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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해우(海隅)의 백합국어사랑방(신문사설&칼럼) 원문보기 글쓴이: 해우(海隅)
2010년 8월 10일 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00810화] 김태호 총리 후보자가 잊지 말아야 할 것
8ㆍ8 개각에 대한 다양한 분석과 관측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김태호 총리 후보자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점이다.
기대의 이유는 우선은 단순해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로 접어드는 중요한 시점에 꺼내 든 40대 총리 카드라면, 나이 기준의 형식적 세대 교체 시범 차원을 뛰어넘어 다른 특별한 의미를 실었으리라는 짐작이다.
그러나 그 '특별한 의미'를 따지고 들면 의외로 복잡하다. 김 후보자 자신은 소장수의 아들로 태어나 아무런 배경 없이 최연소 도지사로 성장해 온 입지전적 경력을 통해 대한민국이 기회의 땅임을 젊은 세대에게 보여 주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나 바닥에서 몸을 일으켜 성공한 사람은 사회 각 분야에 많이 있고, 요즘 시대에 유독 정치 분야에서의 입신을 강조할 이유가 없다. 더욱이 정치분야에는 이미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 대통령이라는 더 큰 성공사례가 있다.
김 후보자를 지렛대로 삼아 현재의 정국 구도, 특히 여당 내 차기 대선 구도를 흔들겠다는 의도를 읽는 시각도 무성하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김 후보자가 총리로서 성공하는 게 전제돼야 하고,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한 여당 내 예비 주자들의 대응 움직임이 빚을 복잡한 함수관계를 거의 무시하고서야 가능한 발상이다. 김 후보자가 혹시라도 이런 관측에 들떴다가는 그 동안 쌓아 올린 성과만 허물기 십상이다. 사회적으로, 정치적으로 훨씬 명망이 높았지만 총리로서 피할 수 없었던 과정을 밟은 결과 정치적 상처를 입은 정운찬 총리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60대 특임장관'이 젊은 총리에게 지울 부담에 대한 우려도 담담하게 대해야 한다. 어차피 총리의 활동 영역이 대통령의 뜻에 달렸으니, 거물급 특임장관을 붙여준 뜻을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면 된다. 여러 차례 선거를 통해 단련된 만큼, 국회 인준청문회에서도 '경륜의 의문'이라면 몰라도 다른 구체적 불합격 사유 때문에 시달릴 가능성이 낮은 것만 해도 김 후보자로서는 다행이다.
[한겨레신문 사설-20100810화] 비리재단 복귀의 해결사 사분위, 존재 이유 없다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가 어제 상지대 정이사로 옛 재단 쪽 인사 4명 등 8명을 선임했다. 비리로 물러났던 김문기 전 이사장은 제외했다지만 그의 아들 등 옛 재단 쪽의 나머지 이사후보들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임시이사 한 자리도 나중에 다시 옛 재단 쪽 사람으로 채울 방침이라고 한다. 눈 가리고 아웅일 뿐, 옛 재단에 이사회의 과반을 준 것은 결국 그대로다. 사분위가 비리재단의 복귀에 길잡이 구실을 한 셈이다.
사분위 결정은 매우 위험하다. 상지대는 김씨의 비리재단이 물러난 뒤 17년간 학생·교수·교직원 등 학교 구성원들과 지역사회의 각별한 노력으로 지역에 터잡은 건전사학의 모습을 갖췄다. 이렇게 키운 학교를 비리와 분규의 당사자인 옛 재단 손에 통째로 안겨주겠다니 평지풍파가 아닐 수 없다. 이미 학교 구성원들은 강력 저지를 다짐하고 있고, 지역사회도 지금보다 더한 분규와 갈등을 걱정하고 있다. 사분위가 대학을 정상화하기는커녕 학내분규에 불을 붙이고 기름을 끼얹은 꼴이다.
이런 사태는 사학에 대한 사분위의 잘못된 인식 탓이라고 봐야 한다. 지난 2월 구성된 제2기 사분위는 사학의 공공성보다 사학재단의 사유재산권 보호를 지나치게 앞세웠다. ‘학교는 설립자의 것’이라는 경직된 주장 탓에 괜한 갈등을 빚는 결정을 내리기 일쑤였다. 세종대와 조선대에서 옛 재단 쪽 인사들을 대거 정이사로 선임한 것이 그런 예다. 그런 사학마다 정상화 대신 소송 따위 분규가 재현됐다. ‘학생의 학습권 보호와 교육환경의 조속한 안정’이라는 사분위의 설립 목적이 무색하다.
