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아빠를 따라 토고에 가게 된 하준이, 어떻게 잘 지냈나요?
제가 처음 캄보디아에 방문했을 때 느낌을 하준이가 토고 도착해서 겪었을 거예요. 토고 아이들은 자신들과 다른 하얀 피부에 생머리인 하준이를 보고 반갑고 신기하니까 만져보더라고요. 토고 아이들의 손이 깨끗하지 않았어서, 하준이의 표정이 좋지만은 않았는데 내색하지 않으려고 참는 게 저는 보였어요. 숙소에 돌아와서 잠들기 전에 저한테 "친구들이 저를 만지면서 기분이 좋은가 봐요"라고 말하는데, 저는 그 말이 이렇게 받아들여졌어요.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에 견딜 수 있었고, 저도 행복했어요"라고 말이죠. 저도 사실 행복이란 것이 내가 기뻐서 행복한 것보다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행복해야 내가 진짜 행복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나의 아내가, 나의 아이들이 행복한 것이 저에게 진짜 행복인 것이죠. 그 마음을 하준이가 알게 된 것 같아서 토고 오길 너무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Q. 직접 찾아가 보니 토고, 어떠셨나요?
진짜 깜짝 놀랐어요. 저도 해외봉사활동을 많이 다녀본 편이었는데, 물이 그렇게 더러울 줄 몰랐어요. 물론 아프리카에는 물이 없는 지역도 많고, 물이 있어도 더럽고 위생적으로도 열악한 곳도 많을 것이란 걸 예상하고 갔어요. 그런데도 물을 보고 마음이 참 아프더라고요. 부모님들은 살면서 그런 생각을 하실 때가 있으실 거예요. '아! 이런 세상을 아이들에게 물려주어야 하나?' 싶을 때가 있어요. 토고에서 만난 '브로다'라는 아이와 늘 찾는 웅덩이에 물을 뜨러 갔을 때 그런 생각이 절실하게 들었어요. 이 더러운 물을 정말 떠가서 아이들이 마시도록 해야 하나 어른으로서 마음이 안 좋았죠.
▲사진. 브로다가 식수로 사용하는 웅덩이(위), 오염된 물로 인해 눈이 먼 브로다의 누나(아래)
브로다는 누나와 어린 조카랑 살고 있었어요. 브로다의 누나는 눈이 멀어서 일을 할 수 없기에 브로다가 구걸을 하며 생계를 도맡아 하고 있었어요. 추측하기로는 물 때문에 눈이 먼 것 같아요. 그 웅덩이 주변 지역의 주민들도 눈이 많이 멀었다고 하더라고요. 브로다는 태연하게 웅덩이에서 물을 퍼 담았지만, 분명히 물을 마시면 누나처럼 눈이 멀 수도 있고 병이 걸릴 수도 있을 것이란 걸 알 거예요. 근데 어쩔 수 없이 생존을 위해서는 그 웅덩이의 물을 퍼가야만 하는 현실인 거죠.
▲사진. 배식활동(위)도 하고 토고 아이들의 노동현장에서 함께 일을 한 부자(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