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의 신조어 중에 “웃프다”라는 표현이 있다. “우스우면서도 슬프다”는 의미이거나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웃다”와 “슬프다”가 합쳐진 말이다. 이 두 가지의 감정이 복잡하게 얽힌 감정을 표현하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웃프다”라는 표현을 사용한다면, 종려주일은 웃픈 날이다. 종려주일은 예수님께서 어린 나귀를 타시고 예루살렘에 입성하신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어린 나귀를 타시고 예루살렘에 입성하시는 모습은 구약에서 예언한 메시아(그리스도)로서의 모습을 연상하게 하였기에, 사람들은 왕이나 개선장군을 환영할 때 흔드는 종려나무 가지를 들고 “이제 구원하소서”라는 의미를 가진 “호산나”라는 말을 외치며 환호했다. 이 날의 광경은 마치 곧 새로운 지도자(왕)가 등극하여 로마의 압제에서 벗어나 영광스런 이스라엘을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하였다. 예수님의 제자들이 이 광경을 보면서 얼마나 뿌듯했었을까? 바리새인들의 미움과 견제를 받으며 지냈던 지난 날들의 수모가 모두 상쇄(相殺)되는 느낌이었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예수님을 모르는 척 지나쳐버리는 것보다는 나름대로 훨씬 극적인 퍼포먼스(performance)이기도 했다. 예수님도 사람들의 이러한 환호를 마다하지 않으셨다.
그런데 문제는 예루살렘으로 입성하시는 예수님을 이렇게 환호했던 무리는 그 날이 지나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성경의 기록에서만 사라졌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며 그렇게 부산을 떨었던 군중이었으니, 예수님을 따라다니며 계속 어떤 행동적 반응이 있었을 법한데, 그러한 기록은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대제사장 가야바의 장인인 안나스 앞으로 끌려가 심문을 당할 때나, 빌라도의 법정에 섰을 때나, 예수님이 헤롯 안티파스에게 끌려갔다 올 때도 예수님을 환호했던 무리는 등장하지 않는다. 물론 그러한 군중을 두려워한 대제사장들이 밤중에 일을 벌였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말이다. 그리고 예수님이 빌라도에게 판결을 받아야 할 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오히려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도록 소리쳐 외쳤다.
예수님은 이러한 모든 과정을 이미 알고 계셨다. 그러니 종려주일에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며 “호산나, 다윗의 자손이여!”라고 외치는 무리를 바라보면서 어떤 마음이 드셨을까? 말 그대로 “웃프다”는 표현이 적절할 듯싶다. 메시아로서의 대속(代贖) 사역을 완성하시기 위하여 드디어 예루살렘 성으로 들어가시는 주님이셨고, 사람들의 기대와 딱 맞아떨어지는 것은 아니었고, 결국 십자가에서의 죽음 이후에 부활하셔서 만왕의 왕으로 영광을 받으실 것이기에 사람들의 환호성을 마다하지는 않으셨지만, 정확한 초점을 잃은 그 사람들의 환호이기에 웃픈 마음이 드셨을 것 같다. 오늘은 그러한 웃픈 마음을 갖게 하는 종려주일이다. 우린 깊은 의미를 모르고 철없이 환호하는 자가 아니라, 진정한 구세주이신 주님께 진정한 웃음만 드릴 수 있는 믿음의 사람들이 되길 소망한다.
(안창국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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