사분위 결정은 법률적 정당성마저 의심된다. 최근 대법원은 사분위가 정이사 선임 등 사학의 정상화 방안을 심의·의결할 때는 비리로 물러난 옛 재단 쪽 의견을 무시해도 위법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사분위 스스로도 지난해 ‘종전이사에게 정이사의 과반 추천권을 주되, 비리·도덕성·학교경영역량 등 사회 상규와 국민 법감정에 비춰 도저히 용납할 수 없을 때는 예외로 한다’는 원칙을 정한 바 있다. 이번처럼 굳이 옛 비리재단에 학교를 넘길 필요도 없을뿐더러, 그렇게 하는 게 결코 옳지도 않은 것이다.
사분위는 이미 사학 정상화의 걸림돌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번 결정의 옳고 그름도 다시 따져야 하겠거니와 이번 기회에 사분위를 이대로 둘 것인지부터 논의할 필요가 있다.
[조선일보 사설-20100810화] '이재오 특임 총리' 소리 나오지 않게 처신해야
이재오 신임 특임장관 내정자는 9일 새벽 트위터에 "젖먹던 힘을 다해 선거했는데 또 특임을…. 아이고 내 팔자야. 편할 날이 없네. 난제가 많은 고난의 자리다"라는 글을 남겼다. 실제로 정치권에서 쏟아진 말을 보면 그의 앞날이 녹록지 않아 보인다. 민주당은 "김태호 인턴총리 위 이재오 특임총리"라고 했고, 한 친박(親朴) 의원은 "내각과 여의도의 군기반장으로 갑자기 등극한 느낌"이라고 했다.
이 내정자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 1등공신이자 정권 2인자로 불리는 인물이다. 그는 지난달 말 재보선에서 '거물 이미지'를 애써 지워가며 나홀로 선거운동을 벌인 끝에 당선됐고, 당선 후엔 "8월 한 달은 계속 지역구에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당선 열흘 만에 중앙무대의 핵심 요직으로 진출했다.
청와대는 특임장관의 역할에 대해 "당과 정부, 청와대를 연결하는 가교역할, 여야(與野) 간 현안이 생겼을 때 중재자 역할, 야당의 입장을 청와대에 전달하는 일"이라고 했다. 당·정·청(黨·政·靑)과 여야를 매끄럽게 잇는 심부름꾼이 특임장관이란 이야기다. 그러나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총리와 당 대표, 대통령실장이 특임장관의 눈치를 보기 시작하면 의사결정 시스템이 왜곡될 수밖에 없다. 특임장관이 개헌(改憲)을 비롯해 여권의 정권 재창출 구도를 위에서부터 밀어붙이는 사령탑을 자처하면 여권 내부는 물론이고 여야 간 분란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
이 내정자는 재보선 당선 직후 "나로 인해 당에 갈등이 일어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며칠 뒤 "2년 넘게 여의도를 떠나 있다 보니 어떻게 하면 국민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 눈에 보이는데 정작 당에 있는 사람들은 모른다"고 했다. 최근엔 "재수생들을 없애야 한다. 대학에 떨어진 학생들은 공장·농촌에서 1~2년 일하게 하고 그 성적으로 대학 보내면 어떨까"라는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이 내정자는 그동안 왜 자신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았는지 돌아보고 자신을 한껏 낮췄던 재보선 당시의 자세로 특임장관직을 수행해야 한다.
[서울신문 사설-20100810화] 북, 나포 대승호 선원 조속 송환하라
동해 해역에서 조업 중이던 오징어채낚기 어선 대승호가 북한 해상당국에 나포됐다. 대승호에는 한국인 선원 4명과 중국인 선원 3명 등 모두 7명이 타고 있었다. 대승호는 지난 7일 오후 2시35분쯤 포항 어업통신국과의 위성전화 교신을 마지막으로 연락이 끊겼다. 대승호는 교신에서 “북한경비정에 끌려가느냐.”라는 질문에 “네.”라고 대답했다. 행선지를 묻자 “성진으로 간다.”라고 회신했다. 대승호가 나포된 정확한 좌표와 지점은 파악되고 있지 않지만, 해경은 북한의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승호는 한국과 일본간 중간수역인 대화퇴어장 주변에서 조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나포의 쟁점은 북한 측의 의도성 여부이다. 대승호가 배타적경제수역을 침범한 것으로 확인된다면 단순사건으로 조기 해결 가능성이 있다. 그것이 아니라 공해상에서 나포됐다면 상황은 복잡해진다. 북측이 의도적으로 우리 선박을 붙잡아 천안함사건 이후 남북한 냉전국면에서 대남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점쳐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 경우 선원의 신병처리 등을 둘러싸고 장기화로 흘러갈 수도 있다고 말한다. 2000년 이후 발생한 북한의 어선 나포 사건은 당시 남북관계의 긴장도에 따라 귀환시기가 최소 3시간에서 최대 한 달까지 고무줄처럼 줄었다가 늘었다가 했다.
