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외도에서 바라본 거제도>
외도(OEDO)보타니아
2009. 10. 4. 오순화
▶ 외도 가는 길
인천에서 새벽2시에 출발하여 거제도 장승포항에 7시에 도착했다.
거리는 417km 차는 뻥 뚫려서 시간은 5시간 정도 걸렸다.
고속도로 하늘위로 보름달이 휘영청 떠서 어찌나 밝고 맑은지 정말로 계수나무 아래서 토끼가 방아를 찧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새벽녘 밝아오는 여명은 물안개를 피우며 잠든 대지를 깨우고 아직도 저물지 않은 북극성이 손에 닿을 듯 반짝이며 빛났다.
통영전망대를 지나가는 거제도 길은 깔끔하게 잘 닦여져 있었다. 일제히 약속이라도 한 듯 가을 들녘 주홍감빛으로 지붕을 칠한 시골 촌락도 정겨웠고 남쪽의 가로수는 은행나무, 버즘나무가 아니라 역시 그곳에서 자생하는 굴거리나무, 아왜나무, 후박나무가 많은 것도 눈에 확 들어왔다.
이른 아침 다소곳한 슬래트 지붕에서 모락모락 피어나는 굴뚝의 연기는 어느 촌부의 부지런한 손길인 듯 정겹기만 했다.
아침 해가 떠오르는 옥포를 왼편으로 끼고 달리다보니 우리나라 조선 해양의 선두주자로 세계 조선 수주순위 3위에 오른 대우조선소가 그 웅장하고 거대한 모습을 드러냈다
조선소에는 몇 척의 배가 건조(建造)중이었고 마치 산고를 치루다 잠시 휴식하며 남해의 칼칼한 바닷바람을 맞고 서 있는듯했다. 옥포(경남 거제시 옥포동)는 임진왜란 때 전라좌수사 이순신 장군이 일본군을 물리친 옥포해전이 있던 곳이다.
대우조선소를 지나니 바로 장승포항이 고즈넉하고 평화로운 아침으로 초대했다.
유람선터미널에는 비교적 넓은 주차장이 갖춰져 있어서 먼 곳에서 이곳을 찾은 사람들의 편리를 도왔다.
차를 주차하고 유람선터미널에 들어서니 굳게 잠긴 유리문 안내 표지판에는 외도 첫 출항 배가 12시에 있다고 씌어 있었다.
12시까지 뭐한담. 우선 아침을 먹기 위해 근처 식당을 찾아 들어갔다. 식당에서 다시 한번 배시간을 알아보니 오늘은 추석이라
오전 한 타임이 빠져서 그렇다고 한다.
하기야 배를 운행하는 사람들도 조상을 섬기는 제사는 지내야 맘 편히 일을 할 수 있으리라
더구나 명절에는 쉬고 싶을 텐데 또 이렇게 구경하러 온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노고를 기꺼이 아끼지 않고 배려하는 마음 때문에 작정하고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달려온 나 같은 사람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한다.
아침은 거제도에서만 맛볼 수 있다는 주인장의 친절한 안내에 따라 해물뚝배기를 시켜서 밤새 눈 비비며 어둠속을 달려오느라 텁텁해진 입안을 개운하게 채웠다.
자판기에서 커피한잔을 뽑아 나오다 무심코 바라본 식당 앞 도로표지판에는 거제포로수용소유적공원이 안내되어있었다.
그래서 배를 탈 시간동안 그곳에 갔다 오기로 정하고 출발했다.
장승포항에서 그곳까지는 약 20km, 길잡이 네비 덕분에 헤매지 않고 도착했으나 문이 잠겨있어서 수용소 내부는 보지 못하고 공원근처만 산책하다가 다시 선착장으로 돌아와야 했다.
거제포로수용소는 1950년 한국전쟁 중 UN군에 포로가 되었던 공산군을 수용하기 위하여 설치된 장소로 인민군 15만, 중공군 포로 2만, 여자포로와 의용군 3천명 등 최대 17만 3천명을 수용하였다. 지금은 한국전쟁의 참상을 일깨워주기 위하여 민족역사교육의 장소로 거제시 문화재로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다.
