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프로그램 ‘TV쇼 진품명품’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것이 있는데요,
뭔지 아십니까?
<TV쇼 진품명품 홈페이지 캡쳐>
정답은 바로 ‘청자’와 ‘백자’입니다.
청자는 고려시대에 만들어 낸 옥색의 그릇 중의 하나이며,
백자는 조선의 그릇을 상징하는 것처럼 널리 알고 있는 백색의 그릇입니다.
요즘은 이런 청자와 백자를
‘TV쇼 진품명품’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문화유산이 되었는데요.
그만큼 이런 그릇을 만드는 장인들이 줄기도 했거니와,
만드는 과정이 까다롭고 오랜 시일이 걸리기 때문에
빨리 빨리를 재촉하는 현대사회에서는 도자기를 찾는 사람이 많이 없어진 탓이기도 하겠지요.
여러분, 도자기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장소가 있으신가요?
매년 도자기 축제를 하는 여주·이천·광주시로 알고 있으실 텐데요.
한 군데를 추가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바로 교도소입니다.
교도소에서 도자기를 만들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
지금 바로 공개합니다!
<안양교도소 도자기 직업훈련장 사진>
경기도 안양시에 위치한 안양교도소는
전국 교정기관 가운데 유일하게 도자기 직업훈련장을 운영하고 있답니다.
죄를 저지른 수형자들이 도자기를 만드는 것에 대해 의아하실 텐데요?
교도소에서 무슨 취미 생활하냐고 오해하지 마세요!
징역형을 받은 수형자들에게는 정역(노동)의 의무가 있습니다.
징역에는 작업과 직업훈련으로 나뉘어지는데,
안양교도소는 출소 후 재범방지와 교정교화 효과를 거두기 위해
직업훈련직종 가운데 하나로 도자기 직업훈련을 실시하고 있답니다.
§ 형의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69조(직업능력개발훈련)
①소장은 수형자의 건전한 사회복귀를 위하여 기술 습득 및 향상을 위한 직업능력개발훈련을 실시할 수 있다
②소장은 수형자의 직업훈련을 위하여 필요하면 외부의 기관 또는 단체에서 훈련을 받게 할 수 있다
③직업훈련 대상자의 선정기준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법무부령으로 정한다.
도자기에 대해 문외한이었던 수형자들은
1년이라는 도자기 직업훈련과정을 통해 이렇게 마음이 변해가고 있습니다.
■ 도자기를 만들며 가장 필요한 것은?
수형자들이 도자기를 만들며 배우는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인내심입니다.
온갖 욕구를 참지 못해 죄를 저지른 사람들이기에 인내심이 부족합니다.
도자기는 하루 만에 뚝딱 만들 수 있는 물건이 아니기 때문에
도자기 하나를 완성하는 데까지 참고 또 참아가며 매우 많은 시간을 열중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인내심을 배우게 되고, 또 가장 필요로 하게 되지요.
물레에 흙을 올리고 수 백 회를 돌려가면서 좌우대칭을 생각하고
균형감 있는 도자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각고의 인내심이 필요하답니다.
조각칼을 이용해 문양 하나하나를 새길 때에도 잡념이 없는 깨끗한 마음가짐으로
인내심을 가져야만 동일한 문양이 반복될 수 있다고 합니다.
유약을 바를 때에도 모든 부위에 똑같은 양을 발라야 겹쳐진 부분 없이 훌륭한 도자기가 탄생합니다.
<도자기 제작과정 - 빚고 건조하고 굽는 과정>
수형자가 얼마나 신경을 쓰면서 도자기를 만들었느냐는
가마에 굽고 난 후 알 수 있답니다.
제작하면서 열과 성의를 다하지 않은 도자기는
형체가 깨지거나 금이 생겨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물건이 되고 맙니다.
수형자가 인내심을 가지고 도자기를 만드는 과정은 직업훈련과 더불어
자신의 얼굴을 비추고 올바른 마음을 담아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 수형자들은 깨진 도자기를 보며 무엇을 느낄까요?
‘수형자들이 만든 도자기들이 얼마나 훌륭하겠어?’ 라는 선입견을 갖고 보신다면
아니~ 아니~ 아니되오!
<수형자가 만든 도자기>
지금 이 사진속의 도자기들은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은 수형자들이 직접 만든 도자기입니다.
몇 달을 걸려서 만든 도자기부터 지금까지 시도해 보지 않는 독특한 형태의 도자기도 있답니다.
(중간은 동물농장, 오른쪽은 심슨가족,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뽀로로 등 다양한 캐릭터를 도자기로 만들었습니다.)
이 모든 작품이 인내심의 결과물입니다.
도자기 가운데 해치가 보이시죠?
해치는 ‘청렴’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이것을 만든 수형자는 말을 하지 못하는 장애인이지만
자기의 마음에 청렴을 담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도자기 = 수형자
▸형체 만들기 = 다시 시작할 나의 몸을 만들어 가는 과정
▸조각하기 = 지난날의 과오를 깎아내는 과정
▸유약 바르기 =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나기 위해 옷을 입히는 과정
▸깨어진 도자기 = 새로운 사람이 되기엔 여전히 부족합니다.
※ 실패를 반복하면서도 완벽한 도자기를 만드는 것은 자신과의 싸움!
■ 도자기와 함께 하는 새로운 도약!
지난 9월 11일에는 제41회 교정작품전시회 출품작 심사가 여주교도소에서 있었는데요.
안양교도소 수형자들이 출품한 많은 작품이 입상했답니다.
어마어마하게 큰 달 항아리와 한 번도 작품입니다.
더 많은 작품이 입상했지만 가장 큰 상을 받은 작품만 올려봤습니다.
<2012년 교정작품전시회 입상작품 사진>
도자기 직업훈련생들에게 대회입상은 지금까지 느껴본 적이 없는
‘희망’이란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사회에서 제대로 인정받아본 적 없는 그들에게 ‘인정받았다’는 자긍심이
출소 후 새 삶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두 달 전, 도자기 직업훈련생을 가슴 뭉클하게 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훈련생 전원이 도자기공예 기능사 실기시험에 전부 합격한 것은 물론,
1년의 도자기 직업훈련을 마치는 수료식 당일,
수형자마다 직접 만든 머그컵 1세트와 편지를 가족에게 전달할 기회가 있었기 때문인데요.
한 수형자의 어머니는 아들로부터 투박한 도자기를 선물받으며
‘아들이 교도소에 와서야 효도한다’고 말하고,
다른 수형자는 아내와 자녀 앞에서 부끄럽게 도자기를 건네는 장면도 보였습니다.
<수형자가 제작한 도자기를 가족에게 전달>
수형자들이 가족에게 건넨 도자기는
‘출소 후 범죄와 인연을 끊고 오직 가족을 생각하며 새로운 사람으로 출발하겠다’는
아들 또는 남편, 아버지의 마음을 담고 있는 약속이었겠지요!
교도소에서 도자기를 만드는 사람들…
비록 수형자들이 만드는 청자·백자는 시중에 비해 고가의 작품은 아니지만,
그들이 만드는 청자에서는 다시 긍정적으로 시작할 수 있다는 푸른 마음을,
그들이 만드는 백자에서는 다시 깨끗한 마음에서
시작할 수 있다는 하얀 마음을 표현한 것이며,
밖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새출발의 의미를 담고 있는 훌륭한 작품인 것이랍니다.
취재= 안양교도소 총무과 교사 김정섭
출처 : http://blog.daum.net/mojjustice/8705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