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30 높이22 너비11의 호박석 수평경입니다.
봉화에서 취석한 자탐돌입니다.
매끈한 돌갗에 횡으로 나있는 선과 색채가 이쁩니다.
추상화가 아무런 구체적인 형상을 떠올리게 하지 않더라도 그낭 느낌과 감동을 주는 것처럼 이 또한 그러합니다.
시절이 하 수상해
지난 일요일 혼자 봉화 골짜기를 찾았습니다.
강물을 거슬러 갓길로 난 길을 따라 도저히 운전할 수 없는 막다른 곳까지 가봤습니다.
중간 중간에 돌밭으로 내려가는 길이 보이면 내려서 탐석을 했습니다.
봉화에서 볼 수 있는 돌은 호박석과 문양석, 낙동강 호피석, 용피석 그리고 옥석 정도 입니다.
강 상류라 수마가 잘된 변화석은 찾기 어렵습니다.
호피석도 용피석도 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들고 오고 싶은 기념석 정도는 어디가도 발견됩니다.
많이 찾았지만 베낭에 매고 오다 중간에 다 내려놓았습니다.
몇 개만 들고 넣어도 허리가 아프고 손목이 아픕니다.
취석하지 않고 다시 원래의 제 자리로 다 맡겨두었지만
그저 무수한 햇돌 돌보석을 본 것만으로도 행복했습니다.
실물의 산수진경에 몰입한 것만으로도 물에 비친 햇빛만큼이나 시간은 빛났습니다.
사람이 혼자서 들수 있는 돌을 쌍석이라 합니다.
돌밭에서 아무리 좋은 돌을 발견한다해도 쌍석 이상(마당석이라 합니다)이면 놓고 올 수밖에 없습니다.
돌밭에서는 사람 힘으로만 옮길 수 있습니다.
바퀴달린 들것은 쓸 수가 없습니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도만 가지고 누려도 행복한 삶이고 싶습니다.
누구나 빠르고 쉽게 배송을 받는 시대,
돌도 인터넷 경매로 쉽게 선택하고 손쉽게 화물택배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구한 것 하나라도 사람의 땀과 시간이 들어가지 않는 것은 없습니다.
좌대석이든 수반석이든 마찬가지입니다.
돈으로 다 해결할 수 있는 거라 합니다.
그러나 제게 오기까지 누구에게는 탐석의 기쁨을 주었고 누구에게는 좌대를 짜고 수반에 올려놓고 감상할 즐거움을 주었습니다.
돈으로 가치를 따질 수 없는 거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돌이 거래되면서 가치가 매겨집니다.
이제는 눈이 익어 가격을 어림짐작할 정도는 됩니다만 비싸다고 마음에 다 들지는 않겠지요.
병원에는 누가 준 전래석도 있고 내가 탐석한 자탐석도 있지만 구입석도 많습니다.
자기가 탐석한 돌 아니면 가치절하하는 애석인도 있다합니다만
평생에 명석 하나 구하는 게 소원인 저로서는 안타깝지만 족보를 알 수없는 돌들이 많은게 사실이지요.
그러나 내가 어디서 이런 멋지고 이쁜 돌을 찾아낸단 말입니까.
언젠가는 뿔뿔히 흩어져서 헤어질 돌입니다.
사정이 되는 한 내 곁에서 같이 늙어갈 돌들입니다.
나의 소유물이 아니라 몇년 몇십년간 빌린 자연입니다.
그 동안은 사랑하고 아끼고 알뜰히 챙기겠습니다.
이 세상에 더 오래 살고 싶어서가 아니라
돌들과 함께 건강하게 삶의 유효기간이 유지되었으면 좋겠습니다.