장승포 해안선은 움푹한 바가지처럼, 여인이 섹시한 엉덩이처럼 둥글고 평화로운 모습이다.
선착장 차안에서 까칠한 눈에 피곤이 몰려와 배 출항시간까지 잠시 차안에서 쪽잠을 청했다.
드디어 외도 출항하는 안내방송이 나오고 표를 들고 선착장 뱃머리를 향해 줄을 서서 배에 올랐다.
외도는 거제도에서 4km 거리로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속하며 해금강을 따라 남동쪽에 위치하며 거제도 주변 60여개 섬 중의
하나이다.
문헌상으로는 조선시대부터 사람이 살았다고 전해지고 외도, 밖섬이라 불렀다.
지금 이 섬의 주인은 한 부부가 소유한 개인의 섬이다.
세월의 흔적을 허옇게 머리에 간직한 선장은 해금강을 가는 동안 외도의 탄생과 해금강에 대해 자상하게 설명해주며 장승포항에서 왼쪽으로 보이는 천연의 동백림으로 유명한 지심도 에는 몇몇 주민이 살고 있어서 한전에서 전력이 들어가지만 외도는 개인소유라 아직까지 자가발전을 하고 있다고 했다.
지심도는 숙박을 할 수 있는 민박이 있어서 이삼일 쉬었다 가기에 정말 좋은 곳으로 사람의 손이 닿지 않아 동백나무, 후박나무가 자연그대로 남아서 천연의 숲을 자랑하고 있다고 한다.
▶ 외도이야기
외도는 서울에서 교사생활을 하던 이창호, 최호숙 부부가 평생을 걸려 일구어낸 아름다운 해상농원으로 TV 드라마 겨울연가
마지막회 촬영장소와 광고 등의 배경지로도 유명하다.
외도의 탄생은 1969년 7월 거제도 이 섬 근처로 부부가 낚시를 왔다가 태풍을 만나 배가 떠밀려가 우연히 이 섬에서 하룻밤
민박을 하게 된 것이 인연이 되었다.
부부는 섬이 어찌나 아름다웠던지 자연풍광에 매료되었고 마침 이북이 고향인 남편은 아름다운 자연이 숨 쉬는 남쪽의 외도를 제2의 고향으로 삼아 그리움을 묻어보려는 마음과 수백 년 된 동백나무가 열악한 섬 주민들의 땔감으로 베어지는 것이 안타까워 부부는 3년여에 걸쳐 섬 전체를 사들였다.
이후 1970년 초반부터 주민들의 자급력을 높이기 위해 고구마를 심던 밭에 밀감나무 3천 그루와 거센 해풍을 막아줄 방풍림으로 편백나무 8천 그루를 심고 가꾸었으나 어느 겨울 거센 한파로 몇 년간의 정성이 물거품이 되어버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또한, 부부는 섬에서 농작물을 가꾸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퇴비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고심한 끝에
돼지를 들여와 사육했으나 갑자기 불어 닥친 돼지파동으로 밀감나무 실패에 이어 다시 큰 좌절을 겪어야했다.
그 후 부부는 농장대신 외도의 자연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식물원을 구상하여 조성하기 시작했으며 30여 년 동안 가꾸고 다듬어 오늘의 남쪽의 아름다운 지상낙원 외도보타니아를 탄생시킨 것이다.
이들은 한 방송의 다큐멘터리에 출연하여 남편은 섬을 사고 아내는 섬을 가꾸었다.
섬에서 막대한 관광 부가수입을 올릴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포기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 30여 년 동안 돈을 투자한 게 아니라
삶에 투자를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인간이 오랜 세월동안 자연에 순응하며 만들어낸 예술품 외도해상농원을 지난 2001년 문화관광부에서는 외도조경식물원으로 지정했다.
