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누워 배꼽에 올려놓고 흔들었을 때 굴러떨어지면 상수리, 잘 박혀 있으면 도토리.
귓구멍에 박아넣어도 쏙 빠지면 상수리, 큰일 났다 싶어지면 도토리.
꼬마들 구슬치기 대용이면 상수리, 그렇지 못하면 도토리.
속을 파내고 호루라기로 쓸 수 있는 건 상수리, 되레 손가락 파 먹는 것은 도토리.
떡메 맞고 후두둑 떨어지면 상수리, 여물어 저 혼자 떨어지는 건 도토리.
줍다가 말벌에 쏘이면 상수리, 땅벌에 쏘이게 되면 도토리.
구워서 먹을만 하면 상수리, 숯 부스러기만 남는 건 도토리.
동네총각 주머니로 가는 것은 상수리, 꼬부랑 할망구 앞치마로 가는 것은 도토리.
맷돌에 넣고 갈 때 너무 커서 암쇠에서 매좆이 쑥쑥 빠지는 건 상수리, 아무도 모르면 도토리.
묵을 쒔을 때 빛이 나고 찰지면 상수리, 거무튀튀하고 틉틉하면 도토리.
잠깜 동안 이만큼 주울 수 있으면 상수리, 찾아다니다가 발목만 삐는 건 도토리.
갓난아들 붕알만 하면 상수리, 할아버지 썩은 송곳니만 하면 도토리."
그리고 그는 선생답게 이렇게 뒤를 맺는다.
"참나무과 중에서도 도토리 열매가 열리는 나무를 참나무류라고 한다. 즉 상수리나무, 떡갈나무, 신갈나무, 졸참나무, 굴참나무등을 한데 묶어 이르는 말이다. 학술적으로 도토리나무와 참나무라는 우리말 이름을 가진 종은 없다. 다만 사람들이 둥근 도토리 열매를 맺는, 키 큰 나무를 참나무, 뾰족하고 작은 도토리열매가 열리는 키 작은 나무를 도토리나무라고 한다.이상 도토리와 상수리에 대한 수업 끝."
<시집의 발문중>>
첫댓글 은주님....충청도에 마음이 뺏기셨나 봅니다....ㅎㅎㅎ,
이 정록 시인의 시들도 좋아라해서요..ㅎㅎ
고맙습니다 소중한 글 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