통일부는 국제법과 관례에 따른 북측의 신속한 조치와 우리 선박 및 선원에 대한 조속한 귀환을 촉구했다. 북한은 묵묵부답이다. 지난해 7월30일 자동항법장치 고장으로 북방한계선을 넘었다가 끌려간 연안호의 경우 다음날 전화통지문을 통해 조사사실을 알렸을 때와는 다른 분위기다. 그러나 우리는 북측이 지난달 18일 인도적 차원에서 임진강댐 방류계획을 미리 통보했듯이 남북간 창구를 완전히 폐쇄하는 우를 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대승호에는 외국인 선원 취업절차를 밟은 3명의 중국인 선원이 타고 있다는 점도 변수이다. 북한은 유일한 혈맹인 중국과 불필요한 외교적 마찰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북은 대승호 선원과 선박을 조건 없이 송환하고, 이번 사건을 남북대화 창구 복원의 계기로 삼을 것을 당부한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00810화] 너도나도 `親 서민` 구호 포퓰리즘이 걱정이다
'친(親) 서민'이 국정 화두로 떠오른 이후 정부나 정치권이 온통 친서민 구호에 매몰되고 있는 양상이다. 새로 지명된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의 첫 발언은 "잘나가는 사람이 더 혜택 받으면 사회는 분노할 것"이라며 "모든 사람에게 공평한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장관 후보자들 역시 약속이라도 한 듯 모두가 서민정책에 집중하겠다는 포부를 얘기했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한나라당은 지난 주 '서민정책특위'를 가동시키고 구호가 아닌 집행하는 정책을 내놓겠다고 공언했다. 정기국회에서 입법화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민주당도 질세라 '친서민 30대 정책'을 발표하고 여야 정책위의장 회담도 열자고 제안하는 등 여야가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물론 친서민 정책이 갖는 중요성과 당위성에 대해서는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어느 때보다 심각한 상황이고,아직 경제회복의 온기를 느끼지 못하는 저소득층과 중소기업 등 취약계층을 배려하는 것이 사회안정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도 시급한 과제인 까닭이다. 그런 점에서 여야가 정책경쟁을 벌이는 것은 분명히 바람직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너도나도 휩쓸리듯 친서민을 내세우는 동기의 순수성에 의문이 드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이 같은 정책 기조가 일방에 치우칠 경우 그 부작용 또한 우려되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 · 여당의 친서민 노선이 6 · 2 지방선거 이후 부쩍 강조되고 있는 점이나,야권이 7 · 28 재 · 보선 패배 후 경쟁하듯 관련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는 필연적으로 포퓰리즘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우리 생각이다. 결국 친서민 구호가 과연 얼마나 서민들이 체감할 수 있고 실제 도움이 되는 정책으로 결실을 맺을지 의문이다. 말만 앞세우고 재정의 낭비만 초래하는 퍼주기식 선심 정책이 남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 대통령이 어제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친서민 정책이 포퓰리즘에 빠지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일 것이다. 새 내각은 물론 여야 정치권 모두 이 점 유념하지 않으면 안된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00810화] 갈수록 커지는 대내외 물가불안 요인
러시아가 주요 곡물 수출을 전면 중단한 데 이어 국제사회의 이란 제재 움직임이 구체화되면서 원유 가격마저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어 물가불안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공공요금 인상에 이어 이 같은 해외불안 요인이 겹칠 경우 앞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곡물공급 부족으로 인한 애그플레이션(곡물 가격 급등에 따른 물가상승)이 가시화될 경우 농산품을 비롯한 생활 물가가 급등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곡물을 비롯한 국제 농산품 가격 상승은 세계 3위의 곡물 수출국인 러시아가 극심한 가뭄으로 밀과 보리ㆍ옥수수 등의 수출을 올해 말까지 전면 중단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제 투기세력까지 가담하면서 최근 2개월간 밀 가격이 80% 이상 치솟는 등 러시아발 애그플레이션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사회의 이란 제재가 가시화되면서 국제 유가도 크게 오르고 있고 비철금속 가격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빠른 경기회복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국내 소비자물가는 2%선에서 안정세를 보여왔다. 그러나 최근 수급불안에 따라 과실과 채소 등 주요 농수산물 가격이 크게 오른데다 전기 및 도시가스를 비롯한 공공요금이 잇따라 인상되면서 생활물가를 자극하고 있다. 여기에 주요 곡물과 원유 등의 국제 가격 상승이 겹칠 경우 물가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가는 한번 오르기 시작하면 잡기가 어려울 뿐 아니라 금리인상과 재정긴축 등이 불가피할 경우 전반적인 경기위축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초동 대응이 중요하다.
