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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수필
저자가 독자에게 ‘감사패’를 준 사연
-《책거리 독서 토론회》에서 ‘피리 전공 대학생’이 발표한 독후감에 감동 -
윤승원 수필문학인 / 전)대전수필문학회장, 수필집『문학관에서 만난 나의 수필』저자
서당에서 공부하는 학동들이 책 한 권을 다 읽고 떼었을 때 훈장과 동료에게 한 턱 내는 행사를 일컬어 ‘책거리’ 또는 ‘책씻이[洗冊禮]’라고 한다. 요즘도 일부 교육기관에서는 방식과 형태는 조금 달라도 그런 전통과 풍습이 이어져 오고 있다.
하지만 일반 가정에서 ‘책거리 독후감 발표회’를 갖는 것은 처음 보았다. 그런 의미 있는 행사를 기획하고 추진한 사람은 나의 초등학교 동기 동창생인 임동석 친구(청양군 장평초등학교 29회 동기생)이다. 지난 6월 칠갑산에서 열린 동창생 모임에서 54년 만에 처음 만난 친구다.
이 친구는 충남 청양의 명문가로 잘 알려진 임 씨 가문(민속학계의 거목이었던 고 임동권 박사가 그와 같은 항렬의 집안 어르신이다)의 내력인지 유년 시절부터 책을 좋아했다. 현재 본업은 건설업 대표 사장이지만 틈만 나면 인근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다고 한다.
이 친구는 최근에 나의 졸저 에세이집 ‘신간 정보’도 인터넷 기사를 통해 읽고 자기가 자주 다니는 공공도서관에 ‘희망도서’로 신청하여 비치해 놓았을 뿐만 아니라, 두 권을 더 구입해서 분가한 아들에게도 보내주었다고 한다.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방학을 맞아 서울 자신의 집에 한 달 동안 기거하게 된 대학생 처조카(부산대학교 1학년)에게 ‘독후감 과제’를 주었다고 한다.
방학 중에 교양서적 1권과 전공 서적 1권 등 2권을 읽게 해서 ‘가족 독서 토론회’를 개최한다는 것이었다. 독후감 발표 명칭은 우리의 전통 서당 풍습을 살린 ‘책거리 독서 토론회’라고 했다. 그의 처조카에게 주어진 독후감 주제는「나의 인생에서 소중하게 지켜야 할 3가지」.
대학교에서 국악을 전공하는 처조카가 전공 과목인 ‘피리’에만 관심을 갖고 정서 함양을 위한 책은 가까이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고 한다. 친구의 표현을 빌리면 ‘진득하게 시간을 아껴 쓰는 젊은이처럼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처조카를 바라보는 고모부의 시각이 이러하니, 그의 부모 심정은 어떻겠는가. 내 친구가 궁리 끝에 묘안을 냈다. 이른 바 ‘독후감 미션’을 주기로 한 것이다.
부모를 대신해서 자기가 데리고 있는 방학기간만이라도 정서적인 생활을 유도하기 위한 특별 과제였다. 하나 밖에 없는 자식을 잘 키워보려는 그 학생 부모의 심정을 내 친구는 누구보다 잘 간파하고 있었다.
나의 초등학교 동창회 단체 카톡방에 올라온 친구의 이같은 상세한 ‘독서 토론회’ 취지를 보면서 감탄했다. 친구가 작성한 토론회 개최 안내장은 흔히 볼 수 있는 ‘알림’ 수준의 단순한 고지문(告知文)이 아니었다. 독서 토론회 개최 배경과 의미를 세밀하게 기술해 놓았다.
▲ 청양 장평초등학교 동기 동창생인 임동석 친구가 작성 배포한 <책거리 독서 토론회> 안내장
여기서 나는 다시 한 번 놀랐다. 뜻하지 않게 나의 신간 에세이집『문학관에서 만난 나의 수필』을 처조카가 방학 중에 ‘반드시 읽어야 할 교양도서’로 선정한 것이다.
내 책을 추천하게 된 이유를 친구는 이렇게 밝혔다.
