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뉴욕 시티 패스를 이용하는 첫 날이다.
1장의 티켓으로 6곳의 명소를
저렴하게 입장할 수 있는 쿠폰북인데,
인터넷으로 예약했기 때문에
일부러 Fedex에 들러서 프린트까지 했건만
막상 예약증으로는 입장이 안돼서,
다시 쿠폰북을 받으러 창구를 찾아가고,
결국 대망의 '미국 자연사 박물관'에 입장한 시간은
1시가 다 되어가는 시점이었다.
아침 10시에 나왔는데,
34번가에서 출발해서 79번가까지 오는 시간도 한참 걸렸지만.
페덱스를 거쳐 박물관에 도착, 다시 시티패스 교환을 하니
입장할 무렵, 이미 진이 다 빠져 버렸다.
이럴 때는 응급 처치로 커피를 한 잔 쭈욱.

그린이는 이 와중에
샤프를 들고 뭘 쓰고 있었을까.

자, 기운을 내고 이제 출발하자.

미국 자연사박물관(American Musuem of Natural History)은
세계 최대의 과학 박물관으로
동물학, 지리학, 인류학, 생물학 등
자연과학의 모든 분야를 망라하여
3500만 점이나 되는 컬렉션을 보관, 전시하고 있다.

전체 길이 12미터, 높이 6미터의 공룡 뼈와
미국의 숲을 세부까지 재현한 삼림 홀 등
자연과학과 역사에 흥미가 없는 사람이라하더라도
관심 가질 만한 볼 거리가 가득하다.

이 박물관은 동물학자 앨버트 빅모어(1839-1914)가
인류가 걸어온 역사와 처해 있는 환경을 보여주고자
건립을 추진했다고 한다.

여러 해 노력한 끝에 미국 26대 대통령 루즈벨트 대통령의
부친인 시어도어 루즈벨트 시니어 등의 도움을 받아 설립했다.
자연사 박물관 앞에 말을 탄 동상의 주인공이
바로 루즈벨트 시니어.

처음에는 센트럴 파크 근처의 병기창에서 시작했는데,
자료가 늘어나자 현재의 고딕 양식의 4층 건물로 이전한 것.
건물 전경도 좀 찍어둘 걸, 아쉽네~

남극과 북극은 물론,
시베리아의 오지, 몽골 초원, 고비 사막,
아프리카의 콩고, 아마존의 밀림지대 등에
탐험대를 보내 희귀한 각종 자료를 수집했다니...
인류학에 대한 열정도 대단하지만,
자원도 막대하게 들었겠다.

'인도의 별'이라 불리는 세계 최대 크기인 563캐럿의 사파이어,
34톤 무게의 '케이프 요크 운석'과
앞서 말한 갖가지 공룡 화석 등을 수집했다.
34톤 무게의 운석은
그렇게 어마무시하게 크진 않고, 큰 바위 같다;;;

그린이는 이 즈음 열심히 읽던 소설 타라던컨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말 때문에
말과 매머드 화석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자연사박물관은 6번가 길 하나를 두고,
센트럴파크 서쪽에 위치해 있기 때문
창 너머로 센트럴 파크가 보인다.
1시가 넘어 구경을 하기 시작했는데
5시쯤 되니 이미 해가 뉘엿뉘엿.






인디언들이 직접 손으로 만든
63피트(약 20미터) 길이의 카누이다.

관람 시간이 거의 끝나갈 무렵 밖으로 나왔다.

뉴욕은 세로로 10여개의 대로가 나 있고,
가로로 130여개의 도로가 바둑판처럼 짜 있다.
세로는 avenue라 부르고,
가로는 street이라 부른다.
애비뉴는 너무 큰 대로라 하나를 건너가는 데 한참 걸리지만,
street은 10여개쯤 훌쩍 걸 수 있다.

79번가에 있는 박물관에서
10개의 스트릿을 걸어 도착한
69번가의 이태리 도넛 전문점 '밤볼리니'
점심을 박물관 안에서 느즈막히 먹은 터라,
저녁을 먹기는 이르고,
항상 단 음식에 끌리는 내가 굳이굳이 찾아왔다능!

