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병(未病) : 뚜렷하게 병이 없음에도 불편한 증상을 호소하는 상태
100세 건강은 미병 다스리기로부터 시작된다.
“양말을 버선으로만 바꿔 신어도 다리에 혈액순환이 잘 안돼서 혈전이 생기고 붓는 정맥혈전증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양말을 신어야 한다면 양말 밴드의 수축력을 약하게 해서 신거나 양말목을 버선처럼 발뒤꿈치에 닿게 신는 것이 좋죠.”
한의학박사 김명동 교수(상지대 한의대 교수)를 만나면 들을 수 있는 얘기들이다.
푸른솔에서 내놓은 [건강수업 시리즈[의 첫 권인 『너와 나의 건강수업-미병未病을 다스려야 내 몸이 산다』에는 건강을 지키기 위해선 일상 속 의식주에서부터 작은 변화가 중요하다는 김교수의 그 같은 생각이 세세한 생활 속 지침과 함께 담겨 있다.
먼저 책의 서두에서 김교수는 공동 필자인 박신화 원장(다래한의원)과 함께 미병이 뚜렷하게 병이 없음에도 불편한 증상을 호소하는 상태라고 운을 뗀다. 미병에 대해 필자가 이처럼 가장 먼저 거론한 것은 우리나라 성인 2명중 1명이 미병의 단계에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민건강보험공단 2010년 통계자료에 따르면 건강군 8.1%, 질병군 30.1%, 나머지 반건강군이 61.8%라고 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건강상태의 저하와 심신간의 불편함을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병은 언제든지 특정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미병 상태에 처해 있을 때 적극적으로 몸의 이상 징후에 관심을 가지고 조처를 취할 경우 충분히 질병 예방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와 관련 필자들은 비만, 당뇨, 고혈압, 심장병 등 유해한 환경이나 잘못된 식습관 등으로 인한 ‘생활습관병(Life Style Disease)’에 주목한다.
전염병, 외상, 교통사고, 자연재해 등으로 인한 질병은 예방도 어렵고 치료도 전문 의료인에게 맡겨야 하지만 생활습관병은 사전에 제대로 관리만 해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미병 단계에 적절히 대처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김교수와 박원장은 먼 과거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의식주에 나타난 습속을 차근차근 점검한다. 그리고 대안을 찾아 제시한다.
우선 제1장 ‘옷은 소통이다’ 에서는 뇌의 혈액순환 장애를 초래하는 양복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최첨단 과학에 의해 그 우수성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는 한복에 대해 설명한다. 또 아궁이 문화 때의 고쟁이 옷차림이 여성의 건강에 절대적이라며, 아궁이 문화를 현실적으로 접하기 어려운 현대 여성들을 위해 쑥의 효용성을 알려준다.
제2장 ‘음식이 보약이다’는 왜 현대인들이 식약일체(食藥一體)와 의식동원(醫食同源)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지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특히 이 장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제철음식의 중요성이다. 필자들은 제철음식은 사계절 기운을 머금고 있기 마련이라며 같은 약재라도 어떤 계절에 채취했느냐에 따라 효과가 다르다고 주장한다. 이의 근거로 겨울에 채취한 칡뿌리는 영양이 풍부한 반면에 봄에 싹이 나기 시작하여 칡덩굴이 퍼져 나가기 시작한 뒤에 캔 칡뿌리는 섬유질만 많아 질기고 맛도 없다고 한다.
또 음식의 섭취에 있어서도 다치(多齒)를 주장하며 선현들의 고치법(叩齒法)을 소개한다. 고치법은 입술을 가볍게 다물고 위 이빨과 아래 이빨을 두드리는 것으로 치아를 건강하게 함으로써 뇌까지 건강하게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 조리할 때의 온도 등을 설명하며 한약을 달이는 방법인 전탕법(煎湯法)을 소개, 식재료를 다루는 올바른 방법을 제시한다.