“이 책의 작가는 뿌리를 소중하게 생각하면서 젊은 세대들이 잊고 살아가는 선비정신을 갖고 계신 분입니다. 이 수필집은 평범한 우리 생활 속 이야기를 편하게 기술해 놓았기에 읽으면서 생활의 지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대학생 처조카에게 이런 교양 도서를 탐독케 함으로써 폭넓은 지혜와 독서 습관을 갖도록 하고자 하오니, 적극 협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보기 드문 ‘독서 지도 방법’이란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대학생 처조카를 위해 이만큼 정성어린 마음을 써주는 고모부가 어디 흔한가. 대대로 존경 받아온 선비 가문에서 책을 남달리 좋아했던 친구의 학구적인 태도가 이런 의미 있는 독서 토론회를 기획한 것으로 짐작됐다.
▲ 대학생 처조카에게 '방학 중 반드시 읽어야 할 교양도서'로 추천한 수필집엔 도서관 장서 바코드가 붙어 있다. 친구는 도서관에서 빌린 이 책을 추천하면서 독후감 주제까지 설정해 줬다. 이것을 '미션'이라고 했다.
하지만 독후감 대상 서적의 저자로서 영광스러움 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신세대 대학생의 시각과 정서에 걸맞지 않는 ‘책 선정’이라고 혹여 불만스러워 하지나 않을는지……
피리 부는 청년 대학생이 방학 중에 땀 흘려 쓰게 될 독후감 주제도 만만치 않아 보였다.「나의 인생에서 소중하게 지켜야 할 3가지」― 과연 거기에 무엇이 담길지, 저자로서 기대감과 긴장감이 교차했다.
이 같은 사실을 역사학계의 석학인 정구복 박사(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저자의 책에 ‘추천사’를 써 주신 분)에게 전해 드렸더니, 정 박사께서는 이런 답 글을 주었다.
“윤 선생의 친구 임동석 씨의 마음가짐이 돋보입니다. 피리를 전공하는 학생에게 책거리 모임을 가지게 하였다는 점에서 고모부와 부모님의 정성이 담긴 값진 독후감이 될 것입니다. ‘인생에서 지켜야할 세 가지 점’을 주문한 것을 보면 전통을 잇는다는 방식보다도 생활 철학의 깊은 기대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고모부의 정성은 그 학생이 훌륭한 ‘피리의 대가’가 될 것입니다. 제가 비록 참석하지는 않지만 마음속으로나마 후원자가 되겠습니다. 참으로 실학적인 모색이고 값진 일입니다. 나중에 방송에도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해 마지않습니다. 독후감을 기다리겠습니다.”
독서 토론회에 참석하진 않아도 ‘마음속으로나마 후원자가 돼 주고 싶다’는 따뜻한 격려의 말씀이 무엇보다 고마웠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이 같은 소식을 전해들은 문학평론가 송백헌 박사(충남대학교 명예교수, 저자의 책에 ‘서평’을 써 주신 분)께서도 “내가 도와 줄 수 있는 방법은 없겠느냐?”면서 따뜻한 인정이 담긴 격려의 말씀을 주었다.
친구에게도 이 같은 두 분 학자님의 격려 말씀을 전했더니, 친구가 감사의 뜻을 표했다.
“승원 친구가 존경하는 정구복 박사님이 우리 처조카에 대한 마음의 후원자 역할과 송백헌 박사님의 독서 토론회 도움 제공 말씀에 대해서 대단히 고마운 일이고, 이보다 더한 영광이 어디 있겠는가. 정말 친구 덕분에 그런 학자 분들과 교류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해주니 고마움 잊지 않을 것이네. 처조카가 지금은 낯설어 하니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 다른 방법으로 두 분 학자님의 귀한 뜻을 접목해 보도록 노력해 보겠네.”