외도 선착장에 도착하기 전에 선장은 관광시간은 1시간 30분이고 다시 배를 탈시간을 알려주며 꼭 잊지 말라고 배 이름표까지 챙겨주었다.
외도에서는 할 수 없는 것 세 가지가 있다.
우선 관광의 즐거움이라 할 수 있는 먹는 즐거움을 잠시 내려놓아야 하는데 이유는 배가 고파도 식당이 없어 밥을 먹을 수 없고,
대신 간단한 간식은 가능하다.
자연보호를 위해 술과 담배를 할 수 없으므로 가지고 들어가서는 안 되며 숙박시설을 갖추고 있지 않아 잠을 잘 수 없으므로
관광객들은 모두 당일에 섬을 나와야한다.
또한 물이 귀하므로 섬을 구경하는 동안 목이 마를 수 있으므로 물을 꼭 챙겨가야 한단다. 다행히 배안에서 물은 살 수 있도록
준비해놓고 있었다.
장승포항을 출발한지 25분 만에 외도 선착장에 들어섰다.
첫배를 타고 왔는데도 조금 더 먼저 도착한 배에서 내리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정문 매표소가 바로 앞인데도 오르막길로 마치
나지막한 산을 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장승포에서 배에 오를 때처럼 다시 일렬로 줄을 서 표를 끓고 드디어 외도관광이 시작되었다.
입구에는 커다란 나무푯말에 한자어로 외도라고 쓰여 있었다.
사실 난 경치 구경도 좋지만 조경관련해서 사진을 찍을 목적으로 이곳을 방문했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사진 찍기가 쉽지
않아 애를 태웠다. 나무와 식물이 모델이었기 때문에 사람이 있는 모습은 시선이 분산되어 오히려 사진이 지저분해 보이므로 사람들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다 겨우 잘 다듬어진 향나무와 돈나무, 아왜나무, 이국의 풍경을 잘 들어낸 야자수등을 찍었다.
그러나 외도의 전체풍경은 할 수 없이 사람들이 조연이 되었고 관광의 짧은 시간 속에서 땀을 흘리고 이곳저곳을 열심히 눈에 담기 위해 바삐 움직였으나 에덴가든 명상의 언덕에서는 거제도의 이름 모를 섬들과 쪽빛의 해금강을 감탄하며 환호를 질렀다.
우리나라에는 수십 미터에 이르는 기암괴석의 장엄함과 청정의 아름다움이 금강산과 같다하여 두 개의 금강이 있다.
하나는 강원도 정선의 동대천을 따라 흐르는 작은 금강산 소금강이고, 다른 하나는 바다의 금강산으로 불리는 거제도의 해금강이다.
풍요로운 가을날 쾌청한 날씨를 하늘이 내려준 덕에 멀리 대마도, 홍도, 매물도 까지 볼 수 있는 행운을 얻은 기분에 가슴이 설레고 그 무한한 수평선의 푸르름 속으로 마냥 뛰어들고 싶었다.
▶ 외도의 정원
외도는 코가스가든, 비너스가든, 리스하우스, 화훼단지, 대죽로, 제1전망대, 에덴가든, 천국의 계단, 바다전망대등으로 이루어져있다.
입구에서 왼쪽길로 가다보면 천국의 계단이 나온다.
천국의 계단은 남쪽에서 자생하는 아왜나무가 계단 양쪽에서 줄을 서고 안쪽으로는 여러 가지 모양으로 잘 다듬어진 정원수와 계절에 맞춰 피어난 형형색색의 여러 가지 꽃들이 장관을 연출하며 한 폭의 수채화를 그려내고 있다.
코가스가든은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남국의 식물들이 잘 다듬어진 정원수들과 조화를 이루며 마치 사진으로만 보았던
필리핀의 보라카이나 하와이에 와 있는 느낌을 주었다.