먼저 유가 및 국제 곡물 가격 상승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필요한 경우 원맥과 밀가루 완제품 등에 부과되고 있는 수입관세를 일시적으로 낮추는 등의 방법으로 가격상승 요인을 최대한 흡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곡물 수입선을 다변화해 특정 지역의 공급부족 사태에 따른 영향을 줄여나가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해외 농장과 원유 등 자원 개발을 통해 식량과 원유의 자주개발률을 높이는 방안을 적극 추진해나가야 한다. 애그플레이션을 비롯해 대내외 물가불안 요인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안정기반을 다지는 데 정책의 최우선을 둘 필요가 있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동아일보 칼럼-횡설수설/김순덕(논설위원)-20100810화] 안양시장과 전북도교육감
“역동적으로 안양을 살리기 위해서는 보수와 진보가 따로 갈 수 없습니다.” 최대호 안양시장(민주당)이 7월 1일 취임사에서 한 말이다. 이처럼 화합을 강조하던 그가 전임 시장 시절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의 징계를 담당한 안양시 간부들을 모두 좌천시켰다. 전보 제한규정을 위반한 인사다. 이들 징계 담당자에 의해 지난해 파면된 손영태 전 전공노 위원장은 최 시장 측 인수위원회 자문위원으로 발탁됐다.
▷“교육에는 진보와 보수가 따로 있을 수 없다. 교육주체들이 만족하는 정책이 우선한다.”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의 발언이다. 그래놓고 전임 교육감 시절 결정된 익산 남성고와 군산 중앙고의 자율형사립고 지정을 취소한다고 어제 공식 발표했다. 좌파 시민단체들의 ‘단일후보’로 당선된 그는 자율고를 평등 이념을 해치는 특권교육의 상징으로 본다. “모든 아이가 건강하고 행복하며 따뜻한 교육현장을 만들겠다”는 취임사가 아름답긴 하지만 하향평준화 붕어빵 고교 일색으로 만드는 조치가 반드시 건강하고 행복한 교육은 아닐 것이다.
▷안양과 전북의 정책 뒤집기는 여러모로 닮았다. 최 시장과 김 교육감은 좌파 성향이면서도 겉으로는 이념에 초연한 듯, 이념을 초월한 듯 말한다. 좌파라고 불리는 게 싫은지, 민주 인사로 보이고 싶어선지 의문이다. 권력을 접수하자마자 전임자의 정책을 뒤엎고는, 법령을 위반한 것이니 시정하라는 상부 명령에 맞서고 있는 것도 똑같다. 학원장 출신의 최 시장은 “행정안전부의 시정명령이 적법한지는 사법부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헌법학 교수 출신인 김 교육감도 사법 판단까지 물을 태세다.
▷법대로 하면 안양시가 잘못된 인사를 바로잡지 않을 경우 경기도지사는 직권으로 인사를 취소할 수 있다. 교육과학기술부 역시 전북도교육청의 자율고 지정 취소 조치가 부당한 것으로 드러나면 지방자치법 제169조 제1항에 따라 직권으로 도교육청의 결정을 취소할 수 있다. 문제는 정부에 과연 그럴 만한 의지가 있느냐는 거다. 말로만 “단호히 대처”를 외치다 흐지부지 넘어가면 좌파 단체장들의 ‘반란’은 속속 이어질 것이다. 공은 정부에 넘어왔다. 특히 실세 차관이라던 이주호 교과부 장관 내정자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다.