그러고 보면 친구가 주선한 ‘책거리 독서 토론회’가 단순히 한 가정에서 이뤄지는 작은 이벤트로 그치는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한 평생 교육 현장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높은 경지의 학문을 연구해 온 원로 학자 분들이 마음속으로나마 도와주고 싶어 하시는 인정과 따뜻한 성원을 생각하면 각박한 우리 사회에서 귀감이 될 만한 ‘독서 토론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이번 독서 토론회의 주인공이 ‘피리 부는 청년’ 아닌가. 국악에서 특히 ‘피리’를 전공한다는 신세대 대학생에 대해 나는 신선한 멋과 인간적인 매력을 느꼈다. ‘피리’라고 하면 나의 뇌리엔 ‘만파식적(萬波息笛)’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 ‘만파식적’은 나라의 모든 근심과 걱정이 해결된다는 신라 전설상의 피리다. 신라 신문왕이 아버지 문무왕을 위하여 감은사를 짓고 추모하는데, 죽어서 바다용이 된 문무왕과 하늘의 신이 된 김유신이 합심하여 동해의 한 섬에 대나무를 보냈다. 이 대나무로 피리를 만들어 부니, 적의 군사는 물러가고, 병은 낫고 물결은 평온해졌다고 한다. 이 설화에는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이후 흩어져 있던 백제와 고구려 유민의 민심을 통합해 나라의 안정을 꾀하려 했던 호국 사상과 모든 정치적 불안이 진정되고 평화가 오기를 소망하는 신라인들의 염원이 담겨 있다고 한다.』(*「네이버 지식백과」참조)
그렇다면 ‘만파식적’이야말로 오늘 날 민심이 천 갈래, 만 갈래 갈라진 우리 사회의 갈등과 국가적 현실에 적용해도 좋은 악기요, 연구해 볼만한 가치가 높은 학문 분야가 아닐까. ‘피리 부는 사나이’ ― 그 청년은 피리만 멋지게 부는 것이 아니었다.
그가 독서 토론회에서 발표한 독후감을 보면 저자로서 할 말을 잊는다. 책을 쓴 저자보다 오히려 식견이 반듯하고, 신세대다운 지혜가 번뜩인다. 내 친구(학생의 고모부)의 ‘총평’도 예사로 보이지 않았다. 고모부로서 처조카에게 독서 지도를 하면서 이렇게 꼼꼼하고 자상하게 설명하고 깊이가 느껴지는 가르침을 주는 것은 실로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친구가 주도한 독서 토론회 일련의 전 과정을 SNS를 통해 생생히 지켜보면서 감탄하고 감동했다. 하지만 나는 그 보다 더 중요한 요소를 발견했다. 집안 어르신들의 ‘속 깊은 사랑’이다. 가슴에서 우러나는 따뜻한 애정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나는 피리 부는 청년 대학생의 독후감 전문(全文)을 읽어 보고 나서 그에게 품었던 선입견과 걱정이 얼마나 잘못된 기우였고, 공연한 우려였는지 반성했다.
글을 잘 짓는 비결로 삼다론(三多論 : 多讀, 多作, 多商量)이 있는데, 그 중에서 안 군은 집안 어르신들의 걱정과는 달리 ‘다상량’(多商量 : 생각을 많이 함)면에 있어서는 남다른 데가 있어 보인다. 사려(思慮) 깊다는 말이다.
【독후감】
윤승원 작가의『문학관에서 만난 나의 수필』을 읽고
안도영(부산대학교 한국악과 / 피리전공 1학년)
이 책을 읽고 내가 살아가는 삶에 있어서 소중하게 지켜가야 할 3가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우선 이 작가는 일정한 형식을 따르지 않고 인생이나 자연 또는 일상생활에서의 느낌이나 체험을 있는 그대로 산문 형식으로 책을 펴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느낀 생각은 작가님은 인간적이면서 소시민적 삶을 살아오신 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가장 기억이 남고 인상 깊었던 대목 중 작가님께서 작년에 고향 청양의 칠갑산 자락에서 50여년 만에 초등학교 동기 동창회를 한 후 일화를 담은 단락이 있다.
현재는 60대 후반이 되신 노인분들이지만 그 세월을 거쳐 오면서 과거의 5~60연대 보릿고개를 겪으신 분들이다. 현재 내가 살고 있는 풍족하고 기능화한 시대와는 거리가 먼 분들이기에 약간의 괴리감이 있었고, 내가 저 시절에 살았더라면 어땠을까? 반문을 하며 이 단락을 읽었다.
이 동창생 분들에게 ‘출세’의 의미란 정말 각별했다고 한다. 바로 군수나 국회의원, 장관이 되는 것이 출세가 아니라 보릿고개를 겪으면서 힘들게 살아온 ‘가난의 한’을 자력으로 극복할 수만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는 게 그 분들의 암묵적인 출세의 의미였다.
이 부분을 통해 나는 인생살이에서 ‘성공’이란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다. 내가 하기 싫은 일을 하며 앞만 보고 돈을 쫒으며 물질적인 상태만 추구하는, 금전적으로는 벌만큼 벌지만 다른 이면은 퇴색되어 가는 그러한 삶보다,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며 적당히 벌만큼 벌며 자기 행복을 추구하는 그런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우리의 인생은 단 한 번 뿐이니까 말이다.