제3장 ‘산소가 답이다’에서는 공기와 건강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이장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필자가 옥당(獄堂) 이호준 선생으로부터 기공수련을 지도받으면서 배운 흠파호흡법이다. 흠파호흡법은 숨을 쉴 때 가능한 한 산소는 많이 들이마시고 체내에 존재하는 가스는 뱉어내는 호흡법을 말한다. 자세한 동작이 삽화와 함께 담겨 있다.
또 폐기능 개선에 좋은 음식으로 명태를 소개하며 명태가 세포막이나 체내 각종 장기의 점막을 비교적 자유롭게 통과하며 독성물질을 해독해 준다고 필자는 주장한다.
제4장은 물과 건강의 관계를 다룬 ‘물은 생명이다’이다.
정화수, 한천수, 국화수 등 동의보감에 소개된 33가지 물의 효능이 소개돼 있으며 ‘돌맹이물’을 건강 미네랄 워터로서 소개해 이채를 띤다. 또 황토를 이용해 만든 지장수는 아토피 환자들에게 좋다고 한다.
한편 본문에 인용된 “젊은 때와 달리 늙어서는 몸 안에 수분이 부족해도 갈증을 잘 느끼지 못한다. 그 결과 부족한 수분을 제때에 보충하지 못하게 된다. 이에 따라 몸의 건조화가 촉진되고 노화속도도 빨라진다”는 B.F 세르게이 에프의 주장은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현대인들이 음미할만한 가치가 있다.
제5장 ‘흙은 해독이다’에는 흙에 가까이 사는 것이 얼마나 우리 건강에 중요한지에 대한 필자의 주장이 담겨 있다. 이 장에 인용된 막스 거슨(Max B. Gerson) 박사의 “자연에서 멀어질수록 병에 가까워지고, 자연에 가까워질수록 병에서 멀어진다”는 주장도 흙의 소중함을 얘기하기 위한 것이다.
필자는 아파트 문화가 흙으로부터 우리를 멀리 있게 만들었고, 그뿐 아니라 아파트 층간을 감싸고 있는 전자파가 우리 건강을 해치고 있다고 꼬집는다.
제6장 ‘선조들의 삶이 과학이다’는 볏짚과 건강의 관계에 대한 것이다.
필자는 볏짚을 얘기하며 고드름을 거론한다. 오래된 초가집일수록 고드름의 색깔이 누런데, 이는 볏짚이 발효돼 생긴 물이 얼기 때문이고, 이 물은 여러 가지 종양을 치료하는 효력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처럼 발효된 초가지붕에 사는 굼벵이 역시 약용으로서의 특별한 가치가 있다며 이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7장 ‘스트레스를 친구로 삼아라’는 정신 건강에 대한 장이다.
여기서 필자는 스트레스는 보는 시각에 따라 ‘약’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필자는 번번이 수입과정에서 폐사되는 열대어 수입업자 얘기를 들려준다. 열대어 수입업자가 “열대어를 잡아먹는 천적을 배의 수조에 넣으면 열대어들이 죽지 않을 것이다”라고 한 생물학자의 조언대로 했더니 정말 열대어들이 수입 후에도 모두 살아 있었다는 것이다. ‘천적의 공격’이라는 스트레스가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교훈이 담긴 얘기다. 이와 함께 필자는 삶을 갑갑하게 만드는 ‘MUST(해야 한다)’의 자세를 버리고 원하는 일을 하는 ‘WANT’,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는 ‘SOSO’의 자세가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마지막 장인 ‘미병을 다스려야 몸이 산다!’에는 ‘바지 뒷주머니에 지갑을 넣지 않는다’, ‘고치법이나 타박공을 실시한다’, ‘전기제품의 콘센트를 빼고 잔다’ 등 건강을 위해 일상생활에서 지켜야할 사항 30가지가 담겨 있다.
공동 필자인 김교수는 평소 몸을 혹사하며 사는 사람들을 보면 “나이 먹었을 때 필요한 건강을 억지로 끌어다 소진하는 것인 만큼 후일 그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지인들에게 말하곤 한다. 고령화 시대에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그런 점에서 일상 속에서 건강을 챙겨보자는 이 책은 아프지 않은 노년을 보내기 위해서라도 꼭 한번 정도는 정독해야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