되거나 합병되는 브랜드들이 생기고 있는데,
외환위기 때에도 꿋꿋하게 선방했던 한섬을 기억한다면 지금의 이 상황
도 슬기롭게 대처해나갈 것이라고 봅니다.
첫댓글 장점과 단점을 명확히 구분해주셨네여..허허..^^ 감사합니다.
역시 백만장자님입니다. ^^ 역시 한섬이구요^^
우와....!! 정말 놀라운, 훌륭한 분석이었습니다. 정말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성투하시길 진심으로 바라며 또한 더욱 더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너무 좋은글..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