또 다른 단락은 작가님께서 경찰관으로 근무하셨던 시절, 자신을 뒤따라오던 동료 형사가 작가님 바지 뒷부분이 해졌다는 얘기를 하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작가님은 그 말을 들으면서 상당히 창피했다고 한다.
평소에 겉으로는 멀쩡한 차림으로 보이는데, 뒤에서 관찰해보니, 그게 아니었다는 생각을 동료가 하니, 그 상황으로부터의 민망함과 작가님처럼 외부적인 활동을 빈번히 하는 사람이 왜 해진 바지를 입고 다닐까라는 민망함 때문에 창피해 하셨다고 한다. 이 일 이후로 작가님은 거울을 보실 때, 우리가 자연스럽게 볼 수 있는 앞모습보다 도구 없이 내 육안으로 볼 수 없는 ‘뒷모습’에 더 신경을 쓰신다고 한다.
나는 이 ‘뒷모습’이라는 단어에 순간 많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일상 생활을 하면서 사람의 앞모습도 보지만 그에 못지않게 그 사람의 뒷모습도 자주 목격한다. 우리의 심리상 육안으로 쉽게 보이는 앞모습은 매일 중시하고 관리하고 가꿔가는데, 정작 자신의 뒤는 들여다보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러한 대목을 사람의 삶에 비유해 봤을 때, “앞만 보고 사는 사람은 내일이 없다. 즉,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라는 이야기가 문득 떠올랐다. 이 말이 내포하는 의미는 뭘까.
곰곰이 생각해 보다가 결국 이런 사람들의 대부분은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를 주위에서 많이 듣고 봤다. 뒤를 돌아본다는 것은 앞만 보고 달렸던 자신에게 최소한의 휴식과 되돌아봄을 통해서 점검하고 반성하며 더 효율적인 전진을 위해 꼭 필요한 작업이다. 만약 그러한 작업이 없다면 정말 성난 물소와 다를 게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인간은 정면에만 눈이 있고 뒤통수에는 눈이 달려 있지 않다. 어쩌면 이것은 뒤통수는 쉽게 볼 수 없는 곳이므로 앞모습보다 더욱 더 신경을 쓰라는 조물주의 깊은 뜻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을 또 한 번 해보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내가 인상 깊게 봤던 대목은 ‘행복의 기준’이라는 단락이다. 작가가 얼마 전 방송을 보다가 대중적 인기를 끌고 있는 여성 음악인이 방송 대담에서 흥미로운 말을 했다고 한다. 진행자가 ‘행복의 기준’은 어디에 두느냐고 질문한데 따른 답변이었다.
우선 첫 번째로 값싸고 맛있는 음식점을 두 세 곳 이상 아는 사람, 두 번째로 취미가 직업이 된 사람, 그리고 마지막으로 귀신도 모르는 애인을 가진 사람이라는 재치 있는 답변에 윤승원 작가님께서도 깊은 인상을 받으셨고, 나 또한 세 가지를 다 공감하진 못하였더라도 어느 일부분은 크게 공감하고 깊은 인상을 받을 수 있었다. 이 세 가지 흥미로운 답변 중에서 내가 큰 인상을 받았던 답변은 바로 <취미가 직업이 된 사람>이다.
사람들은 각기 다른 취미들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운동이 되었든, 음악이 되었든, 요리가 되었든, 여행이 되었든 말이다. 그런데 이 네 가지는 공통적으로 분야별로 봤을 때 폭이 너무 광범위하다고 느껴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운동이든, 음악이든, 요리든, 여행이든 그것이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취미활동인데, 예를 들어 미식축구라든지, 요리면 일식요리 분야를 구체적으로 좋아한다든지, 음악이면 바이올린 다루는 것을 좋아한다든지 이런 세부적인 내용들 말이다. 보통 취미는 자신이 좋아하니까 또 마음이 가니까 흥미와 관심이 있으니까 자꾸만 내가 하고 싶으니까 본인의 여가시간을 쪼개 즐기는 것인데, 흔히 자신의 취미와 돈 버는 직업이 일치하는 사람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보다 훨씬 드물다.
윤승원 작가님께서는 이 단락을 논외로 사람의 직업에 따른 자기 만족도에 관련해서 여러 언급들을 많이 하셨는데, 자신이 유년 시절 가지고 있었던 취미와 전공분야로 있는 직업이 세월에 걸쳐 일치한다면 그것만한 행운과 행복이 없을 것이라고 나는 또 한 번 생각해 봤다.
