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온다. 장마가 시작된거다.
1박2일의 워크샵이 끝나자 마자 한걸음에 달려간 고양아람누리.
그 곳엔 임재범, 김범수라는 이 시대의 대세 "양범"을 한 방에 날려버린 구자범이 있었다.
바야흐로 "3범시대"가 열린 듯...
소녀시대는 해외로 밀려나고??? ㅉㅉㅉ
일단 지휘자 구자범의 선곡은 탁월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대중의 호응을 많이 받지 못한게 문제지만 매니아들에게 이만한 선물은 없다.
클래식 애호가가 아닌 다음에야 레스피기를 누가 알겠는가?
나 역시 이번 연주회가 예고된 뒤에야 레스피기 뒤져 듣기 시작했으니...쩝
그러나 평범한 관객의 입장에서는 지휘자를 믿고 공연장을 찾으면 결코 실패는 없을거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 군데군데 빈 자리가 더욱 아쉽기만 하다.
로마의 분수는 별로 기억에 남는게 없고...
로마의 소나무 1악장의 시끌벅적한 시장같은 풍경, 3악장 나이팅게일의 소리, 4악장의 로마병사 행진 모습 묘사 등이 압권이다.
아래 사진은 로마의 소나무 4악장 아피아길 소나무를 앵콜로 연주한 후의 모습.
눈여겨 볼 부분은 합창석에 서있는 여섯 명의 금관주자. 오른쪽 두명은 여성주자.
합창석에서 <부키나>라는 로마시대 관악기를 대신해 뿜빰거리는 4대의 트럼펫과 2대의 트럼본...
음악칼럼니스트 김원철님의 표현을 빌자면 '고양 아람음악당처럼 크지 않은 연주회장에서 금관악기 17대가 한꺼번에 뿜빰거린다고 생각하니 아찔하다'란다.
이런 연주를 1층에서 듣는다는 것은 아주 위험한 일이다. 고막을 다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ㅋㅋ
2층에서 듣는데도 발바닥이 간질거리고 고막이 터질 듯하고 정신이 혼미해진다.
이 장면을 실연으로 감상하지 못하신 분은 평생 후회하면 된다. 싫음 말구(KBS 1FM 명연주 명음반 정만섭님 트윗버전)
고객님 사진 찍으시면 안되는데....
구자범표 경기필 연주회에서 얻는 또 하나의 기쁨은 단돈 천원짜리 손바닥만한 프로그램.
표지에 있을 법한 지휘자의 대문짝만한 얼굴사진은 손톱만한 사진으로 구석에 박혀있어 찾는데 한참을 애 먹어야 하고..
얼굴없는 지휘자? 신비주의? 자의반 타의반?
그러나 페이지를 넘길때마다 발견하는 석류알처럼 알알이 박혀있는 주옥같은 글들...
음악칼럼니스트 김원철님의 로마 분수사진과 악보들로 꾸며진 독창적인 해설.
열흘 밤낮으로 인터넷을 서핑해도 견줄만한 해설을 찾기 힘든 최은규님의 눈으로 듣는 칼럼.
그리고 서태원 유로코 트레스드앤트래블 대표가 쓴 다섯페이지짜리 로마인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서태원 대표는 <로마를 들려주는 레스피기에 곁들이는 레시피>라는 칼럼에 '로마는 세계이며 역사이며 인류의 보물'이라고 적고 있다.
아마 이것이 레스피기가 로마에 십수년을 투자한 이유일 듯하다.
이 칼럼을 읽으며 로마의 축제를 듣다보니 당장에 짐을 싸서 로마로 날아가고 싶다.
나가수 69곡과 로마3부작 12악장을 탑재한 스마트폰을 귀에 꽂고...
첫댓글 3범 시대, 와, 멋진 표현이십니다. 어제 뵈서 반가웠습니다. 7월에 예술의전당서도 뵐수 있을듯...
깊이도 없고 넓이도 없는 글 읽어주셔 감사합니다. 어제 저도 반가웠구요...무엇보다도 수고하셨습니다. ^^
우보님 잘 들어 가셨군요
군더더기 없는 글솜씨가 일품입니다. 맛있는 저녁도 감사하구요.