너무 달아 보여서 많이는 못사고,
2개 정도 사서 먹었나보다.

이 건물은
바로바로 그 유명한 "플라자 호텔"
100년 이상의 전통과
가장 화려한 뉴욕의 중심가, 5번가에서도
센트럴 파크 남동쪽 앞에 위치해서
뉴욕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로 자리 잡았다.

영화 '나홀로집에 2편'에서 케빈이 묵는 호텔이
바로 이곳.
수많은 영화의 배경이 되기도 했지만,
그린이와 나에게는 영어 동화책 "엘로이즈"가
사는 곳으로 친숙하다.

그림 속의 엘로이즈보단 좀 덜 예쁘게 나왔넹~
천방지축 왈가닥 소녀인 엘로이즈는
무슨 이유 때문인지
플라자호텔의 스위트 룸에서 산다.

엄마는 프랑스에 살면서
가끔 와서 엘로이즈를 보고 가는데,
책 속에선 주로 다리만 나온다.
무슨 키다리 아저씨도 아니고 말이지;;;

엘로이즈는 주로 호텔 지배인을 골탕 먹이거나
손님들과 생기는 이런저런 이벤트가 생긴다.
7살이라 학교는 안다녔던 거 같다.


이런 미니어쳐,
그린이가 아주 좋아하는 분야인데.

플라자호텔의 모형,
1층의 저 노인들은 누구이신지;;

암튼, 우리는 엘로이즈를 만난 것만으로도 반가워서
한참 사진을 찍고 이 앞에서 노닥거렸다.

플라자호텔의 1층 푸드 홀이 그렇게나 유명하다지~

뭐, 우리에겐 그다지 상관없고~

5번가 플라자호텔에 들른 이유는
영주가 5번가에서 루즈벨르 아일랜드로 가는
트램에서 보는 야경이 멋있다고 해서이다.
맨하튼과 퀸즈 사이에 있는 작은 섬 루즈벨트와
5번가를 연결하는 트램웨이.

트램이라고는 하나, 케이블카 같은 느낌이다.
이스트강을 지나는데,
한 10분 쯤 걸렸을까.

짧지만, 뉴욕의 야경을 보기에 좋은 곳이다.

낮에도 한 번 와서 타고,
버스타고 한 30분이면 된다는데,
루즈벨트 섬도 한 바퀴 돌아볼 걸,
2주 넘게 있었는데도 지나고나니 아쉬운 것들이 있다.

다시 돌아가는 트램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
뉴욕 여행 가기 전에,
기홍씨 후배인 구승씨는
뉴욕에서 애 데리고 택시 타고 다녀야지 지하철 못탄다,
더럽고 시도때도 없이 운행 중지되고, 위험하다고 말했는데,
전혀 안그렇다.
서울 지하철에 비하면 지저분하긴 하지만,
워낙 요소요소 촘촘히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지하철 없이 뉴욕을 여행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자, 오늘은 너무 피곤했으니까,
한국음식 먹으러 가자.
숙소가 있는 34번가에는
코리아타운도 바로 옆에 있어서
한국음식 먹으러 가기도 쉽다.
짬뽕과 김치찌개를 먹으면서 하루를 마무리.
집에 돌아와서는 서울 엄마에게 전화도 드렸다.
오늘은 시티패스 찾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내일부터는 좀 더 시간을 절약해서 다닐 수 있겠지.
시티 패스는 50% 가량 할인된 금액이고
티켓 구입 줄을 서야 하는 시간을 줄여주지만
9일 안에 다 써야 하기 때문에
1월 8일 워싱턴으로 떠나기 전까지
하루에 하나씩 부지런히 돌 계획이다.
첫댓글 미국자연사박물관에서 카누 위에 있는 사진은 이스터 섬의 모아이석상이네요.
얼마 전 <이스터 섬의 수수께끼>란 책을 잼나게 읽은 터라 반갑네용~
그리고 후배는 구승이 아니라 구상이에요~ㅎㅎ
프라자 호텔 엘로이즈 놀이도 보기 좋았고 자연사박물관 설명도 흥미로웠어요.
자 이제 내일 일정을 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