윤승원 작가님께서 이 단락에서 언급하신 ‘행복의 기준’은 소박한 것일수록 좋다라는 말씀이셨다. 아무래도 윤 작가님의 연령대를 봐서 기본적으로 첫째는 건강문제와, 둘째로 경제적인 문제로 본인의 자식들에게 짐이 되거나 걱정이나 폐 끼치는 일이 없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라고 하셨다.
이와 반면에 나는 내 건강도 중요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전공, 이 악기를 꾸준히 연구하고, 많은 무대도 서보고, 다양한 음악들을 섭렵해서 내가 가고자 하는 악단에 들어가 경제적으로 독립해서 내가 좋아하는 이 악기를 직업으로 다루는 전공 연주자가 되고 싶은 바람이다.
※ 필자주 : 본 독후감 원고는 누구도 가필하지 않았다. 학생이 쓴 원고 초안을 있는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그의 기본적인 문장력과 인간적인 진솔한 내면까지 살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은 내 친구가 토론회 결과와 <총평>을 초등학교 동창회 단체 카톡방에 <후기>형식으로 올린 것이다.
【총평】
독후감 발표회를 마치며
임동석(고모부)
□ 일시 : 2019년 7월 14일(일요일) 09:00~11:00
□ 발표자 : 안도영(부산대학교 한국음악과 1학년, 피리 전공)
□ 주제 : 나의 인생에서 소중하게 지켜야 할 3가지
□ 장소 및 참석자 : 서울 광장동 막내고모부 거실, 안도영, 고모, 고모부 참석
□ 진행순서 : 독후감 발표 / 질의응답 / 논점 토론 및 윤독(수필 : ‘신작로’) / 논평 및 총평 / 다과회(속이 찬 송편 떡)
□ 토론 내용 :
1) 내가 좋아하는 일을 추구하면서 사는 삶의 의미
2) 뒷모습을 아름답게 가꾸고 살아가는 삶에 대해 ― “뒷모습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성난 물소와 다르지 않다”는 안도영 군의 시각을 피력
3) 롤 모델(멘토), 헬 모델에 대한 생각과 견해 논의 - 롤 모델, 간접 경험이 갈등 상황 등 판단에 영향을 준다. 또한 헬 모델의 의미도 새기며 반듯한 자세를 안도영 군이 피력함
4) 이상적인 삶은 취미가 직업이 된 사람. 즉,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산다는 것이 행복할 수 있다고 도영 군이 주장함
* 1)과 4) 중첩된다고 도영 군이 피력함
□ 윤독(수필, ‘신작로’ 201 P)
□ 배경 :
작가 성장 과정의 시대적 배경을 공감하면서 내 삶의 지향점을 찾기 위한 동기 부여
- 부모 세대의 어려운 성장 여건 속에서도 희망을 갖고 새 길을 만들어가던 산업화 시대의 발전 역사를 자연스럽게 접목하면서 4차 산업시대의 주역인 안도영 군의 역사 인식과 4차 산업화 사회의 ‘새로운 신작로’의 주역이 되는 계기(契機)를 과거 속에서 성찰할 수 있도록 함
□ 총평 :
- 본 독서 발표회는 조카 안도영군에게 큰 부담이 되었으리라고 생각된다.
- 자유 분망하게 자라며 책을 멀리 한 것 같아 ‘미션’을 완수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 기대 이상으로 요점 정리도 잘했거니와, 작가의 생각을 읽어 내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을 보고는 조카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한 막내 고모부는 뿌듯했다.
- A4 3장에 자기 생각을 솔직하게 기록했으며, 주장도 명쾌하게 기술되어 있어 흐뭇했다. 이번 독후감 발표회를 통해 조카의 성장 가능성을 보았으며,
- 좀 더 보완한다면 작가의 효심에 대한 내용이 빠져 있는 게 아쉬웠다. 효심은 천심이요, 모든 것의 근본이며, 부모님께서 현재의 어렵고 힘드심을 깨닫고 생활에서 찾아 효도할 것을 권했다.
▲ '총평'을 하면서 핵심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요점 정리'해준 점이 돋보인다. 미흡한 부분에 대해서는 '보완 요구'도 했다. 책 속에 나오는 수필 '신작로'를 윤독한 후 고모부가 그림으로 설명하면서 '롤 모델'과 '헬 모델'을 예시로 든 친필 메모도 인상적이다. 자상한 고모부의 독서 지도 방식에서 '진한 사랑'이 묻어난다.