비너스가든은 외도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장소로 원래 초등학교 분교 운동장이 있던 자리를 그대로 살려 영국 런던의 버킹검궁의 후정을 모티브로 최호숙 사장이 직접 구상하여 설계한 것으로 지중해를 연상케 하는 건축물과 곳곳에 놓여진 비너스 상들, 그리고 가든의 축을 이루는 동백나무 프레임이 잘 어우러져 있는 곳이다.
리스하우스는 KBS드라마 겨울연가의 마지막 촬영장소지로 유명하며 건물의 외관은 지중해 스타일로 보이지만 실내공간은 안채, 사랑채 개념의 전통양식으로 지어졌다.
사택이라서 건물 안으로는 들어갈 수 없고 많은 사람들이 기념사진을 찍는 곳이다.
섬 전체가 하나의 정원인 외도의 아름다운 풍광에 취해 돌다보니 벌써 배 출항시간이 되어 몇 곳은 그냥 지나치는 아쉬움을 뒤로 한채 다음을 기약해야했다.
하늘과 바다가 쪽빛으로 물든 해금강에는 이따금 고래가 검푸른 등줄기를 불쑥불쑥 내보이며 유유히 지나가고 햇살이 쏟아져 내리는 바다의 푸른 물결은 눈부시도록 반짝이는 은빛 물고기 떼처럼 펄떡이며 수평선으로 향했다.
외도는 인간이 정원수를 이용해 만들어낸 조형미의 극치를 보여주는 곳이다.
느리게 걷고 싶고 머뭇머뭇 바라보고 싶은 나무와 꽃들, 두 팔을 벌려 품어보는 바다의 꿈은 영원히 잠들지 않고 계속 될 것이다.
향기로운 그 섬에서 3일간의 불타는 사랑을 30년처럼 깊게 넓게 하고 싶다.
가슴에 그 섬하나 품고 사는 즐거움을 간직한 채 눈 감으면 행복한 사람 여기에.../
첫댓글 갑자기 외도가서 살고 싶은 생각이 나네요.
한달정도 살면 딱 좋을것 같아요. 섬에 오래 있으면 또 그리운것들이 많아져서~~
님의 글을 읽고 있으니, 낯선 곳에 대한 설레임이 막 생기는 느낌입니다. 아왜나무 굴거리 나무 가로수도 눈으로 직접 보고싶기도 하고, 외도의 해안길을 천천히 걸어보기도 싶고.... 가슴에 섬하나가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아주 넓은 평온에 비하면 아담해 보이지만 그런 정원 가꾸면서 살고싶다는 생각햇습니다.
너무도 생생히 써 주셔서 제가 다녀온 느낌입니다~~그런데 혼자서 댕겨오셨어요?..ㅠ.ㅠ
아뇨. 운전사 대동하고 갔다왓어요. 물론 옆지기가...메모를 안하고 있으니까 옆지기가 지나가면 생각나지 않는다고 핀잔을 주었는데 내내 눈으로 담아온 풍경을 밤에 글로 썼지요. 끙끙 앓으면서..
머리속으로 상상을 해보면서 글을 읽으니 외도에 다녀온 느낌입니다. 정말 한번 가보고 싶네요 그 추억으로 1년은 즐겁게 살수 있을것 같습니다.
몇년전에 외도에 다녀왔는데 그때의 느낌이 되살아나네.. 명절에 다녀온다드만 잘 댕겨오셨소.. 글또한 멋져부러요.
잘보고 갑니다... 멋지시네여...
제 고향이 장승포바로 옆에있는 지세포라는 곳입니다,,어린시절에 책사러 장승포로 많이 걸어다녔죠,,
그때는 바닷가에 매립을 하지않아서,횟집들이 쭉 늘어서있었고 야경이참 아름다웠었는데,,
지금은 고향을 떠나온뒤로 안가본지가 너무 오래되어서 어떻게 변했는지,,,
덕분에,,,잘보고 갑니다,
아련한 옛 기억들이,,,조금이라도,,되살아나는것 같네요,,,,
그런에 외도는 한번도가보지못한것 같네요,,
시간이 허락되면 꼭한번 가봐야 할것같습니다,,,
하여튼,,,감사히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