[중앙일보 칼럼-분수대/고대훈(논설위원)-20100810화] 공짜 우유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1874~1965)은 우리나라에서 ‘우유 전도사’로도 통한다. 국내의 한 우유회사가 “어떤 사회든 어린이에게 우유를 먹이는 것만큼 훌륭한 투자는 없다”는 그의 말을 광고 카피에 인용한 덕택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0년, 아이들의 건강 문제에 주목한 처칠은 실제로 그런 말을 했다. 당시 독일군 폭격으로 경제적 타격을 입은 데다 부모와 떨어져 홀로 피란 다니는 아이들이 길거리에 넘쳤다. 그들의 상태가 오죽했을까. 어린이 발육이 국가 미래와 직결된다는 점을 인식한 처칠 내각은 44년 하루 189mL의 우유를 학생들에게 무료로 제공하기로 했다.
세월이 흘러 비용이 부담되자 1970년대 초 당시의 교육부 장관 마거릿 대처는 고학년 학생들에 대한 무상 급유(給乳) 지원을 중단했다. ‘복지병’ 치유에 앞장섰던 대처에겐 ‘우유 도둑(milk snatcher)’이란 비난이 쏟아졌다. 그래도 5세 미만 아동에 대한 무상 급유는 지방정부를 통해 지원하는 형태로 이어졌다.
요즘 영국에서 ‘우유 논쟁’이 뜨겁다. 정부가 내년 4월부터 무상 급유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영국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빈부(貧富)를 가리지 않고 모든 어린이에게 주는 우유에 너무 많은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급유 비용은 잉글랜드 지방에서만 한 해 5000만 파운드(약 925억원) 정도다. 큰돈은 아니지만 심각한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한 푼이라도 아끼겠다는 발상이다. 거센 비판에 직면한 캐머런 총리는 일단 한 발 뒤로 물러난 상태다.
우유는 우리나라 40~50대 장년층에게도 향수(鄕愁)를 자극한다. 우유 급식은 70년 9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100㏄ 한 병에 16원씩 내고 사먹는 유상제도로 처음으로 시작됐다. 먹을거리가 흔치 않던 시절이라 “우유 먹으면 무럭무럭 큰다”는 말에 침을 흘리는 아이들이 많았다. 시대가 변해 지난해 전체 초·중·고생 747만여 명 중 절반가량이 학교에서 우유를 사먹고 있다고 한다.
우유 한 병도 공짜로 주지 않는 대한민국에서 무상급식이 논란이다. 영국이 ‘겨우’ 925억원 때문에 우유 소동을 벌이는 마당에 수조원의 예산이 들어가는데도 주저함이 없다. 공짜 우유 먹고 자란 세대가 나랏돈이 없어 자식에겐 공짜를 줄 수 없다는 게 오늘의 영국이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속담이 있지만 정말 공짜가 있을까.
[경향신문 칼럼-여적/김철웅(논설실장)-20100810화] 젊은 총리
어제 도하 각 신문은 39년 만에 40대 총리 후보가 나온 사실을 헤드라인으로 보도했지만 세계적으로 젊은 총리나 대통령이 나온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지난 5월 총선에서 승리해 영국 총리에 오른 데이비드 캐머런 보수당수는 만 43세다. 버락 오바마는 지난해 48세에 미국 대통령이 됐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가 재작년 러시아 대통령에 당선된 건 42세 때다. 그를 후계자로 지목했던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는 2000년 47세에 대통령에 올라 8년간 재임했다.
더 젊은 총리도 있다. 소련 붕괴 직후인 1992년 러시아 총리 서리를 지낸 예고르 가이다르는 36세였다. 어느 국가지도자라서 입지전적 인물이 아닐까마는 가이다르에게도 그런 구석이 있다. 가이다르의 아버지 티무르는 소련 공산당 기관지 ‘프라브다’ 기자로 1961년 미국의 쿠바 피그만 침공사건을 종군했으며 카스트로의 동생 라울의 친구였다. 일곱살에 아버지와 쿠바를 방문한 가이다르는 일찍이 경제학적 천품을 드러냈다. 그는 “아바나의 과일 시장엔 물건이 적다. 하지만 100㎞만 가면 산에 따지 않은 오렌지가 널려 있다”며 “이것이 바로 수요와 공급의 문제”라고 지적했다는 것이다. 그가 대학을 졸업하고 경제학 박사 학위를 딴 것은 24세 때였다.