친구가 소개한 ‘독서 토론회’ 전 과정을 SNS를 통해 지켜본 저자는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실은 고마운 마음이 더 컸다. 고마운 마음을 학생에게 어떻게 전달할까 고민했다. 보답할 게 마땅치 않았다. <감사패>를 제작했다.
언어로 감사의 뜻을 전달하는 방법으로는 감사패만한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독자에게 주는 감사패> - . 거창하게 의미 부여하고 싶진 않다. 편지 한 통을 담았을 뿐이다. 다만 편지지가 아닌, 쉽게 변색되지 않을 견고한 미색 철판에 편지글을 새겨 우편으로 부치는 것이니까 일종의 ‘편지 개념’ 과 같다.
살아가면서 마음 속으로 간직하고 싶은 소중한 것들은 어떤 방법으로든지 ‘기념’하고 싶다. 기념이란 기록으로 잡아 두는 일이다. 작은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소시민의 소박한 일상은 무슨 가치로 따질 일은 아니다.
소풍 가서 기념품 하나 사오는 것과 같은 즐거움이다. 그 기념품은 책상 위에 놔두고 완상(玩賞)하다가 세월이 흐르면 서랍이나 골방에 넣어 두어도 좋다. 피리 부는 청년, 안도영 군이 그랬으면 한다.
안 군이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던 책은 다시 반납해야 한다기에 저자가 서명한 증정본 책도 한 권 우편택배 상자 속에 동봉했다. ■
【감사패】
독서 토론회 감사패
안도영 군(부산대학교 한국음악학과 1학년 / 피리 전공)
안도영 군은 고모부이신 임동석 씨의 권유로 고모부의 초등학교 동기 동창생인 저자 윤승원의 신간 에세이집『문학관에서 만난 나의 수필』을 ‘여름 방학 중에 꼭 읽어야 할 교양도서’로 선정하여 독후감을 쓰셨습니다.
독후감에 담긴 안도영 군의 진취적이며 긍정적인 시각은 신세대 젊은이다운 열정과 패기가 느껴집니다. 한 권의 책을 읽고 책 속에서 공감했던 대목을 조목조목 분석하고 독창적으로 재해석하는 글 솜씨가 탁월합니다.
단순히 한 권의 ‘책 읽기 소감’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글을 쓴 ‘저자의 생각’까지 꼼꼼히 읽어 내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인 점은 저자를 크게 감동시켰습니다. 책 속에서도 언급했듯이 ‘취미가 직업이 된 사람’이야말로 행복한 사람이라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피리’라는 멋진 예술적 전공 학문이 인생 성공의 축복의 도구가 되길 바랍니다.
지극한 사랑으로 지도 편달해 주신 고모부님을 비롯하여 안 군을 보석처럼 아끼고 사랑해 주시는 집안 어르신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부단히 노력하여 소망 성취하시길 기원합니다.
저의 졸저를 성의껏 읽어 주시고 감동어린 독후감을 ‘독서 토론회’를 통해 발표해 주신데 대하여 저자로서 감사하는 마음을 패에 담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19년 7월 14일
『문학관에서 만난 나의 수필』저자 윤승원
※ 저자 서명 증정본
▲ <진취적이면서 긍정적 생각을 가진 멋진 청년, 안도영 군에게> 저자 윤승원 드림
첫댓글 해당 되시는 모든 분들이 정말 멋지십니다. 현실에서 보조적 사고는 항상 주된 사고에게 밀려 생각을 실천 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닌데 그러한 것들을 아무렇지도 않은듯 몸소 실천 하다니 정말 삶에 임하는 태도가 귀감이 가며 또한 무언가 큰 울림을 줍니다.
복 선생님, 다소 분량이 긴 글임에도 따뜻한 시선으로 읽어주시고 댓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올해 가장 큰 보람과 행운이 54년만에 만난 초등학교 동창생과의 우정 나눔입니다. 임동석 친구는 정말 훌륭한 친구입니다. 배울 점이 많은 친구입니다. 그의 처조카가 쓴 독후감은 이 시대 젊은 청년들에게 귀감이 될 것입니다.
장평중학교 교정에도 임씨 가문의 임동선선생의 공적비가 건립되어 있는데 장천 선생님의 친구분인 임동석님과 동일 집안인듯 하네요.