담엔 제가 한번 쏘지요....감사합니다
멋진 사진 또한 감사드려요. 사진 찍으시느라 눈치 좀 보셨겠네....ㅋㅋ
좀 몰상식한 행동이긴 한데...워낙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포인트라는 생각에 이건 반드시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시대적 사명감 같은게 들어서...ㅠㅠ
당연히 시대적 사명감은 지키셔야죠..**^6^
저도 나가수 열성팬이에요, 특히 김범수를 좋아라했는데... 3범이라... 완전 맘에드는 표현이네요^^
시각적으로도, 들려주신 솔직 담백한 이야기로도 읽는내내 즐거운 리뷰였습니다.ㅎㅎ
아람누리에서 저런 배치와 규모로 엄청나게 질러댔다면 정말 굉장한 사운드였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달 취임연주회때 1부는 1층에서, 2부는 2층에서 지켜봤던 저로서는 피부로 와닿는 내용들이 너무 많네요^^
너무 뵙고싶네요, 우보님, 레일님, 하늘나리님, 브람스님, 그리고 율리시즈님 모두...ㅎㅎ
촌(?)에서 고생하기는 피차 마찬가지 같은데...동병상련하면서 다음 모임을 기대해 봅시다^^
우보 선생님~처음뵙고 무척 반가웠습니다.^^3범이라 멋진 딱 들어맞는 표현이네요~^^*사진 찍기 어렵던데 와 부럽당~^^멋진 글 고맙습니다!!참,카라얀님~1층과 2층 번갈아 듣는 재미도 있겠군요~~멋진 팁!감사합니다^^*
멀리 광주에서 오셨다니..그 열정 대단하시네요. 물론 하늘나리님에 비교할 순 없지만..(이분은 해남에서..) 즐기는 자는 이길 수 없다는걸 증명하시는 분들...일산에서 동향사람을 만나는 즐거움도 좋군요...거기에다 깜찍한 미모까지 겸비하신 분을 만나니 더욱...^^
`거기에다 깜찍한 미모까지 겸비하신` 완전 공감합니다...^^
정말 깜찍하지요? 악수해보시면... 손안에 든 작은 손을 놓고 싶지 않아진답니다. ㅎㅎㅎ저 요즘은 목포로 옮겼습니당.
정말 별말씀을 다 하셔요..부끄럽습니다.ㅜㅜ
발바닥이 간질거리고 정신이 혼미해진다에 한표.
아람누리의 음향이 그리웠습니다. 충분히 감동적이었지만 행복한 대극장은 대극장이더군요. 조금 깊은 맛이 없어 아쉬웠습니다. 그 느낌을 충분히 느낄 수 있어 너무 좋습니다.
레스피기 로마가 좋으시다면 다른 곡들도 맘에 드실겁니다 ㅎㅎ 추천곡 "새" 와 "고풍스런 무곡과 아리아" 음반구하기도 쉬우니 클릭하세요^^
다들 멋지게 표현해 주셨으니 무슨 할말이 필요하리요..........모든 분들~~~~~~싸랑합니당!!
만지면 빗물의 촉감이 느껴질 것 같은 빗방울 사진 좋으네요.
우보님~ 그래도 3범중에서는 임재범 그가 가장 잘 생긴 것 같아요.
물론 살짝 불안한 눈빛은 여전한 것 같지만서두요.
비주얼 김범수도 괜찮지 않나요?
흠~! 글쎄요.
저는 깔끔하고 정열적으로 연주한 오자와/보스톤 심포니 버젼을 좋아하는데, 라이브로는 아직 접하지 못했습니다. 쓰신 글을 읽으니까, 옛날에 정리해버린 (정신 나갔을때^^) 마젤의 레코딩 생각이 나는군요. 레스피기의 Sinfonia Drammatica를 들어 보신분 계시나요? 웅대하고 로맨틱하고 말러적인 교향곡이죠. Just my type of music!
제가 이번 연주회 전에 많이 들었던 로마 3부작 음반이 오자와/보스톤 심포니 버젼이었습니다. 포인케어님 말씀처럼 상당히 깔끔하고 정열적인 연주더군요. 그런데 이번 실황은 뭐라고 할까요? 정열적인 면에서는 오자와 음반보다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던것 같습니다. 물론 청중의 비매너와 금관들의 부분적인 실수들이 있긴 했었지만 지난번 말러 1번에서처럼 음표 하나하나를 인수분해하듯 극도로 미세한 해석을 하는 지휘자의 특성상(?) 고도로 응축 되었다 점층적으로 고조된 후 마지막에 모조리 산화시켜버리는 듯한 클라이맥스는 라이브가 아니라면 도저히 느낄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던 공연이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소나무 제4부 마지막 엔딩부분의 타악의 울림부분에서는 객석에 앉아 있는 제심장이 함께 쿵쾅거리는게 말러 교향곡에서 느낄수 있었던 웅대함보다 더 큰 웅대함을 느낄수 있어 좋았습니다. 로마의 소나무, 음반보다는 라이브가 더 제격인 곡 같습니다. 포인케어님께서도 언젠가 기회가 되신다면 로마 3부작을 라이브로 꼭 한 번 들어보세요. 말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절대로 후회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보스톤 거주시절때 듀토와/몬트리올 심포니가 방문해서 힌데미스의 '화가 마티스'를 연주하는데 ... 정신을 잠시 잃을 정도까지 갔었죠. 그토록 퍼첵트한 연주를 두번 다시 들을 수 있다면!!
드문드문 감상후기를 읽다보니..이제서야 혼자 배꼽잡으며 웃었습니다. 3범..전 김범수에 한표입니당..우선 구자범과 경기필의 연주 실황을 들어보진 못했지만, 그에 대한 지금까지의 평을 보면 무척 궁금해집니다. 그리고 우보님 덕분에 오늘은 레스피기의 로마 시리즈 다 들어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