이 시점에 가이다르가 생각나는 이유는 오늘날 한국의 정치·경제·사회적 시계가 몹시 불투명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소련 붕괴 후의 러시아를 방불케 한다고는 못해도 목하 벌어지고 있는 여러 혼란·추악상들을 보면 이곳이 ‘신생국’ 러시아보다 월등하게 성숙하고 선진적인 사회라고 장담하기도 어렵다. 시장경제 개혁 전권을 위임받은 가이다르는 ‘충격요법’이란 급진 개혁을 단행해 1992년 1월1일을 기해 모든 가격규제를 철폐했다. 이로 인해 순식간에 시장가격은 1000% 이상 올랐다. 민중들에겐 재앙이었다. 일부 개혁주의자들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평가하지만 많은 러시아인들에게 그는 저주의 대상이 됐다.
40대 총리 후보를 보면서 드는 의문이 몇개 있다. 그는 대통령의 수족(手足) 총리가 아닌, 나라의 혼란상을 덜어 낼 진짜 총리가 될 수 있을까. 가이다르의 실패한 개혁을 예로 들었지만 적어도 그만한 소신을 갖고 진짜 서민을 위한 개혁을 추진할 수 있을까. 젊은 패기로 지명자의 눈치를 안 보고 직언을 할 수 있을까.
[매일경제신문 칼럼-매경춘추/김현철(프로듀서ㆍ가수)-20100810화] 문화 키우는 `메세나`
강원도 평창에서 대관령 국제음악제가 열리고 있다. 강원도와 함께 음악제를 일군 미국 줄리아드음대 강효 교수가 올해 음악제를 끝으로 예술감독직을 정명화ㆍ정경화 씨에게 물려주고 떠난다고 한다.
올 시즌 개관한 클래식 전용홀(알펜시아콘서트홀)을 비롯해 이 음악제가 국제적 명성을 얻기까지 터전을 닦고 내실을 다진 이가 바로 강 교수다.
각국 청소년 음악도를 강원도로 불러모으는 대관령음악제의 모델은 미국 애스펀음악제이다. 해마다 6~8월 9주간 콜로라도주 로키산맥 해발 2400m 산록에서 40여 개국 1000여 명 음악도가 참가해 계곡의 음악학교에서 거장들에게 배우고 목초지에 자리잡은 야외공연장(뮤직텐트)과 실내음악당(해리스홀)에서 우정과 화합의 앙상블을 나누는 청소년 음악캠프다.
그런데 애스펀음악제는 알고보면 문화예술 애호가들의 `메세나 정신`이 낳은 산물이다. 스트라빈스키(작곡가) 밀슈타인(바이올린) 피아티고르스키(첼로) 미트로풀로스(지휘자) 오르테가이가세트(철학자ㆍ작가) 슈바이처(의사)…. 이름만으로도 한 시대를 대표하는 명사 200여 명이 1949년 7월 애스펀을 찾았다. 이들은 목초지에 텐트를 치고 음악회를 열고 강연을 하고 계곡을 산책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애스펀은 은광(銀鑛)으로 흥성하다 버려진 폐광촌이었다.
명사들과 함께 2000여 명 청중을 애스펀으로 불러모은 주인공은 월터 패프케. 시카고에서 `아메리칸 컨테이너` 회사를 경영하던 기업가다. 패프케가 괴테 탄생 200주년을 맞아 기획하고 초청한 패프케의 손님들은 2주 동안 인간다운 삶을 주제로 토론하고 음악회를 열고 래프팅과 하이킹을 즐겼다. 이 괴테 200주년 행사가 애스펀음악제로 자라 반세기를 넘겼다.
산골마을 폐광촌 아스펜이 일류 `브랜드 시티`가 된 비밀. 그것은 문화예술과 지성의 힘을 믿고 실천한 한 기업가의 꿈과 의지다. 나는 내가 사는 성남의 성남아트센터 홍보대사를 맡고 있다. 성남아트센터를 후원하는 명사들이 후원기금마련 음악회를 다음달 26일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개최한다. 이 행사도 우리나라 각계각층에서 활약하는 문화예술 애호가들이 후원회를 만들어 주최하는 기부음악회다.
문화예술은 저절로 크는 나무가 아니다. 문화의 힘을 믿는 애호가들의 꿈과 사랑을 먹고 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