그렇습니다. 고 임동선 어르신이 내 친구와 같은 항렬의 집안 어르신이지요. 그 어르신 아우가 민속학계의 거목이셨던 고 임동권 박사이십니다. 훌륭한 명문가이지요. 임동선 어르신은 생시에 저의 선친과도 아주 절친하셨습니다. 복선생님이 임동선 어르신 공덕비 사진을 보여주시니 감개무량합니다. 적곡면 발전을 위해 물심양면 헌신적으로 노력한 분입니다. ※ 임동선 선생 공적비 내용(복진한 씨 제공) : 일찍이 이 고장 발전에 큰 뜻을 두시고 모든 역경과 고난을 극복하시며 내 고향 내 마을 내 나라를 위해 장평 건아의 모금자리를 설립하신 선생의 공적을 기리어 우리들 학구민은 작은 뜻을 모아 이 비를 세우다. 1969. 10. 14.
한편의 아름다운 시를 읽은 소감입니다.
모처럼 노회세포인 활성산소가 수소수를 만난 느낌?
위 글에 등장하는 모든 분들께 태양신의 가호가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
긴 분량의 산문을 한 편의 시처럼 보아 주시니 과찬이십니다. 글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 학생과 가족에게 드리는 따뜻한 성원이라 생각합니다. 멀리 타국에서 저의 졸고를 보시고 귀한 댓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의 촌철살인 같은 말씀이 깊은 울림을 줍니다. 탁월한 역사적 식견과 더불어 문필력에 저력을 가지신 분이라는 느낌 받습니다.
장천선생에게 안도영군의 독후감을 읽을수 있는 기회를 바란다는 글을 올렸는데 오늘 그 독후감을 읽고 참으로 만감이 오갑니다. 고모부이신 임동석 씨의 꼼꼼한 메모의 글을 보니 조선조 사관들이 기록을 남긴 것을 연상할수 있었습니다. 요즘 아이들이 생일날 써오는 감사의 말에는 날자도 기록하지 않는 것이 다반사이기 때문입니다. 임동석씨의 세심한 배려에 기쁨을 느낍다. 그리고 안도영군의 독후감을 읽고 참으로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요즘 학생들의 글쓰는 솜씨가 뛰어났습니다. 우리들이 배워야할 정도로 논리 정연하고 자기가 느낀 바를 솔직하게 적은 점에서 안군의 인간성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2로 계속됨니다,)
2) 장천선생이 감사패를 만들어 주시고 총평을 하여주심이 참으로 보기드문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장천선생에게 임동석 친구가 인연이 되어 훌륭하신 수필의 대가로 부터 받은 감사패는 안도영군에게는 먼 훗날 값진 보배가 될 것입니다. 책을 읽지 않고 온 세상이 핸드폰을 보느라고 여념이 없는 이 시대 사람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하는 천둥소리와 같은 울림이 될 것입니다. 또한 임동권씨는 한국사학사학회에서 "나의 역사연구"라는 주제로 발표를 해주신 분이시고, 임동선씨는 장평의 기부문화를 선도하신 분이기에 잘 알고 있어 고향의 친지를 다시 뵙는 기분입니다.
3) 안도영군은 앞으로 크게 국악계를 빛낼 인물이 될 것이라는 직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그의 피리부는 장면이 전세계인에게 애틋한 사연을 전하는 날이 올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꼭 대성하기를 기다리겠습니다. 참으로 감사합니다. 오자가 많이 난 것을 장천선생의 도움으로 수정하게 된 것을 고맙게 생각합니다. 성명에 오자를 낸 실수에 대해 깊은 사과를 드립니다.
존경하는 정 박사님이 큰 힘을 주시는 댓글 옥고를 올려주셨습니다. 주인공인 안도영 군에게는 따뜻한 격려의 말씀이고, 고모부인 임동석 씨에게는 훌륭한 가문의 명예와 전통을이어 나가는데 따른 찬사이기에 글을 소개한 필자까지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정 박사님은 대한민국 사학계는 물론 교육계에서도 크게 존경 받는 어르신입니다. 그만큼 말씀에 무게와 권위가 있지요. 청양 장평면의 임동선 어르신과 임동권 교수님 업적과 인품에 대해서도 필자 보다도 소상히 알고 계시니 감동합니다. 큰 울림을 주시는 가르침 <총평>으로 받아 들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